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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덥고 기력이 없을 때 오리고기를 드시면 힘이 납니다.” 31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5 에이팜쇼’의 ‘에이팜 100인 식탁’ 무대에 선 정호영 셰프는 국내산 오리고기와 인삼을 이용한 요리를 선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요리쇼가 시작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준비된 100석이 꽉 찼다. 정 셰프가 요리하는 내내 객석 곳곳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구수한 냄새에 이끌리듯 찾아왔다 자리가 없어 서서 지켜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오리고기와 인삼 튀김을 올린 메밀국수가 완성되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졌다. 대표 시식자로 무대에 올라온 홍서연 씨(21)는 “인삼 튀김이 하나도 쓰지 않고 아주 바삭하다”고 했다. 주말인 30, 31일 에이팜쇼에서는 요리쇼와 쿠킹클래스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지면서 가족 단위 관램객이 몰렸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온 오유진 씨(47)는 “평소 스마트팜에 관심이 많아 찾아왔다. 요리쇼는 일부러 사전 예약까지 했다”며 “정호영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에 가도 그가 직접 만든 요리를 맛보기 어려운데 정말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틀간 계속된 원데이 클래스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방문한 관람객이 많았다. 30일 열린 ‘라이스클레이’에서 참가자들은 준비된 우리 쌀 반죽으로 과일 모양의 떡과 마카롱을 만들었다. 장재은 양(9)은 “반죽이 부드러워서 슬라임 놀이를 하는 것처럼 재밌다”면서 “떡을 직접 만들어 보니 뿌듯하다”며 웃었다. 6세 자녀와 함께 온 이경민 씨(42)는 “아이들과 함께 추석과 송편의 유래까지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31일엔 이화선 ‘나린증류소’ 대표가 누룩으로 빵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누룩빵은 우리나라 땅에서 나온 건강한 곡물과 우리 술이 섞이며 나온 빵”이라고 소개했다. 빵을 만들기 위해 반죽에 50mL가량의 막걸리를 조금씩 붓기 시작하자 시큼한 향이 퍼졌다. 가족과 함께 온 이심철 씨(45)는 “누룩빵은 들어만 봤지 이렇게 직접 만들 수 있는지는 몰랐다”며 신기해했다. 기부 캠페인도 진행됐다. 사회적기업 ‘위기브’는 에이팜쇼 현장에서 관람객이 지정기부 프로젝트를 응원하는 사진을 촬영하면 위기브가 기부를 진행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행사 기간 약 200명이 참여해 모은 고향사랑기부금은 광주 동구의 ‘유기견 안락사 제로(0) 프로젝트’에 전달될 예정이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요즘처럼 덥고 기력 없을 때 오리고기를 드시면 힘이 납니다.” 31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5 에이팜쇼’의 ‘에이팜 100인 식탁’ 무대에 선 정호영 셰프는 국내산 오리고기와 인삼을 이용한 요리를 선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요리쇼가 시작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준비된 100석이 꽉 찼다. 정 셰프가 요리하는 내내 객석 곳곳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구수한 냄새에 이끌리듯 찾아왔다 자리가 없어 서서 지켜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오리고기와 인삼 튀김을 올린 메밀국수가 완성되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졌다. 대표 시식자로 무대에 올라온 홍서연 씨(21)는 “인삼 튀김이 하나도 쓰지 않고 너무 바삭하다”고 했다. 주말인 30, 31일 에이팜쇼에서는 요리쇼와 쿠킹클래스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졌 가족단위 관램객이 몰렸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온 오유진 씨(47)는 “평소 스마트팜에 관심이 많아 찾아왔다. 요리쇼는 일부러 사전 예약까지 했다”며 “정호영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에 가도 그가 직접 만든 요리를 맛보기 어려운데 정말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틀간 계속된 원데이클래스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방문한 관람객이 많았다. 30일 열린 ‘라이스클레이’에서 참가자들은 준비된 우리 쌀 반죽으로 과일 모양의 떡과 마카롱을 만들었다. 장재은 양(9)은 “반죽이 부드러워서 슬라임 놀이를 하는 것처럼 재밌다”며 “떡을 직접 만들어보니 뿌듯하다”며 웃었다. 6세 자녀와 함께 온 이경민 씨(42)는 “아이들과 함께 추석과 송편의 유래까지 배울 수 있어 좋았다”며 “우리 쌀 송편을 직접 빚어 먹으니 정성이 더해져 더 맛있다”고 했다. 31일엔 이화선 ‘나린증류소’ 대표가 누룩으로 빵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누룩빵은 우리나라 땅에서 나온 건강한 곡물과 우리 술이 섞이며 나온 빵”이라고 소개했다. 빵을 만들기 위해 반죽에 50ml 가량의 막걸리를 조금씩 붓기 시작하자 시큼한 향이 퍼졌다. 가족과 함께 온 이심철 씨(45)는 “누룩빵은 들어만 봤지 이렇게 직접 만들 수 있는지는 몰랐다”며 신기해했다. 아들인 준성 군(9)도 “빵을 처음 만들어봤는데 재밌다”며 “집에서 또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올해 에이팜쇼 행사장에는 어린이를 포함해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놀거리도 마련됐다. 30일 가족들과 함께 온 이현 군(7)은 곤충 체험을 한 뒤 “굼벵이와 사슴벌레를 직접 만져봐서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농업과 관련이 없었던 저도 귀농을 했으니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지금은 농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을 하며 지역과 상생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박우주 청양참동TV 대표)30일 열린 ‘2025 A FARM SHOW(에이팜쇼)―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 제1전시장에서는 유튜브를 통해 귀농 생활을 소개하는 청년 농업인들의 ‘오픈 농(農)톡(Talk)’ 행사가 진행됐다. 충남 청양군에서 고추와 구기자 농사를 짓고 있는 박 대표와 10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양봉 유튜버’ 김국연 프응TV 대표가 생생한 경험을 전달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들이 모여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2018년 귀농을 결정한 박 대표는 어디에서 살고 어떤 작물을 재배할지 직접 부딪히며 노하우를 터득했다. 귀농 교육을 듣고 집을 구하기 위해 오전 9시마다 면사무소를 찾아 마을 이장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는 “귀농 첫해에는 고추, 구기자 말고도 고구마, 방울토마토 등 많은 작물을 심었는데, 이게 큰 패착이었다”며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2년차부터 가공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니 수익이 2~3배로 올랐고 3년차에는 집과 땅을 갖겠다는 꿈도 이뤘다”고 말했다.박 대표는 귀농 희망자들에 특산물 재배를 추천했다. 그는 “하나의 작물에 집중하려면 특산물을 추천한다”며 “구기자의 경우 특용작물이지만 청양의 특산물이기 때문에 지자체 차원에서 홍보도 많이 이뤄진다”고 했다.김 대표는 평범한 대학생에서 양봉 유튜버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처음 양봉을 시작할 때 꿀 가격이 20년 전과 같았다”며 “꿀을 생산하는 과정을 유튜브로 찍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라고 말했다.예비 양봉인들에게는 꿀을 채밀하는 시기에 시작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초기 비용을 아끼려고 가을, 겨울에 벌을 사면 다음 해 꿀을 생산하기 위한 준비만 해야해 초보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비싸더라도 4월에 벌을 사는 것을 추천한다”고 강조했다.이날 제2전시장에서는 지자체의 귀농·귀촌 설명회가 진행됐다. 전북특별자치도 설명회에 참여한 관람객들은 설명회가 끝난 이후에도 질문을 이어갈 정도로 열성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북 김제시 또는 임실군으로의 귀농을 생각 중인 임소영 씨(45)는 “전북은 수도권과 2~3시간 거리라 접근성이 좋다”며 “18년간 회사 생활로 지친 마음을 달래고 정년 제약 없이 일하고 싶어 귀농을 결심했다”고 말했다.