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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을 석 달 앞두고 ‘대구지역 경선 대진표’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대구는 새누리당의 가장 확실한 ‘표밭’이다. 야당 후보는 안갯속이지만 누가 새누리당의 공천권을 따내느냐가 관건이다. 그동안 대구는 새누리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곳이어서 역대 총선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선택” 발언 이후 대구에선 ‘박근혜 대 유승민(새누리당 전 원내대표)’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 여권 내 현재 권력과 비주류가 맞붙는 형국이다. 대구지역 경선 결과가 향후 여권의 무게중심과 당청관계를 판가름할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12일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등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 후보’들이 잇달아 이임식을 열고 ‘대구행 막차’에 올랐다. 총선에 출마하려는 공무원은 선거일 90일 전인 14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정 전 장관은 류성걸 의원이 버티는 동갑에, 추 전 실장은 이종진 의원이 지키는 달성에 출마한다. 당초 달성에 출마하려던 곽상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김희국 의원의 지역구(중-남)로 옮겼다. 추 전 실장의 이임사는 출마선언문 같았다. 그는 “좌절하고 분노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오로지 강인한 의지를 갖고 현실에 맞서 싸울 때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정치에) 직접 뛰어들어 바꿔보겠다”고 말했다. 여야 전체를 비판한 것이지만 ‘유승민계’를 겨냥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진박 후보 차출’에 대한 대구 민심이 엇갈리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 인사들이 경선에서 얼마나 선전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근혜 사람들’이 대구지역을 평정한다면 TK(대구경북)를 기반으로 박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퇴임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완패할 경우 국정 장악력이 급속히 약화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진박 후보의 차출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전망도 있다. 공직자 사퇴 시한은 14일이지만 역대 총선에선 대부분 ‘후발 도전의 길’을 열어 놓았다. 15, 17, 18, 19대 총선에선 공직선거법에 ‘지역구가 변경된 지역에 출마하는 후보자는 새 선거구 획정안이 시행된 날부터 10일 이내에만 공직을 사퇴하면 출마할 수 있다’는 부칙 조항을 뒀다.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지역구가 쪼개지거나 합쳐지는 지역이 많아 ‘변경 지역구’의 사퇴 시한은 크게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친박(친박근혜)계는 충청권 교두보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총선은 물론이고 올 상반기 당 대표 경선과 내년 대선을 겨냥해 이른바 ‘TK와 충청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은 24일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주도했던 충청포럼 회장에 취임한다. 그는 충남 청양에서 태어났고 재인(인천) 충청도민회 부회장을 지냈다. 새누리당 이장우 대변인은 “이젠 충청 출신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이재명 egija@donga.com·홍수영 기자}

새누리당이 4·13총선의 후보를 선출할 ‘공천 룰’을 11일 사실상 확정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결선투표는 1차 경선에서 1, 2위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 이내일 때 치르기로 했다. 경선에서 가점을 받는 ‘정치 신인’의 가이드라인까지 나오면서 지역마다 후보 자리를 노리는 이들의 주판알 튀기기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안대희, 정종섭은 신인 아냐” ‘험지 출마’를 요구받은 안대희 전 대법관은 결국 가점을 못 받게 됐다. 정치 신인에서 정무직 장관급뿐만 아니라 대법관,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인 공무원도 제외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안 전 대법관은 정치 신인이 아닌 셈이다. 대구에서 출마가 임박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과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장관급)도 마찬가지다. 반면 청와대 참모 출신은 신인으로 분류돼 10% 가점을 받는다. 추 실장과 같은 대구 달성군을 노리는 곽상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가점 대상이다. 서울 노원병에서 ‘안철수 대항마’를 노리는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신인이자 청년(40세 이하)이어서 최고한도인 20%의 가점을 얻는다. 당내 최다선(最多選) 여성 의원인 나경원 의원(3선)도 10% 가점을 받는다. 여성은 전·현직 의원 모두 가점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분구가 예상되는 인천 연수구에서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신인·10% 가점)과 맞붙는 민현주 의원을 감안한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서초갑에 출마한 이혜훈 전 의원과 조윤선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나란히 10% 가점 대상이다. 가점은 결선투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반면 전현직 교육감이나 단체장은 정치 신인에서 제외됐다. 현역 의원들이 유력한 경쟁자에게 불리한 조건을 만든 셈이다. 김무성 대표가 이날 입당식을 열어준 김신호 전 교육부 차관도 3선 교육감 출신이라 가점을 못 받는다.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단체장은 ‘족쇄’까지 채웠다. 대구 달서갑에서 홍지만 의원과 맞붙는 곽대훈 전 달서구청장은 20% 감점을 받는다. 이 때문에 정치 신인 가이드라인을 두고 “원칙을 정해 사람을 분류한 게 아니라 사람을 보고 기준을 끼워 맞췄다”는 비판이 나온다.○ “영입 인사는 100% 국민여론조사 경선” 새누리당은 외부 영입 인사에 대해 최고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100% 국민여론조사로 경선을 치르도록 했다. ‘당원 30%, 국민 70%’ 원칙에서 예외를 두는 것이다. 당원 투표에서 불리한 영입 인사에게 경선의 문턱을 다소 낮춰준 셈이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사실상 인재 영입의 길이 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비박(비박근혜)계가 보는 시각은 다르다. 보수 후보 분열을 막기 위한 장치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의 측근인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은 “당원 투표를 할 경우 당원 간 분열이 일어 본선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되는 지역에 100% 국민여론조사를 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인재 영입=전략공천’으로 해석될 여지를 차단한 것이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가 ‘공천 룰’ 결정 과정에서 의외로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초 김무성 대표가 우선추천 등을 받아들이며 번번이 물러선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친박계는 지난주 잇달아 열린 공천 룰 특별기구와 최고위원회의, 의원총회에서 사실상 ‘판정패’를 당했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결선투표의 범위 등을 확대해 이른바 ‘박근혜 사람들’이 들어갈 여지를 넓히려 했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대표 등 비박(비박근혜)계가 “(주장이) 상당 부분 관철됐다”고 자평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당 주변에선 “친박계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말이 나온다. 홍문종 윤상현 의원 등 친박 핵심들이 논의 초기에 설익은 전략공천 주장을 꺼내 들며 ‘상향식 공천=착한 공천’이라는 인식만 심어줬다는 것이다. 한 친박 의원은 “현역 의원 물갈이 여론이 높은데도 친박들이 말하면 메시지 거부 현상이 있어 답답한 노릇”이라고 털어놨다. 