정미경

정미경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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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미경 기자입니다.

mickey@donga.com

취재분야

2025-11-23~2025-12-23
국제정치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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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3%
미국/북미3%
  • 美 정치자금 모금, 여성이 한수 위

    ‘여성 정치인의 자금력이 약하다는 통념은 깨졌다.’ 미국의 여성 정치인들이 남성을 제치고 막대한 자금을 모을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탁월한 모금 실력을 자랑하는 여성 정치인으로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이 꼽힌다. 여성 정치인의 모금 실적은 큰손 기부가 아닌 여성 유권자의 인터넷 소액 기부로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NYT는 전했다. 미 여성 상원의원들의 지난해 1인당 모금액은 900만 달러(약 95억2650만 원)를 기록해 80명의 남성 의원 평균(700만 달러)을 넘어섰다. 예전에도 있던 일이지만 지난해 여성 상원의원은 20명으로 상원 역사상 가장 많았고 모두가 골고루 좋은 모금 실적을 보여 질적으로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지도를 급속히 넓혀가는 워런 의원은 지난해 4210만 달러를 모금해 역대 여성 상원의원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2006년 상원의원 재선 당시 3870만 달러를 모금했던 것이 종전 최고기록이다. 하버드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신인 워런 의원은 ‘지나치게 진보적이다’는 비판도 있지만 중도 성향의 클린턴 전 장관에 맞설 민주당 대선 후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여성 유권자가 오히려 여성 정치인을 밀어주는 데 인색했던 기류도 변하고 있다. 워싱턴 소재 ‘책임정치연구소’에 따르면 내년 중간선거에 도전하는 민주당 여성 후보들의 자금 중 40%가 여성 기부자들에게서 나왔다. 시민단체의 여성 정치인 지원도 한몫했다. 낙태권을 옹호하는 민주당 여성 정치인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에밀리 리스트’는 1985년 설립 이래 여성 정치인 정치자금으로 3억5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인터넷 모금의 발달로 10∼20달러 소액 기부가 많아진 것도 여성 의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여성 대변인으로 활약한 디디 마이어스 씨는 “정치에서 돈은 승자를 따르게 돼 있다”며 “돈이 몰리는 것은 여성 정치인이 그만큼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미국에서도 여성 대통령이 곧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ABC방송 인터뷰에서 “미셸 여사가 당신보다 더 나은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미국에 훌륭한 여성 공직자가 많다. 머지않아 여성 대통령을 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함께 인터뷰에 응한 미셸 여사는 “관심이 없다”며 “나에게는 국정 수행에 필요한 인내력이 전혀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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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한국 방공구역 확대 동의 안할 가능성”

    한국이 방공식별구역(ADIZ)을 확대하면 미국이 동의할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일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을 확대하는 문제와 관련해 국익에 우선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미국과 접촉해 왔지만 미국이 반대 입장을 미리 밝혀오진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 측은 일단 정부 안을 마련한 뒤 미국 등 관련국들과 협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 측의 ADIZ 확대 발표로 긴장이 고조된 역내 안보 정세를 감안할 때 미국이 KADIZ 확대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협의를 하지 않았지만 KADIZ는 미국이 설정했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한국의 요구에 의해 바뀌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중국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ADIZ에 사전 통보 없이 전투기를 출격하면서도 자국 민항기의 비행 계획을 중국 정부에 알리도록 권고했다. 스티브 워런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29일(한국 시간 지난달 30일) “미국은 앞으로도 해당 지역에서 평상시처럼 비행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뉴스는 이날 익명의 국방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중국 ADIZ에 사전 통보 없이 매일 군용기를 출격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지난달 29일 중국 ADIZ를 통과하는 자국의 민항기에 대해 비행 계획을 사전에 중국 정부에 알리도록 했다. 국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미국 정부가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아니며 승객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한발 물러서는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유나이티드항공 등 미국 주요 항공사가 중국에 비행 계획을 통보하고 있다고 중국 언론은 1일 보도했다. 한국 항공사들은 “비행 계획을 통보하지 말라는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라 중국 당국에 통보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군은 이달 말 합동참모회의를 열고 이지스 구축함 3척을 추가 도입해 총 6척으로 늘리는 방안을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은 현재 세종대왕함과 율곡이이함, 서애류성룡함 등 3척의 이지스함을 운용 중이다. 군 관계자는 “앞으로 이 이지스함 3척 중 2척과 한국형구축함 2척, 잠수함 2척 등으로 구성된 1개 기동전단을 제주해군기지에 배치해 이어도 분쟁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2일 일본, 4일 중국, 6일 한국을 차례로 방문해 중국 ADIZ 문제를 놓고 협의한다. 미일 양국은 합의문에 “중국의 ADIZ 선포는 예상하지 못한 사태를 부를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시도”라는 내용을 반영하기 위해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워싱턴=정미경 mickey@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 201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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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TPP 참여의사 표명했지만… 美 “신규 합류, 기존협상 끝낸 뒤 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에 소극적이었던 한국 정부가 약 1년 만에 기존 정책에서 급선회하며 TPP 합류를 선언했지만 당장 합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TPP 협상을 주도해온 미국이 기존 12개 회원국 간 협상을 마무리 짓는 데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실기(失期) 비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은 한국 등 새롭게 TPP에 참여하고자 하는 신규 참여국의 합류 여부에 대해 기존 협상을 마무리한 뒤 생각해 보자는 뜻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마이클 프로먼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성명서를 통해 “TPP에 새롭게 참여하려는 어떤 나라라도 기존 TPP 협상국과의 양자협의를 마무리해야 한다”며 “TPP 신규 합류는 현 협상 당사국이 TPP 합의를 도출한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이 연내 TPP 협상 타결을 서두르는 상황에서 협상 중간에 새로운 국가를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의미다. TPP 합류는 크게 ‘관심 표명→참여 선언→기존 참여국의 승인’의 과정을 거친다. 문제는 이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2011년 11월 참가 선언을 한 일본도 올해 4월 참여국들의 승인을 받기까지 무려 1년 5개월이 걸렸다. 이에 따라 한국이 기존 참여국 간 협상 도중에 TPP에 참여하기도 어렵지만 설사 참여한다 해도 기존 나라들이 판을 짜 놓은 뒤에는 한국의 주장을 내세울 여지가 거의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가 TPP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과 같은 다자간 협상으로 무역 질서를 재편하려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양자 간 협상에만 지나치게 몰두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많다. 국내외 사정에 따라 협상을 중간에 포기하더라도 TPP 협상 테이블에는 진작 앉았어야 했건만 ‘기존 협상 참가국과 대부분 FTA를 체결하고 있어 원하기만 하면 언제라도 TPP에 합류할 수 있다’는 다소 안이한 논리로 관망만 했다는 지적이다. 한국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발 빠르게 협상 참여를 선언한 일본 등과 비교할 때 더욱 대비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언론은 한국의 TPP 참여 의사 표명을 한국이 일본에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의 움직임은 라이벌인 일본의 무역자유화로 (한국이)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프로먼 USTR 대표의 반응에 대해 “미국이 당초 올해 말까지 TPP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목표가 달성되면 한국이 기존 참여국의 승인을 받기 전에 TPP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는 원론적 얘기를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공식적으로 TPP 참여에 대해 협의한 바는 없지만 TPP의 정식 출범이 연내가 아니라 내년 상반기까지 미뤄질 수도 있어 시간 여유가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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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대석]미국 과학공학 명예의 전당 오른 이성규 교수

