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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종전협상에 나서는 대신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해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2단계 (추가) 제재를 시행할 준비가 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알래스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한 후 러-우 정상회담을 중재하며 대러 제재를 보류해 왔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반미 결속을 과시하자, 제재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으로 분석된다. 3일 전승절 당일 북-중-러 세 정상이 톈안먼 망루에 나란히 오르자, 트럼프 대통령은 “반미(反美) 작당 모의를 꾸미는 김정은과 푸틴에게 나의 가장 따뜻한 안부를 전한다”고 비꼬았다. 7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정부청사를 처음 공격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직접 관세 부과뿐만 아니라 러시아산 석유 등을 구매하는 국가들에 대한 2차 관세 부과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달부터 러시아산 석유를 대량 구매하고 있는 인도에 대해 25% 상호관세에 추가 관세 25%를 더해 총 50%를 부과하고 있다. 일각에선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을 전면 통제하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8일 워싱턴에서 유럽연합(EU) 대표단과 회의를 갖고 대러시아 제재안을 논의했다. 베선트 장관은 7일 미 NBC방송 인터뷰에선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고, 유럽의 파트너들도 우리를 따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우크라이나군이 얼마나 오래 버틸지와 러시아 경제가 얼마나 오래 버틸지가 경쟁하는 상황”이라며 “러시아산 원유 수입국에 2차 관세를 부과하면 러시아 경제는 완전히 붕괴할 것이고, 푸틴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것”이라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7일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살인을 멈추는 방법은 그(푸틴 대통령)의 무기를 빼앗는 것이다. 에너지가 그의 무기”라며 러시아산 에너지를 구입하는 국가들에 대한 2차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파리에 한식 붐이 일면서 한식당이 300개까지 늘었는데 정작 한국인이 운영하는 진짜 한식당은 많지 않다. 파리지앵들에게 한국 전통 장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프랑스 국적의 한인 3세 이재요 프라임타임(Primetime) 대표는 6일(현지 시간)부터 이틀간 파리 앙드레시트로엥 공원에서 펼쳐진 ‘K스트리트 페스티벌’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이 페스티벌은 재불 한인 2, 3세들이 주축이 된 프라임타임이 파리시 15구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진행하는 행사다. K푸드, K뷰티 등 현지 40여 개 업체가 참여해 한식 요리 경연, K팝 커버댄스 및 DJ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여 이틀간 약 6만 명이 몰렸다. 페스티벌 방문객의 약 90%가 10, 20대 프랑스 청년들이었다. 하이라이트는 한국 전통 장을 주제로 한 요리 경연대회. 프랑스 및 한국 국적 요리사 18명이 간장, 고추장, 된장 등 전통 장을 주제로 창의적인 퓨전 요리를 선보였다. 공명휘 씨는 7일 결승전에서 된장 소스를 곁들인 퓨전 삼겹살 스테이크를 선보여 우승을 차지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셰프 에리크 티카나 씨는 “은은한 한국 전통 된장의 맛을 잘 살렸다. 김치보다 장이 다른 음식들과 조화를 이루며 확장성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권숙수’를 운영하는 권우중 셰프도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권 셰프는 서울에서 된장, 간장 등 전통 장 500인분을 직접 공수해 이날 파리 시민을 대상으로 시식회를 열었다. 권 셰프는 “프랑스에선 숙성 과정이 필요한 치즈가 주요 식재료인데, 한국 장도 식물성 숙성을 거치기에 잘 받아들여질 것 같다”며 “오늘 장을 시식하는 파리시민들의 밝은 표정을 보니 곧 유럽에서 한국 장이 유행할 것 같다”고 했다. 행사장에서는 최근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 대한 관심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케데헌의 OST ‘골든(Golden)’이 행사장에 흘러나오자 파리 청년들은 중앙 무대로 모여 떼창과 군무를 췄다. 케데헌 굿즈 존은 방탄소년단(BTS) 굿즈 존과 더불어 가장 줄이 길었다. 케데헌 촬영지로 관심이 높아진 서울시도 포토존을 설치해 관람객들을 끌어모았다. 이 대표는 “한인 2∼3세들은 어릴 적 인종차별로 상처받은 경험이 있는데, 이렇게 한국인이라는 것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시대가 와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종전협상에 나서는 대신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해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2단계 (추가) 제재를 시행할 준비가 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알래스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한 후 러-우 정상회담을 중재하며 대러 제재를 보류해 왔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반미 결속을 과시하자, 제재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으로 분석된다. 3일 전승절 당일 북-중-러 세 정상이 톈안먼 망루에 나란히 오르자, 트럼프 대통령은 “반미(反美) 작당 모의를 꾸미는 김정은과 푸틴에게 나의 가장 따뜻한 안부를 전한다”고 비꼬았다. 7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정부청사를 처음 공격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직접 관세 부과뿐만 아니라 러시아산 석유 등을 구매하는 국가들에 대한 2차 관세 부과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달부터 러시아산 석유를 대량 구매하고 있는 인도에 대해 25% 상호관세에 추가 관세 25%를 더해 총 50%를 부과하고 있다. 일각에선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을 전면 통제하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8일 워싱턴에서 유럽연합(EU) 대표단과 회의를 갖고 대러시아 제재안을 논의했다. 베선트 장관은 7일 미 NBC방송 인터뷰에선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고, 유럽의 파트너들도 우리를 따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우크라이나군이 얼마나 오래 버틸지와 러시아 경제가 얼마나 오래 버틸지가 경쟁하는 상황”이라며 “러시아산 원유 수입국에 2차 관세를 부과하면 러시아 경제는 완전히 붕괴할 것이고, 푸틴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것”이라고 했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7일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살인을 멈추는 방법은 그(푸틴 대통령)의 무기를 빼앗는 것이다. 에너지가 그의 무기”라며 러시아산 에너지를 구입하는 국가들에 대한 2차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파리에 한식 붐이 일면서 한식당이 300개까지 늘었는데 정작 한국인이 운영하는 진짜 한식당은 많지 않다. 파리지앵들에게 한국 전통 장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프랑스 국적의 한인 3세 이재요 프라임타임(Primetime) 대표는 6일(현지 시간)부터 이틀간 파리 앙드로시트로엥공원에서 펼쳐진 ‘K-스트리트 페스티벌’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페스티벌은 재불한인 2, 3세들이 주축이 된 프라임타임이 파리시 15구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진행하는 행사다. K-푸드, K-뷰티 등 현지 40여개 업체가 참여해 한식 요리 경연, K팝 커버댄스 및 DJ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여 이틀간 약 6만 명이 몰렸다. 페스티벌 방문객의 약 90%가 10, 20대 프랑스 청년들이었다.하이라이트는 한국 전통 장을 주제로 한 요리 경연대회. 프랑스 및 한국 국적 요리사 18명이 간장, 고추장, 된장 등 전통 장을 주제로 창의적인 퓨전 요리를 선보였다. 공명휘 씨는 7일 결승전에서 된장 소스를 곁들인 퓨전 삼겹살 스테이크를 선보여 우승을 차지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셰프 에릭 티카나 씨는 “은은한 한국 전통 된장의 맛을 잘 살렸다. 김치보다 장이 다른 음식들과 조화를 이루며 확장성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서울에서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권숙수’를 운영하는 권우중 쉐프도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권 셰프는 서울에서 된장, 간장 등 전통 장 500인분을 직접 공수해 이날 파리 시민을 대상으로 시식회를 열었다. 권 쉐프는 “프랑스에선 숙성 과정이 필요한 치즈가 주요 식재료인데, 한국 장도 식물성 숙성을 거치기에 잘 받아들여질 것 같다”며 “오늘 장을 시식하는 파리시민들의 밝은 표정을 보니 곧 유럽에서 한국 장이 유행할 것 같다”고 했다.행사장에서는 최근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 대한 관심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케데헌의 OST ‘골든(Golden)’이 행사장에 흘러나오자 파리 청년들은 중앙 무대로 모여 떼창과 군무를 췄다. 케데헌 굿즈 존은 방탄소년단(BTS) 굿즈 존과 더불어 가장 줄이 길었다. 케데헌 촬영지로 관심이 높아진 서울시도 포토존을 설치해 관람객들을 끌어모았다. 이 대표는 “한인 2~3세들은 어릴 적 인종차별로 상처받은 경험이 있는데, 이렇게 한국인이라는 것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시대가 와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러시아가 6일 밤∼7일 새벽 사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포함해 전국 곳곳에 대규모 무인기(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키이우의 정부청사 건물이 공격당했고, 민간인 사상자 또한 속출했다. 