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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자가용 격리’… 영화도 자동차 극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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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자가용 격리’… 영화도 자동차 극장에서

김재희 기자 , 김기윤 기자 입력 2020-03-07 03:00수정 2020-03-0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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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가는 ‘접촉공포증’… 영화-스포츠 관람 갈증 어떻게 풀까
박쥐의 배설물을 먹은 돼지를 만진 요리사와 악수한 여성이 감염되면서 전염병이 세계로 확산되는 내용을 그린 영화 ‘컨테이젼’. 진실이 은폐됐다며 음모론을 퍼뜨리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앨런 크럼위드(주드 로)가 마스크를 쓴 시민들 앞에 서 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뭐 보러 오셨어요?”

“‘인비저블맨’ 9시 반 한 장요.”

3일 오후 8시 반 서울 송파구 탄천공영주차장 내 잠실자동차극장 매표소 앞에는 영화 시작 1시간 전부터 차량 7대가 늘어서 있었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미국 공포영화 ‘인비저블맨’ 표를 사기 위한 차량들이었다. 공영주차장을 가득 채운 자동차들 앞에 설치된 스크린에서는 영화 ‘정직한 후보’가 한창 상영 중이었다. 자동차극장 티켓 가격은 차량 한 대당 2만2000원. 탑승자 수에 관계없이 차량 기준으로 받기 때문에 두 명이 올 경우 일반 영화관 티켓(1인당 약 1만1000원) 가격과 비슷하다.


5분 사이에 ‘인비저블맨’ 티켓 5장이 팔려나갔다. 정신없이 손님을 받던 자동차극장 매표소 직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2월을 기점으로 손님 수가 전달보다 20%가량 늘었다. 극장에 약 100대의 차량이 들어가는데 매일 60∼70대는 찬다. 오늘도 60대 넘는 차량이 찾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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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시에서 약 2시간을 운전해 남편, 강아지와 함께 잠실자동차극장에 온 직장인 남정화 씨(43)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해 영화관이 폐쇄되는 사태를 보면서 무서워서 영화관은 못 가겠다. 내 차를 타면 사람들과 접촉할 일도 없으니 안전하겠다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문화생활 방식을 빠르게 바꿔 놓고 있다. 사람들은 타인과 접촉하지 않고도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집, 자동차에서 즐긴다

서울 송파구 탄천공영주차장 내 잠실자동차극장에서 3일 저녁 ‘정직한 후보’가 상영되고 있다. 이날 자동차 극장은 평일인데도 60여 대의 차량으로 가득 찼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서울 시내 영화관에서는 자동차극장과 상반된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2일 오후 8시 반 서울 서대문구 신촌아트레온 CGV에서 올해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한 ‘조조래빗’의 상영관에는 127석 중 단 18석만 찼다. 관객 모두 마스크를 쓰고 옆자리는 비워 둔 상태였다. 이날 극장을 찾은 직장인 이모 씨(31·여)는 “집에만 있는 게 너무 답답해 왔다. 지난주 토요일 저녁에도 ‘1917’을 시작 10분 전에 예매했는데도 자리의 3분의 1이 채 안 찼다. 관객이 거의 없으니 영화관이 오히려 바깥보다 안전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했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일 전체 관객은 5만9895명으로 16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5일도 6만5530명으로 6만 명을 겨우 넘겼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신작 영화들의 연이은 개봉 연기, 영화관 폐쇄를 비롯해 뮤지컬, 연극, 전시 등이 ‘올 스톱’되면서 문화 콘텐츠를 ‘자가 격리’된 상태로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동차극장을 이용하거나 집에서 인터넷TV(IP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이다.

치량 500여 대를 수용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극장인 경기 파주시 자유로자동차극장은 이용자의 증가세가 확연하다. 윤혜정 자유로자동차극장 운영실장은 “자동차극장은 기존 고객이 재방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 방문한 고객이 대폭 늘었다. 고객 거주지도 경기도가 대부분이었는데 서울이나 타 지역에서도 손님이 온다”고 말했다.

OTT를 통한 콘텐츠 소비도 급증했다.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인 왓챠플레이는 코로나19의 경보 단계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된 2월 23일 하루 시청 시간이 1월 중순에 비해 약 14% 늘었고, 3월 1일에는 약 37% 늘었다. OTT 대표주자인 넷플릭스 역시 이용자 수가 늘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분석 서비스 ‘앱마인더’가 전국 만 20∼59세 스마트폰 이용자 1만여 명의 로그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월 첫째∼셋째 주와 2월 첫째∼둘째 주 사이 넷플릭스 앱 이용자 수는 92만 명에서 104만 명으로 늘었다. 지상파 3사 연합 OTT 플랫폼인 웨이브도 지난달 18∼25일 영화 단건 구매 건수가 5만3000건으로 전주 대비 7% 증가했다.

전염병을 다룬 콘텐츠가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컨테이젼’과 ‘감기’가 대표적이다. 2011년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은 박쥐의 배설물을 먹은 돼지를 만진 요리사와 악수한 미국 여성이 감염돼 전염병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내용으로, 코로나19 사태와 깜짝 놀랄 만큼 닮았다. 컨테이젼은 왓챠플레이에서 2월 한 달간 가장 많이 본 영화였다. 2013년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도시를 폐쇄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감기’도 2월 8번째로 많이 본 영화였다. 드라마로는 재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정부를 비판하는 ‘체르노빌’이 1위였다. 영화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극한 직업’, ‘미드소마’, ‘돈’이 2∼5위를 차지했다. 왓챠플레이 관계자는 “컨테이젼과 감기는 50위권 밖의 영화들인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청 시간이 급증했다. 아카데미 수상 이후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 순위가 뛰었는데 전염병 공포를 다룬 ‘괴물’의 상승폭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의 6일 기준 인기 콘텐츠는 ‘이태원 클라쓰’, ‘사랑의 불시착’,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이바이 마마!’, ‘연애의 참견’ 순이었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25일부터 ‘오늘 한국의 톱10 콘텐츠’를 매일 공개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즐긴다

공연계에도 접촉을 피하는 ‘언택트’가 확산하고 있다. 공연 기관, 제작사는 공연을 온라인으로 중계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티켓 판매 등 수익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배우, 무용수, 제작진의 노력을 살리자는 취지다. 팬들은 생중계, 녹화중계 등을 시청하며 갈증을 달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창작공연 지원 사업인 ‘창작산실’ 선정작들을 네이버 공연전시판을 통해 꾸준히 소개해 왔다. 6일에도 무용 ‘히트&런’을 무관중 생중계했고, 12일에는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을 선보인다.

경기아트센터 역시 12일 개막 예정이었던 연극 ‘브라보 엄사장’ 공연을 취소하는 대신 유튜브로 온라인 생중계하기로 결정했다. 작품 연출가인 박근형 씨도 무관중 생중계는 처음이다. 공연 중계를 담당한 한 관계자는 “공연 영상화 사업, 아카이브 작업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연 팬들은 “화면으로 보면 무대의 매력이 반감하지만 ‘내 방 1열’에서 조금이나마 갈증을 달랠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김재희 jetti@donga.com·김기윤 기자
#코로나19#접촉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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