    《 “KB요? ‘Korean Bozo(한국 멍청이)’의 약자입니다. ‘나 같은 멍청이도 이렇게 성공했는데 다른 한국인들은 얼마나 큰일을 해내겠느냐’는 뜻입니다. 하하하.” 지난달 미국 실용과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과학공학 명예의 전당(ESHF)에 오른 이성규 오하이오대 석좌교수(61)는 자신의 애칭 ‘KB’의 뜻을 묻자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이성규라는 이름보다 ‘KB’로 통한다. 명함에도 성과 이름 사이에 KB라고 적혀 있다. 다시 그의 말이다. “원래 KB는 ‘Korea's Best’, 즉 한국의 최고라는 뜻이었습니다. 유학 오기 전 한국 친구들이 미국 가서 공부 잘하라며 지어 준 거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당돌한 별명이었죠. 어떻든, 그 녀석들이 지어 준 별명을 여태 달고 살았으니 의리를 지킨 셈이죠.” 이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대체에너지 셰일가스 개발의 권위자로 통한다. 요즘 미국에는 셰일가스를 파내느라 도시 전체가 건설 현장처럼 변한 곳이 많다. 풍부한 매장량과 저렴한 가격의 셰일가스는 세계 경제를 회복시킬 만큼 장래성이 높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부상했다. 》이 교수는 아무도 셰일가스의 장래성에 관심을 두지 않던 30여 년 전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추출법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땅속 바위틈에 퇴적돼 뽑아 올리기 힘든 셰일가스를 추출하는 데 물 대신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그의 발명 덕분에 세계 셰일가스 생산은 60% 증가하고 생산 비용은 4분의 1로 줄었다. 많은 에너지업체가 그가 개발한 추출법을 이용하고 있다. 대표적 에너지기업 셰브론은 회사 웹사이트에 ‘이성규 박사에게 감사한다’는 문구를 싣고 경의를 표할 정도다.미국 셰일가스 개발 권위자 이 교수는 이런 공로 등을 인정받아 올해 미국 과학공학 명예의 전당 회원으로 선정됐다. 명예의 전당에는 세계 최고의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 형제, 반도체를 창안한 잭 킬비 등 과학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들이 회원에 올라 있다. 올해 그와 함께 입성한 회원도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기를 발명한 마틴 쿠퍼 박사 등 쟁쟁한 인물들이다. 회원이 되면 명예의 전당에 초상화가 걸리고 미국 교과서에 연구 업적이 소개되는 영광을 누린다. 이 교수는 지난달 14일 전당 입회식에서 “이제 연구를 그만두고 쉬려고 했는데 다른 회원들의 업적을 따라가려면 은퇴 계획을 늦춰야 할 것 같다”는 유머러스한 소감을 남겼다.어느날 깨어보니 아무소리 안들려 이 교수는 1977년 미국에 건너와 34세의 젊은 나이에 애크런대 석좌교수에 올랐고 1997년 미주리대를 거쳐 2010년 오하이오대로 스카우트돼 ‘지속 가능 에너지 및 신소재 연구소(SEAM)’를 이끌고 있다. 미국 특허 34건, 국제 특허 87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화공학도의 필독서인 화공학백과(ECP)를 저술했다. 수월하게 성공 가도를 달려온 듯하지만 연구생활 초기에는 고생의 연속이었다. 한국 토종 과학자로 20대 중반에 미국에 건너온 그에게 선뜻 연구 지원금을 내주는 기업은 없었다. “교수 임용 초기에 12번 연속 연구과제 제안서를 거절당했습니다. 13번째 미국전력연구소(EPRI)에 제출한 과제로 처음 연구비를 받는 데 성공했습니다. ‘나도 이제 미국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400∼450건의 연구과제 제안서를 제출했다. 그중 지원금을 받은 과제는 116건이니 300건 이상이 퇴짜를 맞은 셈이다. 세계적인 과학자인 그도 연구과제 4건당 3건이 낙방한 셈이다. 이런 어려움을 딛고 이룬 그의 성공이 더욱 의미가 깊은 것은 그가 성공의 정점에서 갑작스레 찾아온 장애(청각)를 이겨 낸 것. “어느 날 일어나 보니 세상이 조용했습니다. 아무 소리도 안 들렸습니다.” 2007년이었다. 55년 동안 아무 일 없이 잘 들리던 귀가 멀어 버린 것이다. 갑자기 적막의 세계에서 살려니 충격은 엄청났다. 더구나 연구가 전성기였을 때 닥친 일이었기에 더 힘들었다. 기계 작동음을 듣거나 동료와 연구 결과를 상의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물론 물건을 사고 음식을 주문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부닥치는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사고를 당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의사들도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좀 흘러 제가 좀 마음의 여유를 찾을 때쯤 친구들이 ‘머리를 너무 많이 돌려 귀가 고장 난 것’이라고 농담하며 위로하더군요.” 그는 한동안 많이 방황했다. 그동안 너무 승승장구해 하늘이 내린 ‘벌’인가 하는 자책도 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연구실로 돌아왔다. 한쪽 귀에 인공 와우 이식술을 받고 어느 정도 청력도 회복했다. 결국 그를 다시 연구실로 부른 것은 학문에 대한 열정이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수많은 실패를 겪습니다. 실패를 겪을 때 언제나 ‘나는 이 좌절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다짐했습니다. 청각장애도 뛰어넘을 수 있는 좌절이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었지요.” 미국 사회가 갖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도 그가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됐다. 미국인들은 동정이 아닌 이해의 눈길로 그를 바라보며 도움의 손길을 곳곳에서 뻗어주었다. “인공 와우 이식을 받았다 해도 작은 소리는 잘 못 알아듣습니다. 강의 시간에 학생들의 질문이 안 들려 난감한 때가 많았지요. 그러면 학생들이 서로 도와 가며 뒷자리 질문 내용을 앞자리까지 릴레이식으로 전달해 줍니다. 학생들이 연구실에 교대로 찾아와 전화도 받아 주고요. 제가 잘 들을 수 없어서 전화 회의를 할 수 없을 때는 학교 측에서 중간 전달을 담당할 사람을 금방 보내 줍니다. 제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미국에서는 장애인을 돕는 것이 생활화돼 있기 때문이죠.” 이번 인터뷰도 전화가 아닌 e메일을 10여 차례 주고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교수는 “가장 큰 바람이 있다면 이번 명예의 전당 입성이 청각장애인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 화공학계에서 순수 연구보다 산업 활용도가 높은 실용 연구를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가 성공시킨 연구로는 굿이어타이어와 개발한 폐타이어 활용 기술, 킴벌리클라크와 연구한 기저귀 관련 재료, 석유업체 토탈피나엘프와 개발한 합성수지 공정 개선 등이 꼽힌다. 그는 산업 연구에 집중하는 것에 대해 “학계의 주류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연구과제나 남들로부터 각광 받는 과제는 제 차례가 아니었습니다. 세계적인 연구 중심 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학파나 널리 알려진 그룹의 일원으로서 연구할 기회가 별로 없었지요. 하지만 욕심 내지 않고 산업체와 연계되는 작은 과제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화공 분야 일을 맡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산업계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연구 위탁이 늘어났습니다.” 한국의 공대들에 줄 조언을 묻자 그는 “한국 상황은 잘 모른다. 다만 미국이 과학 최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산학협력 체제가 잘 굴러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학교와 기업 간에 벽이 없습니다. 미국 기업들은 뛰어난 자체 연구소도 운영하지만 학교에도 연구를 맡겨 선의의 경쟁을 유발합니다. 기업은 학교와 손을 잡는 것을 격이 떨어진다거나 베풂의 차원에서 보지 않고 ‘투자한 만큼 걷어 간다’는 시각에서 봅니다. 연구실 회의 때 기업 담당자도 참석해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렇다’는 의견을 내놓습니다.”기초과학 탄탄해야 혁신-융합 가능 이 교수는 지금은 대기업과의 공동 연구를 주로 하지만 초기에는 학교 주변 작은 기업의 연구를 담당하며 실력을 키웠다. 처음 연구 생활을 시작한 애크런대는 주변에 자동차부품 업체가 많았다. 그는 “작은 기업의 연구를 하며 산업 현장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의 연구 환경도 오랜 불황에 따른 경기 침체와 자금 부족, 근시안적인 연구과제, 유행 연구 분야 쏠림 현상, 연구실과 강의실의 연계 부족 등으로 예전 같지 않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기초과학이 탄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빠른 과학기술 발전 속에서 ‘혁신’ ‘융합’ 같은 단어들이 많이 오르내립니다. 그렇지만 튼튼한 기초가 있어야만 혁신과 융합이 가능합니다. 성공한 우리 전통음식 비빔밥에서 보듯이 먼저 재료가 잘 준비되고 정성이 들어가야 오묘한 맛이 나오지 않습니까.” 이 교수는 연구의 대가이지만 연구실보다 강의실을 더 좋아한다고 했다. 아직도 칠판에 한가득 백묵가루를 휘날리며 강의를 한다. 강의 부담이 적은 석좌교수건만 지금도 매 학기 3과목씩 가르친다. 청각장애도 그의 강의 열정 앞에서는 장애물이 될 수 없다. “저학년 학생들을 대강당에 한가득 모아 놓고 화공학 필수과목을 강의할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나 같은 구세대 학자가 미래 사회 리더들에게 지식의 전수식을 하는 것이 바로 강의인데 이보다 더 흥분되고 즐거운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워싱턴에서:: 이성규 교수 ::―전남 강진 출생―경기고,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석사―1977년 미국 유학.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박사―애크런대(1980∼97년), 미주리대(1997∼2010년), 오하이오대 교수(2010년∼현재) ―2013년 11월 미국 과학공학 명예의 전당(ESHF) 회원 선정 ―‘오일 셰일 테크놀로지’ 등 화공학 저서 11권 저 술, 화공학백과(ECP) 저술―미국특허 34건, 국제특허 87건 보유인터뷰=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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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NN “미래모습 궁금하면 한국에 가보라”… 세계1위 10가지 소개

