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9단도 피할 수 없다…정치권 설화 주의보 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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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월 16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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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제공 = 민주당 유튜브 채널 씀 화면 캡처) ©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제공 = 민주당 유튜브 채널 씀 화면 캡처) © 뉴스1
정치권에 설화(舌禍) 주의보가 내려졌다. 총선 국면을 맞아 말 한마디가 공든 탑을 직접 허물어버릴 수 있는 파급력을 갖고 있는 탓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그동안 수차례 선거를 진두지휘한 정치 9단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 방송에서 야심차게 영입한 영입인재 1호 최혜영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이사장을 언급하면서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동네 물 나빠졌네”라는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홍역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쇄도하자 즉시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이 대표 명의의 사과 입장문을 냈다. 이 대표는 16일 있었던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수차례 고개를 숙여야 했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발언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설화로 땅을 치고 후회했던 아픈 기억의 학습효과가 있다.

역대 선거에서 설화의 영향력은 수차례 입증됐다. 이에 정치권에서 9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의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로 설화를 꼽고 있다.

흔히, 선거에 영향을 미쳤던 설화의 대표적인 사례는 17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이다. 정치에 가정은 없다지만 그 일이 아니었다면 한나라당의 성적표는 121석이 아니라 두 자릿수 의석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선거 결과에 워낙 큰 영향을 줬던 사례인 까닭에 ‘노인 폄하 발언’은 두고두고 정치권에서 선거 때마다 설화를 경계하면서 회자된다.

하지만 정치권의 경계심에도 불구하고 선거 때마다 설화는 불거졌다. 민주통합당은 19대 총선에서 승리가 예상됐지만 김용민 후보의 과거 막말 논란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흔들렸다.

폄하 발언뿐 아니라 과도한 자신감이 담긴 발언 역시 선거판을 뒤흔들곤 했다. 20대 총선에선 새누리당 안팎에서 180석 이상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왔고 공천 파동 논란까지 맞물리면서 이를 오만하다고 본 유권자들로부터 심판을 받았다.

물론 설화에 따른 피해를 수차례 경험한 정치권에선 자체적으로 신중한 처신을 주문하곤 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주의를 주고 경계를 하더라도 설화는 막을 수 없다는 현실론도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과거와 달라진 시대상에 정치권의 감수성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젠더 문제나 장애 등의 인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치권은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서 괴리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만 과거에 머물러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총선의 경우 워낙 여러 곳에서 열리는 전국단위 선거이기에 후보군에 대한 완벽한 검증자체가 어려워 어느 순간 돌발 발언이 나올지 알 수도 없는 점도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 지도자들의 발언에 대해 주목도가 높고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조심하려고 하겠지만 앞으로도 설화가 불거질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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