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출신 곽상도 전 의원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 돈을 요구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곽 전 의원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하고 나섰다.
한국일보는 19일 천화동인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8개월간 김 씨와 나눈 대화 녹취록을 입수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2020년 4월 정 회계사에게 “병채 아버지(곽상도)는 돈 달라고 그래. 병채 통해서”라고 말했다.
김 씨가 곽병채 씨에게 ‘아버지가 무엇을 달라느냐’고 묻자 병채 씨가 ‘아버지한테 주기로 했던 돈 어떻게 하실 건지’라고 답했고, 이에 김 씨가 ‘한꺼번에 주면 어떻게 하냐. 그러면 양 전무(화천대유 임원)보다 많으니 한 서너 차례 잘라서 너를 통해 줘야지’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녹취록에는 또 김 씨가 공무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하면 병채 씨가 로비 받은 공무원들이 대장동 사업에 협조해주고 있는지 파악해 김 씨에게 보고하고 있다는 내용과 김 씨가 공무원과 골프를 치는 등 접대하는 내용, 김 씨가 언론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내용 등이 언급됐다.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불린 화천대유의 로비 대상 명단과 금액 배분 계획도 나왔다. 김 씨는 2020년 3월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영수 전 특별검사, 곽상도 전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권순일 전 대법관에 각각 50억 원씩 총 300억 원을 챙겨줘야 한다는 취지로 정 회계사에게 말했다.
검찰은 곽병채 씨가 퇴직금 및 성과급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하는 50억 원(세금 제외 25억 원)이 화천대유가 곽 전 의원의 도움을 받은 대가로 지급한 것이라 보고 있다. 곽 전 의원은 2015년경 화천대유와 하나은행이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무산되려 하자 하나은행 측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해당 보도에 대해 곽 전 의원 측 변호인은 “녹취록 중 관련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은 검찰의 광범위하고 철저한 수사 과정에서 해명되는 중”이라며 “작년 법원의 영장심사에서도 위 녹취록의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형사사건의 조서, 녹취록, 녹음파일 등이 그 맥락과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한 확인 없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관련 재판과 진행 중인 수사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고 사건관계인의 명예와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며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열람 등사한 자료를 재판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유출하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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