지자체 부스에서 상담도 이어졌다. 이날 충청북도 부스를 찾아 상담을 받은 한철동 씨(81)는 “선산이 있는 충북 음성군에서 아들 부부와 함께 복숭아 농사를 지을 계획”이라며 “귀농인 지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우연을 믿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쌓아 온 지식을 믿어 보세요. 언젠가 반드시 쓰일 기회가 올 겁니다.” 갈색 머리의 외국인 교수는 연단에서 졸업생들을 향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배웠던 중국어가 지금은 판소리 사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28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제79회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안나 예이츠 서울대 국악과 부교수(사진)가 축사 연사를 맡았다. 독일 태생인 그는 2020년 최연소 서울대 국악과 조교수로 임명돼 학생들에게 판소리를 가르치고 있다. 예이츠 교수는 “성공이란 하나의 형태로 정해져 있지 않다”며 “각자가 좋아하는 일을 발견해 발전시킨다면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졸업생들을 격려했다. 예이츠 교수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에서 인류학을 전공한 뒤 대만에서 중국어를 익히며 K팝의 세계적 인기를 체감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런던대 아시아·아프리카 석사과정에서 대중음악과 문화정책을 연구했고, 이후 판소리에 매료돼 인류음악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내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라며 “그 당시엔 몰랐어도 결국 모든 단계가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였던 것 같다”고 했다. 졸업생 대표 연설은 인문대 서양사학과 21학번 김주안 씨가 맡았다. 기초학문 연구에 매진하면서도 국제교류와 사회공헌 활동에도 힘쓴 그는 학부생 연구지원 프로그램 최우수상을 받았다. 서울대는 이날 학사 1015명, 석사 1304명, 박사 700명 등 총 3019명에게 학위를 수여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우연을 믿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을 믿어보세요. 언젠가 반드시 쓰일 기회가 올 겁니다.”갈색 머리의 외국인 교수는 연단에서 졸업생들을 향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배웠던 중국어가 지금은 판소리 사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28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제79회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안나 예이츠 서울대 국악과 부교수가 축사 연사를 맡았다. 독일 태생인 그는 2020년 최연소 서울대 국악과 조교수로 임명돼 학생들에게 판소리를 가르치고 있다. 예이츠 교수는 “성공이란 하나의 형태로 정해져 있지 않다”며 “각자가 좋아하는 일을 발견해 발전시킨다면,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졸업생들을 격려했다. 예이츠 교수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류스대에서 인류학을 전공한 뒤 대만에서 중국어를 익히며 K팝의 세계적 인기를 체감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런던대 아시아·아프리카 석사과정에서 대중음악과 문화정책을 연구했고, 이후 판소리에 매료돼 인류음악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내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라며 “그 당시엔 몰랐어도 결국 모든 단계가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였던 것 같다”라고 했다.졸업생 대표 연설은 인문대 서양사학과 21학번 김주안 씨가 맡았다. 기초학문 연구에 매진하면서도 국제교류와 사회공헌 활동에도 힘쓴 그는 학부생 연구지원 프로그램 최우수상을 받았다. 김 씨는 “졸업 후 서양사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아직 역사 속에서 목소리를 얻지 못한 이들을 복원하는 학자가 되고 싶다”며 “궁극적으로 어떤 몸, 어떤 정체성을 가졌든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이날 학사 1015명, 석사 1304명, 박사 700명 등 총 3019명에게 학위를 수여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40대 엄마와 10대 두 딸 등 세 모녀가 추락해 숨졌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30분경 “12층 오피스텔 앞에 여자 3명이 누워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어머니인 40대 여성과 큰딸은 현장에서 숨졌고, 작은딸은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두 딸은 각각 중학생과 고등학생 나이로, 모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유서나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채무와 관련 있는 메모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마약이나 음주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세 모녀가 거주하는 12층 오피스텔의 옥상에서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사고 현장을 취재해 보니 오피스텔 옥상은 12층에서 별도의 잠금 장치 없이 올라갈 수 있었다. 옥상 담장은 성인 어깨 정도의 높이였고, 담장 아래엔 모녀가 밟고 올라간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 벤치가 놓여 있었다. 벤치 주변엔 노란색 경찰 폴리스라인이 둘러져 있었다. 추락한 지점은 흰색 천으로 표시돼 있었고, 미처 지우지 못한 혈흔도 곳곳에서 보였다. 오피스텔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 씨(32)는 “(26일) 귀가하던 중 (사고 지점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려 매우 놀랐다. 이후 주위 이웃들이 몰려들고 구급차와 경찰차가 왔다”고 전했다. 경찰은 세 모녀가 생활고를 겪지는 않았다고 추정했다. 이 오피스텔은 전세보증금이 4억 원 수준이다. 강서구에 따르면 이들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아니었다. 보건복지부 확인 결과 단전·단수 등 위기가구를 모니터링하는 행복e음시스템에도 이들이 포착된 적은 없었다. 이날 경찰은 사건 전후 폐쇄회로(CC)TV 영상을 살펴보고 남편 등 유족을 불러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세 모녀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검토하고 있다. 유족의 의견을 반영해 부검은 의뢰하지 않기로 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인터넷에서 네가 나온 영상을 본 것 같아.” 지난해 2월, 업계 동료의 이 한마디가 20대 여성 이모 씨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동료가 알려준 일본 소재 Y사이트에는 이 씨라는 걸 금세 알 수 있는 나체 영상이 걸려 있었다. 경찰에 신고한 뒤 알게 된 사실은 더 충격적이었다. 태국 소재 C사이트 등 플랫폼 2곳에서도 어떻게 촬영됐는지 모를 이 씨의 영상이 유통되고 있었던 것. 그는 불안에 떨며 사설 업체에 착수금 200만 원을 주고 영상을 없애 달라고 의뢰했지만, 이미 퍼진 영상을 모두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최근 불법 촬영물이 텔레그램 등 잘 알려진 플랫폼을 벗어나,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해외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조짐이 뚜렷하다. 텔레그램이 불법 촬영물 확산의 주요 통로로 지목된 후 서비스 약관 등을 바꿔 불법 행위를 한 사용자의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자,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이른바 ‘n번방 망명’을 시도하는 것이다.● 마이너 플랫폼에 들어선 ‘불법 촬영물 장터’ 또 다른 20대 여성 임지은(가명) 씨는 올 6월 미국 소재 P애플리케이션(앱)에서 자신의 은밀한 신체 부위가 노출된 영상을 발견했다. 남자 친구와 함께 있을 때 찍힌 것이었다. 혼비백산한 임 씨는 남자 친구 몰래 그의 휴대전화를 열어봤고, 남자 친구가 임 씨뿐만 아니라 최모 씨 등 전 연인들의 수많은 불법 촬영물을 P앱과 B앱 등에 업로드한 기록을 확인했다. 