    ‘면적은 세계 109위(남한 기준)의 작은 나라지만 남보다 앞서는 것이 이렇게 많다.’ 미국 CNN은 27일 한국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하는 10가지를 꼽으며 이런 것들을 체험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으라’고 조언했다. 우선 인터넷 보급률과 스마트폰 이용률이 각각 82.7%와 78.5%로 “한국인들은 네이버와 카카오톡을 즐기고 스마트폰으로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한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는 스마트폰이 장착된 자동차를 팔고 삼성과 LG는 커브형 스마트폰을 선보이는 등 기업들이 첨단기술을 활용한 정보기술(IT) 제품을 많이 내놓는다고 밝혔다. 이어 높은 신용카드 이용도가 꼽혔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작은 액수도 신용카드로 물건을 살 수 있고 모든 영업용 택시가 신용카드 결제기기를 갖추고 있다. 미국인들의 연평균 신용카드 사용 횟수가 77.9회인 데 비해 한국인들은 129.7회다. 한국은 신용카드 상용화 덕분에 쇼핑하기 좋은 나라 상위권에 올라 있다. 일중독(워커홀릭) 현상도 두드러져 밤늦게까지 불 켜진 건물이 많다. 한국인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4.6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2.8시간보다 훨씬 많다. 이는 고등학교 졸업률이 98%, 대학 졸업률이 63%에 이를 정도로 높은 한국의 학구열과 연관이 있다. 폭탄주가 오가는 회식 문화로 회식에 빠지는 사람에게는 무례하거나 따분한 사람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한국인들의 술 소비가 많은 덕분에 진로 소주는 지난해 11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술에 올랐다. 화장품 트렌드도 빠르게 바뀌어 달팽이 크림, 제주도산 진흙팩 등 ‘혁신적’ 재료의 화장품들도 많다. 한국 출신 여성 골퍼들이 세계를 주름잡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가 2008년 회원들에게 영어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한 것은 한국 여성 골퍼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고 CNN은 전했다. 방송은 한국에서는 인터넷 게이머가 높은 수입과 인기를 누린다며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절반 이상이 한국에서 팔렸을 정도라고 소개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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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인청년 외침으로… 오바마 연설 중단 소동

