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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홍등가, 문화-청년시설 지어 불 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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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홍등가, 문화-청년시설 지어 불 끄게 한다

한우신기자 입력 2018-12-18 03:00수정 2018-12-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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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업소 소유 관계 복잡하고 자투리 땅으로 남아 재개발 힘들어
GS타임스 주차장엔 청년희망타운, 업소 건너편엔 복합문화공간 조성
영등포역 일대 대대적 정비… 집창촌 영업 포기하도록 유도
낡은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서울 영등포구 집창촌 너머로 대형 쇼핑몰 타임스퀘어 건물이 우뚝 솟아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울 영등포역 근처에는 시간을 거스른 듯한 풍경이 존재한다. 대형 복합쇼핑몰인 영등포 타임스퀘어와 영등포역 교차로를 지나 여의도로 이어지는 경인로 사이에 영등포 집창촌이라 불리는 낡은 성매매업소들이 그것이다. 11일 오후 4시경 ‘그 거리’로 들어섰을 때 업소들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다. 집창촌과 맞닿은 타임스퀘어 주차장 출입구로 쉴 새 없이 차가 드나들었다.

화려한 쇼핑몰과 허름한 집창촌의 어색한 동거는 밤이 되면 더 극명해진다. 오후 7시가 넘어 다시 찾은 그 거리. 빨간 등을 켠 유리 문 안에서 민망한 손인사가 이어졌다. 그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타임스퀘어는 연말을 맞아 조명 장식을 뽐냈다.

영등포역 인근에 거주하는 조강준 씨(39)는 “유치원생 아들과 함께 타임스퀘어에 왔다가 내비게이션 안내대로 집에 가는데 집창촌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아이 시선을 돌리느라 애먹었다”고 말했다.



조 씨를 비롯한 영등포구민들에게 번화가 한복판에 자리한 집창촌은 오랜 불만거리다. 영등포구와 서울시에도 물론 골칫거리다. 7월에 취임한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본떠 만든 ‘영등포신문고’에서 1000명 이상이 공감해 구청장이 답변한 1호 안건도 집창촌 처리와 인근 환경 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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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집창촌은 서울 시내 다른 집창촌과 비교할 때 유독 정비 사업의 속도가 더디다. 용산역 집창촌은 완전히 사라졌고 청량리와 하월곡동(속칭 미아리텍사스) 등 다른 곳들도 대규모 아파트 건축 사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영등포 집창촌은 이곳을 허물고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이 현재 정해진 것이 없다.

타임스퀘어를 운영하는 기업인 경방은 2009년 개장 이전에 쇼핑몰을 개발할 때 집창촌 지역까지 포함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성매매 업소들은 한 업소당 건물주가 여럿이거나 임차인이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소유 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많다. 재개발을 위한 중지를 모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용산 청량리 등 개발이 진행 중인 과거 집창촌 지역은 수익성이 높은 아파트 건축을 선택함으로써 건물주들의 동의를 얻어냈다. 영등포 집창촌은 현재 자투리 형태로 남은 탓에 아파트 건설은 쉽지 않다.

집창촌 정비를 위해 서울시와 영등포구가 택한 기본 전략은 자연 도태다. 집창촌 인근에 문화시설과 청년 시설을 지어서 거리를 밝게 하고 유동 인구를 늘려 성매매 업소들이 영업하기 힘들게 하겠다는 것. 집창촌 건너편에 있는 대선제분 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서울시는 2013년 공장 이전 후 가동을 멈춘 대선제분 시설을 전시장과 공연장, 공유 오피스 등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내년 8월까지 탈바꿈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집창촌 끝자락에 있는 GS타임스 주차장에는 청년임대주택과 창업 시설을 갖춘 가칭 ‘청년희망복합타운’이 들어설 예정이다.

크게 보면 지난해 서울시가 문래동과 영등포역 일대를 ‘경제기반형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지정한 후 세부 계획이 실현되는 것이다. 채 구청장은 취임 후 집창촌 일대를 세 번 찾아 신속한 재정비 사업을 강조한 바 있다. 채 구청장은 “도시계획을 통한 정비와 함께 성매매 근절을 위한 활동도 병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집창촌 재정비는 영등포역 일대 교통 환경을 개선하고 최신식 상업 시설을 설립하는 계획과도 이어져 있다. 영등포구는 내년 상습 정체 및 사고 다발 구간인 영등포로터리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도로를 단순화할 예정이다. 또한 2023년 이후에는 신안산선이 영등포역을 지나게 된다.

김창호 영등포구 도시계획과장은 “현재는 고층 건물, 집창촌, 쪽방촌, 노점상 등이 어지럽게 뒤섞인 영등포역 일대를 누구나 찾고 싶어 하는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영등포구 브랜드를 높이는 핵심 정책”이라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영등포#집창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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