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코리아 패싱 현실화될 우려”… 靑 “한국 제외한 북핵대화 없다” 강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靑 “문재인 대통령, 의제도 없는데 트럼프와 전화통화는 어려워… 지금 잘하고 있는데 뭐가 문제냐”
美정부내 엇갈리는 메시지엔 촉각
전문가들 “美, 北과 대화 선회할수도”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미 대화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서면서 정치권과 외교가에서는 “‘코리아 패싱(한국 건너뛰기)’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우리 정부를 뺀 대화는 없다”고 강조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북-미 물밑 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청와대, “코리아 패싱 없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미국의 직접 대화 가능성에 대해 “전혀 아니다”고 못 박았다. 이 관계자는 “한국은 (북핵 관련 대화에서) 제외시킬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다”며 “현재 동북아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전략적 중요성이 굉장히 커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을 제외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 “현재까지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야권에서 우려하는 ‘코리아 패싱’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를 갔기 때문에 ‘코리아 패싱’이다, (북한 도발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전화를 안 했기 때문에 ‘코리아 패싱’이다 말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며 “한미 간에는 충분하게 거의 데일리베이스(매일)로 (북핵과 관련해)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에 대해 “의제도 없는데 전화하기 어렵다”며 “지금 (북핵 대응) 잘하고 있는데 뭐가 문제냐”고 말하기도 했다.

외교부도 이날 밤 예정에 없던 자료를 내고 “미중 간 빅딜설,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 북-미 대화 가능성 등 ‘극단적 견해’가 나오는 것 자체가 (북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한미 양국은 북핵 문제 관련 모든 사항에 대해 어느 때보다도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 같은 대응은 한국을 제외한 북-미 대화가 우리로선 최악의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도해 나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 널뛰는 워싱턴발(發) 메시지에 깊어지는 정부 고민

하지만 일부 전문가의 예측은 청와대와 다르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미국이 군사적 옵션에 부담을 느낄 경우 북-미 대화로 급격히 선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참여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최근 인터뷰에서 “9월쯤 상황이 진전되면 북-미 간 물밑 접촉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신중론도 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미 국방부는 군사 옵션, 국무부는 외교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 내부 역할 분담은 언제나 있어 왔다”고 했다.

그러나 워싱턴에서 발신하는 메시지가 워낙 널을 뛰고 있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가 우리 정부의 고민이다. 미 공화당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1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을 내버려 두느니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의회가 아니라 행정부라는) 공식 라인을 통한 이야기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 인사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끌려다닐 수는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트럼프의 진짜 의중 파악에 나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최근 비서실장이 6개월 만에 전격 교체되는 등 백악관 내부가 안정되지 않은 영향도 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을 양국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진우 기자 / 신민경 인턴기자 서강대 영미어문학과 4학년
#코리아 패싱#북핵#미국#청와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