공천 룰을 최종 의결하는 최고위원회의의 수비선도 무너졌다. 최고위원 8명 중 서청원 원유철 이인제 이정현 김태호 최고위원 등 5명은 친박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고령, 다선의 친박 최고위원들은 속내가 복잡하다. 한 당직자는 “일부 최고위원의 경우 자칫 ‘자진 용퇴하라’는 말이 나올 수 있어 현역 물갈이론을 옹호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역 의원에게 유리한 공천 룰을 놓고 친박 의원이 오히려 거들기도 한다. 8일 의총에서도 한 친박 중진 의원이 나서서 “20대 총선에서 필승하려면 경선 후유증을 줄여야 하고 그러려면 결선투표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비박계의 주장을 지지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번 주 당에 복귀하면 전략공천 등 본게임에서 친박계가 다시 반격에 나설지 주목된다. 최 부총리는 8일 서 최고위원, 정갑윤 국회부의장 등 친박 중진들과 여의도에서 만찬을 했다. 환영식이었지만 공천 등 당내 현안에 대한 폭넓은 의견 교환이 이뤄졌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새누리당이 7일 4·13총선 공천 룰과 관련해 공천자격 심사 기준이 막판 갈등을 빚고 있다. 공천 부적격 기준으로 의정활동 평가에다 ‘당론 위배’ 행위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당론 위배 행위는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어 친박 진영으로부터 이른바 ‘배신자’로 찍힌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비박(비박근혜) 의원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특위에 참여한 친박계 의원은 “기준을 추가로 마련한 것뿐이지 유 전 원내대표에게 적용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는다. 절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핵심 관심사였던 ‘당원, 일반국민 경선 참여 비율’은 현행 ‘당원 50%, 국민 50%’에서 ‘당원 30%, 국민 70%’로 가닥을 잡았다. 이날 당 지도부는 공천제도특별위원회가 보고한 안을 토대로 △경선 참여 비율 △결선투표제 도입 △정치 신인 가산점 △현역 지방자치단체장·광역의회 의원 출마 시 감산점 등에 뜻을 모았다. 결선투표제는 후보들이 10%포인트 내에서 경합하면 실시하되 결선투표에서도 가산점을 줘야 할지는 8일 의원총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정치 신인, 전·현직 의원을 포함한 여성, 40세 이하 청년, 장애인은 10%씩 가산점을 준다. 중복 해당될 경우 최대 20%까지 가산점을 받는다. 전직 청와대 참모 등도 정무직 차관급이라 가산점 대상이다. 장관급 이상은 신인에서 제외된다. 강경석 coolup@donga.com·홍수영 기자}

《 새해 벽두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정면 대결에 나섰다. 김정은은 ‘유일한 생존카드’로 믿는 핵위협 효과 극대화 전략을 들고 나섰다. 임기 2년을 남기고 허를 찔린 박 대통령은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대북 확성기 방송 카드로 대응에 나섰다. 》 박근혜 대통령이 고심 끝에 결국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던 경고를 실행해 옮기는 것이다. 7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발표는 국방부가 아닌 청와대에서 이뤄졌다는 점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만 해도 대북 확성기 방송과 관련해 “관계 부처가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안보 부처 주무 장관들도 확성기 방송 재개에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상황이 달라졌다.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회의를 주재한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이 박 대통령의 뜻을 반영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핵실험 응징’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당초 확성기 방송 재개에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서 한 장관은 확성기 방송 재개 여부를 묻자 “가능한 방책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이어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확성기 방송 재개를 계속 촉구하자 “(8·25합의의) ‘비정상적인 사태’라는 게 전선 지역에서 북한의 국지적 도발을 기초로 해서 나온 문제”라며 “핵실험 같은 전략적 도발은 전략적 검토를 통해 정할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청와대에서 방향이 바뀐 것. 군은 8일 낮 12시를 기해 군사분계선 일대 최전방 부대 11곳에 배치된 대북 확성기를 일제히 가동할 방침이다. 출력을 최대한 높이면 주간에는 약 10km, 야간에는 약 24km까지 방송이 들린다. 10km 이상 더 멀리 음향을 보낼 수 있는 신형 이동식 확성기 6대도 투입된다. 물론 확성기 방송 재개는 박 대통령으로서도 상당한 부담을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다. 지난해 ‘지뢰 도발’ 당시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맞서자 북측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에 돌입한다”고 협박했을 정도다. 이 때문에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면 북측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군사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이날 오후 여성계 신년인사회에서 “현재 한반도의 대치 상황은 언제든 북한의 갑작스러운 도발이 있을 수 있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으로서는 ‘도발에는 응징한다’는 원칙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신뢰를 다 깨버린 상황에서 지금 신뢰와 대화를 이야기할 타이밍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은 일단 ‘강경 대응’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대북 정책 기조를 어떻게 이끌고 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강경 일변도 노선을 유지하는 것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뿐 아니라 이명박(MB) 정부의 강경책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남은 2년마저 남북 관계 개선 없이 마무리된다면 ‘MB 정부와 차이가 없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대북 정책 기조를 점검해 나갈 방침이다. 예정된 일정은 정상적으로 소화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여성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했고 14일부터 정부 업무보고를 진행한다.장택동 기자will71@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홍수영 기자}
여야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긴급대책회의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으로 절대 묵과할 수 없다”며 “동맹국, 6자회담 참여국과 긴밀히 협의해 유엔 안보리 차원의 추가 제재 조치를 포함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도 긴급 최고위원회에서 “평화를 깨뜨리는 북한의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문 대표는 “핵실험 징후를 미리 파악하지 못하고 예방도 못한 안보 무능이 우려된다”며 정부도 비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황형준 기자}