이번 공격으로 최소 3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중에는 갓난아기도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이번 공습에서 드론과 미사일 총 823기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우크라이나의 정부청사 건물이 공습당한 것은 처음이다. 공습 규모 또한 올 7월 8, 9일(741기)을 넘어 전쟁 발발 뒤 최대라는 분석이 나온다.우크라이나군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군은 ‘이스칸데르-K 순항미사일’과 ‘KN-23 탄도미사일’ 등을 퍼부었다. 우크라이나 방공망은 이 중 751기를 격추하거나 전파 교란으로 무력화했지만, 미사일 9발과 드론 56대가 방어망을 뚫고 37개 지역을 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율리야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총리 역시 “정부청사가 처음으로 적의 공격을 받았다. 옥상과 상층부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그는 텔레그램에 청사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노력하는 구조대원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도 게재했다. 이 영상에서는 청사 상층부가 화염에 휩싸이고 검은 연기가 치솟는 장면이 등장한다. 공습 위협이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확산하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폴란드 또한 자국 공격 가능성을 우려해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켰다.이번 공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에 참여할 의지가 별로 없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로 해석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서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의 80주년 전승절 열병식 당시 기자회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로 오면 그와 회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전쟁 중인 상대방 국가의 원수에게 자국 수도로 오라는 것은 사실상 백기 투항을 요구한 셈이나 다름없어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러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푸틴)가 키이우로 올 수 있다. 매일 (러시아의) 미사일을 맞고 공격받는데 이 테러범(러시아)의 수도로 갈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푸틴은 전쟁을 계속하고 싶어 하기에 나와 정상회담을 할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 날 우크라이나 서부 우주호로드에서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회담한 뒤,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을 위해 종전 후 우크라이나에 주둔할 서방 주요국 군대의 주둔 규모가 “수천 명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군사 지원 외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 지원도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러자 푸틴 대통령은 5일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경제 포럼에서 “그들(서방군)을 정당한 타격 목표물로 간주할 것”이라고 위협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유럽연합(EU)이 구글이 EU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반(反)독점 행위를 했다며 29억5000만 유로(약 4조8000억 원)의 과징금을 5일 전격 부과했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한 같은 날 “무역법 301조를 발동해 EU에 보복 조치를 단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글 또한 소송전을 예고했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 미국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을 둘러싼 EU와 미국의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미국이 유럽산 자동차와 농산물을 대거 수입하는데도 유럽은 미국산 상품을 충분히 수입하지 않으며 미국 빅테크에도 유럽 IT 기업보다 강한 규제를 한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재집권 직후인 올 2월에도 “EU는 미국을 벗겨먹으려고(screw) 만들어진 조직”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양측의 갈등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U, 구글에 또 과징금 vs 트럼프 “보복”EU 집행위원회는 이날 구글이 2014년부터 경쟁사에 불리하게 자사 온라인 광고 서비스를 운영하며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에 “자사 우대 서비스를 중단하고 이해 상충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 또한 60일 안에 마련하라”고 명령했다. EU는 구글이 자사 온라인 광고 판매소 ‘애드 익스체인지(AdX)’를 우대한 것이 ‘불공정 행위’라고 보고 있다. 구글에 대한 EU의 반독점 과징금 처분은 이번이 네 번째다. 구글은 2017년 쇼핑 검색에서 자사 서비스를 우대한 혐의로 24억2000만 유로(약 3조9000억 원), 2018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경쟁 방해를 한 혐의로 43억4000만 유로(약 7조1000억 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받았다. EU는 2019년 애드센스 플랫폼에서 경쟁사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저해했다는 이유로 구글에 14억9000만 유로(약 2조4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23년 6월에는 구글에 광고 분야 일부 사업을 매각하라고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트루스소셜에서 EU를 비판하며 “매우 불공정하다. 미국 납세자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불합리하고 차별적 대우에 대응하는 ‘무역법 301조’를 거론하며 보복을 시사했다. EU가 애플로부터 이미 징수한 과징금 또한 부당하므로 이를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를 활용해 패권 경쟁 중인 중국산 선박에도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했다. EU에 대한 조치도 조만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EU 내부에서는 이번 과징금 부과가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로시 셰프초비치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이 과징금 부과에 반대해 왔다고 블룸버그 등이 전했다.● 美, 韓 플랫폼법도 예의 주시 일각에서는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 인도 브라질 터키 등 디지털 무역에 관한 새 규정을 검토하는 세계 주요국에 일종의 ‘경고 사격(warning shot)’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3일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의 디지털 무역 정책 관계자는 “최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한국 측에 ‘빅테크 규제 법안을 막겠다’는 약속을 공동성명에 포함하자고 요구했지만 한국이 거부했다”고 전했다.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은 구글, 애플 등은 물론 쿠팡, 네이버 등 국내 대형 플랫폼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입점 업체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막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공화당 강경파들은 이 법이 “미국 기업을 차별하고 중국 빅테크에만 유리하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에도 “디지털 시장 규제, 디지털 세금 등을 시행하는 국가가 차별적 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상당한 추가 관세와 기술·반도체 수출 제한을 시행하겠다”고 위협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영광의 수상자들재단법인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는 8일 인촌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39회를 맞은 올해 인촌상은 교육, 언론·문화, 인문·사회, 과학·기술 등 4개 부문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인물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심사는 부문별로 권위 있는 외부 전문가가 4명씩 참여해 6∼8월 3개월간 진행했다. 수상자들의 소감과 공적을 소개한다.》“해밀학교는 다문화 학생이 사회에 나가 양쪽 발을 딛고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의 굳은살’을 만들어 주기 위한 학교입니다. 오랜 시간 해밀학교를 지켜봐주시고 격려해주시는 의미로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수 인순이로 널리 알려진 김인순 해밀학교 이사장(68)은 해밀학교가 인촌상 교육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학생들에게 우리는 모두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태어났고 모두 특별한 아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밀학교는 다문화 학생 교육을 위해 2013년 강원 홍천군에 설립된 중학교 학력 인정 다문화 대안학교다. 김 이사장은 과거 라디오 방송을 듣다 다문화 학생의 고교 졸업률이 낮다는 사실을 접하고 학교 설립을 결심했다. 그는 “‘다문화 학생은 사춘기를 보내며 어떤 생각을 할까. 