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전쟁불가, 내가 하면 안되고 외국정상이 하면 좋은 말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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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통일부 업무보고때 “대북제재 공조 어긋난다니…”
운전석론 향한 야권 비판 반박
“봄은 온다” 남북대화-교류 강조에 北 “박근혜와 차이없다” 한밤 비난

“내가 전쟁만은 막겠다고 말하면 대북 제재나 국제 공조에 어긋난다고 하고, 외국 정상이 (같은 말을) 하면 좋은 말이 되는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외교부,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북핵 등 한반도 상황을 이야기하던 중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고 복수의 정부 관계자가 24일 전했다. 자신의 한반도 운전석론과 “대한민국 동의 없이 (대북)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15일 광복절 경축사) 등 전쟁 불가론에 대한 자유한국당 등 보수 일각의 비판을 겨냥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에서 “(한국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전쟁만은 막겠다고 말해야 하지 않느냐”며 이같이 수차례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의무인데, 일부에서 마치 이를 (한미 간 대북 공조를 깨는 등) 잘못된 것처럼 비판하고 다른 나라와 북한의 대화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이중 잣대를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압박하면서도 대화의 문은 계속해서 열어놓겠다는 문 대통령의 ‘투 트랙’ 대북 기조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업무보고에선 남북 대화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는 후문이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국면에서 제재는 강조되고 대화는 실종됐다”고 진단한 뒤 “북-미 간 채널도 있고, 북-일 간 대화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왜 우리만 대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미국, 일본도 국익을 위해 대화하는 것이다. 실무적인 대화는 다양하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 실장의 말에 문 대통령도 “국익을 위해 남북 대화를 포함한 다양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21일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 등 미 의원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개성공단 사업이 북한의 내부 경제 변화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첫 업무보고에서 어떤 형식이든 남북 대화 재개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통일부 등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우선 북한과의 민간 교류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북한의 대외선전단체인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는 23일 오후 10시경 대변인 담화를 내 “남조선에서 ‘정권’이 교체되었다고 하여도 달라지지 않는 것이 괴뢰패당의 북침 야욕”이라며 “놀아대는 꼴이 온 겨레의 저주 속에 촛불민심의 심판을 받은 박근혜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이 현 괴뢰정권의 대결 행태”라고 비난했다. 문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엄동설한에도 봄은 반드시 온다”며 남북관계 개선의 바람을 밝혔지만 여전히 싸늘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황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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