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3,2,1! 자, 배가 물 위로 올라갑니다! 배 뒤의 파도가 완전히 사라졌어요.”지난해 12월 17일(현지 시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동부 항구지역인 프리함넨 인근 해역. 전기 수중익(水中翼·선체 밑에 설치된 날개) 선박을 운항하는 ‘칸델라’ 직원 토드 링겐홀 씨가 이같이 외쳤다. 2014년 설립한 스웨덴 스타트업 칸델라는 세계 최초로 전기 수중익 선박을 개발하고 상용화한 기업이다. 이날 기자는 칸델라가 개발한 2세대 전기 수중익 선박 ‘C-8’의 데모 버전의 시범 운항에 동행했다. 기자가 직접 ‘수중익’ 기어를 위로 올리자 선체 앞부분부터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선체 뒤로 10m가량 길게 퍼지던 파도는 수중익 모드로 전환한 지 10초도 안 돼 잠잠해졌다. 2024년 스톡홀름에서는 칸델라가 개발한 여객선 ‘P-12 노바(Nova)’가 세계 최초의 전기 수중익 수상 교통으로 운행됐다. 100% 전기로 움직이는 ‘조선업의 테슬라’라고 불린다. 노바의 최대 장점은 ‘속도’다. 노바는 파도를 만들지 않아 기존 선박보다 약 2배 빠른 시속 46km에 운행된다. 노바의 출퇴근 이용객인 링겐홀 씨는 “최소 50분 이상 걸리던 출퇴근이 30분 가까이로 줄었다”며 웃었다. 혁신 기업이 시민들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면서 환경 오염도 방지하고 있는 셈이다. 칸델라의 전기 수중익선은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호주 등으로 수출을 앞두고 있다. ● 인구 감소한 스웨덴, 수출 키워줄 ‘혁신 산업’ 키운다스웨덴은 시민들 삶의 질을 높여 주는 혁신 기업을 키워 국가적으로 수출 저력도 강화하려 하고 있다. 한국에 앞서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문제를 절감하며 사업 초기부터 내수가 아닌 해외 시장을 겨냥한 수출 강소기업이 늘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스톡홀름의 무인(無人) 전기 운반 트럭 ‘아인라이드’도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 무인 전기 트럭은 레이저로 주변 장애물을 감지하고 위험 정도를 판단해 대응할 수 있다. 트럭 운행을 최종 관리하는 감독관은 지정 경로에서 무려 100km 이상 떨어진 관제실에서 트럭의 비정상적 주행 여부를 파악한다.아인라이드는 세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미국 아이온큐와 자율주행·물류 최적화 영역에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양자컴퓨팅을 상용화 시도한 세계 최초 사례다. 로버트 팔크 아인라이드 대표는 “기업이 (글로벌 자본 유치로) 연구·실험 단계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성장과 확장을 전제로 한 조직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이들 기업의 창업자들은 모두 스웨덴의 민간 벤처캐피털(VC)이 성장의 힘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구스타브 하셀스코그 칸델라 최고경영자(CEO)는 “(칸델라와 같은) 하드웨어 기업은 창업 이후 제품을 실제 판매하기까지 ‘죽음의 계곡’의 시간이 치명적”이라며 “이큐티 벤처와 같은 스웨덴 대형 민간 VC가 우리에 대한 투자를 약속하자 이를 ‘신뢰의 증표’로 본 다른 자본들도 유치됐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팔크 아인라이드 CEO도 “스웨덴 VC 시장은 추후 글로벌 자본까지 이어지는 일종의 ‘허브’”라며 “글로벌 자본을 향한 개방성이 성공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 창업 선배들이 VC로 활약하는 ‘벤처 인재 선순환’스웨덴의 스타트업 생태계의 핵심은 민간 주도 혁신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스웨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VC 투자 비율은 0.11%로 추정되며, 이는 유럽 평균(0.05%)보다 두 배 이상 높다. 1인당 VC 투자액도 2024년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1위다. 인구 100만명 당 2400유로로 추정된다.스웨덴 내 스타트업 VC 관계자들은 혁신의 키워드로 ‘선순환’을 꼽았다. 과거 스타트업의 성공을 이끌었던 창업자가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의 엔젤 투자자로 ‘변신’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의 핵심에는 민간 VC가 있다. 성공 경험이 있는 창업자를 VC 내부 파트너로 영입하거나 미래 세대 스타트업 이사회의 핵심 멤버로 연결하는 ‘플랫폼’ 기능을 한다.스웨덴의 ‘스타트업 신화’로 꼽히는 스포티파이와 유럽 최대 사모펀드 ‘EQT’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8년 스포티파이의 기업공시(IPO) 이후 초기 임원진 다수가 엔젤 투자자 또는 VC의 파트너로 영입됐다. 이들은 이후 아인라이드, 클라나 등 자국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자로 활동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포티파이가 스톡홀름의 테크 생태계에 ‘재능·자본 재활용 기계’로 변모했다”고 평가했다.정부도 스웨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파일럿 소비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웨덴 내 ‘혁신조달’ 제도를 통해 정부나 지자체가 파일럿 사업의 형태로 스타트업의 고객이 된다. ●AI 가 ‘숨은 챔피언’을 찾아낸다벤처 투자자들은 성장 잠재력 높은 미래의 혁신 기업을 찾아내는 데 인공지능(AI)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큐티 벤처의 경우 AI에 기반한 마더브레인 시스템을 통해 지난 10년간 투자처를 발굴했다. 마더브레인은 창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잠재력이 높은 창업자와 스타트업을 식별한다. 매출, 영업이익 같은 재무적 지표가 아니라 기업의 채용 속도, 기술 활동, 창업 생태계 내 참여도, 초기 고객 수요, 창업자의 위기 대응 능력 등 ‘맨파워’를 따져 투자 가치가 높은 기업을 선별한다.빅터 앵글레슨 이큐티 파트너 및 초기 단계 기술 부문 총괄은 “투자처를 선정할 때 핵심은 창업자의 야망과 문제에 대한 통찰력 및 위기 회복력”이라며 “사용자 경험이나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업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스톡홀름=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교육부가 학생의 심각한 ‘교권 침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을 이달 발표할 예정인 ‘교권 보호 종합대책’에 포함시킬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학부모뿐만 아니라 교원단체 사이에서도 찬반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현재 학교폭력은 학생부에 기재돼 대학 입시에도 반영되지만, 교권 침해는 징계 사실이 기록되지 않는다. 교육부 관계자는 7일 “교권 침해 학생에 대한 처벌 내용을 학생부에 기록으로 남기는 방안과 관련해 교육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기재 범위, 보존 기간 등을 정할 방침”이라며 “이를 교권 보호 종합대책에 포함시킬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학생이 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 교권 침해가 발생한 사건은 3800건에 달한다. 학생이 교권을 침해하면 교육지원청 교권보호위원회가 심의하고 학생에게 징계를 내리지만, 퇴학이나 전학 처분 등을 받아도 징계 사실이 학생부에 기록되지 않는다. 반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학생인 학교폭력의 경우 모든 처벌 사항이 학생부에 기재돼 2026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반영되고 있다. 출석 정지, 학급 교체, 전학 등 중대한 처벌을 받으면 졸업 후 4년간 기록이 유지되고 퇴학은 계속 기록으로 남는다. 교권 침해 사실의 학생부 기재를 두고 교원들 사이에서도 실효성 논란이 팽팽하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지난달 말 전국 교사 274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43.0%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한 반면 40.1%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교권 침해로 학급 교체 이상의 중대 처분을 받으면 학생부에 기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승혁 한국교총 대변인은 “하루 서너 명의 교사가 학생에게 매를 맞고 있는데 이를 제어할 최소한의 장치가 있어야 한다”며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한 학폭 사례와 유사하게 학생부 기재 요건을 결정하면 형평성에 맞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진보단체들은 소송 증가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교권 침해와 관련된 처벌 기록이 학생부에 기재되면 가해 학생과 학부모가 행정심판과 소송으로 기록을 없애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선정 전교조 대변인은 “폭행이나 성 관련 범죄 등 엄중한 사안은 학교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 형사소송으로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장세린 교사노조 대변인은 “교권 침해 사실을 기록한 교사를 학부모가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교육부가 학생의 심각한 ‘교권 침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을 이달 발표 예정인 ‘교권 보호 종합대책’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학부모뿐만 아니라 교원단체 사이에서도 찬반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현재 학교폭력은 학생부에 기재돼 대학 입시에도 반영되지만, 교권 침해는 징계 사실이 기록되지 않는다.