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벗어 흔들며 “어디서 흔드나”… ‘檢중립 흔드는 손’ 우회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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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갈등]문무일 검찰총장 ‘105분 작심회견’

“검찰은 국민의 뜻에 따라 변화할 것”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대검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 총장은 “큰 틀 자체가 어긋나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법안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검찰은 국민의 뜻에 따라 변화할 것”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대검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 총장은 “큰 틀 자체가 어긋나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법안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6일 대검찰청 15층 회의실. 문무일 검찰총장은 105분 동안 이어진 기자간담회를 마치기 직전 갑자기 고동색 양복 상의를 벗어 손에 들고 취재진을 향해 흔들었다. 그리고 “지금 뭐가 흔들리고 있나. 옷이 흔들리는 것이다. 흔드는 것은 어디인가”라고 물었다. 문 총장은 이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옷을 보고 말하면 안 된다. 흔들리는 것이 어느 부분에서 시작되는지를 잘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등 외부 권력에 의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손상됐고, 그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및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의 발단이 됐다는 의미다. 문 총장은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검찰은 국민의 뜻에 따라 변화하겠다”고 밝혔다.

○ “전권적 권능 하나 더 만들면 위험”


문 총장은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일부 수정할 게 아니라 큰 틀에서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없애고, 경찰이 수사를 자체 종결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문제 삼았다.

문 총장은 여러 차례 “사법 통제의 핵심은 수사에 착수한 사람이 결론까지 내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의 시종을 한쪽에서 결정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인 견제와 균형에 위배되고,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논리다. 문 총장은 “(경찰의 수사 종결권 확보는) 검찰에서 문제가 됐던 전권적 권능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또 경찰이 종결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보완 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에 대해 문 총장은 “굉장히 위험하다. 국민 기본권 보호를 위한 통제가 풀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사후약방문’이라며 ‘소 잃을 것을 알면서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라는 비유도 들었다.

문 총장은 이어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확보하고 정보경찰 기능을 유지하면 독점적인 권능의 결합으로 더 큰 위험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기소독점 완화, 직접 수사 축소”

문 총장은 검찰의 기소독점권이나 직접 수사권에 대해 “반성이 필요하다”며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검찰의 기소독점을 완화하기 위해 일부 기소권을 갖는 공수처 신설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일부 고발 사건에 대해 제한적으로 허용된 재정신청의 전면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재정신청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법원에서 타당한지 판단하는 것이다. 기소권 일부를 공수처와 나누고, 검찰 결정의 법원 검증을 확대해 통제를 받겠다는 것이다. 또 검찰의 직접 수사 총량을 대폭 축소하고, 국민 실생활에 밀접한 형사부와 공판부로 검찰의 무게 중심을 이동하겠다고 했다.

○ “정부 수사권 조정 합의에 검찰 배제”

문 총장은 정부의 수사권 조정안 합의 과정에서 검찰이 배제됐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앞서 지난해 3월 박상기 법무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합의안을 논의 중일 당시 문 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법률을 전공하신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또 박 장관이 13일 전국 검사장들에게 보낸 지휘서신을 통해 “법안의 큰 틀을 유지하되 검찰의 합리적 의견을 받아들이겠다”고 한 데 대해 문 총장은 “큰 틀 자체가 어긋나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 총장은 간담회 마지막에 “사실 광주에서…”라며 울먹인 뒤 “마치겠습니다”라고 했다. 대검 관계자는 “문 총장이 5·18민주화운동 때 공권력에 의해 숨진 분들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다. 공권력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려고 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정성택 neone@donga.com·전주영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105분 작심회견#수사권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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