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초 프랑스 파리에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렸다. 여기 참가한 몰디브의 환경에너지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주라니. 국가가 어디로 이주를 한다는 말인가. 당사국총회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의미 있는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체결하고 막을 내렸지만 몰디브 장관의 이 발언은 줄곧 머릿속에 맴돌았다. 생각할수록 충격적인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인도 서남쪽 인도양에 있는 섬나라 몰디브. 1200여 개의 작은 산호섬으로 이뤄진 몰디브는 면적 298km²에 인구 약 34만 명의 작은 나라다. 우리에겐 신혼부부들이 꿈에 그리는, 허니문 휴양지로 유명하다. 관광 안내 책자에서 만나는 몰디브의 비췻빛 바닷가 풍광은 가히 환상적이다. 그런데 그곳이 이주를 걱정해야 한다니. 어째서 이런 말이 나오게 된 것일까.
몰디브의 환경을 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해수면 상승이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50년이 지나면 몰디브가 침수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몰디브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영토의 높이는 해수면에서 평균 1.5∼2m. 침수될 것이라는 전망이 과장됐다는 반론도 있지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몰디브에선 해일 피해가 많이 일어난다. 1987년 몰디브는 심각한 해일로 수도 말레를 비롯해 상당수 섬들이 피해를 입었다. 몰디브는 그때부터 기후와 해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989년부터는 섬나라들과의 공동 연구 및 공조에 들어갔다.
해수면 상승도 걱정거리지만 현재 몰디브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식수다. 해일로 인해 염수가 침입해 식수를 오염시켰기 때문이다. 빗물을 식수로 활용해야 하는데 지구 온난화 등으로 건기가 늘어나 물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리는 동안 몰디브의 환경에너지 장관은 많은 질문을 받았다. 심지어 “몰디브가 언제쯤 사라질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장관이 “몰디브는 이주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이다. 세계 각국이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기 바란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몰디브의 다짐도 내놓았다. 앞으로 3년간 전체 에너지의 30%를 태양으로 조달하겠다, 저탄소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나아가 장기적으로 탄소 중립국이 되겠다, 풍력 태양광은 물론이고 코코넛 껍질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내용 등이다. 몰디브는 실제로 지난해 100% 태양에너지로 운영하는 리조트를 개장했다는 소식도 전해 주었다.
지난해 폴크스바겐이 경유자동차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국내 수입 차량에서도 조작 사실이 확인되었다. 조작도 조작이지만 환경을 오염시켰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이 분노했다. 그런데 문제의 차량을 구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9%가 “리콜을 받지 않겠다”고 답했다. 리콜을 받으면 연비(연료소비효율)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거부 이유였다. 연비를 위해서라면 환경을 훼손해도 된다는 생각이다. 이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구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것이 아니다. 후손들의 것이다. 우리가 환경을 잘 지켜내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몰디브의 환경도 마찬가지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몰디브가 이주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50년 후는 물론이고 수백, 수천 년이 흐른 뒤에도 우리 후손들이 몰디브 여행을 꿈꿀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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