이 사실을 임 씨로부터 전해 들은 최 씨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최 씨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새로운 사이트에서 제3자가 재유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며 “언제 어디서 또 영상이 나타날지 몰라 하루하루가 두렵다”고 호소했다. 임 씨와 최 씨는 이 남성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고소했다. 27일 취재팀이 직접 B앱에 접속해 ‘영상’ ‘영상 판매’ 등의 키워드를 검색해 보니, 여성의 신체 부위가 드러난 사진과 함께 “영상을 판다”는 글이 무더기로 올라와 있었다. B앱은 X(옛 트위터)처럼 게시글, 댓글, 메시지 기능을 제공하는데, 이용자들은 주로 판매자가 올린 영상 샘플을 보고 쪽지(DM)로 계좌번호를 교환하고 있었다. P앱의 경우 구조가 더 노골적이었다. 영상을 사고팔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형태였는데, 상단에 노출된 크리에이터 프로필을 누른 뒤 하단에 제시된 링크만 클릭하면 불법 촬영물들이 ‘미리 보기’ 형태로 쉽게 드러났다.● 전문가 “국제 공조 없이는 무력” 이런 마이너 플랫폼의 문제는 본사와 서버의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영상 삭제나 유포범 추적 요청에 응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연락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내 제도도 한계가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불법 촬영물이 올라오면 접속 차단이나 삭제를 요청할 수 있지만 강제할 권한은 없다. 성범죄 전문 김지진 변호사는 “이름조차 생소한 마이너 플랫폼에 불법 촬영물이 유통돼 피해자가 고통을 겪는 사건이 한 달에 한 번꼴로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성범죄처벌법상 불법 촬영물 제작·유포 피해는 늘고 있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관련 범죄 검거 건수는 2020년 5032건에서 지난해 7202건으로 4년 새 43.2%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공조를 통한 사이버범죄 대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이버범죄 처벌과 신속한 국제 공조를 규정한 ‘부다페스트 협약’에 가입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국은 2023년부터 가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수사 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록 등이 삭제되지 않도록 하는 ‘보전 요청’ 제도가 미비해 승인되지 않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40대 엄마와 10대 두 딸 등 세 모녀가 추락해 숨졌다.27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30분경 “12층 오피스텔 앞에 여자 3명이 누워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어머니인 40대 여성과 큰딸은 현장에서 숨졌고, 작은딸은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두 딸은 각각 중학생과 고등학생 나이로, 모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는 유서나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채무와 관련 있는 메모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마약이나 음주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경찰은 세 모녀가 거주하는 12층 오피스텔의 옥상에서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사고 현장을 취재해보니 오피스텔 옥상은 12층에서 별도의 잠금장치 없이 올라갈 수 있었다. 옥상 담장은 성인 어깨 정도의 높이였고, 담장 아래엔 모녀가 밟고 올라간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 벤치가 놓여 있었다. 벤치 주변엔 노란색 경찰 폴리스라인이 둘러져 있었다. 추락한 지점은 흰색 천으로 표시돼 있었고 미처 지우지 못한 혈흔도 곳곳에서 보였다.오피스텔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 씨(32)는 “(26일) 귀가하던 중 (사고 지점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려 매우 놀랐다. 이후 주위 이웃들이 몰려들고 구급차와 경찰차가 몰려들었다”고 전했다.경찰은 세 모녀가 생활고를 겪지는 않았다고 추정했다. 이 오피스텔은 전세보증금이 4억 원 수준이다. 강서구에 따르면 이들은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가 아니었다. 보건복지부 확인 결과 단전·단수 등 위기가구를 모니터링하는 행복e음시스템에도 이들이 포착된 적은 없었다.이날 경찰은 사건 전후 폐쇄회로(CC)TV 영상을 살펴보고 남편 등 유족을 불러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세 모녀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검토하고 있다. 유족 의견을 반영해 부검은 의뢰하지 않기로 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서울 구로구의 한 중·고등학교에서 수류탄(사진)이 발견돼 교직원과 주민들이 대피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경찰과 군이 긴급 출동해 현장을 통제하는 등 한때 소동이 빚어졌다. 구로경찰서는 23일 오전 10시 40분경 궁동 우신 중·고교 분리수거장에서 “수류탄 2발이 놓여 있다”는 경비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즉시 현장을 통제하고 군 폭발물처리반(EOD)을 불러 안전 여부를 확인한 뒤 수류탄을 수거했다. 휴일이어서 교실에는 학생이 없었다. 하지만 학교 건물과 운동장 등에 있던 교직원과 인근 주민들은 모두 외부로 긴급 대피했다. 수류탄은 겉모습이 실제 군용 장비와 유사했다. 폭발 위험 여부는 군 당국이 정밀 감식을 통해 추가 확인할 예정이다. 우신 중·고교 관계자는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지만 곧장 가정통신문을 제작·배포했기 때문에 학부모의 별다른 우려나 문의는 없었다”며 “25일에는 휴교 등 조치 없이 정상 등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25일 교장, 교감, 안전 담당 부장 등을 소집해 외부인 침입 통제 강화, 위험물 발견 시의 대응 교육 등 구체적인 방안들을 부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과 목격자 진술 확보 등을 통해 수류탄이 어떻게 학교 안에 들어왔는지, 누가 두고 갔는지 등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서울 구로구의 한 중·고등학교에서 수류탄이 발견돼 교직원과 주민들이 대피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경찰과 군이 긴급 출동해 현장을 통제하는 등 한때 소동이 빚어졌다.구로경찰서는 23일 오전 10시 40분경 궁동 우신 중·고교 분리수거장에서 “수류탄 2발이 놓여 있다”는 경비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즉시 현장을 통제하고 군 폭발물처리반(EOD)을 불러 안전 여부를 확인한 뒤 수류탄을 수거했다.휴일이어서 교실에는 학생이 없었다. 하지만 학교 건물과 운동장 등에 있던 교직원과 인근 주민들은 모두 외부로 긴급 대피했다. 수류탄은 겉모습이 실제 군용 장비와 유사했다. 폭발 위험 여부는 군 당국이 정밀 감식을 통해 추가 확인할 예정이다. 우신 중·고교 관계자는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지만 곧장 가정통신문을 제작·배포했기 때문에 학부모의 별다른 우려나 문의는 없었다”며 “25일에는 휴교 등 조치 없이 정상 등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25일 교장, 교감, 안전 담당 부장 등을 소집해 외부인 침입 통제 강화, 위험물 발견 시의 대응 교육 등 구체적인 방안들을 부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과 목격자 진술 확보 등을 통해 수류탄이 어떻게 학교 안에 들어왔는지, 누가 두고 갔는지 등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인공지능(AI)으로 만든 노출 사진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 한 딥페이크 음란물 유포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현행법이 피해자를 실존 인물로 한정하고 있어서 생긴 규제 공백이다. AI 음란물이 기승을 부리는 현실을 고려해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8단독 이정훈 판사는 최근 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딥페이크 음란물) 유포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김모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한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여성이 나체를 드러낸 AI 합성사진을 공유했다. 