교육부 관계자는 7일 “교권 침해 학생에 대한 처벌 내용을 학생부에 기록으로 남기는 방안과 관련해 교육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기재 범위, 보존 기간 등을 정할 방침”이라며 “이를 교권 보호 종합대책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학생이 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 교권 침해가 발생한 사건은 3800건에 달한다. 학생이 교권을 침해하면 교육지원청 교권보호위원회가 심의하고 학생에게 징계를 내리지만, 퇴학이나 전학 처분 등을 받아도 징계 사실이 학생부에 기록되지 않는다. 반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학생인 학교폭력의 경우 모든 처벌 사항이 학생부에 기재돼 2026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반영되고 있다.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등 중대한 처벌을 받으면 졸업 후 4년간 기록이 유지되고 퇴학은 계속 기록으로 남는다.교권 침해 학생부 기재를 두고 교원들 사이에서도 실효성 논란이 팽팽하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지난달 말 전국 교사 274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43.0%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한 반면 40.1%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교권 침해로 학급교체 이상의 중대 처분을 받으면 학생부에 기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승혁 한국교총 대변인은 “하루 서너 명의 교사가 학생에게 매를 맞고 있는데 이를 제어할 최소한의 장치가 있어야 한다”며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한 학폭 사례와 유사하게 학생부 기재 요건을 결정하면 형평성에 맞을 것”이라고 했다.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진보단체들은 소송 증가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교권 침해와 관련된 처벌 기록이 학생부에 기재되면 가해 학생과 학부모가 행정심판과 소송으로 기록을 없애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선정 전교조 대변인은 “폭행이나 성 관련 범죄 등 엄중한 사안은 학교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 형사소송으로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장세린 교사노조 대변인은 “교권 침해 사실을 기록한 교사를 학부모가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이 7일 “선생님이 다시 가르침에 집중할 수 있는 학교,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이 숨 쉬는 진짜 교육의 공간을 앞장서 만들겠다”고 밝혔다.교총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는 ‘2026년 교육계 신년교례회’를 열었다. 강 회장은 2023년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과 이후 인천, 제주, 충남에서 발생한 교사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교육시스템 붕괴가 만든 대참사”라고 말했다. 이어 강 회장은 “하루에도 교사 4명이 상해·폭행을 당하고, 아동학대 신고는 하루 2건씩 이어진다. 대부분 무죄”라며 “선생님들은 오늘도 아동학대 신고를 감수하며 가르칠지, 적당히 ’민원 없는 교사‘로 남을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했다.마지막으로 그는 “선생님이 존중받을 때 아이들의 미래도 함께 자란다”며 “선생님이 살아야 학교가 산다”고 말했다.행사에 참석한 최교진 교육부 장관도 축사를 통해 “2026년을 교육개혁의 실질적 원년으로 삼아 그동안 준비한 정책을 현장 선생님과 함께 추진할 것”이라며 “악성 민원과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에 기관과 교육계와 함께 대응하는 지원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이날 행사에는 최 장관,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고교 3학년 최모 군(19)은 5일 서울 소재 한 입시학원의 ‘재수 선행반’에 들어갔다. 아직 겨울방학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11월 19일로 예정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준비에 돌입한 것이다. 최 군은 학교 측에 양해를 구하고 매일 오전 7시 5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14시간 이상 학원에서 공부한다. 그는 “수능 다음 날 재수를 결심하고 정시모집 원서도 내지 않았다”며 “수능이 어려웠던 탓에 재수를 결심한 친구가 많다”고 말했다. 이른바 ‘불수능’ 여파로 이날 개강한 각 입시학원의 재수 선행반은 지난해 대비 수강생이 최대 3배로 급증했다. 대입 제도 개편 전 마지막 수능을 치를 ‘예비 고3’과 고교학점제로 내신 부담이 커진 ‘예비 고2’들은 일찌감치 ‘윈터스쿨’(겨울방학 학원)로 몰려들고 있다. 연초부터 입시 준비가 과열되면서 올해 사교육 전쟁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분 만에 재수반-윈터스쿨 마감” 입시업계에 따르면 통상 2월에 시작하는 정규반과 달리 1월에 개강하는 재수 선행반은 정시를 일찌감치 포기했거나 합격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성적이 저조한 수험생들이 많이 듣는다. 2026학년도 불수능 탓에 올해는 예년보다 많은 수험생이 재수 선행반을 택했다. 상대평가보다 1등급 비율이 낮았던 영어영역 등의 영향으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해 수시모집에서 불합격하거나 정시에서도 희망하는 대학에 지원할 수 없는 수험생이 선행반에 몰린 것이다. 한 재수학원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100여 명이 재수 선행반에 등록했는데 올해는 300여 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방학과 졸업 전에 교외 체험학습으로 학교를 아예 빼먹고 재수학원과 입시학원에 등록한 학생도 많다. 교외 체험학습은 학교장의 허가를 받으면 여행, 견학, 가정 학습 등의 이유로 등교하지 않아도 출석으로 인정된다. 충남 천안의 고교 3학년인 박모 군은 “이번 수능 성적으로는 원하던 수의학과에 입학할 수 없어 1월 한 달을 모두 교외 체험학습으로 신청하고 학원에 들어왔다”고 했다. 겨울방학 기간 예비 고교 1∼3학년 대상으로 최대 6주간 운영되는 윈터스쿨도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예비 고교 3학년은 올해 ‘N수생’(대학 입시에 두 번 이상 도전하는 수험생)이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윈터스쿨을 신청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올해는 2028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 이전에 기존 과정으로 응시하는 사실상 마지막 수능인 데다, 내년도 의대 모집 정원이 늘어나면 N수생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예비 고3 학부모 김미영 씨는 “겨울방학을 잘못 보내면 올해 수능 시험을 망칠까 봐 두려웠다”며 “윈터스쿨 문자를 받자마자 5분 만에 마감돼 간신히 신청했다”고 전했다.● “독서실도 대기번호 전쟁” 고교학점제를 적용받는 첫 세대인 예비 고교 2학년 학생들은 수능 점수를 높이기 위해 윈터스쿨을 찾고 있다. 내신 등급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면서 1등급을 받지 못하면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하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에 수능에 매진하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고교 1학년 때 내신 1등급을 받지 못했다면 빨리 정시로 입시 전략을 수정하고 수능에 ‘올인’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예비 고2들 사이에서는 독서실 대기번호까지 돌고 있다”고 했다. 4월까지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이 확정되면 대학생 중에서도 수능을 다시 치르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의대 모집 인원이 늘면 대입 제도가 바뀌기 전에 의대에 다시 도전하려는 대학생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정부가 사교육 시장을 잠재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24년 기준 국내 사교육비는 29조2000억 원으로 4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학생 수 감소에도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이유로 내신과 입시 제도 실패를 꼽고 있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입시 제도가 바뀌면 학교보다는 학원이 더 빨리 적응한다”며 “불안한 학생과 학부모는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고교 3학년 최모 군(19)은 5일 서울 소재 한 입시학원의 ‘재수 선행반’에 들어갔다. 아직 겨울방학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11월 19일로 예정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준비에 돌입한 것이다. 최 군은 학교 측에 양해를 구하고 매일 오전 7시 5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14시간 이상 학원에서 공부한다. 