이수혁 전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가 5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문재인 대표의 세 번째 외부인사 영입이다. 전북 정읍 출신인 이 전 수석대표는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외교통상비서관을 지냈고 2003년 6자회담 초대 수석대표에 이어 2007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을 지냈다. 이 전 수석대표는 입당식에서 “한반도 통일과 평화, 번영의 새 시대를 향한 대한민국 외교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외교 분야 전문가인 이 전 수석대표의 입당으로 시민사회(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경제(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등 다양한 분야의 ‘새 인물’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거물급 인사 영입이 더디다는 점이 문 대표 측의 고민이다. 문 대표 측은 지난해 12월부터 선거대책위원장에 이용훈 전 대법원장,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등 ‘호남 출신 명망가’ 영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문 대표 측은 “입당을 준비 중인 외부 인사는 아직도 많다”며 “자연스럽게 거물급 인사 영입도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이달 안으로 국민들이 깜짝 놀랄 만한 인사들이 계속 영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인재 영입이 사실상 ‘올 스톱’ 상황이다. 김무성 대표가 “전략공천은 없다”고 천명하면서 ‘무경선’을 전제로 한 영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김 대표 측 인사는 “외부 인재를 모셔 와도 여당에 유리한 지역으로 배려할 수도, 공천을 보장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권 내 명망가들의 ‘험지출마론’까지 불거지면서 외부 인사들로서도 입당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 같은 딜레마 속에 새누리당 인재영입위원장은 권오을 전 위원장이 총선 출마를 이유로 지난해 12월 1일 사직한 뒤 한 달 넘게 공석인 상태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홍수영 기자}

4·13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표심(票心)이 미묘하다. ‘진박(眞朴)’을 자처하는 인사들이 초반 레이스에서 크게 기를 펴지 못해서다. ‘진실한 사람’ 대 ‘배신자’의 단순 구도로 치러질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지역구마다 유권자들의 저울질이 복잡해 보인다. 박근혜 정부를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지만 “새누리당을 정신 차리게 하자”는 지역 분위기도 있다. 진박이냐 아니냐의 구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대구 수성갑이 우선 눈길을 끈다. 초반 레이스에서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나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에게 밀리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지난해 12월 언론사 3곳의 여론조사에서 김 전 의원에게 14.6∼17.4%포인트 차로 뒤졌다. 정당 지지도에서 새누리당이 50%대를 기록하며 10%대에 머문 더민주당을 크게 앞선 것과 대비됐다. 김 전 지사가 원래 친박으로 분류되지 않는 데다 김 전 의원의 경우 19대 총선, 2014년 지방선거(대구시장) 등 두 차례의 패배에도 꾸준하게 지역을 누빈 게 지역 민심에 복잡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이 여당 후보 자리를 놓고 겨루는 대구 동을은 당심과 민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이 전 구청장은 “배신의 정치를 응징해 달라”며 이 지역 3선인 유 전 원내대표에게 도전장을 냈다. 지지율은 유 전 원내대표가 6.3∼15.7%포인트 앞서고 있지만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는 이 전 구청장이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한 지역 관계자는 “이 전 구청장은 지역 일꾼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대구시장 경선에서 주목받은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북고 출신에 ‘TK(대구·경북) 성골’인 유 전 원내대표를 ‘차기 TK 주자로 키워야 한다’는 정서도 만만찮아 당내 경선을 놓고 치열한 승부가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발 물갈이설 속에 쏟아진 ‘진박’ 인사들을 두고는 아직 냉랭한 분위기다. 청와대 참모나 내각 출신을 보고 “진짜 박근혜 사람이냐”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의 한 초선의원은 “처음에는 ‘박 대통령이 미는 사람인가’ 싶다가도 한 지역에 진박을 자처하는 후보가 2, 3명 나서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기면서 헷갈린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다른 인사는 “‘청와대에서 연락 받고 출마한다’고 하면 ‘위의 누구랑 얘기했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반면 지역밀착형 인사들은 초반 지지율에서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영남일보와 대구·포항MBC의 여론조사에서 달서갑 홍지만 의원에게 도전장을 낸 곽대훈 전 달서구청장은 13.7%포인트, 북갑에 출마한 정태옥 전 대구 행정부시장은 권은희 의원과 이명규 전 의원을 각각 10.2%포인트, 10.7%포인트 앞섰다. 이러다 보니 대구에서 ‘재배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달성군 예비후보로 등록한 곽상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돌연 미뤘고, 대신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투입설이 나오고 있다. 추 실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고심 중”이라고 했다. 총리실에서는 3, 4명의 고위 공무원이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갑에서 준비하던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으로 옮겼고, 김종필 전 대통령법무비서관은 일단 철수했다. 홍수영 gaea@donga.com / 대구=이권효 기자}

‘180석 당선!’ 새누리당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4월 총선에서 세운 목표다. 김무성 대표는 4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180석을 얻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 어렵지만 180석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 총원(300명)의 5분의 3(60%)인 180석을 확보해 이른바 ‘야당결재법’으로 불리는 국회선진화법을 바꾸겠다는 얘기다. 통상적인 ‘선거 전략’과는 거꾸로다. ‘앓는 소리’를 해야 지지층이 결집한다는 게 정치권의 통설이다. 각 정당이 선거 직전까지 ‘박빙 승부’라며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이유다. 일각에선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의 ‘제1당 등극’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불량 국회를 바로잡으려면 새누리당에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이른바 ‘대승론’으로 지지층의 결집을 꾀하는 ‘역발상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연 특정 정당이 180석을 확보하는 게 가능할까.○ 180석, 실현 가능성은 있지만… 최근 20년간 한 정당이 전체 의석의 5분의 3을 독식한 예는 없다. 15대 총선 이래 가장 크게 이긴 정당은 2008년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으로 153석을 얻었다. 17대 총선 때는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얻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열린우리당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에 올라탔고, 한나라당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압승 바람을 이어갔다. 4월 총선이 99일 남아 앞으로 어떤 정치적 격변 상황이 올지는 예단할 수 없다. 다만 그때처럼 ‘원사이드 게임’ 구도가 만들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180석 당선’이 터무니없는 목표는 아니다. 역대 총선에서 여든, 야든 분열했다. 하지만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옛 자유선진당)이 합당하면서 20대 총선은 보수 정당이 단일화된 구도에서 치르는 첫 총선이다. 여권 표가 결집한다면 180석 당선이 불가능한 목표만은 아닌 셈이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크게 작용한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친박무소속연대 등 보수 성향 의원들을 합하면 총원 299명 중 무려 197명(65.9%)에 이른다. 개헌 가능 의석수(3분의 2·200명)에 근접한 결과였다.○ 딜레마에 빠진 인재영입 이런 대승을 거두려면 수많은 전제조건이 따라붙는다. 무엇보다 ‘여권의 단합’은 필요충분조건이다. 더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인재영입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얼마나 참신한 인물을 내세울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전체 의석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수도권에서 ‘인물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새누리당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김 대표는 여권 분열을 막기 위해 상향식 공천을 주장한다. 그래야 공천 탈락자가 출마해 여권 표를 갉아먹지 않는다는 논리다. 그러나 상향식 공천을 통해 ‘뉴 페이스’가 등장한다는 건 구조적으로 어렵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명망가의 ‘험지 출마론’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험지에 도전하겠다는 명망가도 드물고, 당 차원에서의 ‘교통정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 지도부가 일제히 ‘180석 목표’를 들고 나오자 경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동원 당 홍보기획본부장은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은 거대 야당의 꿈을 갖고 있었는데, 지금 새누리당이 닮은꼴”이라며 “민심이 어디로 갈지 모르는데 우리가 어부지리를 얻을 생각을 하면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재명 egija@donga.com·홍수영 기자}