검찰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영상물”이라며 김 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김 씨 측은 “사진 속 인물은 AI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가상 인물을 대상으로는 성적 수치심 등을 유발할 수 없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사진의 원본이나 출처, 합성 방법 등을 확인할 자료가 없어 피해자가 실존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김 씨는 무죄가 확정됐다. 하지만 AI 가상인물 음란물이 온라인에서 돈을 받고 팔리는 등 확산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대로는 청소년이 AI 딥페이크 음란물에 노출돼도 규제할 수 없다.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성인 AI 음란물’ 수백만건 판쳐도, 실존인물 아니면 처벌 어려워“실존인물 아니면 무죄” 판결 논란성인 대상 ‘AI 합성물’ 규제 공백… 정보통신망법은 형량 낮아 효과 의문美, 실존인물로 인식 여지땐 처벌… “사회적 해악 기준 법 재정비해야”“(딥페이크 음란물의 피해자인) ‘사람’은 합성에 동의하거나 반대 의사를 가질 수 있는 실존 인물이어야 한다.”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여성의 나체 사진을 유포한 30대 남성 김모 씨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면서 내놓은 핵심 판단이다. 재판부가 이른바 ‘딥페이크 방지법’으로 불리는 조항의 적용 대상을 ‘의사 표현이 가능한 실존 인물’로 한정한 것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성인 대상 AI 합성 음란물이 현행법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는 규제 공백을 분명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인 AI 음란물은 엄벌 사각지대”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진의 원본이나 출처, 합성 방법 등을 확인할 자료가 없어 피해자가 실존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AI 발달로 실제 사람과 구별하기 어려운 가상 인물 이미지를 누구나 쉽게 획득할 수 있고, 합성·편집 기술의 고도화로 실제 촬영물과 인위적 합성물을 구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법원은 피해자가 실존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 형사재판 원칙에 따라 보수적으로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AI를 이용해 음란물을 제작·유포할 경우 적용될 수 있는 범죄는 총 3가지다. 그중 성폭력처벌법상 딥페이크 음란물 유포죄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실존 인물이 아니면 처벌이 어렵다는 허점이 이번 판결로 드러났다. 청소년성보호법상 성착취물 제작죄는 실존 인물이 아니어도 처벌할 수 있지만 그 대상이 아동·청소년이어야 적용된다. 정보통신망법은 음란물 유포 자체를 금지하지만 형량이 최대 징역 1년에 불과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입법을 통해 공백을 메우지 않는 한 성인 대상 AI 합성물은 규제 사각지대 놓이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AI 음란물은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했더라도 당사자가 직접 고소·고발하지 않는 한 피해자를 특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인스타에만 AI 음란물 수백만 건… 돈벌이까지법적 공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유튜브 등에서 AI를 이용한 음란물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실과 맞물리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20일 인스타그램에서 ‘AIGIRL’이라고 검색하자 수십 개의 계정과 약 200만 개의 게시물이 쏟아졌다. 상당수는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강조하거나 자극적인 노출로 수위가 높은, AI로 생성한 음란물이었다. 유튜브에는 AI를 이용해 엘리베이터에서 여성이 차례로 옷을 벗는 영상이 업로드되는가 하면 기차 안에서 남성이 여성 간호사의 몸을 만지는 AI 영상이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챗GPT 등 주류 상용 AI 서비스는 자체 지침을 통해 음란물 제작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에선 중소 AI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이를 우회하는 방법도 공유되고 있다. AI 음란물로 돈벌이에 나선 사례도 있다. AI 이미지를 올리는 한 채널의 운영자는 미국 모금 후원 사이트를 통해 유료 구독자로부터 월 10∼50달러를 후원받으며 노골적으로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표현하는 등의 AI 이미지를 게시했다. 지난해 11월 법원은 이 운영자에게 정보통신망법 위반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 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해외는 이미 대응에 나섰다. 미국 버지니아주는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자의 정의를 AI 등으로 만들어도 ‘실제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는 자’까지 확대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실제 노출로 오인될 수 있는 이미지·영상’의 고의적 유포를 금지했다. 영국도 성적 만족을 목적으로 유포된 합성 이미지·영상을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실존 여부가 아니라 사회적 해악을 기준으로 법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도 음란물 유포에 따른 부작용은 그대로 존재하므로 처벌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기술 발전이 만든 새로운 현실에 법이 뒤처져 있다”며 “AI 음란물이 가상 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피의자가 입증하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최근 6년 동안 국내 청년 인구(만 15∼29세)는 91만 명 줄었다. 하지만 일할 의사 없이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은 오히려 늘어나는 중이다. 고학력 청년이라고 해서 이런 현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서울 소재 대학의 디스플레이 학과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인 노모 씨(27)는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해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 디스플레이 업체는 몇 년 동안 학사 공채가 없었다. 석박사로 졸업하더라도 채용 연계 외에는 모집이 거의 없다. 노 씨는 “공채가 뜸해 졸업 후 취업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경력직 위주 채용 시장에 좌절감을 토로하는 취업자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김모 씨(28)는 “기업의 경력직 선호에 신입이 설 자리가 없다”며 “중소·중견기업으로 눈높이를 낮춰도 취업 문을 뚫기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라고 전했다.● 청년 감소에도 늘어나는 ‘쉬었음’ 청년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청년 인구(만 15∼29세)는 2019년 906만 명에서 지난해 815만 명으로 약 91만 명 줄었다. 문제는 청년이 이렇게 줄어들어도 취업 경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고용서비스 플랫폼 ‘고용24’의 지난달 구인배수는 0.40으로 2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구인배수는 신규 구직 인원 대비 구인 인원의 비율로, 구직자 1명당 일자리가 0.4개에 불과하다는 뜻이다.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취업 활동에 나서지 않는, 이른바 쉬었음 청년이 늘고 있다. 2019년 36만 명에서 지난해 42만1000명으로 6만1000명 증가했다. 특히 대졸 이상의 쉬었음 청년 비중이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 전체 쉬었음 청년 중 41.3%가 대졸자였다. 이는 사상 최대치다. 가장 큰 원인은 국내외 경기 침체로 인해 일자리가 전반적으로 줄고 있는 점이 꼽힌다. 