내가 옆에서 도와주면 그 아이들이 힘들어하지 않고 사춘기를 잘 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학교를 세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개교 당시 교사와 학생이 각각 6명씩인 소규모 학교였다. 친환경 농촌 체험관을 빌려 교실로 꾸미고 민가를 임차해 기숙사로 사용했다. 현재는 교사 10명, 학생 55명 규모로 성장했고 별도의 학교 건물과 기숙사도 마련했다. 지난달 27일 만난 이경진 해밀학교 교장은 “설립 초기에는 다문화 학생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잘 몰라 힘들었고, 재정적으로도 어려웠다”며 “여러 선생님이 학생 교육에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후원금이 모이며 학교 건물도 짓고 대안학교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밀학교에는 다문화 학생뿐만 아니라 다문화 가정 학생이 아닌 학생들도 한 교실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다.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 사회에서 함께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한국어 성장 과정 데이터화 및 교육과정 반영, 학습자료 다국어 동시 번역 시스템 개발 등의 노력으로 많은 다문화 학생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입학 전 한국어를 전혀 못 했던 학생이 3년간 교육을 받으며 한국어가 상당한 수준으로 늘었고 해밀학교를 졸업한 뒤 일반고를 거쳐 국내 대학에 진학하기도 했다. 이 교장은 “한국 사회에 적응해 잘 살아가고 있는 해밀학교 졸업생들로부터 ‘해밀학교를 늘 기억하고 있다. 정말 감사하다’는 문자를 받을 때마다 정말 감격스럽다”며 “학생 한 명, 한 명이 모두 가족 같다”고 말했다.공적2013년 가수 인순이(김인순) 씨가 다문화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강원 홍천군에 만든 학교. 교사 10명, 학생 55명으로 운영 중이며, 40여 명의 시간강사가 한국어, 방송 촬영, 코딩, 드론 교육 등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이주 배경의 학생들이 같은 교실에서 학습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교사들이 다국어 자동 번역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혁신적 교육을 선도하고 있다. 2023년 강원도 최초로 구글 레퍼런스 스쿨에 선정됐다. 해밀학교는 함께 살아갈 다문화 사회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등단 61년 맞은 현대시 산증인… “시는 내게 멈출 수 없는 호흡”언론·문화 신달자 시인“(수상 소식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인촌상을 받는다는 건, 시를 잘 써왔다는 것을 넘어 한 인간으로서 제대로 살아왔다는 의미가 담긴 거니까요. 이 상을 받은 만큼, 남은 인생에서 말 한마디라도 힘을 불러들이는 사람으로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올해 인촌상 언론·문화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신달자 시인(82)은 3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나 수상 소식을 들었던 감격적인 심경을 떠올렸다. 1964년 등단한 뒤 지난해 시력(詩歷)으로 환갑을 맞은 시인에게도 인촌상 수상은 너무나 특별한 의미였기 때문이다.그는 평생 시가 곧 삶이었기에 이런 기쁨도 찾아왔다고 믿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시와 만난 뒤 한 번도 이 길을 의심하지 않았다. 신 시인은 “시는 내게 호흡과 같다”며 “숨을 멈추면 죽듯, 시를 쓰지 않으면 나는 없다. 죽을 때 ‘시인 신달자가 갔다’고 불리면 영광”이라고 했다.신 시인은 1973년 첫 시집 ‘봉헌문자’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7권의 시집을 펴냈다. 그의 시는 한국 현대시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수필집 ‘백치 애인’과 소설 ‘물 위를 걷는 여자’도 각각 70만 부, 100만 부 넘게 팔렸다. 작품들을 통해 결혼 직후 투병 중인 가족을 간호하고 세 딸을 키우며 가장 역할을 한 모습이 알려지며 독자들의 큰 공감을 얻기도 했다. 그런 그의 모든 작품엔 어려운 삶의 풍경을 담아내는 따뜻한 온기가 배어난다.“당장 내일 아침 끼니가 막막할 때도 있었어요. 그때 ‘더 이상 못 해’라는 말을 집어던지고 ‘이 순간을 반드시 글로 쓸 거야’라는 마음 하나로 버텼습니다. 글로 쓰기 위해 돌을 씹어서라도 일어서야 한다는 마음, 그것이 제 생명줄이었죠.”신 시인은 문단 선후배들의 신뢰가 두텁기로 유명하다. 한국시인협회장과 문학진흥정책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주변을 챙겼다. 그는 “여든이 넘으니 모든 시간이 더 소중해졌다”며 “남을 미워할 시간이 없다. 예전엔 가끔 지적도 했지만 이젠 ‘괜찮아, 너 잘하는 것도 있잖아’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그게 나이가 가르쳐주는 너그러움 같아요. 이번 여름 무척 더웠지만 가을이 있다는 걸 우리는 알잖아요. 요즘 하늘이 얼마나 예뻐요.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게 많습니다.”시인은 인촌상 수상 소감을 전하는 순간 역시 ‘축복’이라고 불렀다. “살면서 헛된 시간은 없어요. 지금 이 시간도 얼마나 축복인가요. 내일로 가서 이날이 과거가 되면 또 하나의 재산이 쌓이는 겁니다. 누군가 ‘마지막 순간 무슨 말을 하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전 ‘감사합니다’일 거예요.”공적1964년 여성지 ‘여상’에 시 ‘환상의 방’이 당선됐고, 박목월 시인의 추천을 받아 본격적인 문단 활동에 나섰다. 여성 특유의 심미감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삶의 고뇌를 섬세한 감성으로 표현하며 여성성을 바탕으로 시 세계를 확장했다. 결혼 직후 남편과 시어머니가 투병할 때 간호하고, 세 딸의 어머니로 가장 역할을 했다. 어려운 삶의 모습을 따뜻한 온기로 표현하며 공감을 얻었고, 한국의 대표적 여성 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같이 얻기 어려운 문학 장르에서 문학성 높은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북한 경제 데이터 분석한 석학… “北 제대로 아는게 통일 열쇠”인문·사회 김병연 교수“북한 경제를 전공하면 교수로 자리 잡기 힘들다며 말리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어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며 북한 경제 연구에 매진해 온 모든 연구자에게 주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인촌상 인문·사회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63)는 2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인촌상을 수상하게 돼 놀랍고 영광스럽다”고 밝혔다.김 교수는 옛 소련과 동유럽 등 사회주의 경제가 자본주의로 어떻게 이행하는지를 연구하며 세계적 석학 반열에 올랐다. 특히 이를 통해 북한 경제를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해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최근에는 베를린자유대 한국학연구소에서 통일, 이주민 적응 여부 등을 연구하고 있다.김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3000명 이상의 탈북자를 조사해 북한 경제에 관한 자료를 모았다. 동료 연구자들과 중국 단둥에서 북한과 거래하는 180여 개 중국 기업의 자료도 수집해 북한의 실질 장기경제 성장률 등을 추산했다. 그 결과 한국의 1인당 국민 소득이 1960년대 후반부터 북한을 앞서기 시작했음을 밝혀냈다.김 교수는 2017년 북한 경제에 관한 각종 데이터를 집대성한 저서 ‘북한 경제의 실체를 벗기다(Unveiling the North Korean Economy)’를 통해 국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등 주요국 대북 정책 결정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이 책으로 2018년 대한민국 학술원상, 서울대 학술연구상도 받았다. 그는 “2000년도 초반까지만 해도 북한 연구는 ‘학문의 대상’이 아니라 ‘이념의 전쟁터’였다”며 “북한 경제를 객관적으로 실증적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제대로 된 대북 정책을 펼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역대 정부의 대북 정책 또한 북한 경제의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수립된 측면이 있어 아쉽다고 했다. 그는 “보수 정권은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만 말하고, 진보 정권은 ‘평화와 경제협력’만 강조하는데 이런 이분법적 사고로는 대북 정책을 제대로 펴기 어렵다”며 “‘짬뽕’과 ‘자장면’ 둘 중 하나를 양자택일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실(fact)에 기반해 애피타이저, 메인 요리, 디저트까지 있는 ‘코스 메뉴식’ 대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북한 경제에 대한 연구가 통일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북한 경제를 모르면 북한이라는 배가 어디로 나아갈지 알 수 없다”며 “북한을 공부하는 경제 전문가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밝혔다.공적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넘어가는 시기에 일어나는 경제 변화 등을 연구하는 ‘이행기 경제학’ 분야의 최고 전문가. 북한으로 연구 영역을 확장해 북한 경제와 국가 간 경제 제도의 비교연구라는 비주류 분야를 소신 있게 연구했다. 비교경제 분야 최고학술지에 8편 등 총 50편에 가까운 논문을 게재했다. 2017년 영문 서적 ‘Unveiling the North Korean Economy’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사회주의권 국가들과 북한 경제 관련 자료를 수집해 이론적 추론을 넘어선 실증적 연구를 했다.고체-액체 사이 ‘네마틱’ 관측… “꿈의 물질 고온초전도체 연구”과학·기술 김범준 교수“한국에 훌륭한 연구를 하는 과학자가 많은데, 이렇게 큰 상을 받아 영광입니다. 이번 수상을 통해 꿈의 물질로 불리는 고온초전도체의 비밀을 밝힐 수 있도록 더욱 연구에 정진하겠습니다.”인촌상 과학·기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김범준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49)는 2일 본보 인터뷰에서 “요즘 한국 과학계의 전반적인 연구 역량이 많이 올라갔다고 느낀다”며 “노벨상 시즌이 곧 돌아오는데 한국인 수상자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김 교수 역시 한국 과학계의 경쟁력을 높인 데 크게 일조한 인물로 꼽힌다. 