그는 “수능 다음날 재수를 결심하고 정시모집 원서도 접수하지 않았다”며 “수능이 어려웠던 탓에 재수를 결심한 친구가 많다”고 말했다.이른바 ‘불수능’ 여파로 이날 개강한 각 입시학원의 재수 선행반은 지난해보다 수강생이 최대 3배로 급증했다. 대입 제도 개편 전 마지막 수능을 치를 ‘예비 고3’과 고교학점제로 내신 부담이 커진 ‘예비 고2’들은 일찌감치 ‘윈터스쿨’(겨울방학 학원)로 몰려들고 있다. 연초부터 입시 준비가 과열되면서 올해 사교육 전쟁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분 만에 재수반-윈터스쿨 마감”입시업계에 따르면 통상 2월에 시작하는 정규반과 달리 1월에 개강하는 재수 선행반은 정시를 일찌감치 포기했거나 합격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성적이 저조한 수험생들이 많이 듣는다. 2026학년도 불수능 탓에 올해는 예년보다 많은 수험생이 재수 선행반을 택했다. 상대평가보다 1등급 비율이 낮았던 영어영역 등의 영향으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해 수시모집에서 불합격하거나 정시에서도 희망하는 대학에 지원할 수 없는 수험생이 선행반에 몰린 것이다. 한 재수학원 관계자는 “지난해는 100여 명이 재수 선행반에 등록했는데 올해는 300여 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방학과 졸업 전에 교외체험학습으로 학교를 아예 빼먹고 재수학원과 입시학원에 등록한 학생도 많다. 교외체험학습은 학교장의 허가를 받으면 여행, 견학, 가정 학습 등의 이유로 등교하지 않아도 출석으로 인정된다. 충남 천안의 고교 3학년인 박모 군은 “이번 수능 성적으로는 원하던 수의학과에 입학할 수 없어 1월 한달을 모두 교외체험학습으로 신청하고 학원에 들어왔다”고 했다.겨울방학 기간 예비 고교 1~3학년 대상으로 최대 6주간 운영되는 윈터스쿨도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예비 고교 3학년은 올해 ‘N수생’(대학 입시에 두 번 이상 도전하는 수험생)이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윈터스쿨을 신청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올해는 2028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 이전에 기존 과정으로 응시하는 사실상 마지막 수능인데다, 내년도 의대 모집정원이 늘어나면 N수생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예비 고3 학부모 김미영 씨는 “겨울방학을 잘못 보내면 재수생에 수능 점수가 밀릴 것 같아 윈터스쿨을 신청했는데 문자 받자마자 5분 만에 마감됐다”고 말했다.● “독서실도 대기번호 전쟁”고교학점제를 적용받는 첫 세대인 예비 고교 2학년 학생들은 수능 점수를 높이기 위해 윈터스쿨을 찾고 있다. 내신 등급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면서 1등급을 받지 못하면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하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에 수능에 매진하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고교 1학년 때 내신 1등급을 받지 못했다면 빨리 정시로 입시 전략을 수정하고 수능에 ‘올인’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예비 고2들 사이에서는 독서실 대기번호까지 돌고 있다”고 했다.4월까지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확정되면 대학생 중에서도 수능을 다시 치르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의대 모집인원이 늘면 대입 제도가 바뀌기 전에 의대에 다시 도전하려는 대학생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이 같은 분위기 속에 정부가 사교육 시장을 잠재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24년 기준 국내 사교육비는 29조2000억 원으로 4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학생 수 감소에도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이유로 내신과 입시제도 실패를 꼽고 있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입시 제도가 바뀌면 학교보다는 학원이 더 빨리 적응한다”며 “불안한 학생과 학부모는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내년부터 서울 일반고에서도 다자녀 가정의 자녀를 같은 학교에 배정하는 ‘다자녀 우선 배정’이 시행된다. 자녀가 셋 이상인 다자녀 가정의 둘째부터 희망하면 형제·자매·남매가 다니는 일반고에 입학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도 교육감 선발 후기 일반고 입학전형부터 다자녀 가정 우선 배정 제도를 도입한다고 4일 밝혔다. 우선 배정은 원서 접수일을 기준으로, 형제·자매·남매가 일반고 1학년 또는 2학년에 재학 중일 때 가능하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중학교에만 적용하던 우선 배정을 후기 일반고까지 확대한 것이다. 자녀들이 각각 다른 학교에 배정되면서 생기는 가정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형제·자매·남매가 서로 다른 학교에 배정돼 통학 동선이 분산되거나 학교 행사와 상담 등이 중복돼 학부모의 일정 조율이 어렵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교육청은 이번 제도 시행으로 신입생의 학교생활 적응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근식 교육감은 “저출생 시대에 교육이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가족 지원 정책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부 내용은 3월 말 발표되는 ‘2027학년도 서울시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통해 안내될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내년부터 서울 내 일반고에서 다자녀 가정의 자녀가 같은 학교에 배정될 수 있도록 하는 ‘다자녀 우선 배정’이 시행된다. 자녀가 셋 이상인 다자녀 가정의 둘째 자녀부터 적용될 예정이다.서울시교육청은 내년도 교육감 선발 후기 일반고 입학전형부터 다자녀 가정 우선 배정 제도를 시행한다고 4일 밝혔다. 다자녀 가정의 둘째 또는 이후 자녀가 형제·자매·남매가 재학 중인 고등학교에 가길 희망한다면 해당 학교에 우선 배정된다. 우선 배정은 원서접수일을 기준으로 형제·자매·남매가 1학년 또는 2학년에 재학 중일 때만 적용된다. 세부 내용은 올 3월 말 ‘2027학년도 서울특별시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통해 안내될 예정이다.이번 조치는 그동안 중학교에서만 적용되던 우선 배정을 고등학교까지 확대한 것이다. 형제·자매·남매가 서로 다른 학교에 배정되면서 생긴 통학 및 가정 부담을 완화하려는 조치다. 그동안 형제·자매·남매가 서로 다른 학교에 배정돼 통학 동선이 꼬이거나 학교 행사·상담 일정 중복으로 학부모의 일정 조율이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이번 제도 도입은 평준화 지역 고등학생 배정 규모가 큰 수도권에서 서울이 우선 배정을 선도적으로 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근식 교육감은“저출생 시대에 교육이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가족 지원 정책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지난해 12월 16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있는 로봇 스타트업 ‘더스티 로보틱스’. 이곳에서는 청소기처럼 생긴 작은 로봇이 흰 바닥 위를 분주히 누비고 있었다. 로봇이 지나간 자리 바닥에는 건물의 외형, 배관 위치 등이 담긴 설계도가 그려졌고 그 위로 영어, 스페인어, 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된 시공 안내문이 새겨졌다. 다양한 국적의 현장 작업자들은 언어 장벽과 상관없이 일을 할 수 있었다. 이 로봇은 미국의 대형 건설사, 데이터센터, 아파트 등에서 쓰인다. 건설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이 기술은 사람이 직접 설계도를 그리던 기존 방식보다 업무 효율을 수 배 높였다. 잭 라이스 데이비스 수석 디렉터는 “로봇이 설계도를 정확히 그려주면 사람들은 시공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 로봇 기술이 빛을 발하기까지는 실리콘밸리 특유의 ‘혁신 금융’이 든든한 연료가 됐다. 이곳 창업자들은 “투자자들은 창업 초기 2, 3년간은 수익을 안 따지고 밀어준다”고 입을 모았다. 실리콘밸리 금융 생태계에는 ‘홈런 한 번을 위해 99번의 실패를 포용한다’는 문화가 진작에 뿌리내렸다. 혁신 금융의 토양에서 성장한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은 미국 증시를 떠받치는 기둥이 됐다. 최근 미 증시가 3년 연속 20%대 상승을 이어가며 견고하게 성장하는 비결 역시 혁신 금융이 키워낸 혁신 기업의 활약에서 찾을 수 있다. 반면 혁신 금융 기반이 약한 국내에서는 한계를 느낀 창업가는 물론이고 투자처를 찾으려는 금융사들까지 실리콘밸리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이제는 혁신금융 전쟁] 〈2〉 실패해도 투자하는 실리콘밸리기술 결함 겪었던 美 로봇 스타트업실패에도 재도약 할 수 있던 비결로 벤처캐피털 꾸준한 투자 기반 꼽아유행 테마산업에 쏠리는 韓과 달리 실리콘밸리선 기업 잠재력 우선시“B급 사업도 A급 맨파워면 선택”“첫 투자자는 우리와 커피를 몇 번 마신 뒤 투자를 결정했어요.”미국 실리콘밸리 로봇 스타트업 ‘더스티 로보틱스’의 테사 라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 16일(현지 시간) 첫 투자 유치 순간을 이렇게 회고했다. 2018년 창업한 라우 CEO는 창업 초기 첫 투자자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커피를 마시며 건설 산업에 대해 새로 배운 점과 사업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시간이 가면서 우리가 점점 발전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당시 더스티 로보틱스는 신생 기업이라서 뚜렷한 성과는 없었지만 투자자들은 전진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수익성 있는 기업으로 클 수 있겠다고 본 것이다. 