특히 300인 이상 대형 사업체가 늘리는 양질의 일자리 개수가 빠르게 줄고 있다. 이 일자리를 노리는 고학력자들이 아예 취업 활동을 그만두는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올 5월 발표한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 원인과 최근의 특징’ 보고서는 최근 대졸 이상 고학력 쉬었음 인구 비중이 크게 증가한 이유에 대해 “고학력 청년층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점점 부족해지면서 일자리 미스매치가 강화되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현상도 대졸 이상 쉬었음 청년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대학 졸업 후에 취업 활동 대신 기업들이 원하는 경험을 쌓으면서, 취직을 준비하는 시기가 길어진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국내 전체 채용 공고 중 경력직만을 대상으로 한 채용 공고 비율이 10건 중 8건이 넘는 82.0%에 달했다. 신입과 경력 직원을 모두 뽑겠다는 채용 공고는 15.4%, 신입 직원만 뽑겠다는 공고는 2.6%였다.● 대통령실 “청년 창업·취업 장벽 낮춰야”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취업 문제가 잠재 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고학력자들이 취업을 미루면 가뜩이나 열악한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더 악화될 수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날 최근 5년 동안 쉬었음 청년으로 생긴 경제적 비용이 44조50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2030 청년들이 경력이 없어 취업이 안 되고, 취업을 못 해 경력이 없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며 “창업과 취업의 장벽을 낮추고 주거 안정과 복지 확대에 더해 청년들이 직접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문을 넓힐 때”라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층에서 구직에 대한 희망이 꺾이면서 국가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조국혁신당 당원 간담회에서 폭행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일 조국혁신당 관계자 4명을 상해 등 혐의로 고소하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돼 조사에 들어갔다고 8일 밝혔다. 고소인인 60대 A 씨는 지난달 3일 국회에서 열린 혁신당 주권 당원 간담회에 참석했다가 이들로부터 세 차례 폭행을 당해 손목과 무릎 등을 다쳤다고 주장했다.이날 간담회는 당내 성추행 사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으나, A 씨가 주제와 무관한 개인적인 발언을 하자 사회자 등이 이를 제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인 조사와 관계자 진술 청취 등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이에 대해 조국혁신당 측은 “대관 시간이 끝나 모두 퇴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해당 남성이 ‘수십억 원 사기를 당했고 검찰 피해자’라는 취지로 발언을 이어갔다”며 “출입구로 안내하는 과정에서 바닥에 드러누우며 피해를 호소했지만, 물리적 폭행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경찰은 앞서 지난 4월에도 조국혁신당 소속 여성 당직자가 상급자에게 강제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한 바 있다. 이후 7월에는 가해자로 지목된 고위 당직자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당구장에 있는 지인을 만나러 왔다가 그만….”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의 한 도로에 사설 구급차를 불법 정차한 운전자는 지난달 17일 오후 9시 반경 경찰관에게 이렇게 실토했다. 그는 ‘응급’이라고 적힌 사설 구급차에 환자도 태우지 않은 채 인도 위에 세워둔 참이었다. 관악경찰서 소속 권민형 경사(32)는 “이런 용도로 구급차를 쓰면 안 된다”고 경고하고 이 운전자로부터 진술서를 받았다.환자 이송 같은 긴급 상황이 아닌데도 인도 등에 불법 주정차하거나 사이렌을 울리며 도로를 질주하는 이른바 ‘비긴급 구급차’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사설 구급차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록을 확인해 불법 운행 여부를 단속하기로 했다. ● “요금 2, 3배 주겠다” 택시처럼 호출구급차는 119 구급차와 사설 구급차로 나뉜다. 둘 다 응급환자 이송 등 정해진 목적을 어겨 사적으로 이용하면 응급의료법 위반으로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거나 구급차 운행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또 긴급 출동이 아닌데도 경광등을 켜거나 사이렌을 작동하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20만 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하게 된다.하지만 119안전센터와 시도 소방상황실이 움직임을 통제하는 119 구급차와 달리, 사설 구급차는 비긴급 상황에서 운행해도 단속이 어렵다. 사설 구급차의 불법 운행이 빈번한 배경이다. 경남에서 10년 넘게 사설 구급차를 운행한 50대 운전자는 “일주일에 한 번은 정확한 증상도 말하지 않고 ‘(요금을) 2, 3배도 쳐줄 테니 그냥 가자’는 식의 연락이 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1년 한 사설 구급차 업체 대표는 식당 등을 방문하려고 구급차를 수차례 사용하다 적발돼 1심에서 벌금 90만 원을 선고받았다. 또 다른 운전자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교통체증 없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며 행사 대행사, 연예기획사 관계자들로부터 30만 원을 받고 유명 가수를 공연장 등에 이송한 혐의로 2023년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 구급차 허위 운행, GPS로 잡기로이재명 대통령이 6월 “허위 구급차 등 기초질서 위반에 대한 계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자 전국 지자체는 7월 교육을 거쳐 이달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나섰다. 특히 운행기록대장만 확인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이번 단속에선 최초로 전국에 있는 사설 구급차 업체의 GPS 기반 운행기록장치 데이터를 운행기록대장과 대조해 병원 왕복 외 다른 경로로 차를 몬 경우 등을 잡아낼 예정이다.그동안은 지자체에 사설 구급차의 기록장치 데이터를 읽을 권한이 없었다. 그러나 사설 구급차 남용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보건복지부 등에서는 해당 권한을 지자체에 부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법적 권한은 없지만 특별 점검인 만큼 자치구가 업체에 데이터 제출을 요청했고, 이미 다수가 협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향후 비긴급 구급차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의료 현장에선 미국, 영국의 사례 등을 참고해 허위 구급차 단속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은 구급차 이송 비용을 허위로 청구할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2019년에는 미국 메릴랜드주 기반의 민간 구급차 업체가 앉거나 걸을 수 있는 환자들의 상태를 실제보다 심각한 것처럼 보고해 구급차를 운영했다는 사실이 직원들의 내부 고발로 밝혀졌고, 이 업체는 정부에 약 18억 원을 배상했다. 영국의 경우 공공기관인 보건의료품질위원회(CQC)에 구급차를 등록하도록 하고, 주기적인 현장 실사 및 불시 점검으로 등급을 부여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설 구급차를 관리하고 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최근 스토킹 신고를 하고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수사당국이 휴대전화로 보내는 집착성 문자나 전화 등 ‘전조 증상’을 사전에 감지해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스토킹이나 데이트폭력 등 관계성 범죄는 강력범죄로 이어지기 전 뚜렷한 징후가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울산 북구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스토킹 피해로 신변 보호를 받고 있던 20대 여성이 직장 앞에서 전 연인이었던 30대 남성의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중태에 빠졌다. 