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김동연 부총리가 채무비율 39.4%보다 올리라고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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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열어 ‘적자국채’ 관련 주장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에서 청와대의 적자 국채 발행 압박설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은 앞서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해인 2017년 국가 채무 비율을 높이고자 기재부에 4조
 원 규모의 추가 적자 국채 발행을 강요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에서 청와대의 적자 국채 발행 압박설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은 앞서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해인 2017년 국가 채무 비율을 높이고자 기재부에 4조 원 규모의 추가 적자 국채 발행을 강요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7년 국가채무비율 39.4%’라는 기준을 정해 두고 이 이상으로 나랏빚을 늘리라고 지시했다고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33)이 2일 주장했다. 청와대도 여기에 가세해 차영환 당시 대통령경제정책비서관(현 국무조정실 2차장)이 기재부 실무자에게 전화해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전 정부 임기가 포함된 연도의 국가채무비율을 높여 현 정부 2년 차 이후의 재정건전성을 좋게 보이게 하는 ‘회계 마사지’에 청와대와 기재부가 전방위 개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기재부 서기관과 사무관 등 젊은 공무원들이 ‘비망록’을 만들어 정권 교체 이후를 대비하는 등 집단 반발한 정황도 드러났다.

○ 신 전 사무관 “다른 공무원 절망감 빠지게 하고 싶지 않아”

신 전 사무관은 이날 서울 역삼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정치적 세력이나 이익집단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새벽까지 유튜브와 대학 게시판을 통해 폭로를 이어가던 신 전 사무관은 “노이즈 마케팅” “잘 모르면서 하는 폭로”라는 세간의 지적이 이어지자 회견을 자청했다.

그는 “기재부에서 제가 (국채 발행 관련) 현안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는데, 저는 국채 담당자였고 부총리 보고를 4번 들어갔다”며 “(직속) 국장과 과장이 (국채 발행과 관련해) 청와대랑 통화하는 걸 직접 (옆에서) 들었다”고 했다.

신 전 사무관은 “2017년 11월 바이백(국채 상환)이 취소된 것이 가장 국민들께 죄송스럽다”며 “분명 어떤 기업은 큰 타격을 받고 한 생활인은 고통을 받게 돼 있었다”고 했다. 실제 금리가 치솟는 등 실질적인 피해가 생겼다는 것이다.

2017년 당시 초과 세수가 15조 원에 이르러 빚을 줄일 수 있는 여유가 생기자 기재부 국고국은 2017년 11월 15일 국고채 1조 원을 조기 상환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조기 상환일 하루 전날 돌연 계획을 취소했다. 그는 “다른 공무원은 이런 절망감과 회의감에 빠지게 하고 싶지 않아 공익제보를 했다”며 “당당하게 수사에 임하고 당당하게 살겠다”고 했다.

○ “청와대, 적자국채 발행 압력”

신 전 사무관은 4조 원의 국채를 발행할지 정하는 과정에서도 청와대가 직접 보도자료 취소를 요구하는 등 압력을 넣었다고 했다.

그는 “2017년 12월 국고채 발행계획이 이미 언론에 공개된 상황에서 청와대가 보도자료를 취소하라는 전화를 했다”고 주장했다. 원래 보도자료에는 적자국채 발행계획이 빠져 있어 이 자료를 취소하고 발행물량을 늘리라는 압력이었다는 것. 적자국채 발행을 요구한 인물로 차영환 국무조정실 2차장을 지목했다.

2017년 11월 23일 기재부는 그해 12월 4조6000억 원 규모의 국고채를 경쟁 입찰 방식으로 발행하고 5000억 원을 매입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신 전 사무관의 주장에 따르면 청와대는 당시 계획된 국채발행액 4조6000억 원에 최대 8조7000억 원의 적자국채 한도를 더해 시장에 뿌릴 것을 기재부에 요구했다. 기재부는 “차영환 전 비서관이 기재부에 연락한 것은 발행 규모 등을 확인하는 차원이었다”고 했다.

신 전 사무관은 “당시 차관보가 처음 부총리에게 보고할 때는 8조7000억 원을 발행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이후 차관보가 (부총리로부터) 질책을 받은 뒤 부총리가 39.4%란 숫자를 주며 ‘적어도 (채무비율을) 이 위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016년(38.3%)보다 국가채무비율을 1.1%포인트 이상 올리려면 나랏빚을 20조 원 이상 늘려야 한다. 2017년 세수가 15조 원가량 초과한 상황에서 연말에 대규모 국채를 추가 발행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 내에서 채권시장 혼란 등을 우려해 반대 의견이 계속 나오자 김 전 부총리가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 냈다. 그러자 청와대 압력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 젊은 관료들 집단 반발 정황

이에 앞서 신 전 사무관은 2일 새벽 유튜브 동영상에서 국채 발행과 관련한 비망록을 기재부 내 다른 사무관이 한 서기관의 권유로 작성했다고 밝혔다. 유튜브 생중계에서 그는 “그 서기관은 비망록을 쓰라고 하면서 정권이 바뀌면 이슈가 될 일이라면서 시간 순서대로 쓰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견에서 신 전 사무관은 “당시 업무하는 실무자들이 (국채 발행 등을) 문제 있다고 봤고, (이는) 납득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며 비망록에 그런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소장파 관료들이 청와대와 기재부 고위직의 지시에 집단적으로 반발한 셈이다. 신 전 사무관이 비망록을 썼다고 한 사무관은 기재부 지시로 현재 신 전 사무관 주장을 반박하는 해명자료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기재부는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형법 제127조 공무상 비밀누설 금지 조항과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51조를 위반했다며 신 전 사무관을 고발했다. 윤태식 기재부 대변인은 “공무원이 업무를 하며 얻은 자료를 외부에 무단유출하면 제2, 제3의 신재민 사건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김준일·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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