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佛 종이 전화번호부 회사, 디지털 전략으로 살아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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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전화번호부 생산업체로는 프랑스 내에서 최대 규모로 꼽히던 ‘파주존(Pages Jaunes)’은 스마트폰 대중화와 함께 큰 위기를 맞았다. 2009년 장피에르 레미가 이 회사의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을 때 이 회사에선 매년 10% 이상씩 매출이 감소하고 있었다. 변화가 필요한 순간이었지만 직원들은 반발했다. 과거 닷컴 버블 때도 굳건히 업계 1위 자리를 지켜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직원들은 모바일 시대에도 이 회사의 경쟁력이 여전할 것이라고 믿었다. 이에 레미 사장은 직원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원대한 목표를 담은 확고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비전’을 발표했다. 그는 디지털이 곧 미래라고 단정하고, 파주존의 역할을 전화번호부 생산이 아닌 ‘중소기업들을 지역 고객과 연계해주는 것’으로 재정의했다. 이와 함께 파주존의 사업 구조를 변화시키고 30% 미만인 디지털 관련 매출을 향후 5년 내 75%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명확한 비전과 숫자로 제시된 목표 덕에 직원들의 반발은 줄어들었고 파주존은 디지털 비전 발표 4년 만에 목표의 대부분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파주존처럼 제대로 디지털 전환을 이뤄내는지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됐다. 하지만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기업들은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디지털 전환을 시도한다. 이 때문에 소셜미디어, 빅데이터, 인공지능(AI), 3D프린팅 등의 디지털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신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조지 웨스터먼 등 지음·e비즈북스)은 디지털 소양을 갖고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에 이를 제대로 적용한 기업들을 ‘디지털 마스터’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이들 기업이 어떻게 디지털 역량을 갖출 수 있었는지 분석했다. 저자들은 수년간 다양한 산업군에 속하는 수백 개 기업과 해당 기업의 임원들을 인터뷰해 그 답을 찾아냈다.

해답은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였다. 디지털 마스터들은 기술을 기술 그 자체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비즈니스를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먼저 살폈다. 즉 고객 경험, 운영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의 3가지 측면에서 해당 기술이 도입됐을 때 비즈니스 환경을 얼마나 변화시키는지를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전화번호부#디지털#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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