이에 앞서 ‘휴대전화 스토킹’이 먼저 시작됐다. 가해자는 7월 초 피해자가 “헤어지자”고 하자 엿새 동안 전화 168통, 문자메시지 400여 통을 보냈다. 지난달 26일 경기 의정부시의 한 노인보호센터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도 유사하다. 가해자인 60대 남성은 직장 동료였던 50대 여성에게 ‘밥해달라’는 등 문자를 여러 차례 보냈다가 스토킹 경고장을 받았다. 같은 달 8일엔 전 연인인 60대 여성을 스토킹해 접근금지 처분을 받자 분노해 폭행한 가해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해당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2023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전화 88통, 영상통화 9통, 문자메시지 395통을 시도하며 피해자를 괴롭혔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불안과 공포를 유발하는 문자 등을 보내는 행위도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 하지만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는 등 물리적 행위에 비해 눈에 띄지 않아 간과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스토킹 신고 이력 등이 있는 가해자의 경우 통신 추적을 통해 범죄를 사전에 막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휴대전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원치 않는 연락의 지속은 전조 증상이 분명하다”며 “스토킹 재범 이력이 있는 가해자를 대상으로 통신 기록을 조회해 추적하는 방안도 잠정조치로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다양한 방식으로 스토킹 위험성을 평가하고 있다. 영국은 경찰과 국민보건서비스(NHS)가 함께 운영하는 ‘고착 위협 평가 센터’(FTAC)에서 정신건강 전문가가 스토킹 초기 위협을 평가한다. 한국에 비유하자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가해 위험도를 평가하는 셈이다. 미국은 경찰, 임상심리사 등이 SNS 접근 기록, 정신질환 유무 등을 통해 스토킹 동기를 파악하고 ‘낮음-중간-높음’ 3단계로 위험군을 분류해 스토킹 재범 가능성 예측에 활용한다. 한편 관계성 범죄가 반복되자 경찰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와 협의해 현행 스토킹처벌법에 ‘지속성과 반복성’ 개념을 명확히 규정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피해자가 상대방에게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스토킹을 계속하면 횟수에 상관없이 지속성과 반복성을 인정하는 게 골자다. 또 경찰에 신고된 이후 스토킹 행위를 반복하면 ‘보복성 스토킹’으로 규정해 가중처벌하는 법안도 신설을 추진 중이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최근 스토킹 신고를 하고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수사당국이 휴대전화로 보내는 집착성 문자나 전화 등 ‘전조 증상’을 사전에 감지해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3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스토킹이나 데이트폭력 등 관계성 범죄는 강력범죄로 이어지기 전 뚜렷한 징후가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울산 북구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스토킹 피해로 신변 보호를 받고 있던 20대 여성이 직장 앞에서 전 연인이었던 30대 남성의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중태에 빠졌다. 이에 앞서 ‘휴대전화 스토킹’이 먼저 시작됐다. 가해자는 7월 초 피해자가 “헤어지자”고 하자, 엿새 동안 전화 168통, 문자메시지 400여 통을 보냈다.지난달 26일 경기 의정부시의 한 노인보호센터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도 유사하다. 가해자인 60대 남성은 직장 동료였던 50대 여성에게 ‘밥해달라’는 등 문자를 여러 차례 보냈다가 스토킹 경고장을 받았다. 같은 달 8일엔 전 연인인 60대 여성을 스토킹해 접근금지 처분을 받자 분노해 폭행한 가해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해당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2023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전화 88통, 영상통화 9통, 문자메시지 395통을 시도하며 피해자를 괴롭혔다.현행 스토킹처벌법은 불안과 공포를 유발하는 문자 등을 보내는 행위도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 하지만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는 등 물리적 행위에 비해 눈에 띄지 않아, 간과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스토킹 신고 이력 등이 있는 가해자의 경우 통신 추적을 통해 범죄를 사전에 막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휴대전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원치 않는 연락의 지속은 전조 증상이 분명하다”며 “스토킹 재범 이력이 있는 가해자를 대상으로 통신 기록을 조회해 추적하는 방안도 잠정조치로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해외에선 다양한 방식으로 스토킹 위험성을 평가하고 있다. 영국은 경찰과 국민보건서비스(NHS)가 함께 운영하는 ‘고착 위협 평가 센터’(FTAC)에서 정신건강 전문가가 스토킹 초기 위협을 평가한다. 한국에 비유하자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가해 위험도를 평가하는 셈이다. 미국은 경찰, 임상심리사 등이 SNS 접근 기록, 정신질환 유무 등을 통해 스토킹 동기를 파악하고 ‘낮음-중간-높음’ 3단계로 위험군을 분류해 스토킹 재범 가능성 예측에 활용한다.한편 관계성 범죄가 반복되자 경찰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와 협의해 현행 스토킹처벌법에 ‘지속성과 반복성’ 개념을 명확히 규정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피해자가 상대방에게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스토킹을 계속하면 횟수에 상관없이 지속성과 반복성을 인정하는 게 골자다. 또 경찰에 신고된 이후 스토킹 행위를 반복하면 ‘보복성 스토킹’으로 규정해 가중처벌하는 법안도 신설을 추진 중이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 사건이 충격을 안긴 가운데, 비슷한 세대 남성의 강력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생계형이나 경범죄 위주였던 범죄 성격도 최근엔 폭력, 방화, 성범죄 등으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른바 ‘육대남’으로 불리는 60대 남성들이 은퇴 후 겪는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불안 등이 대인관계 문제 등 사소한 갈등과 맞물려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년 새 12% 증가… 늘어나는 60대 범죄경찰청에 따르면 강력·폭력 범죄를 저지른 60대 남성 피의자는 2018년 2만6587명(강력 2024명, 폭력 2만4563명)에서 2022년 2만9788명(강력 2373명, 폭력 2만7415명)으로 12% 늘었다. 법무부 조사를 보면 전체 수형자 중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5년 9.5%에서 지난해 17.5%로 증가했다. 수형자 중 남성 비중은 약 90%에 달한다. 60대 이상 인구는 2015년 약 460만 명에서 2022년 약 700만 명으로 52.2%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형자 수는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성범죄도 예외는 아니다. 경찰 조사 결과 2018년 1756명이던 60대 남성 성범죄자는 2022년 2042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사회적 논란이 된 사건 중 60대가 피의자인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 봉천동 화염방사기 사건’은 4월 21일 층간소음 갈등 끝에 60대 남성이 직접 제작한 화염방사기로 이웃집에 불을 지른 케이스다. 5월 ‘지하철 방화 사건’ 역시 60대 원모 씨가 서울 지하철 5호선 객차에 불을 지른 것으로,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이달 12일에는 전 여자친구에 대한 스토킹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60대 남성이 전 연인을 다시 찾아가 살해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은퇴 이후 상실감, 좌절이 공격성으로 전이” 전문가들은 60대 남성의 범죄 증가 원인으로 ‘상실감’을 공통적으로 지목한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60대 남성은 베이비붐 세대의 일원으로 한국 사회의 중추였지만, 은퇴 후 사회적 지위를 잃고 역할이 사라졌다는 생각에 쉽게 무력감을 느낀다. 