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 與 좋을까 봐 선거구 합의 안 해주는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0일 00시 00분


코멘트
어제 선거구 획정을 논의할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의 3자 회동을 앞두고 야당 측에서 “누구 좋으라고 지금 덜컥 선거구 논의를 진전시키겠나”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선거구 문제로 관심이 옮겨가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묻힐까 우려한다는 얘기다. 정치 신인들은 어디에 가서 얼굴을 알려야 할지 하루가 아쉬운 판인데 야당이 선거구 조정까지 철저히 정쟁(政爭) 구도에서 보고 있다면 개탄스러운 일이다.

여야 대표가 법정시한인 13일까지 ‘4+4 회동’으로 선거구 획정을 끝내기로 합의한 데 박수치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정의화 국회의장 중재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어렵게 만나 결정한 것이 고작 양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정치개혁특위 간사가 몇 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다시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까지 참석해 결론을 내겠다는 정도라니 답답하다.

정치권이 선거구 획정에 함부로 개입할 수 없도록 국회는 올 5월 공직선거법을 개정한 바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설치한 독립적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20대 총선에 한해 10월 13일까지 선거구 조정안을 국회에 내면, 이를 바탕으로 여야가 총선 5개월 전인 11월 13일까지 선거구를 확정토록 한 것이다. 그런데 여야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배분하는 선거구 조정의 기준조차 못 정하는 바람에 선거구획정위의 설립 취지까지 무색해졌다.

국회의원 정원을 늘려선 안 된다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지역구 의석을 줄여선 안 된다는 현역 의원들의 고집도 꺾기 어렵다. 이 상태에서 헌법재판소 결정대로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2 대 1 이내로 유지하면서 농어촌 대표성까지 보장하려면 지역구 의석을 늘리고 비례대표 의석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새누리당 주장이 합리적이다. 그런데도 야당은 비례대표 수 감축에 한사코 반대해 지금까지 협상이 진전되지 못했다.

새정치연합의 주장은 친노(친노무현) 친문(친문재인) 세력을 최대한 원내에 진출시키기 위해서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야당 일각에선 의원 정수를 늘려 비례대표와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자고 주장하지만 국민 정서상 용납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선거구#선거구 획정#공직선거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