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메르스 대응 ‘엄중’ 격상… 中, 한중교류 행사 전격 취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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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2차 확산/亞국가들 방역 비상]
‘한국 경계령’ 전방위 확산
홍콩 ‘한국여행 자제’ 권고… 대만은 의심환자 격리 훈련
日, 한국인 출입 관광지 검역강화… 2만명 한국관광 예약 취소

한국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아시아 각국이 자국 내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방역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일부 국가들은 한국 여행 자제를 권고하기도 했다.

홍콩 당국은 8일 기자회견에서 메르스 대응 등급을 ‘경계’에서 ‘엄중’으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또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한국 여행을 피할 것을 당부하는 ‘여행 건강 건의’를 배포하기로 결정했다. 이 ‘여행 건강 건의’에는 한국에 가야 한다면 현지 의료시설 방문은 피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홍콩에서는 최근 메르스 감염자가 다수 발생한 한국의 평택성모병원을 취재하고 귀국한 자국 기자들이 메르스 의심 증세를 보이면서 메르스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홍콩 기자협회는 유행병 취재지침을 발표해 메르스 감염 가능성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메르스 의심 증세를 보인 홍콩 기자는 7일 검사에서 음성 반응을 보였다. 최근 한국의 서울을 여행하면서 병원을 다녀온 적이 있는 66세 남성과 21세 여성도 메르스 의심 증세가 나타나 즉각 격리됐다. 이 두 사람은 검사 결과 모두 메르스 음성 반응이 나왔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8일부터 12일까지 베이징(北京) 등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7차 한중 고위언론인 포럼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 행사를 공동 주최한 21세기 한중 교류협회 측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국 측에서 행사를 8월 초로 미루기를 요청해 왔다”며 “한국 인사의 중국 방문이 부담스러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11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5 한국 기업 베이징 투자 설명회’도 베이징 시 기업인과 공무원 등 300여 명이 방한할 예정이었지만 중국 측의 요청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대만 보건 당국은 최근 공항에서 메르스 의심환자를 격리시키는 모의 훈련을 실시하는 한편 메르스 전담 병원을 지정해 신고부터 격리까지의 전 과정을 점검했다. 이번 모의 훈련은 장관급인 복지부장이 직접 주관했다. 대만간호사협회는 이달 17일부터 23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2015 세계 간호사대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자국 간호사 200여 명에게 참석 자제를 권고했다. 당초 세계 135개국 2만여 명의 간호업계 종사자가 참석하기로 했던 이번 행사는 메르스 여파로 각국 참석자들의 불참 통보가 이어지면서 행사 주최 측이 큰 곤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축구협회는 8일 메르스 사태 확산으로 15세 이하 축구대표팀의 한국 원정 훈련 계획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8월 카자흐스탄에서 개최되는 세계유도선수권에 출전할 일본 여자유도대표팀도 이달 말 한국에서 예정됐던 합숙 훈련을 취소했다.

한국과 동해를 마주하고 있는 일본 돗토리(鳥取) 현은 5일 현청에서 메르스 대책 회의를 열고 메르스 예방책과 대응 절차 등에 대해 논의했다. 또 돗토리 현의 구라요시(倉吉) 종합산업고등학교에 9일 강원 춘천의 한 여자고교 학생 및 교사 등 15명이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이 역시 연기됐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일본 관광지인 홋카이도 섬의 삿포로에서는 메르스 감염 방역 수준을 높이고 지토세 공항 등 관내로 외국인이 유입되는 관문에서의 검역을 강화했다.

동남아 각국 정부도 나섰다. 한국 거주 근로자가 약 5만5000명인 필리핀의 헤르미니오 콜로마 소통장관은 7일 마닐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주한 필리핀대사관을 통해 한국 내 필리핀인에게 메르스 감염을 피하기 위한 예방책을 배포했다”고 말했다.

힐미 야하야 말레이시아 보건차관도 이날 “메르스 바이러스의 잠복 기간은 보통 3주일로 한국을 방문했다 돌아오는 사람은 열이 없더라도 주의해야 한다”며 “3주일 안에 어떤 증상이 있다면 병원에 신고하고 반드시 혈액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같은 날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도 메르스 발병국에 관광객을 보내거나 발병지역에서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을 자제하라고 권고령을 내렸다.

한편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 취소도 줄을 잇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약 1주일 동안에만 2만600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방문 예약을 취소했다. 이들은 대부분 중화권 국가 출신이라고 관광공사 측은 밝혔다. KOTRA 베이징 무역관 관계자는 “중국 내 한국 관광 전문 여행사에 여행 취소 문의가 빗발치고 있고 중국인 바이어들의 서울 출장 취소 움직임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정민 dew@donga.com·전주영 기자 / 도쿄=장원재 특파원
#메르스#홍콩#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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