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고교생이 만난 동시통역사와 응급구조사

《동시통역사와 응급구조사. 두 직업은 공통점이 있다. 기술발전으로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시대가 되더라도 사람이 필요한 영역을 담당하는 전문직업이라는 점이다.

컴퓨터가 외국어를 실시간으로 번역해주는 기술이 발전하며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참석하는 국제회의나 포럼에서도 동시통역기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업계약을 맺는 자리나 국가정상 간 회담 같은 중요한 현장에는 여전히 전문 동시통역사가 배석한다. 들리는 말을 문자 그대로 해석할 경우 오해할 수 있는 언어적 맥락과 비언어적 메시지까지 종합적으로 반영해 의사소통하는 일은 기계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응급구조의 경우 기계가 다친 사람을 구급차로 옮기고 흉부 압박까지 하고 있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험한 장소에서 구조 활동을 하는 로봇도 개발 중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겼을 때 변수를 고려해 응급조치하고, 사람들을 심리적으로 안정시키는 일은 기계가 하기 어려운 응급구조사의 전문적 영역이다.

국내 최대규모의 고교생 신문 PASS의 고교생 기자들이 동시통역사와 응급구조사를 최근 직접 만났다.》▼“구조로봇이 환자의 마음을 안정시킬 순 없지요”▼
고교생이 만난 홍성열 응급구조사
서울 한서고 2학년 손예진 양(왼쪽)은 서울 마포구 마포소방서에서 홍성열 응급구조사를 만났다.
서울 한서고 2학년 손예진 양(왼쪽)은 서울 마포구 마포소방서에서 홍성열 응급구조사를 만났다.

기술발전이 바꾸는 응급구조 현장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 현장이나 이송과정에서 응급처치 업무를 담당하는 ‘응급구조사’.

응급구조사의 신속한 처치는 병원으로 이송되는 환자의 생명을 지키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서울 한서고 2학년 손예진 양은 서울 마포구 마포소방서에서 근무하는 홍성열 응급구조사를 최근 만났다. 최근 첨단 기기들로 인해 응급구조 현장도 바뀌고 있다. 홍 응급구조사는 “환자의 심장이 뛰지 않는 상황에서 응급처치가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4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응급상황이 워낙 많아 한 사건에 그만큼의 인력을 투입하기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 문제를 보완하고자 흉부압박을 자동으로 해주는 기계와 환자를 구급차에 태워주는 기계 등이 보급되고 있다.

또 다른 변화는 구급차마다 태블릿PC가 갖춰지고 기록전송 시스템이 만들어지면서 컴퓨터로 구급일지를 기록할 수 있게 됐다는 점. 과거엔 응급구조사가 일지를 모두 현장에서 손으로 써야 했다. 최근에는 응급구조사가 병원에 있는 의사와 전화를 하며 응급처치를 하던 소통체계도 의사가 원격 모니터로 환자 상태를 직접 살펴보면서 지시를 내리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기계가 더 발달하면 인명 구조로봇이 응급구조사 역할을 대신하게 될까요?”라는 손 양의 물음에 홍 응급구조사는 이렇게 답했다.

“기계가 아무리 발달한다고 해도 많은 변수가 있는 응급상황에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사람뿐이라고 생각해요. 응급구조 현장에서는 숙련된 인력이 매우 중요하답니다.”(홍 응급구조사)

1급 응급구조사 자격증 있으면

소방공무원 합격에 유리


응급구조사는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환자에 대한 △상담 △구조 △응급처치 △이송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응급구조사가 되기 위해서는 ‘응급구조사 자격증’이 필요하다. 자격증은 1급과 2급으로 나뉜다.

대학 또는 전문대학의 응급구조 관련 학과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하면 1급 자격증 시험을 볼 수 있는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비전공자일 경우 전국에 있는 소방학교나 국군 의무학교와 같은 응급구조사 양성기관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2급 응급구조사 자격증 시험의 응시 자격이 생긴다. 2급 응급구조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자격증을 발급받아 3년 이상 응급구조사 관련 업무를 하면 1급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응급구조사 자격증 시험에 통과하면 병원의 응급실이나 응급환자 이송업체 등에 지원하거나 공무원 임용시험을 통해 소방서, 해양경찰청 등에서 응급구조사로 활동할 수 있다.

