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두 아들과 생이별…개인사 불행했던 아웅산 수지 여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9일 20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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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주화의 꽃’ 아웅산 수지 여사(70)는 25년 만의 자유총선 압승, 1991년 노벨평화상 수상 등 민주주의 투사로서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개인사는 불행했다고 텔레그래프 등 주요 외신이 전했다. 미얀마 독립영웅이었던 그의 아버지 아웅 산 장군은 그가 불과 2살 때 정적의 손에 암살됐고 평생 그를 헌신적으로 내조한 남편은 1999년 암으로 숨졌다. 또 큰 아들은 어머니가 가족 대신 정치를 택한 것을 원망하며 아직도 수지 여사와 소원한 관계로 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1964년 영국 옥스퍼드대에 입학한 수지 여사는 이 곳에서 1살 연하 동급생 마이클 아리스(1946~1999)를 만난다. 외교관 아버지를 둔 아리스는 옥스퍼드 입학 전 부탄에서 6년간 지낸 적이 있어 아시아 문화에 친숙했고 곧 수지와 사랑에 빠졌다. 결혼 전 수지 여사는 아리스에게 “언젠가 조국이 나를 원하면 돌아가야 한다. 이를 용납하지 않으면 결혼할 수 없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그는 흔쾌히 수락한다.

1972년 결혼한 둘은 두 아들 알렉산더(42)와 킴(37)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 남편 아리스가 박사 학위를 받고 티벳 불교 전문가로 거듭나는 동안 수지 여사는 학자 남편을 내조하며 완전한 전업주부의 삶을 산다. 형편이 어렵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세탁, 청소, 음식 등을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직접 했으며 두 아들의 생일파티 또한 누구보다 성대하게 치르는 엄마로 유명했다.

행복했던 네 사람의 삶은 1988년 초 수지의 어머니 킨 치 여사의 뇌졸중으로 산산조각난다.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잠시 귀국한 수지는 1988년 8월 8일 수천 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숨진 소위 ‘8888’ 사태를 보고 영국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는다. 같은 해 12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에 입당한 그는 곧 미얀마의 핵심 인물로 부상한다. 1989년 6월 군부는 수지를 집에 가둔다. 이 때만 해도 그가 21년이 지난 2010년 11월에야 가택연금에서 풀려날 줄 안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는 “미얀마를 떠나면 즉시 풀어주겠다”는 군부의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독재 타도를 외친다.

1997년 그의 남편 아리스가 말기 전립샘 암 진단을 받는다. 부인이 없는 동안 두 아들을 돌보고, 부인의 글을 모아 여러 권의 책을 내며 미얀마 현실을 전 세계에 알렸던 그는 “죽기 전 한 번만 부인을 보고 싶다”며 미얀마 입국을 요청하지만 군부는 이를 거부한다. 군부는 수지에게 “영국으로 들어가 남편을 만나라”고 회유했지만 수지 여사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 번 미얀마를 떠나면 군부가 영원히 귀국을 막을까 우려했기 때문.

죽어가는 남편을 볼 수 없었던 수지 여사는 군부의 허락을 얻어 영국대사관으로 간 뒤 남편이 좋아하던 옷을 입고 머리에 장미를 꽃은 후 작별을 고하는 동영상을 찍는다. “이 힘든 가택연금을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당신”이라며 절절한 사랑도 고백한다. 아리스는 자신의 53번째 생일이던 1999년 3월 27일 부인을 그리워하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이 동영상은 남편이 죽은 후 이틀 뒤에야 남은 두 아들에게 전해졌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두 아들의 삶도 무척 힘겨웠다. 어머니와 헤어졌던 1988년 둘은 겨우 15살, 11살 소년이었지만 모친과 생이별을 한데다 자신들을 돌봐주던 아버지가 죽었을 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 ‘엄마’를 만날 수 없었다. 특히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장남 알렉산더는 어머니의 선택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머니가 가택연금에 풀려난 뒤에도 모친을 자주 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차남 킴과의 관계는 무척 좋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킴은 2010년 어머니가 가택연금에서 해제된 지 10일 만에 미얀마를 찾아 모친과 재회했다. 당시 수지 여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오랫동안 떨어져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모든 것이 매우 쉽고 자연스러웠다”고 성인이 된 아들을 만난 소감을 밝혔다. 현재 영국 옥스퍼드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현재도 종종 어머니와 만나고 연락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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