    “강제 추방을 멈춰 주세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이민개혁에 대해 연설하던 중 무대 뒤편에서 이런 외침이 들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깜짝 놀라 뒤돌아봤지만 외침은 계속됐다. “불법 체류자인 우리 가족은 추수감사절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 불법 이민자 1150만 명이 추방되지 않도록 행정명령을 발동해 달라.” 외침의 주인공은 지난해 버클리대를 졸업하고 현재 하버드대 연구인턴으로 있는 한인 청년 홍모 씨(24)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베티 옹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세계 각국 이민자들이 무대 뒤편에 도열한 가운데 이민개혁법 통과를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홍 씨를 달래려 했지만 다른 사람들도 합세해 “추방을 멈추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이 홍 씨를 퇴장시키려고 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만류하며 “젊은이들의 열정을 존중한다. 그러나 우리의 민주적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법 이민자들에게 합법적 미국 체류의 길을 열어주는 이민개혁법은 올 6월 상원을 통과했으나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상정되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의회 동의가 필요 없는 행정명령을 발동해 강제 추방을 막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시간이 걸리지만 의회 절차를 통해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시아학생이민권연합(ASPIRE) 등 이민운동 단체에서 활동하는 홍 씨는 오바마 대통령 연설 도중 자신이 불법이민자라고 공개한 것에 대해 “침묵은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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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고위급 비밀접촉 하라” 특명… 美-이란, 오만서 9차례 회동

    이란과 P5+1(유엔 상임이사국 5개국+독일) 간에 타결된 이란 핵프로그램 중단 합의는 최근 8개월간 미국과 이란의 비밀 고위급 양자회담의 결과물인 것으로 밝혀졌다. 24일 AP통신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취임 후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 화해 제스처를 보였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포기하지 않고 올 3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이란과 P5+1의 1차 협상 후 윌리엄 번스 국무부 부장관과 잭 설리번 조 바이든 부통령 선임 외교보좌관에게 이란 측과 고위급 비밀 회담을 열라는 특명을 내렸다. 이후 오만의 술탄 카부스 빈 사이드 국왕의 주선으로 미국과 이란은 오만에서 9차례 비밀 회동을 가졌다. 9월 오바마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전화 통화 뒤 양국 관계가 개선된 것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많은 대화가 이뤄져 왔던 것. 오바마 대통령은 로하니 대통령과 정식 통화한 뒤에야 이스라엘과 P5+1(미국 제외)에 그동안 이란과 비밀 회담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알렸다. 화가 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유엔총회 연설에서 “로하니는 양의 탈을 뒤집어쓴 늑대”라고 강력 비난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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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농축 우라늄 포기에 70억달러 제재 완화

    이란과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 간의 이란 핵협상이 24일 타결됐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3차 협의에서 이란 핵프로그램과 관련해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관련국들은 나흘간의 마라톤협상을 펼친 끝에 이날 오전 3시 제네바의 유엔 유럽본부(UNOG)에서 합의문에 서명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협상 타결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합의는 10년간의 교착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첫 단계”라며 “이번 합의는 6개월간 적용되는 ‘초기 합의’이며 6개월 동안 이란 핵문제의 영구적 해결을 위한 포괄적 합의가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이란이 핵프로그램을 일시 중단하는 대신 제재를 일부 완화해 주는 내용이다. 이란이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추가 제재가 취해진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 비율을 5%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농축 비율 5%는 에너지 생산용으로는 충분하지만 서방 국가들이 우려하는 핵폭탄 제조는 불가능하며 추가 농축이 필요한 수준이다. 그러나 농축 비율을 3.5%로 더 낮추려는 P5+1의 요구는 관철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란이 3.5% 농축 우라늄 생산 권리를 최종적으로 인정받게 될 경우 ‘예외적 인정’ 논란 소지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외국과 새로 체결하는 원자력 협정에서 해당국이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권리를 포기하는 내용을 관철하려 해 왔기 때문이다. 이란이 이미 생산해 보관하고 있는 무기화가 가능한 20%의 고농축 우라늄은 희석시키거나 산화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란은 새로운 원심분리기를 설치하지 않고 농축 시설도 새로 건설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가동 중인 1만9000개에 달하는 원심분리기와 농축 시설을 해체하는 방안은 수용되지 않았다. 협상의 핵심 쟁점이던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리는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되 핵확산금지조약(NPT)이 명시한 평화적 핵개발 권리는 인정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그동안 이란이 줄기차게 핵개발 권리를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핵 주권 인정은 이란의 중요한 승리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은 이란의 합의 이행 대가로 60억∼70억 달러 규모의 제재 완화에 나서기로 했다. 케리 장관은 “이란은 해외에 묶여 있는 석유 자산 중 42억 달러를 회수할 수 있게 됐고 19억 달러 상당의 석유화학제품, 차량 관련 품목 등을 외국에 수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협상 타결 후 “이번 합의는 세계적인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중요한 첫 번째 진전”이라며 “이란이 향후 6개월 동안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제재 완화를 철회하고,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번 합의는 새 지평을 열었다”며 “이란의 ‘핵 주권’ 문제와 관련해 ‘협상안에 핵 농축을 계속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며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협상에 비판적이던 미 의회는 그동안 추진해 온 추가 이란 제재 방안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합의는 이란이 원하는 것을 모두 수용해 준 나쁜 합의”라며 강하게 비난했다.워싱턴=정미경 mickey@donga.com   파리=전승훈 특파원}

