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수처·수사권 조정, 사법체계 초석 다시 놓는 자세로 논의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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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입법을 추진 중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발의된 법안 내용대로 공수처에 일부 기소권을 부여하고,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줄 경우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위협받고 기존 형사사법 체계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공수처 신설과 수사권 조정은 형사사법 제도의 기초를 다시 놓는 중요한 작업이다. 그 근본 취지는 권력 집중을 막고 정치 외압으로부터의 독립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형사사법 제도의 변경은 국민의 가장 중요한 기본권 중 하나인 신체의 자유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범죄의 진상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인권 침해와 권력 남용이 일어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검찰에 비대한 권한이 집중돼 발생했던 폐해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보 기능과 수사권을 동시에 갖게 될 경찰과 새로 만들어질 공수처에 힘이 지나치게 쏠리는 것을 막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해야 한다.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져야 할 수사가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일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기존에 검경 수사에 대해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것은 대통령이 이들 수사기관의 인사권을 독점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이들을 중용한 탓이 크다. 형사사법 체계의 큰 틀을 바꾸는 이번 기회에 정치적으로 편향된 이들이 수사기관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법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와 정권 실세를 단죄해야 할 기구이므로 공수처장과 소속 검사에 중립적인 이들이 기용될 수 있는 확고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이 됐어도 실제 입법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이 남아 있다. 4당의 법안에서 드러나는 문제들을 여야가 지금부터 머리를 맞대고 함께 수정해 가야 한다. 일선에서 수사와 재판을 담당하는 법조인들의 우려는 그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하되, 직역 이기주의와 기득권 논리는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논의 방향이 어느 기관이 얼마만큼 권한을 챙기느냐 하는 식의 ‘밥그릇 싸움’이나 ‘영역 지키기’로 흘러서는 안 된다. 형사사법 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작업이므로 여야 4당은 물론 패스트트랙 지정에 불참했던 한국당도 동참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최선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자유한국당#패스트트랙#공수처 신설#검경 수사권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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