라우 CEO는 과거 창업에 실패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실패해도 투자 기회를 주는 ‘혁신 금융’의 힘이 더스티 로보틱스를 키운 셈이다. 덕분에 이 기업은 7년간 약 7000만 달러(약 1011억 원) 투자를 모을 수 있었다. 미국 경제전문지 ‘패스트컴퍼니’가 2024년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도 꼽혔다.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은 혁신 금융가들이 스타트업 실패를 이해해주고 실패를 통한 학습을 가치 있게 여긴다고 소개했다.● “여러 실패가 기업을 성장시켜” 라우 CEO는 이미 한 번 사업을 접고 더스티 로보틱스를 창업했지만 또 다른 위기를 맞았다. 초창기에 샌프란시스코의 한 건설사가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로봇을 쓰다가 반품시켰다. 작동 오류로 바닥에 설계도를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곧바로 문제점을 찾기 시작했다. 로봇을 실시간으로 제어할 때 와이파이 무선 인터넷이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를 발견했다. 이후 제품을 재설계했다. 기술이 개선됐고 당시 로봇을 퇴출시켰던 아파트 건설사를 다시 고객으로 돌렸다. 라우 CEO는 “우리의 역사는 많은 실패로 가득 차 있고 그 실패가 우리를 성장시켰다”고 회고했다. 더스티 로보틱스가 실패에도 버텨내고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생태계 역할이 컸다. 투자자들은 단기적 사업 완성도나 손익보다, 이 기술이 실패를 거쳐 얼마나 빠르게 진화하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본다. 99번 실패하더라도 1번의 성공을 기다려준다는 뜻이다. 이 회사의 잭 라이스 데이비스 수석 마케팅 디렉터는 “투자자들은 늘 ‘이 산업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회사들을 찾는다”고 말했다. 미국 대형 벤처캐피털들은 투자 초기 2, 3년간 수익화 여부를 묻지 않는다. 안준영 롯데벤처스 미국 지사장은 “벤처 펀딩은 육아와 비슷해서 4, 5년 만에 크길 바라는 건 큰 욕심”이라고 말했다.● “맨파워, B급 사업도 A+급으로 키운다” 데이터 분석업체 ‘디맨드세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4∼6월) 미국 전역엔 114만8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상당수가 실리콘밸리에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기업 가치 10억 달러(약 1조4455억 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은 105개다. 반면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국 전체 유니콘 기업은 13개였다. 실리콘밸리 지역 유니콘 기업이 한국 전체의 8배다. 실리콘밸리가 유니콘 기업을 활발하게 배출할 수 있는 비결은 ‘혁신 금융’의 투자 공식이다. 혁신 투자자는 사업 자체의 우수성보다 창업 멤버 역량을 본다. 세계적인 벤처캐피털 세쿼이아는 한번 검증한 창업가를 ‘세쿼이아 패밀리’로 본다. 세쿼이아 투자를 받은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 ‘진에딧’ 박효민 대표는 “세쿼이아는 사업보다는 사람을 검증하고, (검증된 사람들인) ‘세쿼이아 패밀리’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며 “우리에게 ‘망하더라도 다음 창업 때 우리에게 제일 먼저 오라’고 말한다”고 했다. 일리야 스트레불라예프 미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전설적인 한 벤처캐피털 투자자는 ‘나는 A급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B급 팀보다, B급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A급 팀에 투자하겠다. 왜냐하면 A급 팀은 B급 아이디어의 한계를 빠르게 파악하고, 방향을 바꿔 A+급 아이디어로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반면 한국 금융권은 사람의 역량이나 기업의 가능성 대신 그때그때 유행하는 테마에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인공지능(AI) 등 테마 분야가 아닌 플랫폼에 대한 투자는 얼어붙었다”면서 “특히 내수 산업을 하는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수익에 ‘0’ 하나 더 붙어” 실리콘밸리에 韓벤처 지원 조직 러시‘IBK창공’, 韓 스타트업 美진출 지원HD현대-중기부도 현지 거점 마련“장기적 안목으로 투자 방식 바꿔야”국내서도 창업 생태계 강화 목소리“미국에서 창업에 성공하면 한국보다 수익 뒷자리에 ‘0’이 하나 더 붙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돕는 ‘IBK창공’ 관계자는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기관은 IBK기업은행 창업 육성 조직이다. 미국에서 창업에 성공하면 한국에서보다 더 큰 투자를 유치하고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실리콘밸리에선 한 번 투자 기회가 올 때 규모가 크다”며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투자를 받으면 실패하더라도 좋은 경력으로 남는다. 이를 기반으로 다른 국가에서 재창업하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한국 은행과 대기업도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 지원 조직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이 실리콘밸리로 향하는 이유는 혁신 자금이 풍부하고, 해외 판로를 개척할 기회가 더 다양하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은행은 2021년 KDB실리콘밸리를 설립했다. 창업가가 자연스럽게 투자자를 만날 수 있는 투자 네트워킹 행사 ‘넥스트라운드’를 매년 실리콘밸리에서 연다. HD현대 공익재단인 아산나눔재단은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머테이오에 스타트업 지원 공간 ‘마루SF’를 열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 얼마 안 된 창업가들에게 주거와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달 개소를 목표로 실리콘밸리 멘로파크에 스타트업·벤처캠퍼스(SVC)를 조성하고 있다. SVC는 2013년부터 운영되고 있던 중기부 산하 한국벤처투자(KVIC) 실리콘밸리 사무소를 확장해 마련한다. 정부와 기업, 은행이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돕는 건 장려할 일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혁신 금융을 키워 국내 창업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위해 기업과 은행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투자한 스타트업이 빨리 성과를 내지 못해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단기적 성과가 중요한 국내 금융권에서 오랜 시간을 투입해야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벤처 투자는 외면받기 쉽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스톡홀름=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실리콘밸리=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보스턴=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런던=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서울=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서울=신무경 기자 yes@donga.com서울=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서울=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보통 광섬유 랜을 설치하려면 1년이 걸리지만, 이 장치를 쓰면 2∼3시간 만에 통신이 연결됩니다.” 지난해 12월 15일(현지 시간)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게일랑 지역에 들어선 스타트업 ‘트랜스셀레스티얼’을 찾았다. 이 회사의 모하마드 다네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신속하고 저렴하게 통신을 연결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하고 있었다. 다네시 CTO는 “광섬유 랜을 설치하려면 인허가, 땅 매립 등 복잡하고 어려운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 장비로 하면 레이저를 사용한 무선이라 간편하다”고 소개했다. 이 스타트업의 통신 기술은 싱가포르뿐 아니라 일본, 인도, 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첨단 기술 하나만으로 세계 자금을 싱가포르로 끌어들인 것이다. 싱가포르가 스타트업 기술의 수혜를 누리고 세계의 투자금을 끌어모은 건 혁신 금융 덕분이었다.● “벤처투자사 밀집한 싱가포르에서 사업해 성공”트랜스셀레스티얼은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싶다’는 청사진을 품고 있다.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지난해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인구를 22억 명 정도로 추산했다.다네시 CTO는 “레이저 통신 기술로 세계 누구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2016년 설립된 이 회사는 싱가포르로 글로벌 자금을 끌어모았다. 인도,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호주 등 여러 국가의 통신사들과 협업 중이다. 