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금으로 로스쿨 간다는 국회사무처의 특권의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1일 00시 00분


코멘트
국회사무처가 국회 공무원들에게 연수 성격으로 로스쿨 교육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입법 전문성을 강화하고, 조직 실정에 맞는 법조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다. 지난달 말 국회 공보에 관련 내규안을 입안 예고까지 한 터라 국회의장의 결재만 나면 곧바로 시행이 가능하다. 정년이 보장되고, 연금 덕에 노후 걱정도 할 필요 없는 국회공무원들에게 3년간 급여도 주면서 수천만 원씩 세금을 들여 변호사 자격증까지 따게 해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특혜다.

입법고시를 통과한 법 전문가가 즐비한 국회사무처에 법조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다수의 입법조사관을 거느린 전문위원의 경우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배치돼 각종 법안에 대한 사전 심의를 할 정도로 전문성이 높다. 그래서 법안 심의의 ‘숨은 실세’로 불리기도 하고, 심지어 국회의원보다 힘이 세다는 소리까지 듣는다. 그래도 굳이 사무처의 법적 전문성을 강화하고 싶다면 외부의 법률 전문가를 쓰면 된다. 국회사무처는 이미 로스쿨 출신 변호사 임용 제도를 두고 있다.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임용규칙은 로스쿨에 다니기 위한 연수 휴직까지 금지하고 있다. 경찰 공무원의 경우 그럴듯한 사유를 꾸며 휴직을 하거나 상관 몰래 자기 돈을 내고 로스쿨에 다니다 올 4월 무더기로 감사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하물며 연수 휴직 허용은 물론이고 학비까지 대주겠다니 국회사무처는 법 위에 군림하는 기관인가.

국회사무처는 국회의 입법 기능을 지원하는 국회의장 직속의 독립된 행정조직이라 외부의 감시가 미치기 어렵다. 그렇다면 내부 감시와 자정 기능이라도 강화해야 한다. 전국공무원노조 국회사무처지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제도 도입을 주도한 사무차장의 공개 사과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연수 내규안을 결재할 것이 아니라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세금#로스쿨#국회사무처#특권의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