    • 201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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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NSC 亞담당 보좌관 “美입장서 한일갈등은 가족이 싸우는 것”

    한국과 일본의 관계 악화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난제로 부상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 보도했다. NYT는 “그간 미국에서는 한일 갈등을 ‘위험한 국수주의자’로 통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탓이라고 보는 시각이 강했으나 9월 박근혜 대통령과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의 회담 이후 분위기가 변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박 대통령이 헤이글 장관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가 없다’고 비판했다”며 “이 회담은 미 외교가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를 위해 한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군사적 증강을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에번 메데이로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24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갈등은 미국에는 가족이 싸우는 것과 같다”며 “미국이 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는 같은 날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집단 자위권 행사는 최종적으로 일본 국민의 문제”라며 일본에 대한 지지의 뜻을 내비쳤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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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日의 집단자위권 행사, 한국과 조율 중요”

    미국 국방부는 21일 한반도 내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 논란과 관련해 “미국과 일본 양국은 한국 정부와 긴밀한 조율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국방부 대변인실은 이날 ‘미국이 일본의 집단자위권 대상에 한반도를 포함시켰다’는 내용의 한국 모 언론보도와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과 일본은 지난달 외교·국방 장관(2+2) 회담에서 공통의 안보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한국과 긴밀하게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해당 보도가 미국의 동북아 정책을 잘못 규정하는 방향으로 국방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했다”며 해당 언론의 보도 내용을 반박한 뒤 “인용된 국방부 고위당국자의 발언은 2+2 회담에서 언급된 내용들을 반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2+2 회담에서 미국은 동북아 역내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려는 일본 정부의 노력을 환영했다”며 “집단자위권은 국제법 내에서 오랫동안 성립된 개념으로 일본 국민들에 의해 결정될 사항”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패권 경쟁을 하고 있는 미국은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갈수록 악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 보도했다. FT는 “한국은 한일관계 악화에 대해 미국이 당황하는 것을 알지만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공식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 반면 일본은 식민 지배 문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됐는데 한국이 계속 부각시키는 것에 대해 ‘한국 피로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한일관계 악화는 현재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전략적 도전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은 “한국 정부에 가장 큰 이슈는 위안부 문제”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만약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지 일주일 후에 일본 정치인이 또다시 망언을 해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의 한 고위 관리는 “미국은 한일관계가 악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미국이 나서 중재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며 “우리는 두 나라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만한 환경을 조성해주길 원한다”고 밝혔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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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의사진행 방해 ‘필리버스터’ 제동