지난해 11월엔 일본 최대 통신 회사 NTT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일본은 지진, 지진해일(쓰나미), 태풍이 잦아 통신망을 빠르게 복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 스타트업에 투자한 엠파워파트너스의 캐시 마쓰이 파트너는 “지진과 태풍으로 인해 통신 네트워크가 끊겨도 이 회사의 제품을 이용하면 불과 몇 시간 만에 복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스타트업을 창업한 다네시 CTO는 이란 국적이지만 싱가포르에 회사를 세웠다. 싱가포르에 혁신 산업을 수혈해 주는 ‘혁신 금융’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사업은) 수백 곳의 벤처캐피털이 밀집한 싱가포르에서 사업했으니 가능했던 일”이라고 자평했다.싱가포르에서 스마트팜 사업에 뛰어든 ‘아치센’도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고 세계 곳곳과 협업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디지털 농식품 기업 ‘팜바이트’와 조인트 벤처를 세웠다. 이를 통해 말레이시아 국경 부근의 조호르-싱가포르 경제특구(JS-SEZ)에 스마트팜도 지었다. ‘제2의 딥시크’인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마누스는 지난해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긴 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에 2조 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고 인수됐다.● 세제 혜택, ‘혁신금융’ 유입 촉진싱가포르가 아시아 스타트업 요람으로 정착한 가장 큰 이유는 ‘혁신금융’이 강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정부에 따르면 2023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주요국 6곳(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의 전체 벤처캐피털 투자 금액 중 싱가포르 점유율은 73.3%이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싱가포르에서 창업한 엄모 씨(48)는 “다양한 투자 회사들이 있어 운영 자금을 마련할 기회가 많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에 상속·증여세, 양도·배당소득세가 없는 점도 수많은 혁신 금융이 유입되는 배경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소재 한 벤처캐피털의 대표는 “투자 환경이 자유로운 데다 세대 간 자산 이전도 용이해 북미권, 유럽 투자사, 기관이 싱가포르를 아시아 진출 교두보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 은행들 일찍이 ‘체질 변신’ 싱가포르의 강점으로 꼽히는 ‘전통 은행의 체질 변신’은 한국 금융권이 배워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싱가포르 은행인 DBS, UOB, OCBC는 가계대출 영업에서 벗어나 스타트업들이 차별화된 아이디어만으로 사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다. 싱가포르 최대 은행 DBS는 아시아권 스타트업에 대출해 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OCBC는 창업 후 6개월∼2년가량 된 초기 스타트업에 최대 10만 싱가포르달러(약 1억1225만 원)를 빌려주는 ‘비즈니스 퍼스트 론’을 도입했다. UOB는 스타트업 해외 확장과 기술을 지원하는 ‘핀랩(Finlab)’을 별도로 만들어 운영 중이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자회사 버텍스홀딩스의 추아 키 록 대표이사는 “싱가포르 정부는 은행이 스타트업 투자로 본 손실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파격적인 정책을 시행했다. 은행들이 그 과정에서 투자 노하우를 익혔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싱가포르 등 아시아 금융 강국과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는 금융회사들이 혁신 기업들의 자금줄이 되고 있지만, 한국 금융권은 여전히 부동산 대출 중심 영업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담보 없이도 기술력만 있으면 자금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며 나서고 있지만, 국내 은행권 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와 기업이 아무리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육성에 나선다고 해도, 금융사들이 자금의 물꼬를 혁신 산업으로 돌리지 않으면 혁신 산업 육성은 물론 1%대 저성장을 벗어나기도 어렵다.● 30년째 안 바뀌는 ‘손 쉬운 영업’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자료(분기별)에 따르면 2025년 9월 말 국내 은행권(시중·지방·인터넷전문·특수은행)의 주담대는 767조786억 원으로 전체 원화대출금(2466조1660억 원)의 31.1%를 차지했다. 9월 말 기준으로 2019년(31.3%) 이후 가장 높다. 국내 은행들이 이처럼 부동산 대출에 치중하는 이유는 기업 대출에 비해 개별 대출 규모가 작아 손실을 피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 한국 부동산 특성상 담보가 확실해 은행이 돈을 떼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만큼 은행 수익률은 높아진다. 돈을 빌린 사람이 빚을 갚지 못하면 은행은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경매에 부쳐 손실을 곧바로 메울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연쇄 부도에 이은 금융권 줄도산 이후 국내 은행들은 개인 부동산 담보 대출 영업에 주력해 왔다. 이런 영업 관행이 약 30년간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은행 자금의 부동산 쏠림 현상은 한국 경제에 다양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스타트업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부문으로 자금이 좀처럼 향하지 않다 보니 국가 전체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 담보대출은 당장은 안전해 보이지만, 경제 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금융 시스템 전반에 위기가 된다. 담보가치 하락으로 돈을 빌린 사람들이 빚을 못 갚고, 금융기관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추명삼 한국은행 금융시장연구팀 차장은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 은행 대출 여력이 줄면 전체 신용 공급이 줄어 가계와 기업의 소비와 투자가 위축된다”고 말했다. ● 벤처 집중 투자하는 VC마저 자금 회수한 건축 플랫폼 스타트업은 사업 악화로 2024년 1월 법원으로부터 회생 개시 결정을 받았다. 그러자 투자사는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투자자가 이해관계인(대표)에게 주식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는 계약서를 근거로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을 행사했다. 스타트업은 “조금만 기다려 주면 이자라도 갚겠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2025년 7월 법원은 투자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 이후 스타트업 업계는 얼어붙었다. 창업자가 사업에 삐끗하면 언제라도 개인 자산을 날릴 수 있는 선례가 됐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VC)들은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투자한 스타트업으로부터 돈을 회수하는 분위기다.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등 회수 시장이 막히면서 투자 실적이 없는 이른바 ‘깡통 VC’도 등장하고 있다. 벤처투자회사 전자공시에 따르면 2025년 1∼11월 투자 실적이 ‘0원’인 VC는 36곳에 달한다. 전체 등록 벤처투자사(384개)의 약 9.4%가 소위 깡통 투자사인 셈이다. 2020년에는 깡통 투자사가 11곳(전체의 5.6%)에 불과했는데, 5년 새 분위기가 바뀌었다. 대형 은행은 가계 대출 중심의 영업 관행을 바꾸지 않고, VC마저 자금줄이 막히면서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한국에서 토스, 배달의민족 같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기업)이 안 나온 지 오래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효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VC와 사모펀드(PE), 금융회사가 각각 역할별로 창업 생애주기 전체에서 초기 스케일업부터 인수합병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해 회수가 용이한 자본시장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에 치중된 자금 물꼬를 혁신 산업으로 돌려야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부동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대 교수는 “은행권이 그동안 부동산 담보 대출로 돈을 많이 벌었으니, 이제는 그 돈을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경제 성장을 높일 수 있는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지난해 12월 16일 싱가포르 서부 주롱 지역. 금융 중심지인 ‘래플스 플레이스’에서 차로 30분가량 떨어진 이곳에 7층짜리 회색 건물이 서 있다. 물류 창고, 자동차 부품 센터 등이 에워싸고 있는 스마트팩토리 건물에 들어서니 벽면을 따라 5m 높이 거치대에 촘촘하게 심어진 푸른 채소들이 자라고 있었다. 벽을 따라 조성된 ‘수직 스마트팜’이다. 상추, 케일, 근대 등 9개 종 식물이 밭이 아닌 인공 시설에서 자란다. 