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 악당 타목스의 공격, 방어레벨 높여 무력화하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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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일상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미세먼지 대응 A to Z’
초미세먼지 악당과 ‘끝 모를 전쟁’… ‘현자’의 3단계 미세먼지 대응법


캡틴은 폐허가 된 마을을 둘러봤다. 마을은 최강 빌런(악당) ‘타목스’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목이 타는’ 타목스는 이번 주 초대형 초미세먼지(PM2.5) 군단을 이끌고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 마을은 다름 아닌 당신의 신체다. 캡틴은 결심했다. 더 이상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진 않으리라! 초미세먼지 방어 레벨을 차곡차곡 쌓아 조만간 재개될 타목스의 공격을 무력화하리라!

#레벨1

캡틴은 가장 먼저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동굴에 은거한 현자를 찾아갔다. 비록 지금은 깊은 내상을 입고 동굴에서 숨어 지내지만 한때 초미세먼지 군단과 온몸으로 맞서 싸운 무림의 고수다. 현자는 캡틴에게 물병을 건넸다. 롤플레잉 게임(RPG)에 자주 나오는 ‘빨간 물약(체력 회복제)’과 달리 투명한 액체였다. 한 모금 들이켠 캡틴은 버럭 화를 냈다. “이건 그냥 물이잖아! 당신 사기꾼이지?”

씩씩대는 캡틴에게 현자가 타이르듯 말했다. “물을 하루에 10컵 이상 마시면 기관지에 들러붙은 초미세먼지를 가래나 소변 형태로 쉽게 배출할 수 있다네. 나도 진작 그렇게 했다면 이런 신세는 안 됐을 걸세.” 현자는 미역 등 해조류는 위장 속 중금속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지만 폐와 뇌의 혈관을 정화하는 효과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도 일러줬다. 캡틴은 무릎을 꿇고 다른 비법을 청했다.

현자가 꺼낸 ‘방어구(방어에 쓰는 도구)’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KF94’ 인증을 받은 마스크였다. 초미세먼지(지름 2.5μm 이하)보다 더 작은 0.4μm 크기의 입자를 94% 이상 차단해주는 비장의 아이템이었다. 캡틴은 고개를 갸웃했다. “마스크라면 저도 있습니다.” 캡틴은 지난 일주일간 초미세먼지 군단을 막아낸 너덜너덜한 마스크를 꺼냈다.

현자가 혀를 끌끌 찼다. “자네는 신문도 안 보나? 지난해 4월 동아일보 취재팀이 직접 실험해보니 새 마스크는 초미세먼지를 94.2% 걸러내지만 하루 사용한 뒤 세탁한 마스크는 그 비율이 63.8%로 뚝 떨어졌다네.” 현자는 캡틴에게 새 마스크와 함께 △집에 들어가기 전 옷 털기 △가습기 곁에 두기 △레인지후드 틀기 등이 적힌 생명 연장 아이템을 건넸다. 그러자 캡틴의 초미세먼지 방어 레벨이 2단계로 올라갔다.

#레벨2

이제 타목스와의 결전을 기다리던 캡틴에게 현자가 ‘보급 상자’를 내밀었다. 거기엔 생리식염수와 인공눈물이 들어 있었다. “결전이 길어져 힘이 빠질 때 유용할 걸세.” 보급 상자에는 또 하나의 아이템이 있었다. 초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는 고성능(H13 등급) 헤파(HEPA) 필터가 달린 공기청정기였다. 타목스를 꺾을 수 있는 필수 아이템이다. 하지만 현자는 ‘표준 사용 면적’ 5m², 10m², 15m² 중 하나를 고르도록 했다.

캡틴은 곧바로 10m²를 선택했다. 그의 방 면적이 10m²이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동굴 바닥에 켜켜이 쌓인 초미세먼지를 닦던 현자가 캡틴의 얼굴을 향해 물걸레를 내던졌다. “공기청정기가 있다고 타목스를 무찌를 수 있는 게 아니야!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어야지!” 한국소비자원은 공기청정기의 표준 사용 면적이 실제 사용 면적의 최소 1.3배 이상은 돼야 제 성능을 발휘한다고 발표했다.

이어진 현자의 가르침은 뜻밖이었다. “초미세먼지 군단이 몰려오면 공기청정기에만 의지하지 말고 하루 세 번, 10분씩 창문을 열도록 해라.” 공기청정기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이산화탄소를 가끔 밖으로 빼줘야 하는 데다 생명게이지를 높이려면 음식을 섭취해야만 하는데, 조리 때 엄청난 초미세먼지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주의사항을 일러줬다. 환기 전후 창틀과 방충망, 바닥을 물걸레로 닦아야 한다는 것! 캡틴의 초미세먼지 방어 레벨은 드디어 3단계로 뛰어올랐다.

#레벨3

‘만렙(최고 레벨)’의 경지에 오른 이상 타목스의 공격을 앉아서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캡틴은 대문을 박차고 나왔다. 마스크는 기본, ‘산업용 방독면’에 ‘휴대용 공기청정기’까지 ‘풀템(아이템을 모두 갖춘 상태)’한 캡틴의 손에는 타목스의 공습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초미세먼지 간이 측정기가 들려 있었다. 캡틴은 지하철역, 학교, 식당, 카페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간이 측정기를 빼어 들었다. 만약 초미세먼지 군단이 숨어 지내는 장소가 발견되면 즉시 해당 시설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에 연락해 “공기 질 관리에 신경을 쓰라”고 다그쳤다.

초미세먼지 군단을 막아준다는 각종 제품에 대한 검증도 마을을 지키기 위해선 소홀히 할 수 없다. 식약처는 지난해 11월 미세먼지 차단 효과를 표방한 자외선차단제 등 화장품 53개 중 27개를 허위 및 과장 광고로 적발했다. 캡틴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이런 ‘가짜’ 미세먼지용 제품의 온라인 장터 접속 차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번 주 총력전에 나선 타목스는 중국 등에서 지원군이 오기를 기다리며 한동안 전열 정비에 들어갈 것이다. 이번 주말 우리에겐 더없이 반가운 봄비 소식이 있어 타목스가 예상치 못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곧 다시 돌아온다. 반드시!

답답한 마음에 캡틴은 다시 현자를 찾아갔지만 동굴엔 아무도 없었다. 발길을 돌리려는데 어디선가 현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캡틴이여, 나는 미래에서 온 너란다. 나처럼 동굴에 갇히지 않으려면 방어 레벨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야 한다. 지금 마을을 소중하게 지켜내지 못하면 언젠가 찾아올 청명한 하늘 아래에서의 자유도 만끽할 수 없을 테니….”

조건희 becom@donga.com·박성민 기자
#초미세먼지#환경오염#미세먼지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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