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폴리실리콘 공장, 유독물질 많아 새 주인 못찾고 ‘흉물’처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3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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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공장만 보면 2년 전 사고가 떠올라. 그 때 몇몇 집은 부서졌고 사람들이 병원으로 실려 가던 모습이 지워지질 않구먼”

2일 경북 상주시 청리면 가천1리 밭에서 만난 김모 씨(79)는 길 건너 흉물처럼 서 있는 공장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 씨가 사는 마을과 공장과의 직선거리는 불과 300여m. 폭 10m 정도의 도로를 놓고 마주보고 있다. 50여 가구 80여 명 주민은 대부분 60~80대 노인이다. 주민들은 2013년 1월 염산 누출사고 이후 이 공장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가동이 중단 된 공장이 어떻게 관리 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김 씨는 “막연한 불안감이 더 무섭잖아. 공장 안에 유독물이 얼마나 있는지 설명이라도 해주면 좋을 텐데 평생 이렇게 불안해하며 사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찾은 상주 웅진폴리실리콘 공장은 적막감에 휩싸여 있었다. 출입 통제를 알리는 안내판은 하얗게 빛이 바랬다. ‘관계자 외’라는 글자만 남고 다른 글자는 모두 지워져 있었다. 공장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다. 정문을 지키는 직원은 “사전 협의 없이는 절대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공장은 2012년 웅진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아직까지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태양광 산업 침체도 한 몫하고 있지만 공장 안에 유독물질이 많아 안전사고 우려로 대기업들이 인수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공장에는 인화성이 높고 독성이 강한 삼염화실란(TCS) 450여t 가량이 아직 배관에 남아 있고 비상발전기용 경유 3100L도 저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염화실란은 공기나 물과 접촉하면 폭발하거나 유독성 가스가 발생해 많이 들이마실 경우 사망할 수 있다. 태양광 전지의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은 불과 7,8년 전만해도 태양광 업계에선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하지만 세계적인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하면서 이제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셈이다. 이 때문에 공장이 중소 고철업자, 부동산업자 등에게 매각될 경우 안전사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0여만㎡ 부지에 세워진 5만여㎡ 규모의 웅진폴리실리콘 공장은 현재 직원 10여 명만 남아서 관리하고 있다. 상주소방서 관계자는 “TCS는 화재가 발생하면 사실상 차단이 어려운 물질”이라며 “공장이 멈춘 상태라 위험물 변동 보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제거 작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현재 얼마나 남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상주소방서는 부정기적으로 현장 확인을 하고 있지만 소방 인력 부족 등으로 공장을 전담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상주시로서도 부담이다. 2012년 구미 불산 누출사고 이후 화학 및 유독물 관리 업무가 환경청으로 넘어가면서 사업장 관리 등의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상주시 관계자는 “현재로선 주민 안전을 위해 하루빨리 철거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상주=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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