지위 변화에 따른 심리적 충격이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60대 남성 인구는 약 387만 명으로, 젊고 사회적으로도 가장 왕성한 나이인 30대 남성(347만 명)보다 많다. 현재의 60대는 1958∼1963년생인 베이비붐 세대다. 이들은 1990년대 경제 호황기에 사회 핵심층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경제 기반이 흔들렸다. 이후 2010년대에 접어들며 본격적인 은퇴 시기를 맞았고, 다수는 무직이 되거나 비정규·단기 일자리로 옮겨갔다. 은퇴 후 남은 삶의 시간도 60대들에게 부담이 된다고 한다. ‘건강한 60대’라는 인식이 오히려 심리적 괴리감을 키운다는 것. 김 교수는 “‘몸은 멀쩡한데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없다’는 생각이 고립감과 공격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생존한 부모와 독립하지 못한 자녀를 동시에 부양하는 역할도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21일 발생한 조모 씨(62)의 사제 총기 살인 사건도 60대 남성의 심리적 박탈감이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씨는 20여 년 전 이혼한 전처가 사업적으로 성공한 데 대해 열등감을 느꼈으며, 가족 갈등이 범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 5호선에 불을 지른 원 씨 역시 “이혼 소송에 불만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60대는 사회적 역할 변화가 본격화되는 시기”라며 “이런 전환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사소한 갈등도 자존심 문제로 비화돼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대다수 60대는 심리건강 지켜내, 지원책은 강화해야” 하지만 이 같은 60대의 상실감을 범죄와 관련된 ‘위험 신호’로만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60대 대다수는 상실감을 겪어도 자기 관리를 통해 심리적 건강을 지켜내고 일자리를 찾는 등 어떻게든 가족과 사회에 기여하려 한다”며 “일부의 문제를 전체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60대 남성들의 범죄가 부각되고 있는 만큼, 이들 세대의 심리적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복지 및 일자리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은퇴 후에도 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관계망이 절실하다”며 “단순한 일자리 제공이 아니라, 대화하고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중심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60대 남성의 심리 상태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상담 인프라 구축과 심층 연구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산사태로 쏟아진 토사가 논 700평을 덮쳤어요.” 21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에서 만난 주민 김진한 씨(79)는 눈물부터 훔쳤다. 그는 “자식처럼 키운 콩과 벼가 망가져 언제 피해 복구가 가능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했다. 한반도를 덮친 ‘괴물 폭우’로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산청군에선 농업·축산업 종사자들의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된 경기 가평군 역시 여름철 성수기에 수해 피해를 입어 관광산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 군민 대피령이 내려졌던 19일 이후 산청군에서는 호우로 인한 농가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시천면 주민 손경모 씨는 “(이번 수해로) 1200평 딸기밭을 모두 날리고 곶감 농사가 수해를 입는 등 한 해 농사를 망쳤다. 추석에 팔 작물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라고 했다. 전봇대 파손으로 인한 단전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21일 현재도 비가 계속 내리면서 전력 복구가 지연됐다. 같은 마을에서 양봉업을 하는 정기호 씨(61)는 “양봉장 냉장시설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벌에게 줄 먹이가 모두 상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산청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지역 전체 취업자의 56%가 농업·임업·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가평군은 여름철 수입의 약 20%를 차지하는 관광산업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대학 MT, 수상레저, 골프장 등 여름철에 수익이 집중되는 업종이 많은 만큼, 피해 규모는 단순한 재산 피해를 넘어 지역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21일 광주시, 전북도, 전남도, 경남도에 재난안전관리 특별교부세(특교세) 55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17일에는 경기도와 충남도에 25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 특교세는 재난 등으로 갑작스럽게 발생한 재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지원되는 예산이다. 행안부는 지자체에 예비비와 재난관리기금 등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을 활용해 구호 물품 지원과 임시 주거시설 마련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피해 지원은 세제 감면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침수되거나 파손된 자동차에 대해서는 자동차세가 면제되며, 멸실·파손된 주택·축사·농기계·차량을 새로 취득할 경우 취득세와 등록면허세가 면제된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주민은 지방세 감면 혜택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지방소득세와 취득세 납부 기한이 최대 1년까지 연장되고, 지방세 체납액에 대한 징수도 유예된다. 도시가스와 상하수도 요금 등 생활요금 감면도 가능하다. 금융 지원도 병행된다. 행안부는 지역 새마을금고와 협력해 피해 가구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 연장(1년 이내) △원리금 상환 유예(6개월 이내) △긴급자금 대출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 자원봉사단도 현장에 투입된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와 지역 자원봉사센터는 ‘통합자원봉사지원단’을 구성해 이재민 지원과 피해 복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전날 ‘범정부 복구대책지원본부’를 가동하며 대응 체계를 복구 중심으로 전환했다. 새마을운동중앙회, 한국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3대 국민운동 단체와도 협력해 피해 지역의 복구와 이재민 구호에 나설 계획이다.산청=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산청=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가평=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산사태로 쏟아진 토사가 논 700평을 덮쳤어요.”21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에서 만난 주민 김진한 씨(79)는 눈물부터 훔쳤다. 그는 “자식처럼 키운 콩과 벼가 망가져 언제 피해 복구가 가능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했다.한반도를 덮친 ‘괴물 폭우’로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산청군에선 농업·축산업 종사자들의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된 경기 가평군 역시 여름철 성수기에 수해 피해를 입어 관광산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전 군민 대피령이 내려졌던 19일 이후 산청군에서는 호우로 인한 농가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시천면 주민 손경모 씨는 “(이번 수해로)1200평 딸기밭을 모두 날리거나 곶감 농사가 수해를 입는 등 한 해 농사를 망쳤다. 