    미국 상원은 21일 고위공직자 인준안에 대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어렵게 하는 일명 ‘핵옵션(nuclear option)’ 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은 이날 절차표결의 가결 정족수를 현행 60표에서 51표로 낮추는 ‘투표종결 절차표결 정족수 변화’ 법안을 찬성 52표, 반대 48표의 근소한 차로 통과시켰다. 상원에만 있는 필리버스터는 소수당이 표결로 다수당을 이길 수 없을 때 전체회의에서 장시간 토론으로 표결을 합법적으로 저지하는 행위다. 표결을 진행하기에 앞서 필리버스터를 막는 ‘토론 종결’에 대한 절차표결을 실시한다. 지금까지는 토론 종결에 60표 이상이 필요했는데 이번 법안 통과로 51표만 있으면 된다. 민주당은 현재 상원에서 55석(53석과 민주 성향 무소속 2석)을 차지하고 있어 필리버스터를 막고 인준안을 표결에 부칠 수 있게 된 것이다. 법안이 핵옵션으로 불리는 것은 필리버스터가 일반화되다시피 한 미 의회 관행에 핵폭탄급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연방대법관 지명자 인준안의 필리버스터 차단 정족수는 현재처럼 60표이다. 또 일반 법안도 필리버스터를 막으려면 지금처럼 60표가 필요하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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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간 미군, 최소 2024년까지 잔류한다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은 내년 말 미군 철수 후에도 미군을 아프간에 주둔하게 한다는 내용의 상호안보협정(BSA)을 20일 체결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아프간 정부가 이날 공개한 협정 내용에 따르면 미군 일부는 2014년 미군 철수 후에도 잔류해 아프간군 훈련, 정보 교류 등 지원 업무를 맡게 된다. 그러나 전투에는 투입되지 않는다. 잔류할 미군 규모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5000∼1만 명이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미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잔류 시한은 10년 단위로 결정되기 때문에 미군이 적어도 2024년까지 머물 것이라고 아프간 정부는 밝혔다. BSA 체결의 핵심 쟁점이던 미군의 사법 관할권은 전적으로 미국에 맡기기로 했다. 미군 기소, 재판, 처벌권은 미국에 양도되며 미군 시설과 구역 통제권도 미국이 담당한다. 미국은 2014년 말까지 아프간 철수를 완료하겠다고 2011년에 발표한 뒤 아프간에 잔류할 미군의 법적 지위와 군사작전 참여 범위에 대해 아프간 정부와 치열한 협상을 벌여 왔다. 양국 협상에서 최대 관건이던 사법권 문제는 미국의 의도대로 관철됐다. 미국은 그동안 사법권이 양도되지 않으면 아프간에서 완전 철수하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미국은 이라크 정부와의 협상에서 사법권 문제가 관철되지 않자 2011년 말 이라크에 주둔하던 미군을 전면 철수했다. 하지만 사법권 양도는 아프간 부족 원로회의 ‘로야 지르가’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500여 명에 이르는 아프간 부족장들은 21일부터 카불에서 열린 회의에서 협정 내용을 논의한다. 다만 부족장 회의는 협정을 거부하지 않고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최종 결정을 내리도록 위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의안이 발효되려면 아프간 의회 승인도 거쳐야 한다. 논란이 됐던 미국의 사과 문제는 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아프간 정부는 미국이 사법권을 갖는 대신 아프간 전쟁 12년 동안 발생한 민간인 사망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사과 서한을 아프간에 전달하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나 케리 장관은 “사과 문제는 논의되지도 않았고 카르자이 대통령이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아프간 전쟁에서 많은 미군이 사망했는데 미국이 사과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일축했다. 이번 협정은 가택수색 작전권을 아프간군에 넘기는 것이 미국의 유일한 양보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타결된 것으로 평가된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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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년전 그날을 기리며… 오바마의 ‘케네디 데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일 50년 전 46세의 젊은 나이에 암살된 존 F 케네디 대통령 추모 행사에 잇따라 참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16명에게 자유훈장을 수여했다. 자유훈장을 제정한 케네디 전 대통령은 훈장 수여 행사를 2주일 앞두고 암살됐다. 올해 수상자는 클린턴 전 대통령,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미국 여성운동의 대모 글로리아 스타이넘, 벤 브래들리 전 워싱턴포스트 편집장 등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는 케네디 전 대통령이 자유훈장을 제정한 지 50년이 되는 해여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와 함께 버지니아 주 알링턴 국립묘지 내 케네디 묘역을 참배했다. 꺼지지 않는 ‘불멸의 불꽃’이 타오르는 가운데 네 사람은 케네디 전 대통령과 부인 재클린 여사의 묘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저녁에는 스미스소니언 미국역사박물관에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등 역대 자유훈장 수상자들을 초청해 만찬을 열었다. 그는 ‘케네디의 유산’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케네디 전 대통령의 굳건한 이상주의는 이 나라를 바꿀 힘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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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밖에선 우방이… 안에선 의회가 태클, 2차 이란 핵협상 오바마 ‘이중고’

    이란과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독일)의 핵협상이 20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 본부에서 사흘 일정으로 열렸다. 유럽연합(EU) 캐서린 애슈턴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오후 P5+1 대표들과 함께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과 만나 앞으로 협상 진행을 위한 첫 회의를 가졌다. 이날 협상을 앞두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국내외 반대파 설득을 위한 막판 총력전을 벌였다. 그러나 의회와 이스라엘 등 동맹국의 반대가 거세지고 있어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우세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오전 상원 주요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간사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이란 제재 법안 처리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의회에 제출한 2014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는 이란 추가 제재안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상원 위원장들을 만난 지 2시간도 되지 않아 존 매케인, 찰스 슈머 등 유력 상원의원 6명은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은 이란에 지나치게 관대한 합의안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원 외교위원회의 에드 로이스 위원장과 엘리엇 앵글 간사도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오바마 행정부가 내놓은 협상안이 걱정스럽다. 이란의 핵 개발을 도와줄 뿐”이라고 경고했다. 미 의회가 협상에 견제구를 날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앞서 협상 타결에 반대하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17일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이란 공습 방안 논의에 들어갔다. 오바마 행정부는 시리아 사태에 이어 이란 협상에서도 외교적 해결에 기대를 걸고 있다. 건강보험 개혁안 논란 등 국내 악재도 많아 이란 협상은 오바마 행정부에 절실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월스트리트저널 기업인 모임 연설에서도 “미국의 협상안대로 이란 제재를 완화하더라도 이란은 아직 금융, 석유 수출 제재를 많이 받고 있다”며 막판 설득 작업을 벌였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이 6개월 동안 핵 시설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이란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협상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의회에서는 한 번 해제된 제재를 다시 가동하는 것은 어려우며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이란이 약속을 지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주장이 상원과 하원, 민주당과 공화당 가릴 것 없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협상 당사국들은 이란과의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19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했다. 영국 총리실은 “캐머런 총리가 로하니 대통령에게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우려를 전달하고 투명성 확보 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현직 영국 총리와 이란 대통령의 통화는 2002년 토니 블레어 총리와 무함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통화 이후 11년 만이다. 이에 앞서 로하니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전화 회담을 하고 “이란에 대한 서방국들의 너무 과도한 요구가 협상 타결을 막을 수 있다”며 지지를 요구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협상 개시 직전 “주권국가로서 이란이 갖는 핵 주권을 지켜내는 것이 협상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정미경 mickey@donga.com파리=전승훈 특파원}

    • 201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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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린턴 단발머리-바이든 선글라스에 깊은 뜻이?