경제학 박사이자 정치권의 대표적 ‘건전재정론자’로 불리는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사진)에게는 낯 뜨거운 기억이 있다. 18대 대선을 5개월여 앞둔 2012년 7월, 당시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이자 19대 국회 새누리당의 첫 원내대표였던 그는 ‘무상복지’로 이명박 정부를 압박했다. 그해 4월 총선 때 공약한 0∼2세 전면 무상보육이 예산 고갈로 중단될 위기에 놓였지만 “그대로 강행하라”고 주문한 거였다. 이 의원은 선거 앞에 장사는 없었다고 했다. “돈 있는 집 애들 무상보육 한다고 재정을 소진해선 안 된다”며 ‘공짜 공화국’ 비판에 날을 세우던 스스로의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야당이 새로운 공약을 내놓으면 우리 당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거죠. 그러다 보면 엉뚱한 게 나오게 돼 있습니다. 집권하려면 무슨 짓이든 못 해요.” 그는 겸연쩍은 듯 한쪽 목을 쓸어내렸다. 이 의원은 “첫 원내대표로서 첫발부터 잘못 내디뎠다”고 털어놓았다. 전문성을 따져야 할 상임위 배분에서부터 ‘나눠 먹기’ 관행을 깨지 못했다는 것. “당에서 상임위원장 자격이 되는 3선 21명을 먼저 지역별로 나누고 그 다음 당선 횟수, 나이 순(順)으로 세워 결정한 거예요. 대선을 앞두고 당내에서 불필요한 잡음이 날까 봐 원칙대로 못 한 거죠.” 그는 지난해 2월 새누리당 의원 중 처음으로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12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그는 비교적 편안한 모습이었지만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참회 인터뷰’에서 내내 자괴감을 드러냈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는 그 나름대로의 포부가 여의도 특유의 논리와 관행 앞에 속절없이 무너진 데 대한 회한이었다. 동아일보는 최악의 ‘불량 국회’라는 오명을 쓴 ‘19대 국회의원 4년의 참회록’을 5회에 걸쳐 게재한다. ▼ “선진화법에 국회 골병… 아차 싶었다” ▼이한구 의원은 2012년 5월 당시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 ‘인기 없는 원내대표’였다. 19대 총선에서 갓 당선된 의원들에게 ‘특권 내려놓기’를 요구한 탓이다. 의원들은 당시 사석에서 “친박(친박근혜) 완장을 차고 ‘꼰대’처럼 군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금 보면 당시 쇄신안 중 일부만 해결됐어요. 여야 모두 기꺼운 마음으로 하지 않은 거죠. 그나마 진도가 나간 것도 그해 12월 대선을 치르고 나니 도로아미타불이 됩디다.” 특히 당시 국회 원 구성 협상이 지연되면서 27일이나 지각 개원하자 이 의원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세비 반납을 강행했다. 주위에선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선거 비용을 조금 더 썼다고 생각하자”며 달랬지만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이 의원은 “아마 선거 때 ‘그 돈 안 쓰면 떨어진다’고 했으면 몇 배라도 더 썼을 것”이라며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국회 쇄신 방향에 대해 자책하기도 했다. 국회선진화법을 ‘몸싸움방지법’으로 믿었던 게 그렇다. 이 의원은 18대 국회가 문을 닫기 직전 본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에 찬성표를 던진 127명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원내대표 시절인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를 구성할 ‘정부조직법’이 야당의 반대로 옴짝달싹 못하자 ‘아차’ 싶었다고 했다. “아직도 후회하는 게 국회선진화법을 찬성한 거였습니다. 그때는 19대 국회쯤 되면 국민 눈이 있는데 야당이 대놓고 발목을 잡겠나 싶었는데, 아주 나이브(순진)했죠.” 이 의원은 “야당이 선진화법을 정략적으로 계속 악용하려 들면 국회만 골병이 든다”고 지적했다. 합의 처리된 법안을 들여다보면 살점은 다 뜯기고 뼈대만 남은 게 많다는 얘기였다. 그가 20대 총선 불출마를 결심한 배경에는 무능과 포퓰리즘의 수렁에 빠진 국회에 대한 자성이 있다. 여기에 ‘시간 먹는 하마’와 같은 지역구 활동에 대한 회의도 한몫했다. “허구한 날 육체노동만 하고 있는 겁니다. 동네 아주머니들 탄 관광버스 뒤꽁무니에 손 흔들고, 상가(喪家)를 돌며 술 얻어먹고. 국회의원이나 구의원이나 하는 일이 다 똑같아요.” 이 의원은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 수성구에 지역구를 둬 상대적으로 ‘관리’를 적게 해도 됐다. 그럼에도 지역구 방문 횟수를 줄이면 어김없이 “선수(選數)가 높아지니 얼굴도 안 비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는 “총선 1년 전부터는 지역에 붙어산다. 나랏일을 하라고 뽑아준 건데 도대체 뭐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털어놨다. 현재 당내 상황을 놓고 “이념이 아닌 친소 관계로 움직이고 있다”며 패거리 정치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그가 본 친박계는 어떨까. “분명히 이념을 중심으로 뭉쳐진 집단은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의원은 “사실 여당에서 친박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박근혜 정부가 잘 안되면 자기가 손해인데 ‘도움을 줬다, 아니다’로 가르면 인재 운용의 풀을 좁히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인터뷰한 다음 날 “못한 말이 있다”며 전화를 걸어 왔다. “지난 대선 때 같이 해보니 (계파가) 애매한 사람들이 더 열심히 합디다. 지금은 구별할 필요가 없어요. 태어날 때부터 친박인 사람은 없습니다. (박 대통령이) 만들기 나름이죠.”이한구 의원은 재무부 이재과장, 대우경제연구소 소장 등을 거친 4선 의원(71).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며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 등을 지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무능(無能), 무법(無法) 국회의 중심에 있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연일 선거구획정안을 직권 상정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메아리 없는 외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 의장이 중재력을 발휘하기는커녕 되레 혼란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정 의장은 1일 0시를 기해 선거구획정위에 ‘지역구 의석수 246석’을 기준으로 획정안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하지만 현행 246석을 기준으로 선거구 획정을 할 경우 농·어촌 의석수가 줄어들어 도농 균형의 명분이 사라지는 데다 해당 지역 의원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식을 놓고 다투다 원점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여야가 한때 지역구를 7석 늘려 253석으로 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정 의장이 왜 ‘253석’이 아닌 ‘246석’을 기준으로 획정안을 만들어달라고 했는지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여야가 모두 지역구 의석수 253석에는 동의하고 있어 획정위에서 안을 쉽게 도출할 수 있다”며 “비례대표 배정 방식은 국회의장의 약속 하에 선(先)획정 후(後)비례대표 배정을 논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여야도 정 의장의 획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당 신년인사회 참석 직후 “(지역구 의석) 246석 안으로 가면 농어촌 선거구가 너무 많이 줄기 때문에 옳지 못하다. 