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리그 부산시설공단 이미경 “우승 목말라 일본생활 미련없이 접었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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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리그 한창이던 2월말 이적, 1위 이끌고 사상 첫 챔프전 직행

“팀이나 감독님이나 저에게나 모두에게 처음인걸요.”

핸드볼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1위에 오른 부산시설공단에 ‘우승’이란 단어는 그동안 낯설었다. 2011년 리그 출범 이후 포스트시즌과도 거리가 멀었던 부산시설공단은 류은희(29·레프트백) 등 기량 좋은 선수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며 우승 전력으로 거듭난 뒤, 올 시즌 처음 1위(16승 1무 4패)에 오르며 챔피언결정전(3전 2선승제)에 직행했다. 18일부터 치러질 챔프전에서 2승만 더하면 창단 첫 통합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부산시설공단 돌풍의 중심에는 센터백 이미경(28·사진)이 있다. 2010년 실업 데뷔 이후 이듬해부터 국가대표 멤버로 활약할 정도로 출중한 기량을 인정받았지만 늘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6년 더 큰 무대인 일본으로 진출해 소속팀 히로시마를 2017년 챔프전 무대로 진출시켰지만 그곳에서도 우승 맛을 못 봤다.

리그가 한창이던 2월 말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미경이 돌아온 이유도 결국은 ‘우승 열망’이었다.

“일본 리그에서 제게 전담 마크맨이 붙어 60분 내내 공 한번 못 잡아보는 등 침체기를 겪고 있었어요. 그 시기에 강재원 감독님이 ‘나랑 제대로 핸드볼 한번 해보자’며 손을 내밀었어요. ‘제대로’란 말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죠.”

이미경 영입 효과는 컸다. 같은 시기 여자부 첫 외국인 선수 케티와 함께 팀에 합류했지만 타 팀 감독들은 외국인보다 이미경을 견제했다.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리그 1위 수성에 빨간불이 켜졌던 부산시설공단은 이미경이 리그 막바지 8경기에서 42득점 20도움으로 맹활약하며 정규리그 1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같은 포지션인 권한나(30) 등 부상 선수들도 출전시간을 조절하며 회복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라고 불리는 남자부와 달리 여자부는 리그 1위를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각축전이 벌어졌다. 부산시설공단에 밀려 자존심을 구긴 지난해 우승팀 SK(15승 2무 4패·2위)도 ‘봄 핸드볼’ 무대에서 설욕을 노리는 상황이다. 이미경은 “괜히 온 게 아니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2년 전 (일본에서는) 울었지만 이번 챔프전에서는 꼭 웃을 거다. 어느 팀이 올라오든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핸드볼#이미경#부산시설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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