    ‘패션을 보면 메시지가 보인다’ 2008년 미국 대선 캠페인 당시 날렵한 커트머리에 세련된 정장 차림으로 유세장을 누볐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장관 재직 시 후줄근한 검정 정장 차림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랬던 클린턴 전 장관이 최근 디자이너 오스카 드 라 렌타의 수백만 원짜리 럭셔리 슈트를 입고 공식 석상에 등장하고 있다. 헤어스타일도 짧은 단발로 바꿨다. 패선 전문가들은 “백 마디 말보다 더 강력한 무언(無言)의 패션 메시지로 차기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의 고가(高價) 패션은 보수층 유권자를 끌어안기 위해 대선 공약을 ‘우향우’하겠다는 메시지도 내포했다는 지적이다. 차기 대선후보로 떠오르는 미 정치인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패션 스타일을 선보인다. 이들의 패션을 단지 패션으로 보면 안 된다. 그 속에는 대선후보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고도의 정치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고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16일 분석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의 애용하는 레이밴 에비에이터 선글라스는 ‘막후 해결사’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다. 바이든 부통령은 클린턴 전 장관보다 대선후보로서의 대중적 인기는 떨어지지만 정쟁 조정자로서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선글라스를 이용한다. 재정절벽, 부채한도 등 정치적 갈등이 있을 때마다 막후에서 화려한 협상술을 선보인 바이든의 해결사 이미지는 비밀 첩보원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선글라스를 통해 극대화되고 있다. 지난달 연방정부 잠정폐쇄(셧다운) 사태를 주도한 텍사스 출신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어디를 가나 꼭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다닌다. 여기에는 양보나 타협보다 총 한 방의 결투로 승자를 결정짓는 카우보이식 민주주의가 반영돼 있다. 크루즈 의원의 카우보이 부츠 패션의 선배는 같은 텍사스 출신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다. 최근 재선에 성공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애용하는 파란색 파카에는 ‘실용파 정치인’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양복보다 ‘뉴저지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파카를 허리케인 샌디 이후 즐겨 입고 다닌다. 주민을 위해서라면 공화당의 노선에 구애받지 않고 민주당과도 협력하는 실사구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담겨 있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성조기를 연상시키는 줄무늬 다자인 넥타이를 즐겨 착용하는 것은 쿠바 이민가정 출신으로 애국심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강경 진보 성향으로 ‘싸움닭’ 이미지가 강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베이지나 회색 정장을 포기하고 최근 화려한 원색 의상으로 돌아선 것은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이미지 변신 차원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또 정부 간섭 배제를 주장하는 리버테리언인 랜드 폴 상원의원이 즐겨 입는 헐렁한 정장 패션은 ‘구속을 싫어한다’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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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터 베이커 NYT 백악관 기자가 쓴 ‘불의 날들’ 속 부시의 대북정책 뒷이야기들

    “쟤네들 이 정도밖에 못 만들어?”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이 실패했다는 보고를 받은 후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핵실험을 예고하며 국제사회를 긴장시켰던 북한의 기술력이 예상보다 너무 뒤떨어지자 부시 대통령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북한 핵기술에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11일 미국에서 발간된 책 ‘불의 날들(Days of Fire): 백악관의 부시와 체니’가 밝혔다. 20년 넘게 백악관 취재를 했던 피터 베이커 뉴욕타임스 기자가 쓴 이 책에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얽힌 뒷얘기가 다수 등장한다. ‘악의 축’ 발언, 6자회담, 핵미사일 실험 등 북한 관련 사건이 많았던 부시 행정부의 대북 기조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이 책에 따르면 당시 부시 대통령은 핵실험 1시간 전 중국으로부터 실시 예정 통보를 받았다. 부시 대통령은 곧바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은 중국에 창피한 날이다. 김정일이 완전 당신을 무시한 것”이라며 쓴소리를 던졌다. 그러면서 “북한에 더 따끔하게 (도발을 못하도록) 얘기해 달라”고 주문하며 전화를 끊었다. 책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부시의 냉랭한 관계에 대한 일화도 담겨 있다. 2001년 부시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통화에서 김 대통령이 5분 동안 대북 햇볕정책을 장황하게 설명하자 “뭐 이렇게 순진한 사람이 있어” 하며 보좌관에게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김 대통령에 대한 보고서를 즉시 만들어 올리도록 지시했다. 김 대통령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부정적 인상은 이날 5분간의 통화에서 완전히 굳어져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2002년 부시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밝힌 ‘악의 축’에는 당초 이라크만 포함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이라크를 침공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까봐 북한과 이란을 덤으로 추가했다는 내용도 있다. 또 당초 ‘증오의 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려 했으나 부시 대통령이 ‘악(evil)’이라는 단어를 워낙 좋아해 막판에 연설담당 보좌관이 ‘악의 축’으로 바꿨다. 부시 대통령은 ‘2·13 합의’에 따른 핵시설 불능화 조치로 북한이 2008년 6월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는 과정을 TV로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다.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국무장관이 “냉각탑 폭파는 시각적 효과에 불과하며 다시 냉각탑을 지을 수도 있다”고 충고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폭파 장면을 지켜보며 “저게 바로 검증 가능한 비핵화 조치야”라고 말하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부시 대통령은 1기에는 딕 체니 부통령의 영향으로 북한에 강경하게 나갔다. 그러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여파로 ‘전쟁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질까봐 2기에는 라이스 장관의 충고를 받아들여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 등 유화책으로 전환했다. 체니 부통령이 반발할 때마다 부시 대통령은 “(유화 조치들이) 사실 알맹이 없는 것들”이라며 달래기에 바빴다고 책은 전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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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美본토 타격 가능 잠대지 핵미사일 배치”

