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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섹스, 거짓말, 그리고 정치 포르노’에 청와대가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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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섹스, 거짓말, 그리고 정치 포르노’에 청와대가 가세했다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19-03-21 13:49수정 2019-03-2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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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김학의, 버닝썬 사건. 김정은의 북핵 위협도 시시하게 만드는 핵폭탄급 사건에 검경이 명운을 걸게 됐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가 범벅된 요란한 범죄 행각에 대통령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본격 ‘정치 포르노’가 펼쳐질 조짐이다.
미국 영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1989)의 포스터

엄청 중요한 외교행사로 보이진 않는 브루나이, 캄보디아 등 동남아 순방으로 6박7일간 나라를 비웠던 대통령이었다. 귀국 일성으로 이들 세 사건의 수사를 굳이 지시할 만큼 중요한 건지도 납득이 안 간다.

검찰청법 위반 소지도 있다.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은 법무부 장관에 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국면전환 성공한 정치적 묘수

그래서 ‘정치 포르노’라는 거다(외국에선 ‘먹방’이나 ‘요리 쇼’를 food porn이라고 하기에 만든 말이다). 대통령은 구체적 사안에 대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순식간에 국면을 전환했다. 본질에서 벗어난 쪽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푸드 포르노’처럼, 세 사건도 정치적으로 같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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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검경 장악은 물론, 북-미 협상 결렬과 그 원천으로 작용한 친북 정책기조의 실패까지 단박에 덮고는 국민의 시선을 사건 수사로 고정시켜 버리는 정치적 묘수를 발휘한 셈이다.

청와대가 규정한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과거 정권 때 특권층에서 벌어진 일을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들이 고의로 부실수사, 더 나아가선 진실규명을 막고 비호·은폐한 정황’이 있다는 거다.

●검찰과 경찰, 둘 중에 하나는 죽는다

방점이 검경에 찍혔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경찰과 검찰 중에서 현 정권의 의중에 맞는 수사를 더 못하는 쪽이 검경수사권 조정의 칼을 맞는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본다.

대통령이 권력형 사건이라고 밝힌 만큼 당연히 전 정권과 전전(前前)정권의 권력 핵심들이 줄줄이 엮여 나오게 돼 있다. 당장 집권당은 김학의 사건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의원을 비호·은폐 권력으로 지목하고 수사를 촉구했다.
아이돌그룹 빅뱅 멤버인 ‘승리’가 14일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광역수사대로 나와 조사를 받았다. 동아일보DB

그렇다면 버닝썬 사건도 똑같은 기준으로 수사해야 한다. “강남 클럽 사건은 연예인 등 일부 새로운 특권층의 마약류 사용과 성폭력 등이 포함된 불법적 영업과 범죄행위에 대해 관할 경찰과 국세청 등 일부 권력기관이 유착해 묵인·방조·특혜를 줬다는 의혹”이라고 대통령은 규정했다.

●‘경찰총장’, 검증도 없이 청와대 왔나

너무 가볍게 보셨다. 누가 써준 원고인지, 비호·은폐 정황이 엿보이는 프레임이다.

승리의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모 총경은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여름부터 1년간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파견됐던 사람이다. 그리곤 경찰청 인사담당관이라는 핵심 보직으로 원대 복귀했다.
SBS 8뉴스 캡처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이 20일 “문재인 정부 때 백원우 민정비서관 아래 행정관으로 발탁된 백원우의 오른팔”이라고 주장했다. “백원우가 경찰에 자기 사람 앉혀 인사를 좌지우지 하겠다는 의혹이 있다”고 한 건 그냥 ‘의혹’이라 치자.

하지만 연예인과 유착한 경찰을 인사 검증에서 걸러내지 못하고 청와대로 끌어들인 민정비서관과 민정수석의 책임은 면키 어렵다.

●경찰총장이 청와대에서 골프만 쳤겠나

윤 총경이 승리 등 유리홀딩스가 투자해 운영한 몽키뮤지엄에 대한 경찰 수사 상황을 알려줬다는 건 지난 정권에서다. 그러나 그가 승리와 유리홀딩스 대표, 연예인 박한별 등과 수차례 골프치고 식사를 한 건 현 정권 민정비서관실에서 벌어졌다.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 동아일보DB
승리가 여자 연예인까지 동원해 윤 총경과 괜히 골프를 쳤겠나? 2016년 7월 윤 총경이 딱 한번 승리를 봐줬다는 게 말이 되는가? 청와대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때 뒤를 봐준 사람이 청와대 들어와서 어딘들 못 봐줬을까?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반부패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에 소속됐다 정권과 투쟁 중인 김태우 전 수사관을 기억한다. 2018년 11월 14일 검찰로 돌아간 김태우는 뒤늦게 ‘비위’로 징계 받게 되자 12월 14일 “나 말고도 청와대에 골프 친 사람 많다”고 폭로했다.


●특감반만 달랑 조사했다는 민정수석실

조국 민정수석이 특감반 전원 교체라는 초유의 사태를 연출한 것이 11월 29일이다. 검찰에 복귀한 특감반원 외에 부적절한 처신과 비위혐의가 있는 특감반원들이 또 있다는 게 이유였다.

특감반의 기강이 이렇게 풀렸을진대 민정수석실 다른 직원들은 골프 안 쳤겠나? 명색이 민정수석이 달랑 특감반만 조사하고 나머지엔 눈 감았다는 것도 납득되지 않는 일이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동아일보DB

청와대에서 승리와 골프까지 친 윤 총경이 경찰청 인사담당으로 영전했다. 이 기막힌 인사를 조국 수석이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덮었다면 심각하다. 왜 윤 총경이 승리와 골프를 치고 다녔는지 파고들었다면 버닝썬과의 유착관계도 파악했을 개연성이 있다.

●조국 민정수석도 수사해야 마땅하다

여권은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당시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도 수사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조국 민정수석도 수사해야 마땅하다.

숱한 인사 검증 실패에다 민정수석실 행정관 감독도 못한 조국 수석은 그러나 사과 한 마디 없다. 마치 자신은 아무 잘못도 없다는 듯 이마를 내려 덮은 앞머리를 손가락으로 쓸어 넘기며 우수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을 터다.

‘버닝썬 게이트’라는 단어를 일부 여권 매체에서 열심히 쓰는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다. 워터게이트에서 비롯된 게이트는 본래 정치권력과 관련된 대형비리 사건이나 스캔들에 붙이지 아무데나 붙이는 말이 아니다. 만일 청와대와 관련됐음을 알고 썼다면 대단한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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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권력은 누가 바로잡을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강남 클럽 버닝썬 폭행 사건 등을 언급하며 여러 의혹을 낱낱이 규명해 주길 바란다고 내각에 지시하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를 바로 잡지 못한다면 결코 정의로운 사회라고 말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장자연, 김학의, 버닝썬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며 한 말씀이다. 검경이 충성 경쟁을 한대도 어쩔 수 없다. 다만 국민이 눈을 밝히고 지켜본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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