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금융을 한팀으로… 해외사업 초기부터 머리 맞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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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동아부동산정책포럼]새로운 ‘K-Cons 시대’ 전략

3일 열린 ‘2015 동아부동산정책포럼’에서 한국 건설산업의 새로운 해법인 ‘K-Cons 전략’을 주제로 열띤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 이기봉 국토교통부 해외건설정책과장, 이영제 KDB산업은행 컨설팅실장, 정재훈 맥킨지 서울사무소 부파트너, 조영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3일 열린 ‘2015 동아부동산정책포럼’에서 한국 건설산업의 새로운 해법인 ‘K-Cons 전략’을 주제로 열띤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 이기봉 국토교통부 해외건설정책과장, 이영제 KDB산업은행 컨설팅실장, 정재훈 맥킨지 서울사무소 부파트너, 조영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프랑스의 물 관리 전문기업들은 세계 물 시장 하나만 공략해 현대건설 갑절의 매출을 올립니다. 한국 건설사들도 해외의 온갖 사업에 손대기보다는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맞춤형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김경욱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

“국내 건설사와 금융회사들이 사업 초기부터 함께 리스크를 분석하고 위험 분담 방안을 찾는 등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해야 ‘건설 한류’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이영제 KDB산업은행 컨설팅실장)

3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5 동아부동산정책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올해로 해외 진출 50년을 맞은 ‘K-Cons(Korean Construction industry·한국 건설산업)’의 질적 도약을 위해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이들은 건설업체의 체질 개선, 금융과의 협업, 정책 지원 등 3박자가 어우러져야 해외 건설이 한국 경제를 이끄는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 “고부가가치 사업에 선택과 집중”

전문가들은 해외 건설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국내 건설사들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해외 수주의 86.9%를 수익성이 낮은 단순 도급사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설계·조달을 비롯해 프로젝트 발굴·기획, 운영·관리(O&M) 같은 고부가가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랐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이를 위해 국내 업체가 모든 기능을 갖추기보다 전문 분야별로 아웃소싱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해외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도급시장은 인건비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터키 등 신흥국 업체들의 장악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신도시 개발, 초고층 건축, 플랜트, 원자력발전소 건설 등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건설사들이 정보기술(IT), 정보통신기술(ICT), 친환경 등 한국의 강점으로 꼽히는 다른 업종과 손잡고 해외 사업에 나서는 방안도 제시됐다. 김 국장은 “해외 신도시 개발에 나설 때 한국의 교통카드 시스템처럼 ICT와 교통·물류를 결합해 진출하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맥킨지 서울사무소 부파트너는 “국내 건설사와 해외 선진기업의 가장 큰 차이는 현지화”라며 “현지에서 자체적으로 사업 결정을 내리고 인력 및 장비를 조달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 “건설-금융 협업 절실”

또 전문가들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진출을 활성화하려면 금융이 탄탄하게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실장은 “중국 인도 등 신흥국에서 철도 상하수도 등 인프라 개발이 늘고 있는데 이런 대규모 사업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해 건설과 금융이 동반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는 일반 기업대출 대신 해당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성과 리스크 등을 따져 장기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PF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한국투자공사(KIC)와 손잡고 20억 달러(약 2조3000억 원) 규모의 ‘코리아 해외인프라 펀드(KOIF)’를 만들어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국내 건설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김 국장은 “국내에 유동자금은 넘쳐나지만 그동안 해외 건설과 금융 부문의 연결고리가 없어 지원이 제대로 안 됐다”며 “타당성 검토를 마친 사업 40건을 포함해 앞으로 3년간 KOIF를 통해 해외 건설에 2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민간 금융회사와 국내 연기금들이 KOIF의 투자자로 참여하면 100억∼200억 달러 규모가 지원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건설사들이 자체 금융 조달 역량을 확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정 부파트너는 “미국 건설사 에이콤은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사모펀드를 직접 조성해 대형 프로젝트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건설사가 사모펀드를 만드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불특정 다수로부터 소액 투자를 받는 ‘크라우드펀딩’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금융 지원과 더불어 정책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건설산업’ ‘건설기술’ ‘해외건설’ 등으로 각각 흩어져 있던 건설 관련 정책을 글로벌 시장과 기술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종합적으로 재검토하기로 했다.

또 해외 건설과 관련한 일자리 창출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1980년대 초 중동건설 붐이 일었을 때 중동 현지로 나간 국내 건설인력은 약 20만 명에 이르지만 현재는 2만4000명에 불과하다. 김 국장은 “국내 대학의 건축, 토목, 화학공학과 전공자의 절반이 취업을 못 하고 있다”며 “국제 표준에 맞게 재교육한 뒤 해외 현장으로 파견하면 국내 건설사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이고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참석자 명단(가나다순)


정·관계 및 학계 등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 △김경욱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 △신슈밍(辛修明) 중국대외도급공사상회 부회장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이기봉 국토교통부 해외건설정책과장 △이영제 KDB산업은행 컨설팅실장 △정성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정재훈 맥킨지 서울사무소 부파트너 △조영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관리연구실 연구위원

건설업계

△김진호 두산건설 전무 △김치현 롯데건설 사장 △김한기 대림산업 사장 △박승준 건설공제조합 이사장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 △박창민 한국주택협회 회장 △유중근 쌍용건설 부사장 △이석준 우미건설 사장 △이창훈 동부건설 상무 △임병용 GS건설 사장 △임홍규 현대엔지니어링 부사장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최삼규 대한건설협회 회장

정임수 imsoo@donga.com·장윤정·천호성 기자
#동아부동산정책포럼#건설#금융#k-c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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