그렇게 가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새해 며칠 동안 반드시 노력해 여야 합의로 획정안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지난해 12월 여야 지도부와 9차례나 만나 합의하려 했지만 실패했다”며 현행 기준(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246석 안이라도 제시해야 여야 협상을 이끌어 낼 추동력을 만들 수 있고, 이후 여야가 253석으로 합의하면 다시 획정위에 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1일부터 기존 지역구가 무법지대가 되는 급박한 상황에서 그럴 여유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선 정 의장이 제시한 기준대로 획정위가 5일까지 획정안을 마련해오더라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 자체를 만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정 의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을 개방해 국회 관계자 등 300여 명을 초청해 떡국을 대접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홍수영 기자}

“8일에도 선거구 획정이 안 될 수 있는 거죠?”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저. 서울 성동갑 새누리당 예비후보인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전 대통령에게 신년 인사를 하러 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만나자 선거구 획정부터 물었다. 김 대표는 “그렇지!”라고 짧게 대답했다고 한다. 현역 의원들의 직무유기로 이날 0시를 기해 전국 246개 선거구가 법적으로 사라졌다.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8일까지도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으면 편법이 또 다른 편법을 낳는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선거구가 없어져 법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예비후보자들에게 일시적으로 선거운동을 허용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8일 이후에도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으면 또 다른 편법 대안을 마련해야 할 처지다. 그런데도 여야는 서로를 비난하며 ‘폭탄 돌리기’만 하는 형국이다. ○ “미치고 팔짝 뛸 심정” 진 전 장관은 “요즘 미치고 팔짝 뛰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새벽부터 응봉산에서 명함을 돌리고 왔다는 그는 “여성 및 정치 신인들에게 당 공천 경선 시 가산점을 준다지만 말짱 ‘꽝’”이라며 “예비후보자들에겐 유권자를 접촉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진 전 장관은 “인구 하한 미달 지역인 서울 중구와 성동구가 합쳐질 경우 선거구가 3개에서 2개로 줄면서 적게는 8만 명, 많게는 14만 명까지 새로운 유권자를 만나야 한다”며 “나도 (18대) 의원 출신이지만 19대 국회의원들은 너무 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비후보들은 ‘깜깜이 선거’에 속만 태우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 분구 지역을 노리고 강남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은재 전 의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안한 대로 지역구가 현행 246개로 묶이면 강남구 일부 동(洞)이 송파구에 붙는 대신에 지역구 분구는 없던 일이 될 수 있다. 이 전 의원은 “강남구와 송파구는 문화권이 다르다”며 “강남구 일부를 송파구와 합치면 최악의 게리맨더링(정략적인 선거구 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 원주갑 예비후보인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은 1일 아예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다. 선관위는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제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스스로 합법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박 전 대변인은 “예비후보자들은 살얼음판을 걸어가고 있는데, 현역 의원들은 의정보고회 등을 통해 날이 바짝 선 스케이트를 타고 빙판을 달리고 있다”며 “차라리 무능한 국회를 해산하라고 호소하고 싶다”고 말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선거구 획정이 하염없이 지연되는 건 조정 대상 지역구 현역 의원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당장 정 의장이 중앙선관위 산하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에 구체적 획정 기준을 제시하자 지역 의원들이 집단 반발했다. 지역구가 강원 춘천인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장에게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정해 달라고 위임한 적이 없다”며 “농촌지역이 도시와 묶이면 농촌지역은 더 소외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현역 의원들끼리는 자기 지역구를 지키기 위해, 현역 의원과 예비후보들은 ‘도전과 응전’ 앞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그들만의 리그’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양상이다. 선거구획정위는 2일 전체회의를 열어 정 의장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획정안을 논의한다. 하지만 획정위는 ‘독립 기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여야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9명의 획정위원 중 위원장인 중앙선관위 김대년 사무차장을 제외한 8명이 여야 성향으로 4명씩 갈리면서 사실상 여야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에도 지역구 246개를 기준으로 획정안을 논의했으나 영호남 의석 배분을 두고 충돌해 획정안을 의결하지 못했다. 획정위까지 정치권의 ‘아바타(분신)’를 자처할 경우 ‘선거구 획정 공백’은 출구 없는 미로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고성호 sungho@donga.com·홍수영 기자}

“노동개혁은 ‘일자리’다. 노동개혁 없이는 청년들의 절망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통도 해결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대국민담화에서 ‘노동개혁=일자리’라는 화두를 던졌다. 야권과 노동계의 반발에 맞서 벼랑에 내몰린 구직 청년층과 부모 세대에게 도움을 호소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 관련 법안이 일자리 늘리기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더 많았다. 동아일보와 채널A 여론조사 결과 노동개혁 관련 법안이 일자리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별로’(37.5%), ‘전혀’(17.7%)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응답이 55.2%나 됐다. ‘크게’(7.7%)나 ‘조금’(30.4%)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은 38.1%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40대 이하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30대는 10명 중 8명꼴(79.0%)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구직층인 20대(69.5%)와 40대(67.8%)도 노동개혁이 효과가 없을 것으로 봤다. 직업별로는 사무직(70.6%)과 학생(67.9%)에서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은 60세 이상(68.6%)에서만 높았다. 이는 박 대통령 담화 이후 노사정 대타협, 노동개혁 5법의 국회 제출에 이르기까지 여권의 강도 높은 노동개혁 드라이브가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한 차례 꺾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노동개혁이 정치권 여야 간 대결 양상으로 흐르며 여론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4월 총선까지 노동개혁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새해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도 지난해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59.0%나 됐다.