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지능화 사회의 경제 패러다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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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조 한국정보화진흥원장
서병조 한국정보화진흥원장
사람들의 인식과 사고의 체계가 바뀌는 것을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부른다. 정치 경제 사회의 구조와 틀이 바뀌는 것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지능화 사회로 급격히 바뀌고 있는 것도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경제 위기의 요인을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 원천기술의 부재, 경쟁국의 약진으로 꼽고 있다. 경제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데 한국경제는 변화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최근 한국정보화진흥원과 한국경제학회가 주최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국가 미래전략 심포지엄에서 우리가 당면한 주력산업의 위기를 체질 개선과 구조 개혁을 통해 돌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체질 개선이 혁신을 통한 경쟁력 회복이라면, 구조 개혁은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산업과 개별기업의 구조 조정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한국 주요 수출 품목의 변화를 살펴보면 산업 구조조정이 효과적으로 이뤄져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3∼5년 사이에 자동차, 가전, 조선, 석유화학, 휴대전화 분야에서 제조업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고비용구조가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까, 석유화학은 에너지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 스마트 기기는 진짜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부상하는 중국과 재기하는 일본을 이기기 어렵다. 제조업 위기라는 새로운 파고에 그동안 우리가 가꾸어온 경제의 기초가 뿌리째 흔들릴지도 모른다면 지나친 우려일까.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말은 그 위기의 근원을 직시하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그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경우에만 유효하다. 창조 경제 추진이 창의와 혁신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에 그친다면, 비록 단기간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한다 하더라도 지능화 사회의 산업 구조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에는 미흡하다.

정보화 사회를 지나 이른바 스마트 사회라는 지능화 사회로 가는 경제 패러다임 변화에 한국이 어떻게 대응해 나가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구글, 샤오미, 카카오에서 보듯이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테슬라의 사례에서 확인되듯이 에너지 시장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은 과연 어떤 전략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고 국가는 어떤 정책으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가.

스마트 사회는 생산과 유통과 소비가 정보통신기술로 인해 지능화되는 사회다. 스마트 사회의 경제 패러다임은 종전과는 달리 산업과 기술과 서비스가 융합되고 복합되는 방향으로 진화되고 있다. 이 변화에 한국경제가 정보통신과 과학기술로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정보통신 일등국가의 자부심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것이다. 지능화 시대의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따라잡을 미래 자동차, 미래 에너지, 미래 스마트폰, 미래 석유화학에 대한 밑그림을 새롭게 그리고 이에 대해 근본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지능화 시대의 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한 때다.

서병조 한국정보화진흥원장
#지능화 사회#경제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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