특히 2023년 ‘제4의 상’이라고 불리는 ‘네마틱 상’(액체와 고체 성질을 동시에 갖는 상)을 관측한 연구는 김 교수의 대표 공적으로, 이 연구는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대부분의 물질은 고체, 액체, 기체의 세 가지 상으로 존재하지만 스마트폰 액정처럼 고체와 액체 사이의 ‘제4의 상’도 존재한다. 이런 네마틱 상이 양자역학계에도 존재한다는 이론은 있었지만 이를 실제 물질에서 관측하지는 못했다. 김 교수는 네마틱 상을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장비 ‘공명 비탄성 X선 산란 장비(RIXS)’를 개발해, 이리듐 산화물에서 네마틱 상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네마틱 상태의 이리듐 산화물로 ‘꿈의 물질’이라고 불리는 고온초전도체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고온초전도체는 절대온도 77K(캘빈·영하 196도) 이상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을 의미한다. 고온초전도체가 개발되면 양자컴퓨터의 개발 가능성도 커진다. 기존 초전도체의 경우 극저온에서만 안정적으로 작동해 복잡한 냉각장치를 갖춰야 하고, 온도가 올라가면 에러율이 높아지는 한계가 있었다. 고온초전도체가 실현되면 이 같은 ‘양자 오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앞으로 남은 연구 인생을 고온초전도체를 양자컴퓨터에 활용하도록 하는 데 다 쓰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다소 생소한 연구를 한국에서 꽃피우기까지는 많은 역경이 있었다. 물질의 양자 스핀을 관찰할 수 있는 방사광가속기가 포스텍에 있는 포항방사광가속기 하나뿐이었고, 연구비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김 교수는 포스텍에 자리 잡기 전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그룹리더로 있었던 시절을 떠올렸다. “독일은 다 천천히 가는 사회라 사는 데는 불편함이 많지만 기초과학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긴 호흡으로 깊이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었습니다. 한국의 기초과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국민들도 조금은 느긋하게 바라봐 주시길 바랍니다.”공적2008년 최고 권위 학술지인 ‘Physical Review Letters’에 이리듐 산화물에서의 새로운 부도체 상태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전자 사이의 강한 상호 작용으로 인해 일반적 물리 법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강상관 물질 중 이리듐 산화물에 대한 연구 분야를 개척하고 세계적 연구 확산을 선도했다. 최근 세계 최초로 스핀 액정 상을 관측해 양자컴퓨팅과 초전도체 등 미래 혁신기술 분야 경쟁력 향상에 기대감을 낳고 있다. 또 비탄성 공명산란 연구 기법을 최초로 도입한 대형 장비를 포항 가속기연구소에 구축했다.제39회 인촌상 심사위원(가나다순)▽교육 △위원장 백순근 서울대 교수·한국교육학회 회장 △위원 이용균 중앙고 교장, 임창빈 한국지도자육성장학재단 이사장, 장덕호 건국대 교수▽언론·문화 △위원장 김영석 연세대 명예교수 △위원 곽효환 시인·전 한국문학번역원장, 이은주 서울대 교수, 최맹호 전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인문·사회 △위원장 김혜숙 전 이화여대 총장 △위원 김두얼 명지대 교수, 이철승 서강대 교수, 임준철 고려대 교수▽과학·기술 △위원장 노정혜 서울대 명예교수 △위원 김창영 서울대 교수, 심현철 KAIST 교수, 예종철 KAIST 김재철AI대학원 교수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베를린=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러시아가 6일 밤~7일 새벽 사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포함해 전국 곳곳에 대규모 무인기(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키이우의 정부청사 건물이 공격당했고, 민간인 사상자 또한 속출했다. 이번 공격으로 최소 3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중에는 갓난아기도 포함됐다.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이번 공습에서 드론과 미사일을 총 823기 발사했다고 밝혔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우크라이나의 정부청사 건물이 공습당한 것은 처음이다. 공습 규모 또한 올 7월 8, 9일(741기)을 넘어 전쟁 발발 뒤 최대라는 분석이 나온다.우크라이나군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군은 ‘이스칸데르-K 순항미사일’과 ‘KN-23 탄도미사일’ 등을 퍼부었다. 우크라이나 방공망은 이중 751기를 격추하거나 전파 교란으로 무력화했지만, 미사일 9발과 드론 56대가 방어망을 뚫고 37개 지역을 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율리야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총리 역시 “정부청사가 처음으로 적의 공격을 받았다. 옥상과 상층부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그는 텔레그램에 청사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노력하는 구조대원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도 게재했다.이 영상에서는 청사 상층부가 화염에 휩싸이고 검은 연기가 치솟는 장면이 등장한다. 공습 위협이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확산하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폴란드 또한 자국 공격 가능성을 우려해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켰다.이번 공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에 참여할 의지가 별로 없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로 해석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서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의 80주년 전승절 열병식 당시 기자회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로 오면 그와 회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전쟁 중인 상대방 국가의 원수에게 자국 수도로 오라는 것은 사실상 백기 투항을 요구한 셈이나 다름없어 현실성이 떨어진다.그러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 미국 ABC방송 인터뷰에서 “그(푸틴)가 키이우로 올 수 있다. 매일 (러시아의) 미사일을 맞고 공격받는데 이 테러범(러시아)의 수도로 갈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푸틴은 전쟁을 계속하고 싶어 하기에 나와 정상회담을 할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 날 우크라이나 서부 우즈호로드에서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회담한 뒤,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을 위해 종전 후 우크라이나에 주둔할 서방 주요국 군대의 주둔 규모가 “수천 명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군사 지원 외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 지원도 필요하다고 호소했다.그러자 푸틴 대통령은 5일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경제 포럼에서 “그들(서방군)을 정당한 타격 목표물로 간주할 것”이라고 위협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흙수저 정치인’으로 유명한 앤절라 레이너 영국 부총리 겸 주택지역사회 장관(45)이 80만 파운드(약 15억 원)의 두 번째 주택 구입 과정에서 4만 파운드(약 7500만 원)의 세금을 누락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재정적자 증가로 최근 영국의 국채 금리가 날로 치솟아 고심하고 있는 키어 스타머 총리와 집권 노동당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3일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레이너 부총리는 올 5월 잉글랜드 남부 이스트서식스호브의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에서 주요 주거지가 아닌 곳에 두 번째 주택을 구입하면 추가 세금을 내야 한다. 그는 지역구인 맨체스터 인근 애슈턴언더라인이 아닌 이곳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이를 ‘주요 주거지’로 신고하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 레이너 부총리는 그간 “지역구의 첫 번째 주택은 장애인 아들을 위한 법정 신탁에 양도했으므로 5월 구입한 주택은 두 번째 주택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나 논란이 고조되자 3일 성명을 내고 “변호사에게 부정확한 조언을 받아 세금을 적게 납부했다. 잘못을 깊이 뉘우친다”고 몸을 낮췄다. 레이너 부총리는 요양보호사 출신으로 영국 2인자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맨체스터 공공주택에 살면서 어려운 성장기를 보냈고, 16세에 첫아들을 출산하며 고교를 중퇴했다. 이후 두 아들을 더 낳았다. 둘째 아들은 조산 과정에서 장애를 얻었다. 레이너 부총리의 세금 논란은 올 하반기(7∼12월) 증세를 추진하고 있는 스타머 정권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 보수당은 “주택지역사회 장관을 겸하고 있는 레이너 부총리의 세금 누락은 위선”이라며 스타머 총리에게 그의 해임을 촉구했다. 스타머 총리 또한 지난해 부유한 사업가인 와히드 알리 노동당 상원의원으로부터 5만 파운드(약 9400만 원)에 달하는 고가 의류 등을 선물받은 후 이를 늦게 신고해 곤욕을 치렀다. 최근 성장 둔화와 국채 금리 상승까지 겹치면서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상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또한 노동당 소속 고위 인사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국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논평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흙수저 정치인’으로 유명한 앤절라 레이너 영국 부총리 겸 주택지역사회 장관(45)이 80만 파운드(약 15억 원)의 두 번째 주택 구입 과정에서 4만 파운드(약 7500만 원)의 세금을 누락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재정적자 증가로 최근 영국의 국채 금리가 날로 치솟아 고심하고 있는 키어 스타머 총리와 집권 노동당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3일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레이너 부총리는 올 5월 잉글랜드 남부 이스트서식스호브의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에서 주요 주거지가 아닌 곳에 두 번째 주택을 구입하면 추가 세금을 내야 한다. 