추석에 팔 작물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라고 했다.전봇대 파손으로 인한 단전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21일 현재도 비가 계속되면서 전력 복구가 지연됐다. 같은 마을에서 양봉업을 하는 정기호 씨(61)는 “양봉장 냉장시설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벌에게 줄 먹이가 모두 상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산청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지역 전체 취업자의 56%가 농업·임업·어업에 종사하고 있다.가평군은 여름철 수입의 약 20%를 차지하는 관광산업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대학 MT, 수상레저, 골프장 등 여름철에 수익이 집중되는 업종이 많은 만큼, 피해 규모는 단순한 재산 피해를 넘어 지역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한편 행정안전부는 21일 광주시, 전북도, 전남도, 경남도에 재난안전관리 특별교부세(특교세) 55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17일에는 경기도와 충남도에 25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 특교세는 재난 등으로 갑작스럽게 발생한 재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지원되는 예산이다.행안부는 지자체에 예비비와 재난관리기금 등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을 활용해 구호 물품 지원과 임시 주거시설 마련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피해 지원은 세제 감면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침수되거나 파손된 자동차에 대해서는 자동차세가 면제되며, 멸실·파손된 주택·축사·농기계·차량을 새로 취득할 경우 취득세와 등록면허세가 면제된다.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주민은 지방세 감면 혜택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지방소득세와 취득세 납부 기한이 최대 1년까지 연장되고, 지방세 체납액에 대한 징수도 유예된다. 도시가스와 상·하수도 요금 등 생활요금 감면도 가능하다.금융 지원도 병행된다. 행안부는 지역 새마을금고와 협력해 피해 가구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 연장(1년 이내) △원리금 상환 유예(6개월 이내) △긴급자금 대출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자원봉사단도 현장에 투입된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와 지역 자원봉사센터는 ‘통합자원봉사지원단’을 구성해 이재민 지원과 피해 복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전날 ‘범정부 복구대책지원본부’를 가동하며 대응 체계를 복구 중심으로 전환했다. 새마을운동중앙회, 한국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3대 국민운동단체와도 협력해 피해 지역의 복구와 이재민 구호에 나설 계획이다.산청=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산청=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가평=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30m 앞에서 ‘살려주이소, 좀 살려주이소’ 소리쳐서 어찌든 도울라꼬 움직이려는 찰나에 산 한 개만 한 흙더미하고 바위가 확 몰아쳐서 계곡 따라 쏟아지더니 그 자리 집을 그냥 통째로 쓸어가뿌리는기라.” 20일 오전 8시 반경 경남 산청군 산청읍 내리마을 산사태 현장 인근에서 만난 황산 스님(62)이 전날 산사태로 이웃 주민들을 상당수 잃었다며 망연자실했다. 그는 “장대비가 쏟아진 지 5분도 안 돼 암자 옆 컨테이너와 집채만 한 바윗덩어리가 토사에 휩쓸려 수십 m 떠내려갔다”며 “좀 시간이 있었다면 이웃들이 그렇게 허망하게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청에선 이번 폭우로 총 10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됐다.● 눈앞에서 ‘살려 달라’고 하는데도 못 구해 이날 오전 찾은 내리마을은 산사태 당시 처참한 상황 그대로였다. 매몰 주택 마당에는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1대가 찌그러져 있었고, 집은 포탄을 맞은 듯이 한중간이 움푹 파인 상태였다. 마당엔 성인 무릎 높이의 펄이 가득해 발이 쉬이 빠지지 않을 정도였다. 내리마을에선 전날 오전 10시 46분경 산사태로 주택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40대 남성 1명과 7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한 여성의 남편인 70대 남성만 대피할 곳을 찾기 위해 이동했다가 구조됐다. 사망자는 장모와 사위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들은 갑자기 벌어진 산사태에 미처 피할 새도 없이 휩쓸렸다. 한 주민은 “1명은 화장실을 향하던 길에, 마당에 있던 다른 1명은 허리 높이까지 몸이 빠친 채로 빠져나오려다 미처 움직일 수 없게 돼 매몰됐다”고 말했다. 산사태로 도로 곳곳이 끊기며 소방당국이 제때 출동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주민들은 “소방대원들이 우회로로 빙빙 돌아오는 동안 살아남은 사람들은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한 주민은 “‘살려 달라’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구할 수 없어 마음이 찢어졌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759mm 비, 사상 첫 ‘전 군민 대피령’ 내렸지만… 이날 역시 산사태 피해를 입은 산청읍 부리 내부마을도 곳곳에 진흙과 건물 잔해가 가득했다. 도로와 교량은 끊겨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 마을에서는 축사를 운영하던 70대 부부가 사망했다. 인근 부모님 식당에서 부모님을 도우며 작가를 꿈꾸던 20대 여성도 숨졌다. 강민정 씨(53)는 “돌아가신 분들 모두 들어봤거나 아는 사람들이다. 특히 한 분은 어제까지도 ‘옷이 예쁘다’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던 사람인데 갑작스레 돌아가시니까 너무 허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산청에는 16일부터 4일간 지난해 전체 강수량의 절반이 넘는 759mm의 비가 내렸다. 군은 산청읍에서 산사태가 난 직후인 오후 ‘전 군민 대피령’을 내렸다. 단일 지방자치단체가 관할 전 지역을 대상으로 대피를 권고한 것은 처음이다. 소방당국은 전날 오전 10시 20분에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가 1시간 뒤 2단계를, 같은 날 오후 1시부터는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해 피해 수습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선 전 군민 대피령을 내리기 전에 이미 사망자 및 실종자 다수가 발생한 상황인 점을 근거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주민 대피령은 19일 오후 1시 50분경 내려졌지만 이미 산청읍에선 산사태로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였다.● 3월 화마-7월 수마 겹친 산청군 3월 역대 최악의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산청군은 넉 달 만에 수마로 큰 피해를 입으면서 군 전체가 큰 실의에 빠졌다. 1600여 가구, 2100여 명이 임시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산불로 산림이 훼손되고 나무를 베어내면서 수마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천면에서 만난 주민 손경모 씨는 “올봄 산불 때문에 마을 전체가 아직도 난리도 아닌 상황인데 비 피해까지 갑작스레 닥치니 마을 주민 전체가 한마디로 ‘멘붕’(멘털 붕괴)인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산청읍 내리마을 앞에서 만난 60대 주민은 “산청에 평생 살면서 한 해에 불난리와 물난리가 동시에 난 것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은 것도 처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산청읍 주민 송모 씨(63)는 “눈앞에서 사람이 살려 달라고 하는 걸 보고 트라우마에 걸려서 정신안정센터로 가신 분도 계시고 지체장애인인 주민이 가까스로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탈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산청=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산청=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