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 서민 울린 변호사-대부업체-브로커 ‘3각 공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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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출 총감독은 브로커였다
30억 챙긴 사무장 수법보니

“개인회생 브로커는 개인회생 신청자, 변호사, 대출업체 모두에게 갑(甲)이었다.”

2020건의 개인회생 사건을 처리하고 30억 원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검찰에 구속된 사무장 이모 씨(53) 사건에서는 사회적 약자인 개인회생 신청자를 둘러싸고 ‘브로커-대부알선업체-변호사’의 검은 3각 공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물고 물리는 먹이사슬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개인회생 브로커’였다.

4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 조재빈) 등에 따르면 이 씨 등 회생 브로커들은 파산 위기에 몰린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 등을 끌어모으기 위해 “돈 없이도 회생 절차가 가능하다”고 인터넷이나 전단에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수입의 10%가량을 광고비로 지출할 정도로 광고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개인회생은 건당 평균 수입이 100만∼150만 원의 소액 사건이지만, 개인회생 신청자가 늘면서 쏠쏠한 정도를 뛰어넘는 핵심 수입원이 된 것이다. 개인회생 신청자는 곧 ‘돈’이었고, 사업이 커지면서 이 씨가 데리고 있는 부하 사무장만 10명이 넘었다.

현행법상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할 때는 변호인이나 당사자가 해야 한다. 하지만 이 씨는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명의를 빌려 회생 업무를 직접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법무법인에 자신의 사무실을 뒀고, 고객도 이곳에서 맞았다. 그 대신 변호사에게는 수수료 명목으로 매달 300만 원 안팎을 월급처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씨는 변호사 명의를 1년 정도 만에 바꾸는 등 변호사 이름을 여러 개 사용했다. 이름을 빌릴 수 있는 변호사가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은 매달 수백만 원의 고정수입을 올릴 수 있었기에 명의 대여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무실 운영비로 사용할 만큼 수입이 쏠쏠해 위법인 줄 알면서도 명의를 빌려주겠다는 변호사들이 주변에 여럿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대부분 신용불량 상태에 빠져 대출이 어려운 개인회생 신청자들에게 특정한 대부알선업체를 소개했다. 업체는 먹잇감을 기다렸다는 듯 신청자들에게 10%가 넘는 선이자를 떼고 회생 절차에 필요한 비용을 대출해 줬다. 대부분 120만∼200만 원 선의 소액대출이라 큰 부담이 없었고, 이 씨 등 사무장들이 연대보증을 섰기 때문에 대출은 쉽게 이뤄졌다. 회생 신청자들이 돈을 갚지 않으면 이 씨도 법원의 회생 절차를 중단해 버리면 그만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회생 신청자가 지급한 비용의 30%가량이 브로커에게 고스란히 넘어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특히 대부알선업체 F사 등이 30∼40건의 회생 신청 일감을 소개해주고 이 씨에게 수수료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씨는 “추가 수수료를 받지 않고 대출해 줄 곳이 널려 있다”며 업체의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대부업체와의 관계에서도 ‘갑’ 행세를 한 셈이다.

검찰은 변호사 자격이 없는 브로커들이 진행한 개인회생의 성공률이 정상적인 회생 사건보다 많게는 30% 가까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씨를 기소한 뒤 이 씨에게 변호사 명의를 대여해 준 변호사들을 전원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개인회생#변호사#브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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