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던진 “부처 재편” 일손 놓은 공직사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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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교육부 폐지, 기재부 분할”… 관가 “책잡힐 일 말자” 뒤숭숭
대선 때마다 5년 주기 되풀이… “효과 검증 공론화 거쳐야” 지적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 분야 사무관 K 씨는 요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조기 대통령선거 이후 통상 부문이 산업부에서 떨어져 나와 외교부로 재이관되거나 기획재정부에 편입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서다. K 씨는 “승진 시기를 앞두고 새 부처로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뒤숭숭하다”며 “윗사람들은 당분간 책잡힐 일만 하지 말자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야권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부조직 개편 방안이 중구난방 식으로 터져 나오면서 공직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대규모 조직 개편이 행정의 일관성을 해치고 정부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불만도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없는 조기 대선의 특성을 감안해 차기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편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6일 정치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차기 정부에서 조직 개편의 우선순위 부처로 꼽히는 곳은 교육부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지원처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최근 출간한 대담집에서 “교육부는 대학 교육만 담당하고 교육 전체를 관통하는 국가 백년대계를 세우는 일은 (신설될) 국가교육위원회가 하면 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청은 승격이 점쳐지는 대표적인 부처다. 문 전 대표는 “중기청에 ‘벤처’를 붙여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바른정당의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중기청의 ‘창업중소기업부’ 승격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하는 ‘더미래연구소’에서 발표한 정부 부처 개편 방안까지 더해지면서 관가는 일대 혼란에 빠진 형국이다. 더미래연구소는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를 국가재정부와 금융부로 쪼개고 산업부를 산업통상부와 에너지부로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를 통합한 거대 부처인 ‘고용복지부’ 신설도 거론된다.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 관료들의 우려는 크다. 복지부의 한 간부는 “복지와 고용 정책은 언뜻 보면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크게 다르다”며 “시너지 효과를 내기가 힘들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민주당이 통합의 전제로 내세운 보건청 신설과 노동정책의 중앙노동위원회 이관에 대해 고용부의 한 국장은 “노동정책실 직원들은 부처에서 쫓겨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한다”며 “고용부의 핵심이 노동정책이라 통합이 되더라도 규모만 거대하고 영향력은 사라질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세종=천호성 thousand@donga.com / 한상준·유성열 기자
#교육부#폐지#기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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