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구경도 못했는데 격리라뇨?… 억울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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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생-중동外 지역서 수입에도… 동물원 낙타들 메르스에 골방 신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전국 동물원의 낙타에게 불똥이 튀었다. 낙타가 감염 매개체로 알려지면서 동물원마다 관람객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낙타를 격리 수용하고 외부로 노출시키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국내의 낙타는 총 44마리. 중동지역에서 서식하는 단봉낙타는 36마리이며 몽골지역이 서식지인 쌍봉낙타는 8마리다. 44마리 중 20마리가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과 경기 용인시 애버랜드, 대전 오월드, 전주 동물원 등 6곳의 동물원에 있으며 현재 모두 격리 조치됐다. 24마리는 제주도의 한 농장에서 손님이 직접 타보는 체험용으로 사육되고 있으며 이 농장은 현재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호주에서 들여온 낙타라 메르스 감염 우려가 없다는 게 농장 측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낙타 격리 조치가 필요 없다고 지적한다. 송대섭 고려대 약학과 교수는 “낙타 격리는 의학적으로 의미 없다. 공포심 때문에 저렇게 대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검역본부 관계자도 “44마리의 낙타 모두 국내에서 출생했거나 호주 등 중동 이외 지역에서 들어온 것이어서 메르스 감염 위험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중동 이외 지역의 낙타를 통한 감염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동물원 측은 보건복지부가 2일 내놓은 △낙타와의 밀접한 접촉을 피하고 △멸균되지 않은 낙타유 또는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 섭취를 피하라는 지침 때문에 낙타를 격리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관람객들이 낙타를 꺼림칙하게 바라보거나 항의가 들어올 수 있다는 것. 한 동물원 관계자는 “낙타에겐 문제가 없는 걸 알지만 눈에 띄는 것이 좋을 게 없어서 조치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건혁 gun@donga.com·박성진 기자
#중동#격리#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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