그는 지역구인 맨체스터 인근 애슈턴언더라인이 아닌 이 곳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이를 ‘주요 주거지’로 신고하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레이너 부총리는 그간 “지역구의 첫번째 주택은 장애자인 아들을 위한 법정 신탁에 양도했으므로 5월 구입한 주택은 두번째 주택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나 논란이 고조되자 3일 성명을 내고 “변호사에게 부정확한 조언을 받아 세금을 적게 납부했다. 잘못을 깊이 뉘우친다”고 몸을 낮췄다.레이너 부총리는 노동계급 출신으로 영국 2인자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맨체스터 공공주택에 살면서 어려운 성장기를 보냈고 16세에 첫 아들을 출산하며 고교를 중퇴했다. 이후 두 아들을 더 낳았다. 둘째 아들은 조산 과정에서 장애를 얻었다.레이너 부총리의 세금 논란은 올 하반기(7~12월) 증세를 추진하고 있는 스타머 정권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 보수당은 “주택지역사회 장관을 겸하고 있는 레이너 부총리의 세금 누락은 위선”이라며 스타머 총리에 그의 해임을 촉구했다. 스타머 총리 또한 지난해 부유한 사업가인 와히드 알리 노동당 상원의원으로부터 5만 파운드(약 9400만 원)에 달하는 고가 의류 등을 선물받은 후 이를 늦게 신고해 곤욕을 치렀다. 최근 성장 둔화와 국채 금리 상승까지 겹치면서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상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또한 노동당 소속 고위 인사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국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논평했다.한편 2일 런던 금융시장에서 영국의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5.72%까지 올라 1998년 5월 이후 2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성장, 고물가, 재정적자 증가 등 영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국채 매도세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푸틴은 우리 시대 최악의 ‘전범(戰犯)’일 수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war criminal)’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또한 푸틴 대통령을 ‘포식자(predator)’라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미국 알래스카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에 나설 것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휴전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며 연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푸틴 대통령에 대한 유럽 정상들의 분노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또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 땅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틴 맹비난하는 유럽 정상 메르츠 총리는 2일 독일 자트아인스(Sat.1) 방송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을 향해 “푸틴은 아마 ‘우리 시대 최악의 전범(the most serious war criminal of our time)’일 것”이라며 “전범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여기에 관용이 들어갈 여지는 없다”고 했다. 올 5월 집권한 메르츠 총리가 푸틴 대통령을 ‘전범’이라고 부른 건 처음이다. 그간 우크라이나를 선제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전쟁범죄와 민간인 대상 테러를 저질렀다’고 비판한 적은 있지만 ‘전범’ 표현은 이례적이다. 같은 날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또한 “유럽 대륙 전체가 러시아의 직접적 위협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와 벨라루스 접경 지대를 찾아 푸틴 대통령을 ‘포식자’라고 비판했다. 그는 “푸틴은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한 억지력을 통해서만 그를 견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동석한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 또한 “‘사악한 제국(러시아)’의 다음 단계에 대해 강경하고 단호하게 연대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또한 2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선제 침공했으면서 아무런 잘못이 없는 듯 행동한다고 분노했다. 또한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무기 지원이 끊기는 것에 대비해 유럽 주요국의 자금을 활용해 매달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규모의 미국 무기를 조달할 계획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미국의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푸틴 “우크라 나토 가입 불가” 푸틴 대통령은 2일 중국 베이징에서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 등 친(親)러시아 성향의 유럽 지도자와 만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라브로프 장관 또한 3일 인도네시아 신문 ‘콤파스’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영토 현실이 인정돼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러시아 영토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평화가 지속 가능하려면 러시아에 편입된 지역 등 새로운 영토 현실이 국제법적 차원에서 인정되고 제도화돼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국제통화기금(IMF)의 개입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최근 에리크 롱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우려하며 이렇게 말했다. 세계 7대 경제 대국인 프랑스가 IMF의 구제금융을 받을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등 IMF 총재만 다섯 명을 배출하며 국제 경제 질서를 좌지우지한다고 자부했던 프랑스의 자존심 또한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구제금융 위기의 佛 롱바르 장관의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현재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8%에 달한다. 유럽연합(EU) 평균인 3%의 2배에 이른다. 국가 부채 또한 GDP의 약 114%다. 약 6800만 명인 프랑스 국민이 1년 내내 번 돈을 모두 부채 상환에 투입해도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114%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어 ‘유럽의 돼지들’이라는 모욕적인 평가를 받았던 스페인(약 104%), 포르투갈(약 96%)보다 나쁜 수치다. 다만 이 위기를 대하는 프랑스 집권 세력의 자세는 인상적이다. 정권을 잃을 위기를 수차례 겪으면서도 국민의 인기가 없는 긴축 정책을 끈질기게 추진하고 있다. ‘정치적 자살 행위’라는 일각의 냉소적 평가 또한 있지만 ‘죽어도 미래 세대를 위해 할 일을 하다 죽겠다’는 결기가 강하게 느껴진다. 우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23년 초 절대다수의 국민이 반대하는 연금 개혁을 강행했다. 집권당 르네상스가 이끄는 중도 범여권 ‘앙상블’ 또한 거센 국민 반발로 이듬해 총선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었다. 그럼에도 그는 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를 앞세워 긴축 정책을 추진했다. 이 여파로 바르니에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의회의 불신임으로 사퇴했다. ‘인기는 떨어졌지만 가야 할 길을 갔다’, ‘정치 자산과 개혁을 맞바꿨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프랑스 집권 세력은 8일 또 한 번의 모험에 나선다. 바르니에 전 총리의 후임자인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는 정부 예산을 삭감해 연금, 복지, 의료 혜택 등을 동결하는 긴축 정책을 시행하려 한다. 그는 정책 집행의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의회에 선제적으로 자신의 신임 투표를 요청했다. 의회 3분의 2를 점한 야당이 반대표를 던지면 바이루 총리를 포함한 내각 총사퇴가 불가피하다.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퇴진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적자 감축에 정권의 운명을 걸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재정 건전성 무관심한 韓 프랑스 집권 세력의 ‘사즉생(死則生) 긴축’은 당장 국민들이 환호할 정책에만 치중하는 한국의 정치 지형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 정치권에서는 소비쿠폰 등 현금성 지원 정책이 ‘선거의 치트키’가 된 지 오래다. 여야를 막론하고 ‘재정 건전성’ 문제를 거론하는 정치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복지 확대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수혜자에 대한 과학적 추산, 재원 마련책의 유무 등 최소한의 검증은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사라지고 있다. 국민들이 현금성 지원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상황에서 ‘복지 정책을 제대로 검증하자’는 말 한마디로 ‘반(反)복지주의자’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현금 복지가 일종의 ‘뉴노멀’로 자리 잡는 사이 한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올해 50%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가만히 있어도 복지 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누군가 선심성 정책에 대한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국가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마크롱 대통령처럼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개혁에 나서는 지도자의 부재가 아쉽다.유근형 파리 특파원 noel@donga.com}

