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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의 딜레마… 파병하면 전쟁 휘말리고, 안하면 한미동맹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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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의 딜레마… 파병하면 전쟁 휘말리고, 안하면 한미동맹 삐걱

한상준 기자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 신나리 기자 입력 2020-01-09 03:00수정 2020-01-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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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충돌 격화]‘파병 결정’ 다시 마주한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7년 만에 다시 ‘파병 딜레마’에 직면하게 됐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이라크 파병 결정 논의에 참여했던 문 대통령이 이제는 군 통수권자로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

미국과 이란이 무력 사용을 불사하면서 미국의 파병 요구는 더 거세지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공개적으로 “한국이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밝혔고, 백악관은 워싱턴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도 같은 요구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파병 요청에 대해 청와대는 8일 “굉장히 신중하게 대처하려 한다”고 밝혔다. 6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파병에 대해 “지역 정세 안정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힌 것에 비해 한층 유보적인 태도를 내비치며 시간 벌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중동 전황에 따라 문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더 앞당겨질 수 있는 만큼 청와대의 고심은 갈수록 더 깊어질 듯하다.


이렇게 청와대가 호르무즈 파병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지역의 군사적 위험성 때문이다. 청해부대가 호르무즈로 파병될 경우 상대해야 하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군사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세계 14위, 중동에서는 최고 수준의 군사력을 갖춘 이란은 러시아에서 도입한 킬로급(3000t) 3척 등 고도의 잠수함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이란 잠수함 전력은 호르무즈로 접근하는 적 함정에 치명적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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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으로 파견될 경우 작전 지역과 목표 변경 수준을 뛰어넘어 전장의 화약고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2004년 이라크 파병 당시 우리 자이툰 사단이 주로 수행했던 ‘전후(戰後) 재건사업 지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도가 높다.

여기에 이란은 이날 미국 반격에 가담할 경우 해당 국가의 영토도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가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어 이란의 보복 조치로 국내 민간 선박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청와대가 선뜻 파병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시간을 끌며 파병 요구를 마냥 외면할 경우 한미동맹은 물론 남북 관계에까지 후폭풍을 미칠 수 있다는 건 청와대의 또 다른 고민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청와대가 파병에 응하지 않을 경우 백악관의 방위비 인상 요구는 더 거세질 것이고, 자칫 한미동맹 전반의 악재로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공언한 ‘독자적인 남북 협력’을 위해서는 대북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도 딜레마다. 실제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 결정을 내리자 미국은 노 전 대통령이 구상했던 6자회담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문 대통령도 책 ‘운명’에서 이라크 파병을 “고통스러운 결정”이라고 표현하면서도 “더 큰 국익을 위해 필요하면 파병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가장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 임박한 것 같다”며 “어떤 선택을 내리더라도 그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는 등 신중한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신나리 기자
#문재인 정부#호르무즈 파병#국제 정세#중동#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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