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국정농단 규명 - 적폐청산 타협없는 직진’ 못박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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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사회원로와 대화]지지층 결집 ‘마이웨이’ 선언

“정치라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절감하고 있다.”

2일 사회계 원로 12명을 청와대로 초청한 문재인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시작하며 이렇게 운을 뗐다. 10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 문 대통령은 그동안 언급을 자제했던 여야 갈등과 협치, 적폐청산 수사 등에 대해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선거제 개편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자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에 돌입하고 검찰 수장이 직접 반대 의견을 밝히며 갈등의 수위가 높아져 가는 가운데 사회계 원로들은 이날 “여당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협치에 나서야 한다”고 고언했다. 문 대통령은 “협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국정농단과 사법농단을 ‘헌법 파괴적 행위’라고 규정하고 “타협하기 쉽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선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해 문 대통령이 중도보수층으로의 외연 확대보다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마이웨이’를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달 4일 열린 경제원로 간담회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간담회에는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우식 창의공학연구원 이사장,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 안병욱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 조은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 김영란 김지형 전 대법관 등이 참석했다. 다만 경제원로 간담회에서 거의 발언을 하지 않았던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선 시작부터 그동안의 소회를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먼저 협치와 관련해 “정치권이 정파에 따라 대립이나 갈등이 격렬하고, 또 그에 따라 지지하는 국민 사이에서 갈수록 적대감이 높아지는 현상들이 가장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근 국빈 방문한 칠레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과의 대화를 소개하며 “그 대표단 속에 칠레 상원의장, 하원 부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여러 명 동행해 왔는데 함께 왔던 의원들이 전부 다 야당 의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칠레는) 여소야대 상황이라 정치적 대립이 많지만 여야 간에 외교 문제나 칠레 경제를 발전시키는 문제에 대해선 초당적인 협력이 이뤄진다고 했는데 그런 말씀이 참으로 부러웠다”고 밝혔다. 칠레 정치 상황과 비교하며 비핵화 외교나 경제 문제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야당을 비판한 것.

문 대통령은 “과거 어느 정부보다 야당 대표들, 원내대표들을 자주 만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도 드디어 만들었고 정치 상황에 따라 표류하지 않도록 아예 분기별로 개최하는 것까지 다 합의했는데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지 않는다”며 “3월에 진작 열렸어야 하는데 벌써 두 달째 열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통한 협치 구조를 만들어놨는데도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패스트트랙 지정을 이유로 문재인 정부를 ‘독재’라고 비판하며 장외투쟁에 나선 한국당을 겨냥해 불만을 토로한 셈이다.

원로들은 대화가 사라진 국내 정치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윤여준 전 장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조금 있으면 대통령 임기 반환점으로 국정 성과를 내야 할 시기인데 (입법을 통한) 제도화가 안 되면 무슨 수로 성공할 수 있느냐”며 “밉고 곱고를 떠나 그 부담은 궁극적으로 대통령에게 올 수밖에 없다. 요즘 정국을 푸는 데 대통령께서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된 지 2년이 됐는데 야당처럼 보인다. 융통성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홍구 전 총리는 “1989년 새로운 통일 방안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 여야 합의가 원천적으로 어렵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30년 전에도 해냈다”며 “싸움에 에너지 소진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며 국민 뜻을 모아 호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대통령#국정농단#적폐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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