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금천]“훈련밖에 없다”던 해경, 달라진게 없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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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자도 낚싯배 전복사고]

황금천·사회부
황금천·사회부
지난해 11월 세월호 구조 실패의 책임을 물어 조직이 해체된 뒤 해양경비안전본부로 개편된 해경이 또다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5일 제주 추자도 앞 해상에서 낚싯배 돌고래호가 파도에 휩쓸려 18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사고가 발생하면서 해경이 선박의 입출항 관리를 허술하게 해온 데다 늑장 구조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후 해경은 매월 16일을 ‘인명구조 훈련의 날’로 지정하고 전국 17개 해양경비안전서가 해상사고 대비 훈련을 해왔다. “밑바닥까지 추락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회복하는 방법은 철저한 훈련밖에 없다”며 뼈아픈 실수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해경 지휘부는 각 경찰서가 매뉴얼에 따라 구조훈련을 제대로 하는지 감찰관을 보내 수시로 평가하는 등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과유불급이었을까. 반성과 참회의 눈물을 보이며 경각심을 갖고 첫 훈련에 참가하던 해경은 매번 반복되는 뻔한 훈련에 점점 지쳐가며 초심을 잃기 시작했다. 7월엔 지방의 한 해경서장이 몸이 아파 휴가를 낸 경찰관을 강제로 수영능력 평가에 참여시키고, 사소한 일로 잦은 감찰과 비상소집을 지시해 집단 반발을 불러왔다. 급기야 부하직원으로부터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해당 서장은 직위해제됐지만 조직 내 반목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게다가 이 사실이 조직 전체에 알려지면서 해경 해체에 따른 책임론을 둘러싸고 지휘부와 일선 경찰관의 해묵은 불신이 다시 고개를 들 조짐도 보였다.

세월호 참사는 해경 지휘부는 물론이고 8600여 명에 이르는 일선 경찰관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당시 잘못된 구조활동과 비리 등으로 처벌받고 조직이 해체당하는 과정에서 겪은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증에 아직도 상당수가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인천 앞바다에서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출동했다가 중상을 입었지만 부하들을 먼저 치료받게 한 뒤 끝까지 공기부양정에 남아있던 오진석 경감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아직 슬픔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14일에는 조직 해체 후 처음 맞는 ‘해양경비안전의 날’ 기념식이 열릴 예정이다.

오 경감이 보여준 선공후사의 정신을 모든 경찰관에게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이날만큼은 서로가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지고 심기일전하는 기회로 삼을 수는 없을까. 해경이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달라진 게 없다는 소리를 더이상 듣지 않으려면 말이다.

황금천·사회부 kchwang@donga.com
#해경#훈련#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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