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복지 통합부처 만들면… 보건-노사정책은 찬밥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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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정부조직 개편론 논란]야권 움직임에 고용부-복지부 술렁

야당발(發) 정부 조직 개편 움직임에 가장 크게 동요하는 부처는 고용복지부로 통합하는 방안이 제시된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다. 일본의 후생노동성이나 독일의 노동사회부처럼 ‘공룡 부처’로 개편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야 중 누가 집권하든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는 복지와 고용일 것이 확실해 부처 위상이 높아질 거라는 기대감도 크다.

하지만 단순히 조직의 물리적 통합에 그친다면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보건과 노동정책 기능의 이관에 따른 ‘사각지대’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특히 핵심 거대 부처라 사회부총리를 겸직할 가능성이 크지만 예산 편성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지금의 사회부총리처럼 별다른 역할을 못 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 노동복지 사각지대 우려



복지부와 고용부는 1981년 노동부가 설립되기 전까지 사회부(1948년 설립)와 보건사회부(1955년 설립) 시절 하나의 부처에 속한 적이 있다. 통합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안 나온 데다 이런 이유 때문에 통합안 자체에 강하게 반대하는 의견은 많지 않은 편이다. 박근혜 정부 역시 ‘가장 좋은 복지는 일자리’라는 철학에 따라 2014년부터 전국 40곳에 고용복지플러스센터(일자리, 복지, 서민금융의 상담과 지원을 하나의 센터에서 지원하는 공공서비스)를 설치해 왔고 올해는 100곳까지 늘릴 예정이다.

그러나 고용부의 노동정책 기능을 중앙노동위원회로 이관하는 방안에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은 고용복지부로 통합 개편하는 대신 부처의 비대화를 막고 정부의 노사관계 개입을 줄이기 위해 중노위 기능을 강화하는 안을 내놓았다. 현재 노동분쟁 사건을 담당하는 중노위에 정책 기능까지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고용부 관료들은 노동개혁이 아직 완수되지 않았고 섣불리 이전했다가는 비정규직·청년 등 노동정책의 사각지대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해마다 파업이 끊이지 않는 등 노사관계 역시 선진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 정부가 중심을 잡고 노동정책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노위는 노사 분쟁을 조정하고 판정하는 노사정(勞使政) 합의기구로, 준사법기관 성격이 강해 정책 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복지와 고용은 통합하는 게 맞지만 노동법제와 근로기준 업무만큼은 계속 남아야 한다”며 “무엇보다 예산 편성 권한을 확보해야 하지만 정치권과 다른 경제부처가 찬성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노위 체계와 구조로는 사각지대를 보호하기엔 역부족”이라며 “노동·복지정책의 실패가 정부 조직구조 때문은 아닌데 선거 때마다 조직 개편 얘기가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 “통합 시너지 효과 크지 않을 것”

복지부 내에선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거라는 시각이 고용부에 비해 많다. 복지부는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을 펴기 때문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고용부와 정책 대상 자체가 다르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보건 기능이 민주당 안대로 보건청이나 보건처로 독립되면 보건과 복지의 중간지대에 있는 정책을 누가 맡을지도 관건이다. 건강보험이 대표적이다. 소득과 상관없이 전 국민에게 일정한 의료 수준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복지의 성격이 강하지만 일선 병·의원의 의료 정보를 취합해 건강관리에 활용하는 보건의 측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산하 기관의 셈법도 복잡하다. 보건부가 따로 만들어지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안전 기능과 질병관리본부의 질병 감시 기능을 병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조직을 ‘질병관리청’으로 독립시켜 신종 감염병을 밀착 감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식약처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식품산업 정책 업무를 합친 ‘식품산업안전처’도 거론된다.

일각에선 ‘경제 검찰’ 역할을 하는 공정거래위원회처럼 보건 분야를 전반적으로 감시할 ‘의료 검찰’ 조직을 신설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그러나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지닌 기구를 출범시키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 등 타 부처는 물론이고 정치권의 동의를 얻어야 해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유성열 ryu@donga.com·조건희 기자
#개편론#야권#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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