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36.1%에 그쳤다. 특히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부정적 전망이 앞서 국민들의 심리적 위기감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4·13총선 총선에서도 경제 활성화 해법을 놓고 여야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내년 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이 해를 넘겨 국회의원 246개 선거구가 모두 무효가 되더라도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은 당분간 허용되는 어정쩡한 상황이 벌어진다. 내년 1월 1일 0시부터 현행 선거구가 사라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편법’을 내놓은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30일 ‘국회의원 선거구 확정 지연에 대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올해 말까지 종전 선거구에서 등록을 마친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 단속을 잠정적으로 유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임시국회가 끝나는) 내년 1월 8일까지 선거구 공백 상태가 지속된다면 1월 초순 예비후보자에 대한 대책을 결정할 것”이라며 국회에 선거구 획정을 촉구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예비후보자에게 허용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뜻이다. 예비후보 자신의 과실이 아니라 모든 선거구가 무효가 돼 예비후보 등록이 자동 무효가 될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명시적인 근거 조항이 없고, 선례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선관위 관계자는 “‘불법 선거운동’으로 볼 명백한 규정이 없다”며 “다만 예비후보가 기존에 허용된 범위를 넘어선 선거운동을 할 때 단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내 선거구 획정이 무산되더라도 예비후보들은 선거사무소를 닫거나 현수막을 떼어낼 필요가 없다. 명함을 돌리거나 지역민에게 홍보물을 보내는 등의 선거운동도 그대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선관위가 원칙에서 벗어난 조치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는 이달 초 선거구 공백에 따른 문제점을 정리하며 ‘31일까지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을 경우 예비후보 등록이 무효가 되고, 내년 1월 1일부터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이 금지된다’고 명시했다. 선관위가 이날 ‘단속 유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이 같은 논란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한 선관위 관계자는 “‘단속을 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는 없어 내놓은 일종의 고육책”이라고 말했다. 다만 선관위는 내년 1월 1일부터 기존 선거구에 예비후보 등록 신청을 하면 접수는 하되 수리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 등록을 신청하는 후보자들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이 역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큰일이네. 내년 1월 초 의정보고회 하기로 했는데…. 12월 넘기면 이제 못 하는 거 아냐?” “혹시 그럴까 봐 나는 벌써 지역 순회 의정보고회 다 마쳤다니까.” 28일 국회 의원회관. 새누리당 A 의원은 같은 초선인 B 의원에게 의정보고회 상담을 해주고 있었다. 내년 4월 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이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지자 ‘선거구 전면 무효’ 사태가 되면 지역구 활동이 ‘불법 선거운동’이 되진 않을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246개 선거구가 모두 사라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국회가 31일 선거구 획정을 하지 못하면 내년 1월 1일 0시부터 선거구 무효 사태가 현실화된다. 자격이 상실되는 예비 후보뿐만 아니라 현역 의원들도 활동에 지장을 받을까 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2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거구가 없어지더라도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 활동은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다. 새로 획정될 선거구의 유권자가 아니라 이전 선거구에서 뽑아준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초유의 상황에 대한 명확한 선거 관리 방침이 없어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경북 지역의 한 3선 의원은 지역 선관위로부터 “선거구가 무효화되면 의정보고를 못 한다”는 잘못된 해석을 듣고 당황했다. 당초 예정된 22일에 국회 본회의가 열려 내년 1월 13일로 의정보고를 미뤘기 때문. 선거구 통폐합이나 분구가 예상되는 지역의 예비 후보들은 선거사무소 개소를 언제 해야 할지, 어디에 내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도 있다. 수도권의 한 예비 후보는 선거사무소 문을 닫고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사무소를 낸 동(洞)이 이웃 지역구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 그는 “내년 총선까지 임차 계약을 해놓은 데다 새로 구하려 해도 목 좋은 곳은 다 차 있더라”고 했다. 통폐합이나 분구 예상 지역이 아니더라도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연기하는 예비 후보들도 많다. 대구 달성군에 출사표를 낸 곽상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선거구 무효 사태가 발생하면 어차피 문을 닫아야 한다”며 “획정이 결정된 뒤 다시 일정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내심 선거구 공백 사태를 반기는 쪽도 있다. 지역구를 노리는 비례대표 의원 가운데 초반 레이스에서 강력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후보들이 그렇다. 지역 활동을 하던 예비 후보들의 선거운동에 족쇄를 채우는 격이기 때문. 한 비례대표 의원 보좌관은 “경쟁하는 예비 후보의 선거사무소 밖에 내걸린 대형 현수막이 ‘눈엣가시’ 같았는데 선거구 무효로 당분간 철거하면 속이 시원하겠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전국구’로 어디에서나 의정보고회를 열 수 있다. 중앙선관위도 고민이 깊다. 현역 의원이든, 예비 후보든 “빨리 가이드라인을 정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아우성치고 있어서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금 다양한 안을 검토, 논의하고 있다”며 “할 수 있는 권한 내에서 어떻게 운영할지 30, 31일 중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선관위가 방침을 정한다 해도 선거구 공백 기간 동안 단속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예비 후보는 “비자발적인 이유로 자격이 상실된 예비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고발 조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선거구 획정 문제 등으로 내년 총선에 등록한 예비 후보자 수도 19대 총선 때에 비해 30% 가까이 줄었다. 19대 총선 직전인 2011년 12월 31일 1054명이었던 예비 후보가 올해는 29일 현재 758명에 불과하다. 야권 예비 후보들의 혼란은 더욱 심하다. 새누리당 예비 후보는 475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은 172명으로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홍수영 gaea@donga.com·고성호·길진균 기자}

