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관방 “한국, 中에 접근하는 경향” 불편한 심기 드러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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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정상회담]
‘朴대통령 訪中’ 美-日 상반된 반응

중국의 전승절 70주년 기념 열병식과 관련해 공동보조 움직임을 보여 오던 미국과 일본 간에 미묘한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을 과시하고 항일 성격을 띠고 있는 이번 행사에 대해 일본과 마찬가지로 불편한 심기를 갖고 있었다. 세계 정상이 다수 참석하는 중국 열병식에 대표의 격을 크게 낮춰 맥스 보커스 주중 미국대사를 참석시키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열병식 참석을 공식 발표한 이후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박 대통령의 방중을 견제하는 발언을 일절 내놓지 않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오히려 “(한국의 결정을) 이해한다”는 뜻을 한국 정부에 전달하며 이번 일이 양국 간 외교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일본 정부와 일부 우익 언론들은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을 문제 삼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치 한국이 미국이나 일본을 배신하고 중국 편에 붙기라도 했다는 듯이 감정 섞인 비난도 나오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 2일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이 한국의 중국 접근을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해석과 관련해 “종전부터 (한국이) 그런 경향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한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스가 장관은 “어쨌든 제3국의 일이므로 정부로서 발언을 삼가고 싶다”며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스가 장관은 앞서 지난달 31일 한국인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중국 열병식에 참석하는 것을 겨냥해 “유엔은 중립적이어야 한다. 전후 70년인 올해 쓸데없이 특정 과거에 초점을 맞출 일이 아니다”라며 화풀이를 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들도 이날 박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한중 정상회담 소식을 속보로 전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교도통신은 2일 “한국의 중국 접근이 한층 선명해진 모양새”라며 “(양국 정상이) 회담이나 비공식 석상에서 일본 관련 역사 문제를 화제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또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을 두고 “대중 관계를 대미 관계보다 아래에 두지 않을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NHK는 회담에서 시 주석이 ‘중한 양국 인민이 일본의 식민지 침략에 저항하고 민족 해방을 위해 단결했다’고 말한 것을 거론하며 “역사 인식을 두고 일본을 견제하면서 한국과 연계하려는 의도가 스며 있었다”고 분석했다. 또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을 두고 “중국이 군비 증강과 해양 진출을 계속한다는 등의 이유로 구미 각국 및 일본 정상이 출석하지 않았다. (한국이) 중국에 접근하는 것이 돋보이는 형태가 됐다”고 한국의 대중 편향성을 지적했다.

미 국무부가 1일 반 총장의 열병식 참석에 “전쟁 희생자를 기리는 것은 적절하다”고 언급하자 야후저팬 등에는 “(미국과 같은) 동맹국도 완전히 믿어서는 안 된다”는 등 누리꾼들의 격한 반응들이 올라왔다.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일본과 달리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등 한반도 담당 정책부서 당국자들은 “박 대통령의 참석 여부는 한국의 주권적인 결정사항이며 한국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공식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지난달 31일 미 알래스카 주 앵커리지 시에서 열린 북극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이 중요하다”며 박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했다.

워싱턴 소식통들의 관측을 종합하면 미국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에는 세 가지 배경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밑바탕에 깔린 전제는 지리적 경제적 문화적 근접성이 남다른 한중 관계의 특수성을 일단 인정해야 한다는 것. 여기에 “북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과의 협력 강화가 절실하다”는 한국 정부의 설득도 주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사의 성격에 대한 미국 측의 평가도 처음과 달라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당초 이번 행사가 동맹국인 일본 때리기에 방점이 주어졌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기념하는 역사적인 행사로, 지역 국가들이 한 시대를 매듭짓고 앞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도쿄=배극인 bae2150@donga.com
워싱턴=신석호 / 도쿄=장원재 특파원
#정상회담#박근혜#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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