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홍콩의 女수장, 이념-지지층 극과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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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당선소감서 “일국양제 수호”… 차이, 中의존도 줄이고 ‘남향정책’


26일 선거에서 홍콩의 첫 여성 행정장관에 당선된 캐리 람(林鄭月娥·60) 전 정무사장(총리 격)과 지난해 5월 취임한 차이잉원(蔡英文·61) 대만 총통. 중화권의 두 지역 모두에서 여성 수장 시대가 열렸지만 두 사람의 정치 성향과 국가적 상황은 크게 다르다.

람 당선인이 1194명의 선거인단 중 777표를 얻어 존 창(曾俊華·65) 전 재정사장(재정장관 격)을 크게 앞서자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과 홍콩 주재 중국 중앙정부연락판공실 등은 27일 일제히 담화를 내고 “이번 선거는 공개적이고 공평 공정했다”며 환영과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해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독립 성향의 차이 총통이 당선되자 중국의 국무원 대만 판공실과 외교부 등이 “대만 독립 추구를 위한 어떤 형태의 분열적 행동도 결연히 거부한다”고 경고를 날린 것과 대조된다.

람 당선인은 당선 소감에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수호하겠다”고 다짐했다. 차이 총통은 취임 후 아직까지 명시적으로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인정한다는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차이 총통은 선거 1년여 전부터 줄곧 높은 여론의 지지를 받아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으나, 람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존 창 후보에게 30%포인트 이상 뒤졌지만 간선제를 발판으로 역전승했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직선제가 아닌 간선제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차이 총통은 양안 분단 이후 태어난 ‘해바라기 시위 세대’, ‘딸기 세대’ 등의 젊은 층 지지에 힘입어 당선됐으나 람 당선인은 ‘우산 혁명’ 세대의 저항에 직면해 있다. 홍콩의 민주세력은 7월 1일 취임일에 맞춰 대규모 항의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대만은 차이 총통 당선 이후 중국 경제 의존도를 줄이고 동남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신남향정책’을 펴고 있지만 중국의 경제 제재와 외교적 고립화로 고전하고 있다. 람 당선자는 26일 당선 기자회견에서 민주화보다 중국과의 협력을 통한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대만#홍콩#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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