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김상운]견강부회 야당, 영혼 없는 문화재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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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문화부
김상운·문화부
“‘궁(宮) 스테이’를 하면 숙박비를 얼마나 받을 건가?”(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세계적 명사(名士)들의 숙박 체험은 국민에게 위화감만 조성할 뿐이다.”(박홍근 새정치연합 의원)

1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국정감사 현장에서 야당 의원들은 궁 스테이에 대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문화재청이 추진하는 궁 스테이는 전통문화의 정수인 궁궐을 활용하는 차원에서 국가지정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창덕궁 석복헌과 수강재를 외국 VVIP를 위한 숙박 체험 장소로 삼는 것이다. 대상을 외국인 VVIP로 한정한 것은 저평가된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를 홍보하면서도 문화재 훼손을 막아 보려는 취지다.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정책인데도 야당 의원들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고가(高價)의 숙박비를 집중 거론하며 궁 스테이에 대해 부자용 특혜 프로그램처럼 취급하거나 ‘문화재청이 특권층을 상대로 돈벌이에 급급하다’는 식으로 몰아붙였다.

야당의 견강부회식 파상 공세 못지않게 나선화 문화재청장의 무기력하고 모호한 태도도 문제였다.

“궁 스테이를 계속 추진할 생각인가?”(유 의원)

“그렇지 않다. 활용 프로그램으로 계획하고 있다.”(나 청장)

“그럼 중단할 건가?”(유 의원)

“문화재위원회의 의견에 따라 진행할 생각이다.”(나 청장)

“할 건지, 말 건지 명확히 입장을 밝혀라.”(유 의원)

“숙박 체험 시 안전 관리에 대해선 문화재위원들의 의견대로 보완하겠다.”(나 청장)

현장에서 듣고 있던 기자들은 물론이고 문화재청 직원들조차 나 청장이 궁 스테이를 계속 추진할 뜻이 있는지 헷갈려했다. 나 청장은 이날 주무 부처 수장으로서 책임감을 전혀 보여 주지 못했다.

보다 못한 유인태 새정치연합 의원이 “궁 스테이 추진을 왜 자꾸 감추려고만 드느냐. 쉬쉬하지 말고 당당하게 전문가들의 판단을 받아라”라고 훈수를 둘 정도였다.

논란이 되는 정책을 추진할 때는 담당 부처가 취지와 효과에 대해 명확한 목표 의식을 갖되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이해득실에 얽매인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거나 여론에 일방적으로 휘둘려서도 안 된다. 문화재청은 궁 스테이에 대해 잘못 알려진 대목이 있다면 자신 있게 설명하고 추진 의사를 확실히 밝히든지, 아니면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새로운 궁궐 활용 프로그램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만 한다.

김상운·문화부 sukim@donga.com
#문화재청#야당#궁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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