이곳 담당 직원 에릭 치아 씨는 “로봇이 농작물 방제, 운반, 점검 등을 모두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빌딩 안 수직 농장은 2015년 싱가포르에서 창업한 스마트팜 기업 ‘아치센’이 관리한다. 식물 영양분과 산성 농도를 자동으로 확인하고 조절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빈센트 웨이 아치센 대표는 “싱가포르 국토에서 경작지 비중은 고작 1%”라며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아치센은 도시 국가 특성상 식량 자급자족이 어려운 싱가포르 경제 모델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토에서 나는 채소는 이 나라 전체 채소 소비량의 4%에 불과하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때는 수입이 안 돼 가격이 치솟았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9만 달러 부국(富國)의 약한 고리가 드러났다. 아치센이 무모해 보이는 도전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신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혁신 금융’이 있다. 스마트팜 사업은 설비투자, 전기료 등 비용 부담이 커서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혁신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싱가포르는 물론 한국 벤처캐피털(VC)과 말레이시아 식품 기업 등이 800만 달러(약 116억 원)를 투자했다.세계 최대 창업 강국인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혁신 산업을 키우는 ‘혁신 금융’을 놓고 전쟁에 버금가는 치열한 경쟁 중이다. 싱가포르 벤처투자 시장의 외국인 투자 비중은 84%에 달한다. 반면 한국의 금융은 여전히 주택담보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 옛 방식에 머무르고 있다. 글로벌 혁신 금융 전쟁에서 뒤처진 한국이 지금이라도 더 과감히 나서야 혁신 산업을 일으키고 저성장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이 혁신 기업을 적극 발굴해 자금을 지원하면 유망 기업에 투자할 투자자들이 해외에서 몰려올 것”이라며 “정부와 금융권이 부동산에서 혁신 기업으로 돈의 물꼬를 틀어야 한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금융당국은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의 성장을 돕는 ‘혁신 금융’으로 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혁신 금융이 활성화되려면 금융권의 기업 대출 규제와 지주회사의 벤처 투자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생산적 금융을 위한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며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RWA)를 15%에서 20%로 높이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은행이 주담대로 같은 금액을 빌려줘도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해 부담이 커진다. 주담대 대신 기업 대출, 투자로 은행 자금 물꼬를 돌리게 하려는 조치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혁신 기업을 주도적으로 발굴하고 투자하게 하려면, 단순히 주담대에 족쇄를 씌우는 차원을 넘어 기업 대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현행 기준으로는 은행이 기업 대출을 했을 때 이에 대한 부실 위험이 주담대 대비 최대 7.5배 높게 책정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자본을 추가로 확충하지 않는 한 기업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다. 대형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대형 금융사마다 조 단위 자금이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 펀드로 투입될 예정이기 때문에 정부가 작년 9월 발표한 규제 완화가 은행의 실질적 투자 여력을 얼마나 늘릴지 미지수”라며 “신산업, 혁신 기업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추가 대책이 뒷받침돼야 정책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주회사의 벤처 투자 문턱이 좀 더 낮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첨단산업 특례 규정 신설 계획’을 밝히면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반도체,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은 별도 기업을 설립해 자금을 모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지주사가 직접 운영하는 벤처투자회사(CVC)와 관련된 규제는 제외됐다. 김현열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CVC는 모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사업모델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할 수 있다”며 “한국 벤처캐피털 자금 회수가 대부분 기업공개(IPO)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 CVC가 활성화되면 스타트업이 인수합병(M&A)되는 사례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싱가포르뿐 아니라 대만, 일본, 홍콩 등 아시아 금융 강국들은 세계에서 투자금을 유치하고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아시아의 실리콘밸리’ 자리를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만 경제부는 지난해 8월 현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개인들에 대한 소득공제 개정안을 발표했다. 초기 기업에 개인 주주로 참여하는 엔젤투자자의 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개인 소득공제 한도를 상향한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 엔젤투자 요건은 100만 대만달러(약 4616만 원)에서 50만 대만달러로 낮아졌다. 또 대만 경제가 지정한 핵심 산업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한 개인투자자의 공제 한도는 300만 대만달러에서 500만 대만달러로 인상됐다. 공제 한도가 높아지면 세금을 더 많이 돌려받을 수 있다. 대만은 2024년 벤처캐피털(VC)의 활발한 설립을 유도하기 위해 VC 최소 자본금 요건을 3억 대만달러에서 1억5000만 대만달러로 낮췄다. 레이먼드 창 딜로이트 대만 파트너는 “스타트업 자본 유입을 늘리고 혁신을 도모하기 위한 대만 정부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홍콩은 VC 생태계를 민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2024년 20억 홍콩달러 규모로 조성된 ‘혁신·기술벤처 기금(ITVF)’의 운영 방식을 VC 중심으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주도한 스타트업 투자의 한계를 인지하고, 투자 경험이 풍부한 VC들의 전문성을 극대화하려는 조치다. 홍콩은 또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을 유인하기 위해 가상자산 투자로 발생한 수익에 대한 세금 면제 방안도 추진 중이다. 스타트업 상당수가 가상자산과 연계된 사업을 구상한다는 점을 고려한 행보다. 일본은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2년 일본 경제의 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내놨다. 2027년까지 10조 엔을 투입해 10만 개의 스타트업과 100개의 유니콘(1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적인 확산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달걀 가격이 다시 강세로 전환했다.25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달걀 특란 한 판(30개) 소매가격은 15일 소비자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7000원’을 돌파한 이래 줄곧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일주일(17~24일) 달걀 평균값은 7140원으로, 이는 지난해(6957원)보다 2.6% 높고 평년(6501원)보다 9.8% 올랐다.달걀 산지 가격도 오름세다. 24일 기준 특란 30개 산지 가격은 5242원으로 전날 대비 27원 소폭 상승했다. 전년 동월 평균(4863원)과 비교할 경우 7.8% 높다. 고병원성 AI 확산에 따른 수급 불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 9월 경기 파주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시작한 고병원성 AI 발생 사례는 24일 기준 2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12월 말 기준 19건이 발생했는데, 1년 전보다 확산 양상이 다소 빠른 것이다.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동절기 조류 인플루엔자가 확인돼 살처분한 산란계는 275만 마리에 달한다. 전국에서 하루 생산하는 계란이 5000만 개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이번 고병원성 AI로 인한 살처분으로 전체 생산량이 하루에 약 160만개 정도 감소한 셈이다.농식품부는 아직까지 달걀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올해 초 달걀 가격이 강세를 보이자 농가들이 산란계 입식을 늘려 이달 생산량이 평년보다 많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살처분 마릿수가 500만 마리를 넘어가면 수급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산업통상부가 미국발(發) 관세,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등 공급망 리스크에 맞서 산업자원안보실을 신설한다. 