“푸틴이 또 트럼프를 가지고 논 것이나 다름없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에 미온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이 같은 달 15일 미국 알래스카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났을 때는 곧 종전 협상에 참여할 듯 행동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시간만 질질 끌며 우크라이나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는 취지다.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이 국력과 군사력이 러시아에 열세인 우크라이나에 과도한 기대만 가지게 했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미국에 떠넘기고 있다고 불만이다.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미국과 유럽 주요국의 갈등과 대립 또한 커지는 모양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해군 기지가 있는 남부 툴롱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국방·안보협의 회의를 가진 후 공동 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약속을 1일까지 이행하지 않는다면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또 갖고 논 것으로 봐야 한다(once again President Putin played President Trump)”고 꼬집었다. 메르츠 총리 또한 “푸틴은 젤렌스키와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전쟁이 신속하게 종결될 것이란 ‘환상’을 품고 있지 않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또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동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물론이고 종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 부재 또한 우회적으로 비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두 정상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를 압박해서 (종전) 협상 테이블로 끌고 나올 1차 및 2차 제재를 추진해야 한다. 미국도 제재에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메르츠 총리 또한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수입하는 나라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에 나서라고 동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스티븐 밀러 미국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정말 말도 안 되는 질문(Such an absurd question)”이라며 불쾌감을 표했다. 종전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보다 많은 일을 한 사람은 없다며 “살육을 끝내기 위한 대통령의 노력을 세계 모든 이가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매체 액시오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협상이 난항을 겪는 원인으로 유럽을 지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주요국이 러시아에 전쟁 후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포기하라고 압박하고 있는데, 매우 비현실적이어서 협상이 더 어려워진다는 주장이다. 유럽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대부분의 부담을 미국이 지게 하는 것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도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지난달 30일 공개 연설에서 “군이 거의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선 전체에서 쉼 없이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 주도권은 전적으로 러시아군에 있다”고 주장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푸틴이 또 트럼프를 가지고 논 것이나 다름없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에 미온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이 같은 달 15일 미국 알래스카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났을 때는 곧 종전 협상에 참여할 듯 행동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시간만 질질 끌며 우크라이나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는 취지다.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이 국력과 군사력이 러시아에 열세인 우크라이나에 과도한 기대만 가지게 했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미국에 떠넘기고 있다고 불만이다.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미국과 유럽 주요국의 갈등과 대립 또한 커지는 모양새다.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해군 기지가 있는 남부 툴롱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국방·안보협의 회의를 가진 후 공동 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약속을 1일까지 이행하지 않는다면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또 갖고 논 것으로 봐야 한다(once again President Putin played President Trump)”고 꼬집었다.메르츠 총리 또한 “푸틴은 젤렌스키와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전쟁이 신속하게 종결될 것이란 ‘환상’을 품고 있지 않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또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동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물론이고 종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 부재 또한 우회적으로 비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두 정상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를 압박해서 (종전) 협상 테이블로 끌고 나올 1차 및 2차 제재를 추진해야 한다. 미국도 제재에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메르츠 총리 또한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수입하는 나라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에 나서라고 동조했다.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스티븐 밀러 미국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정말 말도 안 되는 질문(Such an absurd question)”이라며 불쾌감을 표했다. 종전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보다 많은 일을 한 사람은 없다며 “살육을 끝내기 위한 대통령의 노력을 세계 모든 이들이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정치매체 액시오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협상이 난항을 겪는 원인으로 유럽을 지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주요국이 러시아에게 전쟁 후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포기하라고 압박하고 있는데 매우 비현실적이어서 협상이 더 어려워진다는 주장이다. 유럽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대부분의 부담을 미국이 지게 하는 것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도 크다고 덧붙였다.한편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지난달 30일 공개 연설에서 “군이 거의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선 전체에서 쉼 없이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 주도권은 전적으로 러시아군에 있다”고 주장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한국이 대규모 기아와 살상이 발생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아픔을 극복하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 달라.” 2017년 7월부터 세계보건기구(WHO)를 이끌고 있는 ‘세계의 보건 대통령’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60)이 27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에티오피아인인 그는 WHO의 첫 아프리카 출신 수장으로 취임 후 한국 언론과 가진 첫 인터뷰에서 “기아와 영양실조로 어린이를 포함해 매일 최소 90명의 가자 주민이 숨지고 있다. 가자에서 벌어지는 불필요한 죽음과 고통은 어떤 분쟁지의 비극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하다”고 했다. 28일 알자지라에 따르면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발발한 2023년 10월 7일 이후 현재까지 가자지구에서는 약 6만2966명이 숨졌다. 부상자 또한 15만9266명에 달한다. 