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황금알 잡아라”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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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 업체 참가… 일반기업 3개이상, 중견업체 4곳 선정 방침

매출 세계 1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운영권을 따기 위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9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업계에 따르면 이날 ‘인천국제공항 3기 면세사업권’ 입찰에 14곳이 입찰 참가 신청서를 냈다. 공항공사는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3층과 탑승동 1만7394m² 78개 매장을 12개 구역으로 나눠 입찰을 진행해 다음달 말 새 사업자를 선정한다.

일반기업 구역(8개 권역)에는 롯데면세점, 호텔신라, 신세계,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태국 킹파워 등 7곳이 입찰에 나섰다. 또 중소·중견기업 구역(4개 권역·자본금 10억 원 이상)에는 하나투어와 토니모리등이 참여한 컨소시엄, 동화면세점, 참존, 대구그랜드호텔, 엔타스 듀티프리 등 7곳이 입찰 신청을 했다.

당초 연 매출 2조 원이 넘는 인천공항 면세점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일부 기업은 15%가량 높아진 임대료에 대한 부담과 정부의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발표 등으로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 SK네트웍스의 워커힐과 현대백화점은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이번 입찰을 포기했다.

인천공항 측은 3개 이상의 일반기업과 중소·중견업체 4곳을 새 사업자로 정할 방침이다. 새 사업자는 9월부터 5년간 면세점을 운영하게 된다.

인천공항이 발표한 ‘3기 면세사업권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12개 구역으로 나뉜 면세 영업장 가운데 8개는 일반기업, 나머지 4개는 중소·중견기업의 몫이다. 일반기업 구역은 화장품·향수, 담배·주류, 피혁·패션 등 품목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뉜다. 기업들은 각 그룹에서 1개씩 모두 3, 4개 구역의 입점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기업 구역에서는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가 일찌감치 입찰 참여를 결정한 가운데 신세계가 적극 뛰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평소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이 숙원사업이라고 할 만큼 큰 관심을 보여 왔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2013년 김해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650억 원의 무리한 액수로 입찰을 따낸 것이 인천공항 진출을 위한 포석이었다고 본다. 지난해 신세계는 제주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한화갤러리아에 간발의 차로 떨어졌던 경험 때문에 이번에는 입찰가를 공격적으로 써낼 가능성이 높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매출 2조1500억 원을 넘어섰다.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도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내국인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가 400달러(약 43만2000원)에서 600달러(약 64만8000원)로 인상된 점도 호재다.

높아진 위상만큼 임대료도 치솟았다. 12개 구역의 연간 임대료 하한선은 2013년보다 15%가량 인상된 7086억 원에 이른다. 무려 m²당 4074만 원이다. 입찰가격이 평가점수의 40%를 차지하기 때문에 임대료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입찰에 성공하더라도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매장 운영비를 빼고 나면 사실상 적자가 돼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는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지난해 300억 원대 적자를 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운영업체가 현재보다 늘어나면 당연히 수익도 쪼개지겠지만 그래도 인천공항 면세점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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