정부는 23일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조직개편을 의결하고 3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1실, 1관, 4과가 추가되고 정원도 36명 늘어난다. 전신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출범한 2013년 이래 최대 폭의 개편이다.산업부 조직개편의 핵심은 부처 내 분산돼 있던 경제·산업 안보 기능을 산업자원안보실을 신설해 일원화하는 것이다. 기존 차관 직속의 자원산업정책국과 산업정책실 산하 산업공급망정책관, 무역투자실 산하 무역안보정책관이 산업자원안보실 산하로 들어온다. 산업부에 정규 실(室)이 신설된 것은 2011년 산업자원협력실 이후 14년 만이다제조업 인공지능 대전환(M.AX) 정책을 전담하는 산업인공지능정책관도 신설된다. 산업인공지능정책관에는 과 단위 조직인 산업인공지능정책과와 자율기구 조직인 제조인공지능전환협력과가 들어올 예정이다. 기존 제조·바이오 정책 조직에 인공지능(AI) 기능을 융합한 인공지능기계로봇과, 인공지능바이오융합산업과도 신설돼 산업인공지능정책관 산하로 들어온다.통상 및 산업 협력 기능 강화를 위한 한미통상협력과도 새로 만들어진다. 방산 수출과 방산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강화를 위해 첨단민군협력과도 신설되고, 기존 화학산업팀은 석유화학 산업 위기 대응을 위해 화학산업과로 확대 개편한다.이날 농림축산식품부도 이재명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 등을 전담하는 ‘농촌소득에너지정책관’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기존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은 ‘동물복지정책국’으로 대체 신설·개편된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지난해 생애 단계별 인구 중 청년층에서만 유일하게 취업자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노인 취업자 수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23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생애 단계별 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 등록취업자는 812만7000명으로 전년(829만3000명)보다 2.0%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전체 청년층 인구 중 취업자 비율도 56.7%에서 56.4%로 0.3%포인트 감소했다. 생애 단계(청년층, 중장년층, 노년층) 중 취업자 비중이 줄어든 것은 청년층이 유일하다.반면 65세 이상 노년층 등록취업자는 343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312만2000명)보다 31만2000명 증가한 규모로 역대 최대치다.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는 1000만 명으로 노인 3명 중 1명이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노년층 등록취업자 수는 2020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등록취업자는 4대 사회보험 등 일자리 행정자료로 파악된 임금 및 비임금 근로자를 의미한다.경기 부진 및 고용불안의 여파로 청년층의 소득 증가세는 여전히 더딘 수준이다. 지난해 청년층의 연간 평균소득은 3045만 원으로 전년(2950만 원) 대비 95만 원 상승했다. 반면 중장년층은 4456만 원, 노년층은 1973만 원으로 각각 197만 원, 127만 원 오르며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컸다. 청년층의 자산 형성 역시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지난해 청년층의 주택 보유 비율은 11.5%(165만 명)으로 전년(11.5%)과 같았다. 청년층 10명 중 1명만 주택을 보유한 셈이다. 반면 주택을 보유한 중장년층은 911만4000명(45.5%), 노년층은 463만1000명(46.3%)로 각각 전년보다 0.6%포인트, 1.0%포인트 늘어났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지난해 개인사업자의 연체율이 1%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고금리로 갚아야 할 이자는 늘어나는데 불경기로 소득이 오르지 않아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탓으로 풀이된다. 특히 20대 자영업자와 경기가 부진했던 건설업 부문의 연체율이 가장 높았다. 국가데이터처가 22일 발표한 ‘개인사업자 부채(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평균 대출은 1억7892만 원으로 전년보다 30만 원(―0.2%) 줄며 2년 연속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 연체율(대출 잔액 기준)은 0.98%로 전년(0.65%)보다 0.33%포인트 오르며 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절대적인 연체율 수준과 상승 폭 모두 2017년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다. 연체율은 전체 대출 금액 중 3개월 이상 상환되지 못한 연체액의 비율을 의미한다.개인사업자 연체율은 2019년 0.42%, 2020년 0.40%, 2021년 0.31%, 2022년 0.36%로 안정세를 보이다 최근 2년 새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저금리에 정책자금이 투입되면서 대출이 크게 늘었는데 2020년 말부터 시작된 고금리 상황에서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연체율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기관별로는 지난해 말 비(非)은행 평균 대출금이 전년(7464만 원) 대비 0.8% 감소한 7407만 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연체율은 2.10%로 전년보다 0.72%포인트 뛰며 전체 상승세를 견인했다. 은행 대출금은 1억485만 원으로 전년(1억458만 원)보다 0.3% 올랐고, 연체율도 0.19%로 전년보다 0.06%포인트 증가하는 등 보합세를 보였다. 이는 불경기 여파로 신규 대출이 줄어든 반면 은행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자들의 자금 압박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전 연령대에서 연체율이 상승했지만 특히 20대의 부채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9세 이하 개인사업자의 평균 대출액은 5480만 원으로 전년 대비 4.6% 감소했지만, 연체율은 전년 대비 0.31%포인트 오른 1.29%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산업별로는 건설업 연체율이 1.93%로 가장 높았고 사업지원·임대업(1.31%), 농림어업(1.29%) 등의 순이었다. 특히 건설업에 종사하는 개인사업자의 평균 대출액은 1억2069만 원으로 전년(1억2355만 원)보다 2.3% 줄었다. 건설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며 신규 대출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들은 줄어드는 반면 기존 대출자들은 상환 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셈이다. 매출액별 연체율은 3000만 원 미만(2.03%)이 가장 높고, 10억 원 이상(0.28%)이 가장 낮았다. 대출 잔액으로 보면 연체율은 1000만 원 미만(2.54%)의 소액 대출자가 가장 높았고, 2억∼3억 원 미만(0.56%)이 가장 낮았다. 매출액이 적고 대출 규모도 작은 영세·신규 사업자 계층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지난해 개인사업자의 연체율이 1%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고금리로 갚아야 할 이자는 늘어나는데 불경기로 소득이 오르지 않아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탓으로 풀이된다. 특히 20대 자영업자와 경기가 부진했던 건설업 부문의 연체율이 가장 높았다. 국가데이터처가 22일 발표한 ‘개인사업자 부채(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평균 대출은 1억7892만 원으로 전년보다 30만 원(―0.2%) 줄며 2년 연속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 연체율(대출잔액 기준)은 0.98%로 전년(0.65%)보다 0.33%포인트 오르며 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절대적인 연체율 수준과 상승 폭 모두 2017년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다. 연체율은 전체 대출 금액 중 3개월 이상 상환되지 못한 연체액의 비율을 의미한다.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2019년 0.42%, 2020년 0.40%, 2021년 0.31%, 2022년 0.36%로 안정세를 보이다 최근 2년 새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저금리에 정책자금이 투입되면서 대출이 크게 늘었는데 2020년 말부터 시작된 고금리 상황에서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연체율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기관별로는 지난해 말 비(非)은행 평균 대출금이 전년(7464만 원) 대비 0.8% 감소한 7407만 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연체율은 2.10%로 전년보다 0.72%포인트 뛰며 전체 상승세를 견인했다. 은행 대출금은 1억485만 원으로 전년(1억458만 원)보다 0.3% 올랐고, 연체율도 0.19%로 전년보다 0.06%포인트 증가하는 등 보합세를 보였다. 