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메르스 속 13만명 시험치른다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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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예정대로 13일 ‘공무원 공채필기’
서울시내 중고교 121곳서 실시… 자가격리대상은 응시 불허한다지만
전국서 모인 수험생 감염 노출될수도

서울시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에도 불구하고 13일 ‘2015 서울시 공무원 임용 필기시험’을 예정대로 실시하기로 했다. 그 대신 수험생 가운데 메르스 자가 격리 대상자는 시험을 볼 수 없게 했다. “일정이 변경되면 응시생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며 시험 강행을 결정했지만 메르스 확산이 이어지고 있어 응시생 13만 명이 참여하는 시험을 미루지 않고 치러야 하냐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는 “시험을 미루면 (응시생) 다수가 계획했던 다른 시험 일정에도 차질을 가져올 것이고, 나아가 사회적 불안까지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고민 끝에 예정대로 치르기로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서울시는 응시생 가운데 자가 격리 대상자가 시험을 치르지 못하도록 당일 오전 7∼10시에 유선 및 방문 모니터링을 실시하도록 전국 시도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서울시는 대상자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으면 경찰의 협조를 받기로 했다. 자가 격리 대상자는 아니지만 시험 당일 발열 등 이상 증세가 있는 응시생은 별도로 마련된 예비시험실에서 시험을 치르게 할 계획이다. 또 응시생의 마스크 착용을 허용했고, 희망하면 현장에서도 지급할 예정이다. 시험장 출입구에는 손 소독제를 비치해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한 뒤 입실시킬 계획이다.

응시생 가운데 메르스 확진환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가 격리 대상자가 몇 명인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284명을 뽑는 이번 시험에는 전국에서 13만515명이 응시했다. 시험은 서울시내 중고교 121곳에서 치러진다. 대형 행사가 취소되고 있지만 시험 당일에는 전국에서 모인 13만 명의 불특정 다수가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시험을 치른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열이 나도 그동안 준비한 게 아까워서 상경하는 응시자가 많을 것이다. 서울시는 그렇게 가정하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지방공무원법을 어기지 않으려고 시험을 연기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시험 연기는 1주일 전에 공지해야 하는데 이미 그 시한을 넘겼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정자치부와 협의하면 시험을 연기하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메르스가 아직 병원 내 감염이고 지역사회 감염이 아닌 만큼 철저한 관리 속에 예정대로 시험을 치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메르스#시험#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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