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민 “나에 대한 편견은 내가 없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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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혼혈 패션모델 1호’ 한현민

한현민은 외국에서도 인기가 많다. 아버지의 나라인 나이지리아에 팬 사이트가 생겼고 현지 신문에서 그의 이야기를 다루기도 했다. 팬 사이트에 가입한 2만5000여 명의 각국 팬들은 “특이한 외모”라며 그에게 호응을 보낸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현민은 외국에서도 인기가 많다. 아버지의 나라인 나이지리아에 팬 사이트가 생겼고 현지 신문에서 그의 이야기를 다루기도 했다. 팬 사이트에 가입한 2만5000여 명의 각국 팬들은 “특이한 외모”라며 그에게 호응을 보낸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힘들 때가 있다. 나이지리아 출신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한현민(16)은 말을 배우기 시작할 무렵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엄마, 왜 내 피부색은 다른 애들과 달라?”라고 수없이 물었다. 다문화가정이 많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자랐지만 서러움을 겪기도 했다. 흑인에 가까운 외모 때문에 그는 어린 시절 “함께 놀지 말라”는 주변의 이야기를 듣곤 했다.》
 
“학교에서 수련회를 가면 다들 신기하게 쳐다봤어요. 제가 순대국밥과 간장게장을 굉장히 좋아해요. 식당에 가면 꼭 종업원이 와서 ‘먹을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어요.”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컸던 그는 야구가 좋아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야구부 활동을 했다. 하지만 중학교 진학할 즈음에 그만뒀다.


“오남매의 맏이라 집안 형편상 돈이 많이 드는 야구부 활동을 계속하기 힘들었어요. 공고에 가서 기술을 배워 월급을 받으며 평범하게 사는 게 좋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좋은 기회가 됐다.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자신의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키 188cm, 몸무게 65kg으로 모델 같은 몸매를 지닌 그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가끔 모델로 일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현재 소속사인 ‘에스에프 모델스’ 윤범 대표에게 연락이 왔어요. 만났더니 이태원 길 한복판에서 걸어보라고 하더군요. 길거리 워킹 테스트를 거쳐 바로 계약했어요. 꿈만 같은 일이 일어난 거죠.”

지난해 10월 열린 이성동 디자이너의 쇼에 선 한현민. 에스에프 모델스 제공
지난해 10월 열린 이성동 디자이너의 쇼에 선 한현민. 에스에프 모델스 제공
올해 고교에 진학한 그는 지난해 3월 처음 패션쇼 무대에 섰다. 초보에 불과했지만 ‘남들과 다름’을 알아본 많은 디자이너가 그를 패션쇼에 세웠다. 지난해 10월 서울패션위크에서 10개 국내 남성복 무대에 올랐고, 올해 3월 서울패션위크에서는 무려 16개 쇼에 섰다.

남들과 달라 모델로 주목받고 있지만 흑인 혼혈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패션 잡지나 쇼에 프로필을 보내면 ‘까만색은 쓰지 않는다’ ‘유색인종은 무대에 올리지 않는다’란 답을 듣기도 했다.

“어떤 쇼에 섰는데 영어로 말을 걸어서 ‘한국말 할 줄 안다’고 얘기를 해도 무시하면서 영어로 계속 말하더라고요. 그냥 외국인으로 취급당할 때도 있어요.”

그는 ‘흑인 혼혈 패션모델 1호’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다. 자신이 짊어진 책임이 크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저에 대한 편견은 제가 없애야 해요. 제가 잘해야 다음에 다른 흑인 혼혈 후배들이 나타나도 패션계에서 쉽게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의 목표는 해외 진출이다. 기존 흑인 모델과 달리 동양적 얼굴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그는 해외에서 남다름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어렸을 때 그토록 힘들었던 남과 다름이 이제는 장점이 됐어요. 지금은 흑인 혼혈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지만 앞으로는 ‘모델 한현민’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모델 한현민 패션쇼 영상



#흑인 혼혈 패션모델#한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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