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고육책… 편법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선거구 무효돼도 예비후보 선거운동 잠정 허용”
31일까지 등록한 후보자만 해당

내년 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이 해를 넘겨 국회의원 246개 선거구가 모두 무효가 되더라도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은 당분간 허용되는 어정쩡한 상황이 벌어진다. 내년 1월 1일 0시부터 현행 선거구가 사라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편법’을 내놓은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30일 ‘국회의원 선거구 확정 지연에 대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올해 말까지 종전 선거구에서 등록을 마친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 단속을 잠정적으로 유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임시국회가 끝나는) 내년 1월 8일까지 선거구 공백 상태가 지속된다면 1월 초순 예비후보자에 대한 대책을 결정할 것”이라며 국회에 선거구 획정을 촉구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예비후보자에게 허용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뜻이다. 예비후보 자신의 과실이 아니라 모든 선거구가 무효가 돼 예비후보 등록이 자동 무효가 될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명시적인 근거 조항이 없고, 선례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선관위 관계자는 “‘불법 선거운동’으로 볼 명백한 규정이 없다”며 “다만 예비후보가 기존에 허용된 범위를 넘어선 선거운동을 할 때 단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내 선거구 획정이 무산되더라도 예비후보들은 선거사무소를 닫거나 현수막을 떼어낼 필요가 없다. 명함을 돌리거나 지역민에게 홍보물을 보내는 등의 선거운동도 그대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선관위가 원칙에서 벗어난 조치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는 이달 초 선거구 공백에 따른 문제점을 정리하며 ‘31일까지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을 경우 예비후보 등록이 무효가 되고, 내년 1월 1일부터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이 금지된다’고 명시했다.

선관위가 이날 ‘단속 유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이 같은 논란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한 선관위 관계자는 “‘단속을 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는 없어 내놓은 일종의 고육책”이라고 말했다.

다만 선관위는 내년 1월 1일부터 기존 선거구에 예비후보 등록 신청을 하면 접수는 하되 수리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 등록을 신청하는 후보자들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이 역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선관위#편법#선거운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