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후 美취업 물 건너간것 아니냐” 한국 유학생들 술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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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궁금증 키우는 ‘트럼프 쇼크’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시에서 대학원에 다니는 유학생 김모 씨(28·여)는 9일 미국 대통령으로 이민자와 외국인에게 적대적인 모습을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는 걸 보며 큰 충격과 고민에 빠졌다. 지금도 학위를 딴 뒤 미국에서 취업하는 게 쉽지 않은데, 앞으로 더욱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당장 일상생활에서도 차별받을까 걱정이 앞섰다. 김 씨는 “트럼프를 지지한 미국인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니 모든 것이 이민자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술렁이는 한인 유학생들

 트럼프의 당선 이후 미국 내 한인 유학생 및 유학준비생 사이에 불안과 공포가 커지고 있다. 한국 유학생의 절대 다수는 적법한 서류와 자격을 갖춘 유학생들임에도 ‘잘못하면 유학생도 쫓겨날 수 있다’ ‘인턴십이나 취업비자 취득이 몹시 어려워질 것이다’라는 염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간 해 온 모든 행정명령을 취소하겠다’고 말한 만큼 서류 미비 청소년 추방유예정책(DACA)이 폐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DACA는 합법적인 체류 기간은 끝났지만 오랫동안 미국에서 유학한 청소년의 안정적인 미국 체류를 위해 추방 관련 절차를 일시중단해 주는 조치다. 이 행정명령 시행 이후 지난 4년간 현지에서 이 혜택을 누린 한국 청소년은 모든 국가 중 5번째로 많았다.

 국내 한 인터넷 유학 커뮤니티에는 9일 이후 하루 만에 미국 유학을 고민하는 글이 100건도 넘게 올라왔다. 유학생들은 ‘조지 W 부시 정부 때도 입국심사가 까다로워져 비자 발급이 힘들었다’며 우려했다.

○ 이민사회 “비상사태”…캐나다 뉴질랜드까지 긴장

 미국 이민사회의 긴장감은 더욱 높다. 9일(현지 시간) 한인단체 40여 곳은 현 상황을 비상사태로 바라보고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트럼프로 인한 걱정은 이민을 준비 중인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아이 교육문제로 뉴질랜드 이민을 고민해 온 주부 이모 씨(31)는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시민이 캐나다 뉴질랜드 이민에 몰린다고 들었다”며 “그 여파로 한국인의 뉴질랜드 이민 문만 좁아지는 건 아닐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대선 결과가 발표되면서 캐나다와 뉴질랜드의 공식 이민 사이트는 미국 이용자 접속이 폭주해 한때 마비되는 소동을 빚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는 “트럼프의 기본 생각은 미국 내 외국인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뺏는 ‘잡 킬링(job killing)’을 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막으려 기준을 까다롭게 하다 보면 한국인에게도 불이익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국내 서점가는 트럼프 열풍

10일 도널드 트럼프 관련 책이 진열된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트럼프 책 판매량은 하루 평균 4, 5권에 그쳤지만 그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수백 권으로 늘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0일 도널드 트럼프 관련 책이 진열된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트럼프 책 판매량은 하루 평균 4, 5권에 그쳤지만 그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수백 권으로 늘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국내에선 트럼프 관련 책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교보문고는 하루 평균 5권가량 판매되던 트럼프 책이 9, 10일 이틀간 630권 팔렸다고 10일 밝혔다. 예스24에서도 트럼프 책 판매량은 하루 평균 4권이었지만 9, 10일에는 456권이 팔렸다.

 미국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김창준 씨가 쓴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라온북), 트럼프가 쓴 ‘거래의 기술’(살림) ‘불구가 된 미국’(이레미디어)이 특히 인기가 높다. ‘트럼프…’는 미국 사회의 보수화 현상이 국제 정세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진단하며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예스24에 따르면 책을 구매한 독자는 남성이 62.9%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30대 남성(26.2%)이 가장 많이 샀고, 40대 남성(18.9%)이 뒤를 이었다. 여성 가운데는 20대(15.6%)가 관심이 높았다.

노지원 zone@donga.com·임우선·손효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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