“칼자루가 대부업체로 넘어가는 셈입니다. 고금리 대출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밖에는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대부업 최고 금리를 제한하는 내용의 대부업법이 올해 말로 실효(失效)될 위기에 처하자 정부의 한 당국자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정부는 29일 예정에 없던 자료를 내고 대부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될 경우를 대비해 서민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 방안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내용은 고금리 대출을 하는 업체에 대해 금융당국이 행정지도를 한다는 것뿐이고, 규제당국이 펼 수 있는 강제력 있는 조치는 포함되지 못했다. 법안 통과의 지체로 규제의 근거가 사라지면서 정부가 대부업체에 고금리 대출을 하지 말아 달라고 ‘읍소’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정부의 ‘칼자루’가 대부업체로 이동 문제는 이런 와중에 경기 침체로 서민들의 대부업체 이용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대부업 금리 규제가 없어지면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피해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29일 정부가 발표한 ‘2015년도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총 대부잔액은 12조3401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1조1809억 원(10.6%) 급증했다. 2010년 말 대비 62%나 부풀어 오른 것이다. 대부업체 이용자 수 역시 6월 말 현재 261만4000명으로 6개월 동안 12만1000명이나 늘었다. 이용자들은 대부업체에 손을 벌려 빌린 돈을 생활비(63.3%), 사업자금(14.2%) 등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대부업체들은 고객들에 대해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무차별적인 ‘고금리 장사’에 나서고 있다. 대부업체들의 평균 대출금리는 2015년 6월 말 기준 28.2%에 달한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대부업법 효력이 사라지면 공급자인 대부업체 측이 주도권을 쥐는 셈”이라며 “일시적으로 충격과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규제 권한이 사라지는 금융당국은 일단 차선책으로 행정지도에 나서 고금리 대출을 최대한 억제할 계획이다. 또 내년 1월 초에는 금리 수준이 높은 대부업체들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고리(高利)의 대출을 한다고 해도 직접 제재할 방법은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적발하더라도 시정을 요청하는 것 외에 제재할 수단이 없어진 게 사실”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민생·경제법안 줄줄이 대기 이 밖에도 국회의 경제 법안 처리 지연으로 우려되는 피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신용회복위원회, 미소금융중앙재단, 신용보증재단의 햇살론 등 서민금융 기능을 통합하는 내용의 서민금융진흥원 설립 법안도 국회 정무위원회에 발이 묶인 상태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추가 인가를 위해서는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이번 국회에서는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은행법 개정이 미뤄지면 중금리 대출 상품 등 서민금융 혜택을 줄 수 있는 인터넷은행의 본격적인 영업 경쟁이 연기될 수 있다.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관측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국회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정부는 2월 임시국회에서 최대한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법안 처리 속도를 높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국회 관계자는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법안일수록 야당이 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2월 임시국회에서도 빠른 법안 처리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회가 경제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선거에만 몰두하면서 꼭 통과시켜야 할 법안들마저 내팽개치고 있다”며 “경제에 꼭 필요한 것을 논의조차 하지 않은 채 정치논리에 함몰돼 있다”고 비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해마다 연말이면 국회 법안 통과가 진통을 겪긴 했지만 올해는 선거구 획정 문제 등과 맞물려 유난히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서로 ‘협상카드’를 잃어버릴까 봐 정작 개별 법안에 대해 논의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장윤정 yunjung@donga.com·홍수영·김준일 기자}

내년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을 위한 여야 협상이 27일 또다시 결렬됐다. 이달 들어 8번째다. 올해 안에 국회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내년 1월 1일 0시부터 현행 선거구가 무효화되는 대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간 회동을 중재하며 ‘최후통첩안’을 내놓았다. 정 의장은 회동에 앞서 “의장으로서 중재 역할은 오늘로 끝내도록 하겠다. 입법비상사태가 생기면 특단의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끝내 회동이 결렬되자 “이런 상황을 지속적으로 둘 수 없어 현행대로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 기준으로 획정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31일 국회 본회의 직전까지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현행 지역구 의석 그대로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해 직권상정하겠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농어촌 지역구가 대거 통폐합된다. 여야 합의를 압박하기 위한 ‘극약 처방’인 셈이다. 이날 협상은 비례대표 배정 방식 등을 놓고 견해차가 컸다.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가 줄어드는 만큼 소수 정당을 배려하기 위한 최소의석 보장제를 주장했지만 새누리당은 반대했다. 그 대신 여당은 노동개혁 5법의 연계 처리를 조건으로 투표 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자는 야당의 요구를 받겠다고 역(逆)제안했고 이번에는 야당이 반대했다. 여당이 2020년 치러지는 21대 총선부터 적용하자고 나왔기 때문이다. 야당은 늦어도 2017년 1월 이후 전국선거부터는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12월 치러지는 19대 대통령 선거를 넘기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여야는 쟁점 법안을 놓고도 평행선만 달리는 모양새라 당분간 협상 없이 냉각기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연내 일괄 처리를 목표로 했던 정부 여당은 내년 1월 8일 끝나는 임시국회를 데드라인으로 ‘플랜B(차선책)’를 고심 중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역시 여의도발(發) 성탄절 선물은 없었다. 선거구 획정과 쟁점 법안 처리 시한이 초읽기에 몰렸지만 여야 지도부는 24일 담판 회동에서 결론을 내겠다는 생각이 애초 부족해 보였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의 내부 사정으로 여야 모두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회동 후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야당이 26, 27일 잇달아 만나 쟁점을 좁혀 보겠다고 했다”며 제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했지만 연내 처리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 시작부터 예고된 ‘결렬’ 오늘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 2+2 회동을 주재한 정의화 국회의장은 오찬 자리에서 “회동이 3시간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며 “잘 안 된다면 주말이고 휴일이고 만나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날 회동을 연내 처리를 위한 ‘최종 담판’이라고 강조했지만 쉽지 않은 만남이 될 것으로 예상한 것.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도 회동에 앞서 기자들에게 “협상 20분 만에 의장실을 박차고 나오겠다”며 뼈있는 농담을 했다. 사실상 여당과 합의할 생각이 없다는 뉘앙스였다. 실제로 회동에서는 웃지 못할 모습도 연출됐다. 당 내홍을 둘러싼 갈등으로 서로 ‘소 닭 보듯’ 하는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회동 도중 의장실 별실로 들어가 10분간 작전타임을 갖기도 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두 사람이 사전 조율을 하지 않다가 회동에서 늑장 조율을 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회의가 진행되던 오후 5시경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의 눈을 피해 의장실을 빠져나갔다. 