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웅동학원 이사 조국’ 역할 파악… 법조계 “배임 적용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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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의혹 파문]檢, 조국 동생 구속영장 청구

“학교법인 웅동학원을 국가나 공익재단에 넘기고, 가족들은 학교 운영에서 손을 떼겠다.”

조국 법무부 장관(54)은 웅동학원 관련 의혹이 잇따르자 8월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가족과 상의 끝에 웅동학원을 사모펀드와 함께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웅동학원의 소송 사기와 채용 비리에 조 장관의 친동생 조모 씨(52)가 깊숙이 개입했다고 보고, 조 씨에 대해 4일 배임 및 배임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영장이 발부되면 조 장관의 웅동학원 관련 의혹 연루 여부를 집중 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 “채용 비리와 사기 소송 등 사학 비리 결정판”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첫 검찰 조사를 받은 다음 날인 4일 오전 조국 법무부 장관이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와 차량에 타고 있다. 조 장관은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첫 검찰 조사를 받은 다음 날인 4일 오전 조국 법무부 장관이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와 차량에 타고 있다. 조 장관은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검찰이 조 씨의 구속영장에 포함한 배임 혐의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웅동학원의 이사장이었던 조 장관의 부친 조변현 씨(2013년 작고)는 자신이 대표로 있던 고려종합건설에 웅동학원 산하 웅동중학교의 학교 이전 공사를 맡긴다. 이 공사의 하도급을 조 씨가 대표로 있던 고려시티개발이 맡았다. 공사대금은 16억 원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고려종합건설이 부도가 났고, 고려시티개발은 은행 빚 9억5000만 원을 갚지 못해 공사대금 보증을 선 기술신용보증기금이 이 돈을 대신 갚았다. 조 씨는 회사를 청산하고 2006년 페이퍼컴퍼니 ‘코바씨앤디’를 설립했다. 그사이 미지급 공사대금 16억 원에 연 24%의 지연이자율이 적용되면서 채권이 52억 원으로 불어났다.

조 씨는 코바씨앤디와 부인에게 각각 42억 원과 10억 원을 넘겼다. 코바씨앤디 등은 웅동학원을 상대로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2007년 승소했는데, 당시 웅동학원은 소송 과정에서 변론을 하지 않았다. 조 씨의 당시 부인(2009년 이혼)도 2017년 같은 소송을 통해 승소했다. 이때도 웅동학원은 무변론으로 대응해 ‘위장 소송’ 의혹이 제기됐다.

조 씨는 2010년대 중반 무렵 웅동학원 교사 채용을 대가로 2억 원가량을 받은 혐의(배임수재)와 조 장관 사건이 불거진 뒤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로도 영장이 청구됐다. 법원은 조 씨에게 돈을 전달한 A, B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이 돈을 받은 조 장관 동생의 영장 발부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 조 장관, 고려종합건설과 웅동학원의 이사

검찰은 조 장관이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웅동학원 이사로 재직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조 장관은 그동안 “웅동학원의 일은 잘 모른다”는 취지로 선을 그어 왔다.

검찰은 웅동학원 이사회 회의록을 확보해 조 장관의 역할에 대한 분석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간의 수상한 소송이 이뤄졌을 당시 조 장관이 이사로 재직했기 때문에 소송 과정을 몰랐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법조계에선 조 장관에게 웅동학원 사건과 관련해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씨의 전부인이 웅동학원을 상대로 첫 소송을 낼 2006년에 조 장관은 학원 이사였다. 두 번째인 2017년 소송 당시엔 조 장관은 이사가 아니었지만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57)가 이사였다.

조 장관이 웅동학원과 관련해 거짓말을 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조 장관은 자신이 고려종합건설에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1989년 회사 설립 당시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또 검찰은 조 장관의 PC에서 웅동학원 관련 소송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조국 법무부장관#웅동학원#검찰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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