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은농장 넉달전 백신접종… 방역 구멍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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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만에 소 구제역 비상

올겨울 역대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가 종식되기도 전에 구제역까지 덮치면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초기 방역에 실패한 AI 사태를 의식한 듯 전국 축산농가에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내리는 등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한 달 전 ‘구제역 관리 우수기관’으로 꼽혔던 곳에서 맨 먼저 구제역이 발생하고, 백신 접종에도 허점이 발견되는 등 방역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일시이동중지명령으로 소와 돼지, 염소 등의 축산농가와 도축장, 사료공장 등 약 22만 곳의 출입이 이날 오후 6시부터 7일 밤 12시까지 금지된다. 전국 사육농가 10만2000곳의 소 338만 마리에 구제역 백신 일제 접종이 실시된다.

하지만 정부가 애초에 가축 질병을 부실하게 관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북도는 지난달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구제역 방역관리 평가’에서 광역시도 우수기관으로 선정됐지만 가장 먼저 구제역이 발생했다. 충북도는 지난해 상반기(1∼6월) 국민안전처가 실시한 구제역 대응실태 감찰에서도 모범사례로 뽑히기도 해 평가 결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백신 접종 관리에도 구멍이 발견됐다. 방역당국은 2010년 구제역 파동 이후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 왔다. 농식품부는 이날 오전 “지난해 12월 기준 백신 항체 형성률이 소는 평균 97.5%, 돼지는 75.7%로 높게 유지돼 구제역의 전국 확산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통계와 농가 현실은 판이하게 달랐다. 충북 보은군의 구제역 확진 농가의 실제 항체 형성률은 20%에 그쳤다. 방역당국이 이번에 증상이 나타난 5마리를 포함해 20마리를 표본 검사한 결과 겨우 4마리에서만 백신항체가 발견됐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백신항체 수준이 낮은 농가는 보강 접종을 통해 면역 수준을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석 달이 지나도록 개선되지 않았다. 이는 농가가 축협에서 백신을 구입한 기록에 의존해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판단하는 등 정부가 방역 현장 파악에 소홀한 것으로 보인다.

보은과 전북 정읍시의 두 농장 모두 지난해 10월 예방접종을 실시한 것으로 밝혀져 ‘물백신 논란’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2014∼2015년 구제역 파동 당시 백신 효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농식품부와 검역본부 관계자 32명이 징계 처분을 받았다.

정부는 문제가 된 백신에 효능이 좋은 백신을 혼합해 사용하므로 예방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구제역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엔 무리라고 우려한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발생한 구제역과 유전적으로 차이 나는 백신을 수입한 탓에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구제역#방역#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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