당내에서 제기된 험지 출마를 설득하려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만나러 간 것. 잠시 후 김 대표는 의장실로 돌아왔지만 문 대표도 떠나고 회동은 마무리되고 있었다. 결국 협상은 정 의장의 ‘예언’대로 2시간 15분 만에 결렬됐다. 양당 대표의 회동 전 모두 발언과 달리 ‘성탄절 선물’은 없었다. ○ “될 듯 말 듯” 결론 못 내는 쟁점 법안 성과라면 일부 쟁점 법안에 진전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날 협상 테이블에 올린 법안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등 경제활성화법,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 노동개혁 5법 등 9개 법안이다. 이 중 서비스법과 북한인권법은 접점을 찾았다. 서비스법의 경우 야당이 공공성 약화 우려를 제기한 보건·의료 분야를 다른 서비스업보다 신중히 접근하는 방향으로 정리했다. 서비스산업 발전에 관한 주요 정책과 계획을 심의할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에 보건의료 분야를 다룰 특별소위를 설치하기로 한 것. 그러나 기업의 사업재편 절차를 간소화하는 원샷법은 철강·조선·석유화학 업종에 한해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자고 한 야당의 절충안을 여당이 거부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글로벌 경영 환경을 감안할 때 어느 업종에서든 구조조정 요인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여당 관계자는 “구체적인 기업이나 업종을 명시할 경우 향후 쓸모없는 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테러방지법의 경우 테러 대응을 총괄할 대테러센터를 국무총리실 대신 국민안전처에 두는 법안을 야당이 새로 제출하며 다시 원점이 됐다. 국민안전처는 대테러 실무나 공작을 집행할 역량이 없다고 여당에 밝혀 왔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노동개혁 5법이다. 이날 협상에서 논의했지만 여야 누구도 회동 뒤 브리핑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전혀 진전을 보지 못했다는 얘기다. 특히 5대 법안 중 핵심 쟁점인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2년→4년)과 파견 확대를 담은 기간제·파견근로자법은 야당이 “희대의 악법”이라고 규정한 만큼 앞으로도 절충이 쉽지 않다. 여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노동개혁법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일단 합의를 본 경제·민생 법안만 31일 본회의에서 먼저 처리하고 노동개혁법은 선거구 획정안과 함께 내년으로 넘겨 임시국회가 끝나는 1월 8일 본회의에서 연계해 처리하겠다는 복안”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차길호 홍정수 기자}
국회가 정상적 절차에 따라 연내에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법을 처리할 수 있는 시한이 딱 하루 남았다. 쟁점 법안을 늦어도 31일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면 성탄절 연휴를 고려할 때 24일에는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겨야 한다. 5일간 숙려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본회의로 바로 직권상정하지 않는다면 24일이 1차 데드라인인 셈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이날 여야 지도부를 불러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과 쟁점 법안을 놓고 ‘최종 담판’을 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가 23일 상임위를 열어 쟁점 법안을 심사했지만 논의가 쳇바퀴를 돌아 쟁점 법안 처리가 올해를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노동개혁법 중 기간제·파견근로자법을 다룬 환경노동위 법안심사소위는 6시간 동안 각자 주장만 늘어놓다가 끝났다. 다만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은 구조조정이 시급한 조선, 철강, 석유화학 분야 대기업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야당이 한발 양보했다. 새누리당은 데드라인을 앞두고 분주했다. 릴레이 당정협의를 통해 야당의 주장을 일부 반영해 원샷법 등 5개 쟁점 법안의 수정안을 마련했다. ‘담판 회동’에서 정 의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경우 공공의료 분야에 손대지 않겠다는 점을 명시했다. 또 야당에 28일과 31일, 내년 1월 8일 본회의 개최를 요청했지만 답을 듣진 못했다. 여당 핵심 당직자는 “쟁점 법안의 수정안을 전달하는 것은 여야 간 최종 합의가 불발될 경우 정 의장에게 이 안으로 직권상정해 줄 것을 요청한다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박민혁 기자}

21일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법 등 5대 쟁점 법안이 걸린 상임위원회는 끝내 열리지 못했다. 전날 여야 지도부가 “소관 상임위를 즉각 가동하자”고 한 합의가 빛이 바랜 것이다. 다만 야당은 쟁점 법안에 대한 처리 전략을 내부 조율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밝히고 22일부터 상임위를 열기로 했다. 논의 자체를 거부하던 야당이 유연성을 보인 셈이다. 꽉 막힌 경제활성화법 처리의 돌파구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 여야, 노동개혁 법안 연계 처리 놓고 이견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소관 상임위 간사들을 불러 입법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안철수 의원 탈당 이후 입법 논의에 등 돌렸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직접 해결사로 나선 것이다. 쟁점 법안 논의는 원내대표 소관 업무다. 하지만 비주류인 이종걸 원내대표가 회의에 불참하면서 문 대표가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고 한다. 회의 직후 야당은 경제활성화법인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의 조율 가능성을 내비쳤다. 서비스법은 법 대상에 의료·보건 분야를 유지하되 계획 수립이나 사업 수행 과정에서 제외하는 안을 내놓았다. 기획재정위 새누리당 간사인 강석훈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보건·의료 분야 계획을 세우지도 말라는 건 아예 대상에서 빼자는 얘기”라면서도 “야당이 우려하는 의료 공공성 침해 가능성에 대한 보완장치로 조율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재벌 특혜’ 논란이 있는 원샷법은 5대 대기업을 제외하거나 구조조정이 시급한 철강, 석유, 조선화학 부문 대기업만 포함하는 방안을 여야가 조율 중이다. 다만 정부 여당은 28일로 잠정 합의된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개혁 5대 법안과 연계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야당이 악법으로 규정한 기간제·파견근로자법의 일괄 처리를 여당이 고수할 경우 경제활성화법까지 연내 처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분리 처리는 안 된다. ‘먹튀’가 생긴다. 선거구 획정하고 나면 누가 협상에 나오겠느냐”고 말했다. ○ 신용등급 상승에 “직권상정 불씨 꺼질라” 여야가 쟁점 법안에 한발씩 내딛기는 했지만 곳곳이 ‘지뢰밭’이다. 법안 심사의 마지막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야당이 내세운 최저임금법을 놓고 갈등하다 파행됐다. 쟁점이 없는 법안 100여 건을 처리하려던 22일 본회의도 무산됐다. 선거구 획정 협상은 교착 상태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이 제시한 소수정당 배려 방안(정당득표율 3∼5%인 정당에 비례대표 3석 우선 배정)을 거부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특정 정당의 유불리가 뻔히 보이는 선거제도를 받으라는 건 협상을 어렵게 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선거구 획정이 해를 넘겨 선거구가 무효화하는 초유의 사태를 우려했다. 여당은 야당과의 조율이 최종 결렬될 경우 직권상정 카드를 고려 중이다. 한국이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로부터 사상 최고의 신용등급(Aa2)을 받은 낭보가 정치권에서 곡해될까 수습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라며 “대내외 경제위기 속에서도 (무디스가) 한국을 높이 평가한 건 노동개혁 등 4대 개혁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직권상정의 명분을 만들어 놓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홍수영 gaea@donga.com·차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