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성매매 특구 마련을” “공공에 유해… 보호 안될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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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성매매특별법 위헌여부 첫 공개변론
김강자 前서장 “非생계형만 단속을”… 법무부측 “인신매매 등 부작용 우려”

“생계형 성매매 여성을 위한 성매매 특구를 마련해야 한다.”(김강자 전 서울종암경찰서장)

“성매매는 공공에 유해해 직업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최현희 변호사)

성매매 당사자를 국가가 처벌하는 게 위헌인지를 놓고 9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2000년 서울 미아리 일대 집창촌을 대대적으로 단속하며 ‘미아리 포청천’으로 불렸던 김 전 서장은 국가가 정한 ‘성매매특구’에 한해 합법적인 공창제를 실시해 성매매 여성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합헌을 주장하는 여성가족부 측 참고인으로 나온 최 변호사는 성매매를 합법화하면 성산업이 무분별하게 커질 거라고 반박했다.

헌법재판소는 성매매 여성 김모 씨(44)가 “성매매한 사람을 형사처벌하는 건 위헌”이라며 낸 위헌제청에 대해 사회 각계의 견해를 듣기 위해 이날 공개변론을 열었다. 김 씨의 대리인 정관영 변호사는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인 성적 영역을 국가가 처벌하는 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불특정 다수와의 성매매는 처벌하고 축첩이나 현지처처럼 특정인과의 성매매는 처벌하지 않아 평등권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위헌론자인 김 전 서장은 국가가 성매매 여성 재활을 도울 능력이 없으면서 무리하게 특별법을 만들어 성매매 여성의 생계를 제약한다고 주장했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자립지원금이 6개월에 한해 월 40만 원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2009년부터 국가 재정 부족으로 폐지된 상황에서 성매매를 전면 금지하는 건 해당 여성들에게 가혹한 처사라는 견해다. 그는 “경찰 재직 시절 만난 한 성매매 여성은 1.5평(약 5m²)짜리 방에서 한 번에 1만, 2만 원씩 받고 성을 팔고 있었다”며 “이런 여성에게는 벌금 50만 원도 생계를 위협하는 엄청난 액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찰의 성매매 단속에 적발된 사람이 2009년 7만여 명에 달했다가 2010년부터 쭉 2만 명대로 급감한 건 단속 경찰이 확연히 줄었기 때문”이라며 “경찰력을 늘려 비생계형 성매매를 엄하게 단속해야 생계형 성매매 여성이 모인 성매매특구로 성매수자가 몰려 자연스럽게 비생계형 성매매가 근절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는 성매매가 인간의 성을 거래 대상으로 격하시키고 그릇된 성 풍속을 확산시켜 헌법 최후의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고 반박했다. 성매매가 합법화되면 노동력 흐름을 왜곡해 국가 산업구조를 기형화시킬 뿐 아니라 착취나 강요, 인신매매의 부작용이 커질 거라고 우려했다.

법무부 측 서규영 변호사는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 확산 폐해와 피해자의 비극 속에서 제정된 것”이라며 “위헌 결정이 나면 성매매에 대해 무정부적 상태에 이르러 여러 비극이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성매매 종사자들의 단체인 한터전국연합과 한터여종사자연맹은 이날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성매매특별법 폐지를 기원하는 성노동자 대표 외 882명의 탄원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착취나 강요가 없는 성매매는 피해자가 없다.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한 사람이나 구매한 사람 그 누구도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동주 djc@donga.com·이샘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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