    중국이 잠수함에서 발사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잠대지 핵탄도미사일을 올 연말까지 전력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의회 보고서가 평가했다. 미국의 군사전문 매체 디펜스뉴스가 11일 공개한 미 의회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 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중국이 운용 중인 094형 진(晉)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SSBN)이 올 연말까지 사정거리 7000km의 잠대지 탄도미사일 쥐랑(巨浪)2를 탑재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은 이미 3대의 094형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2대를 추가로 배치할 예정이다. 중국은 지상에서 발사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지대지 핵 탄도미사일은 이미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지상 기지나 이동발사대(TEL)에서 발사되는 핵 탄도미사일은 발사 전 상대방 국가의 항공 전력이나 미사일에 선제 공격당할 수 있다. 보고서는 “중국군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해상 기반(sea-based) 핵 억제력을 처음으로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군사력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앞으로 5∼10년에 아시아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094형에 이어 095형 크루즈미사일 탑재 원자력 추진 잠수함, 096형 탄도미사일 탑재 원자력 추진 잠수함도 개발 중이다. 094형 잠수함의 후속 기종인 096형 잠수함은 중국 핵 억제력의 작전 반경과 기동성, 은밀성, 공격력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중국 공군은 올 6월 장거리 공대지 크루즈미사일을 장착한 전략 폭격기 H-6K 15대를 일선 부대에 배치했다. H-6의 최신형 모델인 H-6K는 미국령 괌과 일본을 포함한 서태평양의 수상 및 지상 목표를 타격할 능력을 갖췄다.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둥펑(東風)-21D 지대함 탄도미사일은 사정거리가 1500km로 비록 괌까지 닿지는 않지만 서태평양의 미군 함정에 큰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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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2000만달러 원조-항모 급파… 中은 10만달러 그쳐

    막대한 태풍 피해를 본 필리핀에 미국이 항공모함을 급파하는 등 국제사회가 구호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 국방부는 12일 집중 피해 지역인 레이테 섬 주변에 항모 조지워싱턴을 급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홍콩에 정박 중인 조지워싱턴은 2, 3일 내로 피해 지역에 도착하게 된다. 미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는 11일 2000만 달러를 긴급 원조해 피해 지역의 임시 숙소 건설과 식량 식수 의료품 구입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의료 지원 등을 위해 자위대 50명을 필리핀에 파견하고 1000만 달러(약 107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필리핀 중부에 사는 일본인은 약 130명. 그중 30명은 안전이 확인됐지만 나머지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인근 싱가포르에 정박 중인 함정 1척을 필리핀에 보내는 한편 총 1600만 달러의 지원금을 보내기로 했다. 중국 외교부 친강(秦剛) 대변인은 12일 “1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필리핀과 갈등을 벌여 온 만큼 묵은 감정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지원 규모로 결정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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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EU 등 긴급구조 나서… 유엔선 피해조사 시작

    국제사회가 슈퍼 태풍 하이옌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필리핀을 돕기 위한 긴급 구조에 돌입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9일 필리핀에 보건, 식수 지원을 위한 초기 구호 자금 10만 달러를 전달했다. 미 국방부는 태평양 사령부를 통해 헬리콥터와 항공기 등 수송 장비와 해양 수색 구조 장비를 투입했다. 미 국가개발처(USAID)는 현장에 재해지원대응팀을 급파해 생존자 수색 작업에 들어갔다. 구글은 피해 지역 주민들의 생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인터넷 검색 서비스 ‘퍼슨 파인더’를 개시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에서 “필리핀에서 발생한 대규모 인명 손실과 엄청난 국가 인프라 피해에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유엔 재난평가조정팀(UNDAC)은 태풍으로 큰 타격을 입은 타클로반 지역에 도착해 피해 조사에 착수했으며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과 세계식량계획(WFP)도 필수품 조달을 위해 피해 지역에 도착했다. 유럽연합(EU)의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집행위원장은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집행위는 필리핀 정부를 돕기 위해 팀을 파견했다”고 밝혔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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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FDA “트랜스지방 안전하지 않다” 전면 금지 추진

    미국 보건당국이 트랜스 지방을 가공식품에 사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7일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트랜스 지방은 음식에 사용하기에는 안전하지 않다는 잠정 결론에 도달했다”며 “60일간 의견을 청취한 뒤 금지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침이 최종 확정되면 트랜스 지방은 ‘식품 첨가제’로 분류돼 규정에 따른 허가 없이는 식품에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다만, FDA는 관련 업계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트랜스 지방을 식품에 첨가하고 있는 업체들에 대해서는 성분을 조정할 수 있도록 준비 기간을 주기로 했다. 마거릿 햄버그 FDA 국장은 “미국에서는 지난 20여 년간 해로운 트랜스 지방의 사용이 줄었지만 여전히 공공 보건에 대한 심각한 우려로 남아있다”며 “트랜스 지방이 금지되면 한 해 심장마비 환자 2만 명, 심장질환 사망자 7000명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트랜스 지방은 식물성 기름에 수소를 첨가해 만든다. 식품 저장 기간을 늘려주고 맛을 살려주는 효과를 내기 때문에 패스트푸드 업체와 제과 업체들이 주로 사용해왔다. 마가린 커피크림 감자튀김 냉동피자 빵 케이크와 전자레인지용 팝콘 등에 많이 들어 있다. 트랜스 지방은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좋은 콜레스테롤을 줄여 심장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20년 전 발표된 후 미국 내에서 금지 목소리가 높아졌다. 2006년 FDA가 트랜스 지방 사용 여부를 제품에 표기하도록 의무화하자 많은 식품업체가 자발적으로 트랜스 지방 사용을 중단했다. 뉴욕 시는 2007년부터 식당에서 트랜스 지방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제했으며 캘리포니아 주를 비롯해 클리블랜드 필라델피아 등이 규제 대열에 동참했다. 맥도널드는 패스트푸드 업계에선 처음으로 2008년부터 감자튀김 등에 사용하는 기름을 트랜스 지방이 함유된 기름에서 옥수수유 카놀라유 등으로 바꿨다. 던킨도넛, 타코벨 등 다른 패스트푸드 체인들도 트랜스 지방을 사용하지 않는다. 미국인들의 트랜스 지방 섭취율은 2006년 하루 평균 4.6g에서 지난해 1g으로 감소했다. 트랜스 지방을 가장 먼저 금지한 나라는 2003년 덴마크이며 스위스 오스트리아 아이슬란드 등 유럽 국가들이 주로 금지하고 있다. 한편 국내 보건당국과 식품업계는 미 보건당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예의주시하면서도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한국은 이미 트랜스 지방을 줄이는 데 성공한 나라”라며 “지금도 까다로운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어 미국의 정책이 변화해도 국내의 추가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류원식 기자}

    • 2013-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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