“소방공무원이 되고 싶다면 1급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유리해요. 1급 응급구조사 자격증 소지자에 한해서 구급대원 특별채용시험을 볼 수 있거든요. 일반 소방공무원 시험에서는 응시자들이 필수과목 3개에 선택과목 2개를 봐야 하지만 1급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가지고 특채에 지원하면 필수과목 3개만 시험을 봐요.”(홍 응급구조사)

글·사진 이원상 기자 leews111@donga.com▼“컴퓨터 번역기가 ‘눈치’까지 있을 순 없어요”▼
고교생이 만난 황우중 인도네시아어 동시통역사
경기 용문고 2학년 오지우 양(오른쪽)과 경기 백양고 1학년 최지훈 군(왼쪽)은 황우중 동시통역사를 만났다.
경기 용문고 2학년 오지우 양(오른쪽)과 경기 백양고 1학년 최지훈 군(왼쪽)은 황우중 동시통역사를 만났다.

인도네시아 동시통역은 블루오션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약 2억5000만 명입니다. 인도네시아어를 쓰는 인구도 그만큼 많죠.”(황우중 동시통역사)

최근 경기 용문고 2학년 오지우 양과 경기 백양고 1학년 최지훈 군을 만난 황우중 인도네시아어 동시통역사는 이미 전문가가 많은 영어나 중국어보다는 인도네시아어를 전공하는 것이 직업적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중국, 인도에 이어 급부상하고 있는 신흥 시장.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의 인건비가 오르자 최근에는 많은 기업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으로 해외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15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세계 16위, 물건을 살 수 있는 실질적인 구매력을 뜻하는 구매력평가지수(PPP)는 세계 8위의 경제대국이다.

인도네시아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이 문화, 경제, 사회 등 전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한국의 입지도 넓어지고 있다. 황 통역사는 “인도네시아어를 할 수 있으면 굳이 통역사가 아니더라도 현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자격증은 없어…자신의 실력이 곧 경쟁력”

단순히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것은 기계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정확한 통역을 하려면 말하는 사람의 심리 상태나 말 속에 숨겨진 맥락까지 놓치지 않고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눈치와 순발력이 중요한 동시통역사의 일을 기계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이유다.

“동시통역이라고 해서 모든 말을 다 통역하는 것은 아니에요. 통역이 진행되는 분위기에 맞춰 중요하지 않은 얘기나 농담은 걸러낼 수 있어야 하죠. 그러려면 말하는 사람의 심리 상태를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해요.”(황 동시통역사)

황 동시통역사의 설명을 들은 최 군이 동시통역사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다양한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는 황 씨 답변이 이어졌다. “의학 통역의 경우 전문용어를 비롯해 의사들이 나누는 은어까지 모든 용어를 알아듣고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동시통역도 할 수 있어요. 의뢰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며칠간 통역을 위해 의학 공부를 하기도 한답니다.” (황 동시통역사)

인도네시아어 동시통역사가 되려면 특별한 시험을 치러야 할까. 오 양이 묻자 황 동시통역사는 “공인자격증은 없다”고 말했다. 보통 통번역대학원에 있는 통번역센터를 통해 동시통역 의뢰가 들어오기 때문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해 센터에 등록되면 동시통역을 위한 ‘자격’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마저도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주요 언어에 국한된 이야기. 인도네시아어 통번역과정이 개설된 대학원은 아직 국내에 없다.

황 동시통역사는 “학사 과정만 밟아도 인도네시아어 실력만 충분히 갈고닦으면 동시통역사로 활동할 수 있다”면서 “동시통역사는 사설 업체에 소속돼 활동하기도 하지만 프리랜서가 많으므로 자신의 실력이 곧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