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대표 “대일특사 서둘러야” 文대통령 “무조건 보낼 일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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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5당 대표 회동]예정보다 1시간 넘겨 3시간 회동

文대통령, 황교안 대표와 창가서 단둘이 대화 18일 오후 7시경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열린 정당 대표 초청대화 마무리 후 인왕실 앞 창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가 단둘이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文대통령, 황교안 대표와 창가서 단둘이 대화 18일 오후 7시경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열린 정당 대표 초청대화 마무리 후 인왕실 앞 창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가 단둘이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에서 야당 대표들은 특사 파견 및 한일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특사를) 무조건 보낸다고 되는 건 아니다”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일 간 갈등이 특사 파견 정도로는 봉합되지 않을 만큼 골이 깊은 데다, 일본의 추가 보복 조치가 예정된 상황에서 양국 고위급 접촉이 이뤄진다 해도 별다른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일본이 31일 또는 다음 달 1일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단축 국가)에서 배제한다는 발표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야당 대표들은 모두발언부터 특사 파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어려우시더라도 ‘톱 다운’ 방식으로 하셔야 한다. 대일 특사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일본에 전문성과 권위가 있는 특사를 파견하여 현안 해결에 물꼬를 터 주시라”고 거들었다.

회동에서는 특사 후보군의 이름까지 나왔다. 손 대표는 “이낙연 국무총리 같은 분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김대중 정부에서 주일 대사를 지낸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도 거론됐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특사나 고위급 접촉이 해법이 된다면 언제든 가능하다. 하지만 무조건 보낸다고 되는 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일본의 수출 보복 조치로 촉발된 갈등 국면의 장기화를 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사 파견은 아직 때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특사는) 협상 끝에 해결 방법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일본이 대화 테이블에 나서고 난 뒤 특사 파견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총리를 포함한 특사 후보군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제안은 감사하다. (특사는) 물밑 접촉을 해서 해야 한다”고만 했을 뿐 특정인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이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특사를 고려할 만한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야당 대표들은 대화 시작의 전기 마련을 위해 특사 파견을 제안했지만, 일본이 먼저 대화의 장에 나서야 우리도 손을 내밀 수 있다는 얘기다. 황 대표는 “조속히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해 양국 정상이 마주 앉으셔야 한다”며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이 역시 문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또 일본 수출 보복 조치의 시작점이 된 강제징용 피해자 해법과 관련해 “(과거사 문제는) 양 정부 간의 합의만으로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피해자들의 수용 가능성, 국민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법을 놓고 논의에 나설 수는 있지만, 피해자들의 동의와 국민 공감이 전제라는 점을 밝힌 것이다.

해법과 관련해 손 대표는 한국 정부가 먼저 기금을 만들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고, 이후 일본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문 대통령은 “그게 어렵다”고 답했다. 피해자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은 이어 2015년 한일 양국이 체결한 위안부 협정을 언급하며 “위안부 합의와 같이 잘못된 합의를 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도 했다.

한편 이날 회동은 당초 오후 4시부터 6시까지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한일 관계와 관련된 논의가 길어지면서 오후 7시경 끝났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여야 대표들과의 회동 중 가장 길게 진행된 것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황형준·이지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여야 5당#대표 회동#대일 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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