이는 불경기 여파로 신규 대출이 줄어든 반면 은행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자들의 자금 압박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전 연령대에서 연체율이 상승했지만 특히 20대의 부채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9세 이하 개인사업자의 평균 대출액은 5480만원으로 전년 대비 4.6% 감소했지만, 연체율은 전년 대비 0.31%포인트 오른 1.29%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산업별로는 건설업 연체율이 1.93%로 가장 높았고 사업지원·임대업(1.31%), 농림어업(1.29%) 등의 순이었다. 특히 건설업에 종사하는 개인사업자의 평균 대출액은 1억2069만 원으로 전년(1억2355만 원)보다 2.3% 줄었다. 건설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며 신규 대출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들은 줄어드는 반면 기존 대출자들은 상환 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셈이다. 매출액별 연체율은 3000만 원 미만(2.03%)이 가장 높고, 10억 원 이상(0.28%)이 가장 낮았다. 대출 잔액으로 보면 연체율은 1000만 원 미만(2.54%)의 소액 대출자가 가장 높았고, 2~3억 원 미만(0.56%)이 가장 낮았다. 매출액이 적고 대출 규모도 작은 영세·신규 사업자 계층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올해 외환시장 폐장일(12월 30일)을 6거래일 남겨둔 가운데 연평균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 같은 고환율 추세를 꺾기 위해 남은 기간 연말 환율 종가를 최대한 방어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며 사실상 무정부 상태였던 지난해 말 결산 환율(1472.5원)보다 높아질 경우 시장에 미칠 충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달 19일까지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21.16원으로 집계됐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평균 환율(1394.97원)보다 26.19원 높다. 최근 환율 흐름이 이어진다면 올해 연평균 환율은 1420원대로 굳어질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지난주 정부와 한은은 외환 건전성 규제까지 완화하면서 시중에 달러를 공급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19일 소폭 하락했던 환율은 1478.0원으로 20일 야간거래를 마감(오전 2시 기준)하며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정부는 이처럼 환율 상승에 베팅하는 시장의 기대를 꺾기 위해 올해 외환시장 폐장을 앞두고 총력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연말 환율 종가는 달러에 민감한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채비율 등 재무 건전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데다 내년 상반기(1∼6월) 환율과 물가의 방향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30일 1472.5원으로 마감하며 1997년 말(1695.0원)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이 올라 시장의 우려를 키운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한은과의 외환스와프를 활용해 대규모 환헤지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달 말 국민연금을 포함한 ‘4자 협의체’를 출범시킨 정부는 환율 안정 대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이달 16일 국민연금과 한은은 650억 달러 규모의 외환스와프 계약을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은 19일 “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가 일부 재개된 게 사실”이라며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유연하게 해서, 그에 따른 스와프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외환스와프는 국민연금이 한은에 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빌려 쓰는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직접 매수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시장의 수요가 줄어 원-달러 환율 하락 효과를 볼 수 있다. 정부의 잇단 압박으로 수출기업들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18일 국내 7대 기업 관계자들을 소집해 긴급 환율 간담회를 열어 신속한 달러 매도를 당부한 바 있다.“연말 환율 뛰면 내년 경제 타격” 국민연금-기업 달러 풀기 유도[연평균 역대 최고 환율]계엄에 1450원대 치솟았던 환율 새 정부 출범하며 1360원대 하락 관세 여파 -기업 수요 등에 급등 달러 약세에도 원화는 더 약세 “단기 처방… 구조적 해결방안 필요”올해 원-달러 환율이 ‘V(브이)자’ 곡선을 그리며 급등했다. 외환시장 폐장을 6거래일 남겨둔 상황에서 기업, 금융기관 등의 회계기준이 되는 연말 결산환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화 약세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어 외환 당국도 가능한 방안을 총동원하고 있다.● 계엄 환율 수준으로 ‘V자’ 급등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1455.5원이었던 월평균 원-달러 환율은 3월 1457.92원까지 상승한 뒤 6월 1365.15원으로 하락했다. 비상계엄-탄핵정국을 거치며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급등했던 환율이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내려온 것이다.그러나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불확실성의 여파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매년 2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면서 관세 불확실성은 줄었지만, 기업들의 달러 수요가 커진 데다 올 10월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개인의 해외 투자도 수급 불균형을 키웠다. 10월 평균 1400원을 넘긴 환율은 11월 1460.4원, 이달 1∼19일 1472.49원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1453.35원)보다 높다. 특히 하반기(7∼12월) 달러가 상대적 약세인 가운데 환율 상승이 가팔랐다. 엔, 유로 등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올 1월 109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이달 들어선 97∼98 선이다. 원화가 약(弱)달러보다 더 약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문제는 올해 외환시장이 고작 6거래일 남았다는 점이다. 연말 환율 종가(마감환율)는 기업들의 재무제표, 내년 사업계획 등의 기준이 된다. 특히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의 경우 마감환율 변동만으로도 장부상 손실 폭이 커질 수 있고 은행의 건전성, 안전성을 평가하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도 악화될 수 있다. 19일 원-달러 환율 주간 종가(1476.3원)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해 환율이 마무리된다면 1997년(1695.0원) 이후 가장 높은 결산환율이다. 특히 외환 당국의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연말 환율이 상승 마감할 경우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심리적 요인이 그대로 이어지고 수입물가 상승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수입물가는 고환율의 여파로 19개월 만에 가장 큰 폭(2.6%)으로 상승했다.● 수급 불균형 해소에 외환 당국 전력 외환 당국은 최근 원화 약세 요인의 가장 큰 배경으로 지목되는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원화 약세→달러에 대한 과잉수요 증가→원화 추가 약세’로 이어지는 악순환 과정에 경제 참여자들의 ‘구조적 환율 상승’에 대한 믿음이 고착화되고, 투기심리가 커지는 것을 끊어내겠다는 취지에서다. 기획재정부는 18일 외화 공급을 촉진하는 ‘외화 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수출기업의 외화 환전을 유도하기 위한 세제 인센티브 등의 추가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기재부가 2차례 수출기업들의 외환시장 안정 동참을 요구한 데 이어, 최근 대통령실이 7대 그룹 관계자를 불러 모아 환율 대책을 논의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은은 19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달러 자산을 국내로 들여와 한은에 예치하는 금융회사에 이자를 지급하는 등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외환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은 한은에서 최대 650억 달러까지 빌릴 수 있는 외환스와프를 활용해 시장의 달러 수요를 줄이고, 해외 투자 자산의 10%까지 적용할 수 있는 전략적 환헤지를 통해 시장에 달러를 내다 팔면서 원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는다. 여기에 수출기업들의 연말을 앞두고 보유 달러를 내다 파는 네고 물량이 더해지면 환율이 1400원대 중반까지 하락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마저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고환율을 잡기 위한 모든 대책을 내놓은 상황이라 추가 여력이 크지 않아 보인다”며 “설령 각종 대책으로 단기 환율을 안정시키더라도 앞으로가 문제다. 구조적인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