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샐러드에 목숨 걸고 악마에게 영혼 바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17일 05시 45분


기괴한 걸작 뮤지컬 ‘더 데빌’에서 악마와 계약해 성공을 쟁취한 존 파우스트 역을 맡은 송용진이 사랑하는 연인 그레첸(이하나 분)을 끌어안고 노래하는 장면. 사진제공 ㅣ 페이지원·알앤디웍스
기괴한 걸작 뮤지컬 ‘더 데빌’에서 악마와 계약해 성공을 쟁취한 존 파우스트 역을 맡은 송용진이 사랑하는 연인 그레첸(이하나 분)을 끌어안고 노래하는 장면. 사진제공 ㅣ 페이지원·알앤디웍스
■ 뮤지컬 ‘더 데빌’ 파우스트역 송 용 진

역대급 음악 록 오페라같은 ‘더 데빌’
파우스트 역할 위해 샐러드 다이어트
3D 전문배우? 힘들수록 더 빛이 나죠

뮤지컬배우 송용진(41)과의 인터뷰는 스포츠동아 페이스북 라이브 인터뷰 방송을 겸해 이뤄졌다. 개인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인 ‘미드나잇 라디오’를 직접 진행하고 있기도 한 송용진은 스포츠동아와의 페이스북 라이브 인터뷰 요청에 ‘숨 한 번 안 쉬고’ OK 사인을 내줬다.

송용진은 요즘 악마와 계약서를 주고받은 남자, 존 파우스트로 무대에 서고 있다. 한국 뮤지컬사상 가장 기괴하고, 요즘 유행하는 말로 ‘신박한’ 작품으로 불리는 ‘더 데빌(The Devil)’에서 미국 월스트리트의 전도유망한 주식 브로커 존 파우스트가 그의 ‘옷’이다. 2월14일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 에스비타운에서 개막했다.

송용진은 이번 시즌보다 한결 더 기괴하고 신박했던 2014년 초연무대에서도 존 파우스트를 연기했다. 잘 나가던 파우스트는 블랙먼데이로 주가 대폭락 사태에 휘말리면서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게 되고, 결국 X-블랙(데빌이다)과의 계약을 통해 재기에 성공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 악마와의 계약은 뒤끝이 좋을 리 없다. 눈치를 챘겠지만, 존 파우스트는 대문호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

“‘더 데빌’음악은 역대급, 다시 공연되었으면”

송용진이 텀블러 뚜껑을 열더니 홀짝홀짝 마셨다. 직접 내린 드립커피라고 했다. 아침마다 커피 내리는 재미에 폭 빠져있단다.

송용진은 배우이기 전, 원래 록커였다. 지금도 그는 배우와 록 뮤지션이라는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물었다. “배우입니까, 록커입니까”.

“예전에는 록커에 더 가깝다고 했죠. 그런데 이젠 둘 다 20년 가까이 했으니 뭐. 요즘엔 종합예체능인이라고 하고 다녀요(웃음).”

송용진은 체육인이기도 하다. 축구동호인 팀인 라온축구단의 수비형 미드필더(최근엔 공격수로 전환)로 오래 뛰어 왔다. 근년에는 복싱에 푹 빠져 있다. 생활체육 복싱대회에서 챔피언까지 먹더니 급기야 지난해엔 프로 테스트까지 통과했다.

“얼굴이 주먹만해졌다”고 하자 송용진이 낄낄 웃으며 “요즘 밤마다 샐러드만 먹는다”고 했다. ‘더 데빌’ 연습이 시작되자 이지나 연출이 송용진을 부르더니 “월스트리트의 세련된 남자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했단다.

“실제로 월스트리트 가보면 퉁퉁한 사람 많더라”는 볼멘소리가 목젖까지 올라왔지만, 지엄하신 연출님의 말씀에 즉각 다이어트 돌입. 결국 총 6kg을 감량했다. 송용진은 “지금 체중은 복싱 시합 나갈 때와 비슷하다”고 했다.

송용진은 공연계에서 힘든 배역을 많이 맡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그가 해 온 배역들은 연기도 노래도 다 힘들었다. 무대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여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역할도 적지 않았다. 송용진은 “남들이 3D 전문배우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그런데 힘이 들지만 빛은 덜 난다는 거. 배우들 말로 속칭 따먹는 역할이 아니니까. ‘더 데빌’의 X나 ‘마마돈크라이’의 백작이 그런 역할이다. 우리(배우들) 말로 다른 배역들이 ‘니주’를 깔아놓으면 스윽 멋있게 등장하는 역할. 하지만 난 3D 배역이 좋다. 믿고 맡겨주시는 게 감사할 뿐이다.”

‘더 데빌’은 이번에 재연되면서 많은 부분에 수정이 가해졌다. ‘괴작’으로까지 불렸던 초연 때보다 말랑말랑해졌다고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초연 때가 좀 더 취향에 맞는 것 같다. 불친절의 매력이랄까. 이번엔 관객에게 좀 더 편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음악적으로도 풍성해졌다. 세 명과 네 명이 부르는 노래는 확실히 다르니까.”

송용진은 ‘더 데빌’의 음악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바짝 세웠다. 한 마디로 한국뮤지컬사를 통틀어 역대급 음악이라고 했다. “‘더 데빌’은 뮤지컬이 아니라 록오페라라고 봐야 한다”며 “이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아 꼭 또다시 공연되었으면 좋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더 데빌’은 뮤지컬 초심자보다는 어느 정도 뮤지컬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춘 관객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이해를 돕기 위한 송용진의 관람 팁 하나. 극 중 파우스트는 몇 번이나 계단을 오르내리며 노래와 연기를 한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같은 모습, 같은 감정일 때가 없다. 송용진은 “파우스트의 모든 드라마는 계단에 있다”고 했다. 좋은 팁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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