전쟁 초기에는 대부분의 사망자가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으로 발생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구호품을 전쟁 자금으로 쓴다’며 올 3월부터 가자지구 전체를 전면 봉쇄하면서 최근에는 상당수가 ‘기아’로 숨지고 있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의 발언 또한 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948년 설립된 WHO의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 유엔, 세계무역기구(WTO),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함께 ‘세계 5대 국제기구’로 꼽힌다. ‘아시아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고 이종욱 박사가 제6대 사무총장을 지냈다. ● “가자 상황은 최악의 인재”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현재 가자지구의 상황을 ‘최악의 인재(人災)’로 규정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의 계속된 봉쇄로 “생후 6∼59개월 아동의 급성 영양실조 수치(GAM)가 최근 3배로 증가했다. 실상은 더 참혹하고, 더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자 주민의 95% 이상은 최소한의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고 식량 부족도 심각하다”고도 했다. 약 230만 명인 가자 주민 중 218만5000명이 잠재적 기아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최소 51만4000명의 가자 주민이 직접적인 기아 상태라고 보고 있다. 기아에 따른 아동 사망자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가자 당국에 따르면 기아 사망자의 약 30∼40%가 어린이다. 영국 가디언 또한 ‘국경없는의사회(MSF)’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내 병원에서 최근 치료받은 외래 환자 3명 중 1명은 15세 미만 아동이라고 27일 보도했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이런 전대미문의 인도주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그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체를 완전히 점령하기 위한 대규모 군사 작전을 실시하면서 병원, 의료인, 언론인, 구호 인력 등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이 가해지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전쟁 발발 후 가자지구에선 최소 479명의 구호 활동가가 사망했다. 26일에도 가자지구 남부의 한 병원이 공격받아 로이터통신, NBC방송 등 서방 언론사 기자를 포함한 20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그는 “언론인과 의료인에 대한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WHO 직원 숙소가 공격받았고, 의약품과 물자를 보관하던 WHO의 창고도 파괴됐다”면서 “이스라엘군의 수색에 WHO 직원이 수갑을 차고 옷이 벗겨진 채 신문을 받기도 했고, 아직 구금돼 있는 동료도 있다”며 석방을 촉구했다.● 외교장관 시절 방한… 첫 아프리카 출신 WHO 수장 그는 인터뷰 내내 한국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드러냈다. 외교장관 시절인 2013년 방한해 강원 춘천시에 위치한 에티오피아군의 6·25전쟁 참전비에 식수했다. 또 올 6월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축하 서한도 보냈다. 그는 한국이 세계적인 경제대국 겸 보건의료 선진국이 된 만큼 “가자지구에 대한 더 많은 자금 및 의료 인력을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가자지구에 대한 가장 큰 약은 ‘평화’”라며 “한국을 포함한 각국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 강화, 인질의 빠른 석방, 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 팔레스타인 지부를 통해 가자지구를 지원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주민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 증진을 위해 WHO와 600만 달러(약 83억1000만 원)의 협력 협정도 체결했다. 다만 정부 차원의 구호 인력 및 의료진 파견은 하고 있지 않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1965년 에리트레아 아스마라에서 태어났다. 에티오피아와 이웃한 에리트레아는 당시에는 에티오피아 영토였으나 1993년 독립했다. 아스마라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했고, 영국 노팅엄대로 유학을 떠나 보건학 박사 학위를 땄다. 귀국 후 에티오피아 보건장관, 외교장관 등을 지냈다. 외교장관 시절 이집트와 수단의 수자원 분쟁을 중재했고, 서아프리카 전역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 대응에도 관여했다.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1965년 에리트레아 (당시 에티오피아 영토) 출생△영국 노팅엄대 보건학 박사△2005∼2012년 에티오피아 보건장관△2012∼2016년 에티오피아 외교장관△2017년 7월∼현재 제8대 WHO 사무총장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중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 자포리즈케로 진격했다고 AP통신 등이 26일 보도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현재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고, 자국 영토로 편입하겠다고 주장해 온 우크라이나 남동부 루한스크,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주가 아닌 지역에서 처음으로 진격한 것이다. 미국의 중재에도 종전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공세를 강화하며 점령지를 넓히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자포리즈케 일대에 러시아군이 진입했음을 인정했다.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는 AFP통신에 “그들(러시아군)이 진입했고 현재까지 전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25일 자포리즈케를 점령했다고 밝혔을 때는 부인했지만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것.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는 우크라이나 광업 및 산업 시설이 밀집해 있는 또 하나의 요충지로 분류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을 추적하는 국제 웹사이트 ‘딥스테이트맵’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자포리즈케뿐 아니라 인근 노보흐리호리우카로도 진격했다. 전황이 불리해진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6일 수도 키이우에서 토니 라다킨 영국군 합참의장과 만나 서방의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종전 협상에 미온적인 러시아를 설득할 수 있고, 중재 역할을 해온 튀르키예와 카타르 등과도 접촉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종전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경제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는 이날 취재진에게 “우리에겐 경제 제재 조치가 있다. 내 머릿속에 있는 건 매우, 매우 심각한 것”이라며 “경제 전쟁은 러시아에 나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러시아는 물론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나라에도 “최대 100%의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 27일부터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러시아 원유의 주요 수입국인 인도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도 꼭 순수하지는 않다. 탱고를 추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전 협상이 더딘 이유가 러시아 때문만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을 위해 유럽 주도의 지상군에 방공 및 정보 자산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26일 보도했다. 지상군 파병 없이 후방 지원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상대의 에너지 시설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이호르 클리멘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25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최근 열흘간 우크라이나의 열병합발전소, 정유소, 송전시설 등 20개의 에너지 인프라가 러시아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역시 장거리 공격용 무인기(드론)를 이용해 이달 들어 최소 10차례 이상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 정유 능력의 17%가 마비됐고, 러시아 내 휘발유 가격 또한 치솟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중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 자포리즈케로 진격했다고 AP통신 등이 26일 보도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현재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고, 자국 영토로 편입하겠다고 주장해 온 우크라이나 남동부 루한스크, 도네츠크, 자포리아, 헤르손주 4개주가 아닌 지역에서 처음으로 진격한 것이다. 미국의 중재에도 전쟁의 종전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공세를 강화하며 점령지를 넓히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자포리즈케 일대에 러시아군이 진입했음을 인정했다.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는 APF통신에 “그들(러시아군)이 진입했고 현재까지 전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25일 자포리즈케를 점령했다고 밝혔을 때는 부인했지만 하루만에 입장을 바꾼 것.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는 우크라이나 광업 및 산업 시설이 밀집해 있는 또하나의 요충지로 분류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을 추적하는 국제 웹사이트 ‘딥스테이트맵’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자포리즈케뿐 아니라 인근 노보흐리호리우카로도 진격했다.