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는 수출기업들… 日보복 악재 이어 美-中 시장 위축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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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에 무역 불확실성 고조

“일본의 수출 규제에 이어 개별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계속 튀어나오고 있다. 영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어 계속 모니터링 할 수밖에 없다.”(자동차 업계 관계자)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920억 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애를 태우면서 상황을 보고 있다.”(대한항공 관계자)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6일 국내 산업계에서는 “일본 악재로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중국 악재라는 강펀치를 맞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달러당 원화 환율은 1215.3원으로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화가치 하락은 수출 기업들에는 일단 가격 경쟁력 상승으로 작용하지만 불안정한 국제 정세에서 환율 움직임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파가 본격 반영될 경우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글로벌 분업 구조로 무역을 통해 파이를 키워나가던 국제 무역질서가 흔들리면서 기업들은 글로벌 교역량 위축 등을 걱정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감소하면 한국의 대중 수출은 19.9%, 전체 수출은 4.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 전쟁이 앞으로 더 심해지면 글로벌 교역량이 더 줄어들 게 불 보듯 뻔해 원-달러 환율 상승효과를 기대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특히 11월에 미국이 한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상황 등 추가 불안 요소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자국을 중심으로 국제 무역질서를 재편하겠다는 의도를 내보이고 있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 한국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나라에 통화 가치를 올리고 무역 흑자를 줄이라고 요구할 수 있다.

환율조작국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무역 분쟁의 주체인 미국과 중국이 한국의 대표 수출대상국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의 걱정은 컸다.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미중 무역 분쟁이 더 심해질 경우 우리의 주력시장 두 곳이 모두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은 “한국과 중국 경제가 밀접하게 연결된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도 있어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기업들은 걱정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간재 수출 기업이나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은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원화가치 하락의 직격탄을 맞는 곳은 항공업계다. 달러로 임차한 항공기 비용과 달러로 사들이는 연료 가격 상승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2분기(4∼6월)에 2014년 2분기 이후 20분기 만에 처음으로 27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이날 발표했다. 손실의 주요 요인으로 환율 상승을 꼽았다.

환율조작국 지정 여파로 세계 1위 수출국인 중국의 미국 수출이 줄어들면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중간재 수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중국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80%나 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데 가뜩이나 어려운 수출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당분간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자금사업단 수석연구원은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이 아직 위안화에 크게 반영되지 않아 위안화가 앞으로 더 변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124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도형 dodo@donga.com·조은아 / 세종=주애진 기자

#미국#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중국 악재#수출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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