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도 눈칫밥 먹는 대구 사람들…“어디로 가야 하나요”

  • 뉴스1
  • 입력 2020년 3월 10일 13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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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지정격리병상인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 앞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2020.2.20. © News1
국가지정격리병상인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 앞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2020.2.20. © News1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대구 포비아’(공포증)가 서울의 병원으로까지 퍼지는 모습이다. 서울 주요병원에서 대구·경북에서 상경했거나 이 지역을 방문한 환자를 꺼리는 경우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8일 서울백병원 폐쇄 사태를 초래한 대구 거주 70대 여성은 당초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대구에서 왔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환자는 결국 ‘대구에 간 적이 없다’는 허위 답변을 한 채 서울백병원에 입원했고, 이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야 자신의 실제 거주지가 대구이고, 평소 다니던 교회의 부목사가 확진자라고 실토했다.

서울백병원 폐쇄의 가장 큰 책임은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긴 확진자에게 있지만, 대구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당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은 사례도 생기고 있다.

대구에 거주하는 A씨(35)는 최근 아버지의 항암치료를 위해 경기도에 한 병원을 찾았다가 겪었던 경험을 자신의 SNS에 털어놨다.

A씨는 자신과 아버지가 찾은 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병원 내 방역 진행 상황을 병원 관계자에게 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저희는 그쪽이 대구에서 와서 무섭다’는 것이었다.

A씨는 너무 서럽고 억울했지만, 근거리에 아버지가 있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A씨는 “직원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지만 꾹 참았다”며 “대구에서 와서 진짜 너무 눈물 나게 서러웠다”고 토로했다.

병원 입장에서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자칫 대구·경북 지역에서 방문한 환자를 받아들였다가 병원 내 감염으로 퍼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구·경북에서 온 환자들에게는 선별진료소 방문을 안내하고 있지만, 서울백병원의 사례처럼 환자가 대구 방문 사실을 숨길 경우 신속하게 걸러낼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도 “안타까운 부분은 정부가 감염병관리지역으로 관리하는 지역 환자들의 경우, 병원감염 우려로 의료기관에서 제대로 받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며 “이 점도 함께 고민돼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구에서 온 환자를 무조건 거부하거나 필요 이상의 조치를 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행정력을 동원해 그런 조치가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의료진이 묻는 과정에서도 정확한 사실을 말하지 않을 경우에도 과태료를 100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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