전황이 불리해진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6일 수도 키이우에서 토니 라다킨 영국군 합참의장과 만나 서방의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종전 협상에 미온적인 러시아를 설득할 수 있고, 중재 역할을 해온 튀르키예와 카타르 등 과도 접촉하겠다고 밝혔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종전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경제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는 이날 취재진에게 “우리에겐 경제 제재 조치가 있다. 내 머릿 속에 있는 건 매우, 매우 심각한 것”이라며 “경제 전쟁은 러시아에 나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러시아는 물론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나라에게도 “최대 100%의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 27일부터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러시아 원유의 주요 수입국인 인도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도 꼭 순수하지는 않다. 탱고를 추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전 협상이 더딘 이유가 러시아 때문만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을 위해 유럽 주도의 지상군에 방공 및 정보 자산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26일 보도했다. 지상군 파병 없이 후방 지원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는 의미다.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상대의 에너지 시설에 대한 집중 공격을 가하고 있다. 이호르 클리멘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25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최근 열흘 간 우크라이나의 열병합발전소, 정유소, 송전시설 등 20개의 에너지 인프라가 러시아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역시 장거리 공격용 무인기(드론)을 이용해 이달 들어 최소 10차례 이상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 정유 능력의 17%가 마비됐고, 러시아 내 휘발유 가격 또한 치솟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이) 만날지 모르겠다. 만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양자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앞서 15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조만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양자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자신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 역할에서 발을 빼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회견에서 미국 취재진은 한국 관련 의제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 전망에 관한 질문을 가장 먼저 던졌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며 “두 정상 사이에 싫어하는 감정이 상당한 것 같다. 그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의 3자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가 참여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두고 봐야겠지만 두 사람이 먼저 차이를 해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빠르면 이번 주 후반에 미국과 고위급 회담을 갖고 러시아와의 직접 협상 가능성을 타진할 뜻을 밝혔다. 그는 25일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쟁 중재 협상에 관여한) 키스 켈로그 백악관 중동 특사와 만나 러시아 측과의 회의를 주제로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한편 같은 날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의 카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피란민 지원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손님(피란민)’보다 우리 국민이 더 열악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폴란드 정부는 100만 명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피란민 가족에게 자녀 1인당 월 800즈워티(약 30만 원)의 아동 수당을 지급해 왔다. 이를 내년 3월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극우 성향인 나브로츠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지원 연장이 무산된 것이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강경한 ‘폴란드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유럽 통합을 지향하는 독일 등 주변국과 갈등을 겪고 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가 다음 달 8일 의회에 정부에 대한 신임투표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제출한 긴축 재정안이 야당과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자 총리직을 걸고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다. 바이루 총리는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프랑스는 과도한 부채로 인한 즉각적인 위험에 처해 있고, 특히 지난 20년간 부채는 매시간 1200만 유로(약 180억 원)씩 증가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반대 여론을 극복하고 재정 긴축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음 달 8일 하원에 신임투표를 요청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의 공공부채는 지난해 기준 3조3000억 유로(약 5200조 원)에 달한다. 프랑스 국내총생산(GDP) 대비 113% 수준이다. 바이루 총리는 지난달 15일 공휴일 축소 등 440억 유로(약 66조 원)의 예산을 절감하는 내용이 포함된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야당과 노동계는 정부의 긴축 기조에 반발하며 다음 달 줄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바이루 총리의 신임투표 요청은 야당의 정부 불신임안 발의에 앞서 선제적으로 내건 정치적 승부수로 해석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신임투표 제안에 동의했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전했다. 바이루 총리는 의회 신임을 받아 공휴일 폐지안 등 긴축 기조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프랑스 의회의 3분의 2가량을 점한 야당이 불신임을 선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의 한 축인 강경 좌파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와 공산당은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다음 달 8일 불신임투표를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극우 국민연합(RN)도 “프랑스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정부를 신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신임투표에서 의회 다수가 불신임에 표를 던지면 바이루 총리를 비롯한 내각은 총사퇴하게 된다. 이 경우 마크롱 대통령은 새 내각의 구성을 시도하거나, 국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요구할 수 있다. 프랑스 의회는 지난해 12월에도 긴축 재정안을 추진하던 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바르니에 전 총리와 결이 비슷한 바이루 총리를 임명하며 “예산안을 변경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24일 미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러시아) 제재는 테이블 위에서 제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이) 2주 동안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다”며 2주 뒤 중대 발표를 예고한 데 이어 대러 제재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언급하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이 전쟁을 끝내고 압박을 가하기 위해 남아 있는 카드가 많다”며 “우리는 사안별로 어떤 조치가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적절한 압박을 행사할 수 있을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뿐 아니라 러시아산 석유를 구입하는 국가들에 대한 고율의 2차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러시아산 석유의 주요 수입국인 인도에 총 50%에 이르는 관세를 매겼다. 하지만 15일 진행된 알래스카주 미-러 정상회담 뒤 대러 제재 조치가 보류되면서 미국이 러시아의 시간 끌기 전략에 넘어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내려는 미국의 노력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양자 정상회담에 부정적인 의사를 밝히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2일 NBC 방송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회담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국이 구상 중인 유럽 군대의 우크라이나 주둔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도 강조하고 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