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정선, 낡은 수도관 고쳐 하루 5만명이 쓸 수돗물 절약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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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가뭄과의 전쟁’]
하늘만 쳐다보던 한국에도 이런 가뭄 대책이…

교체 공사가 진행 중인 강원 영월 지역의 노후 상수도관. 20년 이상 된 낡은 상수도관에서 물이 새면서 주변 땅에 물이 흥건히 
고여 있다. 2020년이 되면 이런 전국의 노후 상수도관이 모두 6만8000km에 이를 것이라고 환경부는 보고 있다. 환경부 제공
교체 공사가 진행 중인 강원 영월 지역의 노후 상수도관. 20년 이상 된 낡은 상수도관에서 물이 새면서 주변 땅에 물이 흥건히 고여 있다. 2020년이 되면 이런 전국의 노후 상수도관이 모두 6만8000km에 이를 것이라고 환경부는 보고 있다. 환경부 제공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강원도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노후 수도관 정비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4일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강원 영월군과 정선군은 수돗물이 새는 낡은 관을 새것으로 바꾸는 사업을 통해 최근 5년간 모두 2540만 t의 물을 절약했다. 2010년 10월부터 진행된 상수관망 정비사업을 최근 종료한 뒤 집계한 결과다.

영월, 정선은 2010년만 해도 노후 상수도관에서 물이 새면서 유수율(총 공급량 중 실제 도달하는 수량 비율)이 34% 안팎에 그쳤던 지역이다. 낡은 상수도관이 터지면서 분수가 치솟듯이 물이 뿜어져 나왔고 주변 땅이 질퍽질퍽해지면서 지반이 약해지는 문제도 끊이지 않았다. 이에 정부가 이 두 곳을 포함해 모두 15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급수관과 계량기를 교체하는 사업에 나섰다.

영월군과 정선군에 각각 350억 원, 390억 원을 투자해 사업을 진행한 결과 수돗물의 유수율은 각각 92%와 90% 수준으로 3배가량 향상됐다. 이 기간에 절감된 수돗물의 양은 영월군이 860만 t, 정선군이 1680만 t으로 총 2540만 t에 이른다. 일평균 1만7400t으로 인구 5만 명의 도시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라는 게 공단의 설명이다.

누수량 감소로 인한 두 지역의 2011년 대비 수돗물 생산비용 누적 절감액은 124억 원, 요금수입 누적 증가액은 66억 원으로, 총 이익 역시 190억 원에 이른다. 다만 이는 정부의 국비예산 지원이 있었던 2011년에 제한된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진행된 것. 전국의 노후 상수도관 교체사업에는 향후 12년간 최소 3조6000억 원이 필요하지만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예산이 줄면서 환경부는 최근 3년간 관련 예산을 받지 못했다. 각 지자체가 감당해야 할 예산을 자꾸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다가 ‘모럴 해저드’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예산당국이 난색을 표하는 이유다.

그러나 환경부는 가뭄 문제가 심각해지는 만큼 노후 상수도관 교체를 핵심 사업으로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 10년간 노후 상수도관으로 인한 누수량은 80억 m³에 이르며 예산 손실액도 연간 5222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 시군의 경우 누수율이 40%에 이르지만 재정적자 때문에 손도 못 대는 실정이다.

한국환경공단 강금배 상수도지원처장은 “제때 손보지 않아 시기를 놓치면 2030년에는 20년 이상 된 노후 상수도관이 10만 km에 이르고 교체비용도 5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수도관#가뭄#수돗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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